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90)
00290 바다의 황제 =========================================================================
세계 유수의 명문 가문들의 재산을 정확하게 산정해서 순위를 매기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그 많은 재산의 가치를 측정하는 것도 어마어마한 일이거니와, 겉으로 드러난 재산이 전부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카네기가가 록펠러가, 아부다비 왕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정상급 부자 가문인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그런 정상급 부자 가문의 수장은 과연 다른 것일까. 멀리서 폭음이 들려오는데도 당황하지 않고 느긋했다.
“함장, 전투를 준비하시오.”
“알겠습니다, 써.”
“우리는 이만 가지.”
세인 카네기는 수행원과 함께 갑판으로 나갔다. 갑판에는 이미 그를 위한 탈출용 헬기가 대기 중이었다. 느긋하게 헬기에 오르자 곧 헬기가 상승했다.
유지웅은 여유롭게 내려다보는 세인과 눈이 마주쳤다. 이런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에 유지웅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가 가진 여유, 그것을 자기 것으로 하고 싶은 소유욕이 솟구쳤다. 아마 안슐이라 해도 이 상황에서 저렇게 여유롭게 움직이지 않았을까?
“공대장님.”
살짝 초조한 음성이 그를 일깨웠다. 박현정 등 대원들이 다소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여유롭게 미소 짓고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지켜보죠. 미국 공격대가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
상륙함 후미 차폐막이 개방되고, 검은 수중장비를 입은 레이더들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유지웅도 대원들을 데리고 통제장교에게 가서 수중장비를 요구했다.
“이것입니다. 착용 방법은 우리 요원이 옆에서 직접 알려드릴 겁니다.”
남녀가 유별난지라 일행은 각기 갈라졌다. 쿤겐은 당연한 듯이 유지웅을 따라왔다. 그는 기겁했다.
“쿤겐, 왜 저기로 안 가고?”
“써? 저는 남자입니다만?”
“…….”
그는 최근에 안슐과 내기를 했다. 쿤겐이 저러는 것은 정신질환이거나 혹은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둘이 각각 한쪽을 택한 것이다. 그는 장난삼아 후자에 걸었는데, 아무래도 내기에 패배할 것 같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자신과 함께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오다니.
‘내 레고 부가티! 으악! 그거 조립하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는데!’
진실 여부는 아직 모르지만, 만약 내기에서 진다면 고생해서 조립한 실물 사이즈 레고 부가티가 날아간다. 조립품 제작에 들어간 귀금속의 가치보다 조립하는데 들인 시간과 공이 아까운 걸 보면, 그도 이제 부잣물 많이 먹었다.
아무튼 시간이 촉박한데 남녀 정체성을 따지는 것도 웃긴지라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그도 남자인지라 저도 모르게 쿤겐을 흘끔거렸는데, 확실히 몸이 예쁘고 발육이 좋았다. 특히 좁은 어깨에 어울리지 않는 C컵 가슴과 하얀 피부는 도자기로 빚은 인형을 연상케 했다.
‘효주보다는 좀 작지만 맵시는 안 떨어지네……. 아이고,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게다가 브래지어를 안 했다! 저 가슴에 브래지어를 안 하면 쳐지지 않을까 하고 쓸데없는 걱정이 들긴 했는데, 사실 효주를 보면 그건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하다. 탱커는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아무튼 준비를 마치고 일행은 다시 모였다. 통제장교가 간략하게 장비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이 장비의 장점은 고글에 부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전장전술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는 것입니다. 레이더는 자신과 다른 동료의 위치, 주변 해저 환경, 지원 함대의 위치 등등을 실시간으로 제공받습니다. 또한…….”
대충 장비 사용법을 숙지하고 일행은 안내 레이더의 뒤를 따라 바다로 뛰어들었다.
눈앞의 디스플레이에 곧장 여러 개의 점이 떠올랐다. 다른 레이더의 위치였다. 중심에 있는 파란 점이 본인의 위치인 모양이었다.
추진체를 가동하자 부드럽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시험 삼아 부유, 하강을 번갈아 시도해봤는데 움직임 전환이 매우 빠르고 또 자연스러웠다.
‘이걸로 스쿠버다이빙하면 재미나겠다.’
엉뚱하게 그런 생각을 하는데 다급한 목소리가 교신기를 울렸다.
「공대장님, 저기를 보세요!」
유지웅은 눈을 들어 정면을 보았다. 비록 바다 속이었지만 얕은 해역인 데다가 물이 맑아서 그런지 비교적 멀리까지 육안으로 잘 보였다. 가시화면 보정 기능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이렇게 잘 보이는 모양이다.
함대를 습격한 해양 괴수는 언뜻 거대한 상어처럼 생겼다. 뾰족하고 긴 주둥이가 특징이었다. 몸길이는 어림잡아 1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였다. 대신 몸통이 얇고 날렵하게 생겼다.
녹턴함을 막 침몰시킨 괴수는 그대로 수중을 꿰뚫으며 달려들고 있었다. 목표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탱커였다. 굉장한 속도로 달려드는 순간, 탱커는 살짝 몸을 비틀어 직격타를 피했다. 그리고 주먹으로 힘껏 녀석의 주둥이를 가격했다.
「주먹? 딜 장비를 안 쓰는 겁니까?」
「손에 장착하는 너클 장비를 쓰고 있습니다. 수중에서는 물의 저항력도 무시할 수 없어서, 탱커는 일부러 부피가 적은 딜 장비를 채용했습니다.」
「근접 딜러도 마찬가지겠군요.」
「근접 딜러는 동원하지 않았습니다.」
유지웅은 잠시 근접 딜러들이 불쌍해졌다. 원거리 딜러에 비해 순간 폭딜이 좋긴 한데, 문제는 가까이서 딜을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레이드에서 받는 이런저런 제한사항이 장난 아니다.
「탐지 결과가 나왔나요? 결정도는 얼마죠?」
미국측 통제장교의 난처한 음성이 돌아왔다.
「그, 그게……. 36입니다.」
「뭐라고요? 잘못된 거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는데…….」
36이면 레드 몹 축에도 못 끼는, 그냥 옐로 몹 수준이다. 그런데 옐로 몹이 선공을 했다고?
사실 옐로와 레드를 구분 짓는 기준은 선공 습성이 있느냐 없느냐지, 결정도가 아니다. 인류는 괴수 분류를 선공 습성에 따라 먼저 옐로와 레드로 분류했고, 그 다음에 선공 습성이 없는 개체들은 결정도 수십 미만의 약체들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인류가 맹신했던 판별 기준도, 해저에서는 그다지 쓸모가 없는 건지도 모른다. 그 전에는 해저를 유영하는 괴수의 결정도를 탐지하는 기술도 발달되지 않았으니까.
「차라리 잘 됐군요.」
세인의 말대로, 테스트 상대로는 정말 최적 아닌가. 옐로급이라고 하니 유지웅도 마음이 편해졌다.
「탱커가 위험해지기 전까지는 탱커에게 보호막을 치지 않겠습니다.」
「예.」
간단한 통보였지만 미국측은 바로 그 뜻을 이해했다. 보호막 없이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실전 결과가 중요했다.
촤아악!
화가 잔뜩 난 괴수가 다시금 탱커를 향해 달려들었다.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수치는 무려 시속 150km. 물속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고 저 덩치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속도다.
이번에는 탱커도 직격타를 피하지 못했다. 주둥이에 복부를 가격당한 것이다. 다행히 그는 팔을 모아서 배에 직접 충격이 닿는 것을 방지했다.
탱커는 순식간에 몇 미터나 밀려났다. 다행히 수중장비복이 손상되지는 않았다. 워낙 질긴 재질이라 평면 충격에는 강하게 버틸 수 있었던 모양이다.
회심의 일격에도 상대가 쓰러지지 않자 괴수는 더욱 화가 난 듯이 보였다. 거칠게 요동치며 크게 선회를 한 뒤, 충분히 거리를 벌리고 다시금 달려들었다.
「지금이다! 공격!」
먼저 영어가 울리고, 다시 한국어로 통역돼서 울렸다. 디스플레이에서 딜러들 위치를 표시한 점이 빠르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딜 준비를 시작한다는 뜻인 모양이다.
붉은 섬광이 물속을 수놓았다. 진격로에 닿는 물을 증발시키며 빠르게 날아간 섬광들이 잇따라 괴수의 몸에 부딪쳤다.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나며 기포가 뒤엉켜 순식간에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먹혔다! 재차 공격!」
「탱커, 어그로 확보!」
「메인탱커 움직임이 곤란하다! 서브 탱커, 전진!」
물속이라 그런지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이 발생했다. 딜러들의 공격 여파 때문에 물살 흐름이 거세져 탱커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폭심지에 있던 메인탱커는 더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대비하고 있었는지 즉각 서브 탱커가 나서서 괴수의 시선을 끌었다. 서브 탱커가 주먹에 낀 너클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괴수는 그것을 보고 예민하게 반응했다. 막 딜러들을 향해 달려들려던 괴수는 서브 탱커를 향해 진격 방향을 바꾸었다.
「저 빛은 뭐죠?」
「단순한 광원장치입니다. 물속이라서 어그로 확보가 쉽지 않을 듯해서 여러 가지 장치를 갖추었죠. 저것 외에도 다양한 어그로 확보 기능이 있습니다.」
과연 군사강국 미국답다. 탱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게 아니라 기계장치로 어그로 확보 수단도 고안해두었단 말인가? 그런 점은 존경받아도 마땅하다.
「서브 탱커! 어그로 확보! 후속 공격 시작!」
「No! No! Stop! Aggro is not enough!」
공격 명령이 떨어진 직후 누군가의 다급한 음성이 울렸다. 아마도 서브 탱커인 모양이었다. 당황한 공격대장이 얼른 중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딜 중지! 딜 중지!」
대부분의 대원들은 딜 중지 사인에 빠르게 반응했지만 몇 몇 대원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들이 둔해서가 아니라, 딜 공격 사인에 남들보다 빠르게 반응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몇 줄기 섬광이 괴수의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괴수는 화가 났는지 몸을 마구 뒤틀었다. 그 바람에 물살이 거세게 일어났다. 마치 조류의 방향을 바꾼 것처럼 강력한 파동이었다. 덕분에 외곽에 위치해 있던 딜러들도 해당 좌표에서 밀려날 뻔했다.
그들이 가까스로 자리를 잡았을 때였다. 괴수는 방금 자신을 공격한 이들을 알아보고 그쪽으로 몸을 틀었다. 수십 톤이 넘는 몸뚱이가 시속 150km가 넘는 속도로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산개! 산개하라!」
급히 영어로 산개 명령이 떨어지고, 통역관이 유지웅 일행을 위해 다시 통역해주었다. 탱커들이 급히 달려들고 있었다. 시속 80km에 달하는 움직임은 물속이라는 점을 치면 대단히 빠른 속도이기는 하나, 괴수의 움직임에 비하면 턱없이 느렸다.
이것으로 약점 하나가 밝혀진 셈. 만약 육지였으면 겨우 옐로 몹의 움직임에 이렇게 쩔쩔매지 않았을 것이다. 탱커는 지상에서 순간적으로 시속 100km를 뛰어넘는 속도를 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해저, 모든 것이 제한받는 공간이다.
괴수가 돌진하는 순간, 괴수와 눈이 마주친 딜러는 도망칠 생각도 못하고 그만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때였다.
번쩍!
눈부신 광채가 바다 속을 뒤덮었다. 유지웅을 중심으로 펼쳐진 광역 보호막이 딜러진을 전부 감쌌다. 보호막에 부딪친 괴수는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치며 뒤로 물러났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마지막에 어그로가 튀긴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테스트를 한 것 같은데요? 마무리는 우리가 해도 될까요?」
「네?」
「브라우니 없이 물속에서 제니스의 힘만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한 번 시도해보고 싶군요.」
기함의 미국측 수뇌부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전투에 소요한 시간은 약 40분 정도, 막판에 어그로가 튀는 바람에 공격대 전멸의 위기가 있긴 했지만 충분히 실전 데이터는 쌓았다.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첫 수중 레이드인 점을 감안하면 시도한 가치는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어차피 이제 남은 것은 마무리일 뿐이다. 그렇다면 유지웅에게 맡겨도 될 것이다. 그도 한 번 나서보고 싶어하는 눈치이니 양보하는 게 좋을 듯했다.
「그렇다면 믿고 맡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쿤겐, 준비해요.」
「예스, 써.」
몸이 근질근질했던 쿤겐이 앞으로 나섰다.
「궁극기는 나중에, 먼저 일반 공격으로 딜을 해봐요.」
「알겠습니다.」
쿤겐이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괴수가 갑자기 기이한 음파를 내뿜기 시작했다. 유지웅 및 공격대 대원들의 귀에도 또렷이 들릴 만큼 강력한 음파였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 같았다.
‘이게 뭐지?’
그렇게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발아래에서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저게 뭔가 해서 내려다보는데 밝은 불빛 두 개가 번쩍 켜졌다. 그것이 커다란 눈동자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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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전 불리해져서 정글러, 아니 엄마를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