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91)
00291 바다의 황제 =========================================================================
‘괴수?’
제일 먼저 그것이 괴수라는 걸 깨달은 유지웅은 당황했다. 그는 급히 교신기에 대고 물었다.
「저거 괴수 아닌가요? 왜 탐지가 늦었죠?」
「죄송합니다. 암초에 가려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시발, 미제가 뭐 이래.’
아무래도 무기는 역시 미제라는 사대주의를 청산해야 할 때가 온 듯 싶다.
상어 괴수가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망치는 방향이 새로 등장한 괴수 쪽이었다. 그것을 보고 유지웅은 의아했다. 잡아먹힐 것이 무섭지 않은가?
퍼뜩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설마?’
브라우니는 자기가 낳은 것이 아님에도 새끼를 키운다. 얼마 전에 포획한 고래 암수는 새끼를 세 마리나 낳아서 키우고 있다. 괴수도 생식을 통한 번식 본능은 있다는 증거다. 만약 지금이 그렇다면?
―까아아앙!
벼락을 치듯 물결이 흔들렸다. 수중장비가 막아주고 있음에도 수중을 진동시킨 음파가 고막을 뒤흔들었다. 순간적으로 귀가 얼얼하기까지 했다. 새로 나타난 거대 괴수가 내지른 포효였다.
「아무래도 어미 괴수쯤 되는 것 같은데요.」
유지웅이 그렇게 말했다. 갈팡질팡하던 미국 통제부에서도 긍정을 표시했다.
「결정도는 8,500입니다! 대단히 강력한 레드 몹입니다!」
만약 육지에서 만났다면 아무 것도 아닌 존재다. 와이프만 있었으면 단칼에 썰어버렸을 녀석이다.
하지만 이곳은 해저다. 그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와이프도 없고, 해저라는 것 때문에 행동에도 제약을 받는다. 겨우 바다 속이라는 것 하나 때문에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거대한 눈동자가 가까워졌다. 검은 그림자가 상승하며 그 실체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다. 처음 미국 함대를 습격했던 상어 괴수와 흡사한 생김새였다.
단 그 크기는 무지막지하게 컸다. 상어 괴수가 약 15미터에 달하는 몸체를 가졌다면, 저 녀석은 크기만 150미터에 달했다. 무려 열 배에 달하는 몸길이를 가진 셈이다.
유지웅이 미처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미국 공격대 탱커가 달려들었다. 다급해진 그가 말리려 했으나, 이미 그는 빠르게 쇄도해 들어가고 있었다. 비장하기까지 한 모습이었으나, 유지웅에게는 계란을 바위에 던지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젠장!’
그는 생각할 것도 없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서 빛이 뿜어지며, 탱커에게 보호막이 걸렸다. 어미 괴수가 세차게 머리를 뒤흔들며, 뾰족한 주둥이로 탱커를 후려쳤다.
물속임에도 불구하고 요란한 스파크가 튀었다. 괴수의 방어막과 유지웅의 보호막이 한 데 부딪치며 불꽃을 튀긴 것이다. 탱커는 이십여 미터 넘게 나가떨어졌으나, 다행히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Thank you, sir.」
교신기를 통해 탱커가 고마움을 표했다. 보호막을 걸어준 것을 인식한 것이다. 유지웅은 살짝 욕이 나왔다.
‘좀 무턱대고 달려들지 말고 보호막 걸어줄 거냐고 물어보고 달려들라고!’
사실 탱커의 가장 큰 문제는 이거다. 자신이 굉장히 튼튼한 줄 착각하는 것이다. 물론 탱커는 일반 레이더에 비해 튼튼한 게 맞지만, 탱커의 튼튼함은 괴수의 공격력에 빗대어 가늠해야 한다.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맹렬히 돌격하는 것은 공격대의 전멸만 낳을 뿐이다.
방금 상황도 한 번 생각해보라. 만약 보호막 전개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탱커는 즉사했을 것이고 공격대는 몸빵으로 내세울 탱커 한 명을 잃게 된다. 아무리 많아봐야 5인 이하로 편제되는 탱커라는 보직 특성상, 탱커 한 명의 손실은 뼈아픈 것이다. 하물며 서브 탱커도 아닌 메인 탱커라면 더욱 그렇다.
「미스터 제니스.」
「이왕 이렇게 된 거 할 수 없죠. 싸워요. 보호막은 아낌없이 쳐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단, 약속은 염두에 두세요.」
얼굴 한 번 제대로 못 본 아이가 마누라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데, 남의 공격대 때문에 이런 외지에서 죽을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상대해보다가 안 되면 제니스 대원들을 데리고 바로 발을 뺄 것이다. 미국 공격대를 희생양으로 삼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비정하지만 애초에 그게 수중 레이드에 보조자로 참가하는 조건이었다.
탱커가 다시 달려들었다. 수중장비의 효능은 확실히 우월했다. 이런 조류 속에서도 움직임이 제법 자유로웠다.
너클에 힘을 집중한 채 달려든 탱커는 그대로 괴수의 주둥이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거친 폭음이 일어나며 불꽃이 튀었다. 세찬 물살이 일어나며 탱커가 뒤로 나가떨어졌다.
밀려난 건 탱커의 잘못이 아니다. 폭발 에너지로 일어난 물살을 추진체가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이곳이 물속이 아니라 육지였다면 탱커가 저리 밀려날 일도 없었으리라.
‘브라우니를 데려올 걸 그랬나?’
잠깐 그런 후회가 설핏 스치고 지나갔다. 애초에 레이드를 보조하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바로 탈출하기로 했었다. 미국은 공격대 전원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의 안전은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굳이 브라우니를 데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실전이 시작되니, 브라우니를 데려오지 않은 게 조금 후회되었다. 아무런 유대관계 없는 이들이라 해도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은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저들은 제니스에 옵저버로 참관해서 꽤 긴 시간을 함께 보낸 이들이 아니었던가.
―캬아아앙!
어미가 나타나서 그런지 새끼가 기세등등해졌다. 새끼 상어 괴수는 입을 한껏 벌린 채 탱커를 향해 달려들었다. 의외로 어미는 메인탱커를 설렁설렁 공격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새끼가 의욕을 일단 되찾자 지켜봐주려는 모양이었다. 혹시 새끼의 사냥 연습을 위해서 나온 것은 아닐까?
「큭!」
새끼 상어 괴수의 육탄 공격을 몸으로 받은 탱커의 가벼운 신음이 울렸다. 보호막이 걸려 있었으니 충격은 거의 없었을 텐데, 아마도 재빠른 움직임에 당황한 모양이었다.
「서브 탱커! 작은 괴수를 붙잡아요!」
「Yes, sir!」
서브 탱커가 기세 좋게 나섰다. 그는 메인 탱커에 박치기를 하는 새끼 상어 괴수를 향해 용감하게 달려들었다. 흠칫 놀란 새끼 상어 괴수는 목표를 바꾸어 서브 탱커에게 달려들었다.
「메인 탱커, 큰 괴수 어그로 확보 유지! 그쪽은 당분간 붙들어두기만 합니다!」
「Yes, sir!」
「Go, Go!」
통역관의 통역과 영어 원음이 뒤섞여 들리고 있으니 유지웅은 정신이 없었다. 그냥 차라리 한쪽으로 통일이 되었으면 혼란이 덜했을 것 같다.
새끼 상어 괴수와 서브 탱커가 뒤엉켜 있는 동안 딜러진은 공격 준비를 갖췄다.
「어느 쪽부터 공격할 건가요? 새끼? 아니면 어미?」
「새끼부터 공격할 겁니다. 확실하게 개체 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지요.」
나쁘지는 않은 방법이다. 하지만 유지웅은 살짝 마음이 걸렸다. 새끼를 잃은 어미가 더 흉포해져서 날뛰면, 오히려 처치가 곤란하지는 않을까?
이래봬도 수많은 레이드 아수라장을 헤쳐 나온 몸이다. 전술통제는 비록 전문가인 장태준에게 맡겼어도, 그 전장을 거치며 축적된 감이라는 게 있다.
‘새끼를 서브 탱커가 오래 붙들어두고…… 아니, 차라리 인질 비슷하게 묶어놓고 상대하면 어미가 제 힘을 내지 못할 것 같은데…….’
만약 장태준이라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하지만 그는 이 자리에 없었고, 자신은 전술판단을 내리는 책임자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미국의 협조 요청에 따라 레이드에 간접 도움을 주는 보조자였다. 여차하면 발을 빼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않는 그런 조커인 셈이다.
아무래도 상급 레이더만 하면서 어지간히 눈이 높아진 모양이긴 했다. 미국의 오더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우리라면, 장 팀장이라면 저런 오더는 안 내렸을 텐데, 라는 불만이 조금씩 피어났다.
「쿤겐, 궁극기를.」
「써? 어떡합니까?」
통제부의 오더가 떨어지자 쿤겐이 본능적으로 확인을 요구했다. 미국의 지시를 받아도 되느냐는 물음이었다.
「쿤겐, 일단은 통제부가 시키는 대로 하죠.」
「알겠습니다.」
「미국 오기 전 제가 말한 걸 잊지 마세요. 쿤겐도, 다른 대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들은 어디까지나 관전자다. 위험해지면 모든 것을 도외시하고 자신들의 목숨만 생각할 것이다. 미국도 들을 수 있는 통신에 대고 그런 말을 대놓고 하기는 미안한 지라 유지웅은 그렇게만 말했다. 하지만 대원들은 바로 말뜻을 알아들었다.
통제부의 의도는 쿤겐의 궁극기로 새끼 괴수를 재빨리 날려버리고 어미를 상대한다는 것이었다. 쿤겐이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의 손에 빛이 맺히며, 디스플레이에서 그녀를 나타내는 점이 고속으로 깜박거렸다.
「3, 2, 1, 0, Go!」
쿤겐의 카운트가 끝남과 동시에 한 줄기 섬광이 번쩍이며 단숨에 수심을 꿰뚫었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서브 탱커는 재빨리 투사 궤도를 피해 옆으로 물러났고, 섬광은 새끼 상어 괴수의 옆구리를 할퀴고 지나갔다.
―끼에에에엑!
비명에 가까운 음파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새끼 상어 괴수가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딜러들 일제 공격 지시가 떨어졌다. 부상에 몸부림치는 새끼 상어 괴수를 향해 딜러들이 일제히 공격 준비를 갖출 때였다.
―캬아앙!
간헐적으로 메인 탱커를 공격하며 어슬렁거리던 어미 괴수가 분노에 찬 포효를 터트렸다. 음파가 만들어낸 소용돌이가 거친 물살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공격대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모두 날아갈 뻔했다.
「저거 봐, 새끼 먼저 치면 안 된다니까. 눈깔 쳐서 어그로 튀는 거랑 뭐가 달라.」
세찬 물살에 날아가지 않으려고 추진체를 필사적으로 가동하던 유지웅이 그렇게 짜증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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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키우기는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