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321)
00321 팍스 제니스 =========================================================================
같은 시각, 팀 프로메테우스는 비상이 걸렸다. 결정체 연구팀은 레이드와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이들은 다르다. 유지웅 개인 자문단과 연동되어 퍼플 결정체는 물론이고 괴수 분석까지 총망라하는 연구부서가 바로 이들이다. 당연히 멀리 베링 해역에서 벌어지는 레이드 전투를 실시간 동기화를 통해 전달받고 있었다.
“13만 5,000? 이거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요?”
“세 개의 탐지장비 전부 동일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결정도 수치가 잘못된 건 아닙니다. 틀림없는 블랙 몹, 그것도 지금까지 나타난 어느 것보다 강력한 개체입니다.”
“하지만 13만이 넘는 결정 에너지를 수용하는 게 과연 가능하기나 합니까? 이론상 한계치는 11만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히카리와 불원숭이를 보면 그건 명확합니다.”
“그러나 지금 현실이지 않습니까? 인정할 건 인정하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퍼플 결정체의 에너지는 너무나 거대해서, 아무리 괴수라 해도 감당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출현했던 블랙 몹 대부분이 레이드 끝에 자폭한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과학자들은 수없이 많은 가설을 세우고, 공식을 정리한 끝에 일반 괴수가 견딜 수 있는 에너지 한계점을 찾았는데, 그 값이 10만에서 11만 사이였다.
‘블랙 몹 이상의 괴수는 탄생할 수 없다.’
그것이 현재까지 받아들여지는 정설이었다. 정확히는 블랙 몹 이상의 강력한 괴수는 탄생하자마자 에너지 폭주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터지게 된다.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불원숭이처럼 에너지를 분산해야만 한다.
“초기 탐지 때 총량이 35,000으로 표시된 건 결정 에너지를 분산해서 그렇다고 합시다. 하지만 지금의 이 수치는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이미 일어난 일을 가지고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를 논할 게 아니라, 이 현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 결론이 지금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회장님 및 공격대에 무엇보다 절실할 겁니다.”
과학자들은 역시 이게 문제다. 조금만 삐끗해도 엉뚱한 이론 싸움에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 손재진이 중재에 나섰다. 그는 자문단의 핵심 멤버이자 팀 프로메테우스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수장이었다.
엉뚱한 이론 싸움에 빠질 뻔했던 연구원들은 그의 중재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헛기침을 하며 저마다 대답할 말을 찾느라 머리를 굴렸다.
이윽고 어느 연구원이 조심스럽게 발언했다.
“교수님,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말해보세요.”
“바다 환경이 결정 에너지를 제어하는데 어떤 특수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 사실 우리는 바다 괴수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바다에 서식하는 괴수들은 해수면 근처까지 나오는 경우도 적고 말입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심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매우 강력한 괴수들이 득실거릴 거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인류는 지상에 서식하는 괴수는 어느 정도 연구를 마치고, 또 그 서식 분포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바다 괴수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다.
괴수가 등장한 이후 심해 잠수함을 운용하는 일도 사라졌다. 일정 수심 이하로 들어간 잠수함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침몰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었다. 과학자들은 심해에 사는 강력한 괴수한테 당한 것으로 단언했다.
인류가 접한 바다 괴수는 해수면에 주로 출몰하는 것들뿐이다. 그것도 버거워서 인류는 1, 2차 해금 현상을 겪고, 안전한 항로를 찾아 끊임없이 노력했다.
심해에 얼마나 강력한 괴수가 서식하는지는 밝혀진 바가 거의 없었다. 13만 5,000의 결정 에너지를 가진 저 녀석은, 아마도 심해 깊은 곳에서 올라온 것이리라.
다른 연구원이 발언했다.
“저는 저 괴수의 몸집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몸집?”
“예. 300미터가 넘어가는 그 거대한 몸집 말입니다. 생물이 큰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뭍보다는 물속이 더 유리합니다. 그리고 몸집이 클수록 결정 에너지 수용 총량이 증가하는 건 아닐까요?”
“몸 크기, 크기라…….”
손재진은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결정 에너지 분야에 새로운 가설이 될 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 * *
「틀림없어! 그 녀석이에요!」
「그 녀석이라면,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미국이 잡은 새끼 상어 괴수 있잖아요! 그때 도망쳤던 그 어미요! 틀림없이 그 녀석이에요! 바다 속에서 다른 괴수 잡아먹고 더 강해져서 돌아온 거라고요!」
「예?」
장태준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유지웅은 내친 김에 계속 외쳤다.
「미국 선단을 공격한 것도 새끼를 잃은 보복이 아닐까요? 보통 물고기보다는 똑똑한 녀석이었잖아요? 테레, 아니 쿤겐은 어떻게 생각해요?」
「맞는 것 같습니다. 저 눈은 저도 기억이 납니다.」
당시 어미 괴수는 테레사의 섬광 궁극기를 당하지 못하고 결국 도주해야 했다. 어미 괴수는 새끼가 섬광 궁극기에 맞아서 죽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테레사에게 뼈에 사무친 원한을 갖고 있을 것이다.
왜 정효주가 칼질을 해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광역 보호막에만 부딪친 건지 이해가 갔다. 조금 아픈 것보다는 눈앞에 있는 새끼의 원수를 찢어 죽이는 게 급했으리라. 그런데 정효주의 광선검 공격이 조금 아픈 수준은 아니었을 텐데?
「공대장님, 본국에서 프로메테우스가 보낸 견해가 있습니다.」
「뭐라고 하던가요? 앗, 젠장. 또 깨지겠다.」
「녀석은 퍼플 결정체 통제에 완전히 성공한 개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자세한 이유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 그 점을 유의해서 레이드에 임하라는 조언입니다.」
「그래요?」
그러는 동안에도 상어 괴수는 치열하게 광역 보호막에 머리를 부딪치고 있었다.
「그럼 어디 맷집을 한 번 시험해 보죠. 탱커진, 전원 공격 준비 됐습니까?」
「예! 준비 됐습니다!」
「발사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3, 2, 1, 발사!」
「발사!」
궁극기 조준을 마친 탱커진이 일제히 섬광 궁극기를 발사했다. 굵은 섬광이 한꺼번에 물속을 쇄도하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광역 보호막 밖에 있는 탱커진이 위에서 수직강하 하듯이 광선을 발사했고, 광역 보호막 안에 있는 테레사도 비스듬히 광선을 쏘았다.
십여 가닥의 광선이 정확히 머리에 명중했다. 워낙 몸집이 커서 빗나갈 염려는 할 필요도 없었다. 광선 에너지의 열기에 바닷물이 달아오르며 희뿌연 증기가 피어올라 시야를 가렸다. 곧이어 섬광 궁극기를 전부 얻어맞은 괴수의 표면에서 터진 빛 무리가 모든 광학 센서를 마비시켰다.
「어떻게 됐……!」
투우웅!
유지웅의 질문은 의미를 잃었다. 광역 보호막을 때려오는 묵직한 충격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증기가 수면으로 상승하고 빛이 사그라지며 나타난 모습에 대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 괴수는 여전히 건재했던 것이다.
「어, 어떻게?」
「말도 안 돼! 어떻게 저럴 수 있어!」
탱커의 섬광 궁극기는 관통 성질을 갖는다. 괴수의 방어막을 무시하고 들어가 체내에 직접 타격을 준다. 괴수에게 재래식 병기가 통하지 않는 건 방어막이 핵 공격 미만의 파괴력을 견뎌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체내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면 방어막에 상관없이 괴수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괴수는 버텨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방어막 손실 정도 미약! 탱커의 궁극기가 방어막을 뚫지 못합니다!」
「말도 안 돼! 섬광 공격은 히카리의 방어막도 뚫었는데!」
탱커의 섬광 궁극기가 방어막을 뚫지 못한다. 그것은 탱커의 궁극기가 일반 딜러와 다를 바 없다는 소리다. 적어도 저 괴수에게는 말이다.
유지웅은 그만 질렸다. 퍼플 결정체의 힘을 온전히 사용하는 개체라서 방어막의 강도도 다른 것인가? 결정도가 13만이 넘는 무지막지한 녀석이라서 저런 것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쿤겐, 앞으로 나서세요! 공대장님, 광역 보호막을 거둘 준비! 카운트를 세면 광역 보호막을 거두고 쿤겐은 0-1-0 방위각으로 빠집니다! 공대장님은 쿤겐에게 단일 보호막을 걸 준비를 하세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더 이상 광역 보호막에 의존하는 건 무의미합니다. 아니, 손해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대장님이 리타이어됩니다!」
제니스 공격대는 전적으로 유지웅의 보호막 능력에 모든 것을 의존하고 있다. 그가 곧 공격과 수비의 핵이자 모든 것이다. 그가 리타이어한다면, S급 장비를 좀 갖춘 대규모 공격대에 지나지 않는다. 13만 5,000의 무지막지한 괴수 앞에서는 돌고래에게 쫓기는 연약한 날치 떼로 변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쿤겐은 어그로 확보를 못…… 아!」
그제야 생각났다. 지금 괴수는 새끼를 잃은 원한에 눈이 멀어 테레사만 노리고 있다. 굳이 어그로를 끌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알겠습니다. 써! 제게 보호막을!」
「카운트 세겠습니다. 3, 2, 1, 지금입니다!」
테레사가 빈 공간을 찾아 재빨리 질주했다. 유지웅은 그녀에게 단일 보호막을 걸어주고는 곧바로 광역 보호막을 껐다. 충전 장비를 살펴보니 벌써 총 잔량의 30%가 고갈되어 있었다.
탐색전을 이제 막 시작했는데 충전잔량의 30%를 날린 것이다. 이대로라면 오랜만에 리타이어 현상을 겪을지도. 도망칠 방법도 요원한 물속에서는 자칫 떼전멸을 당할 수도 있으리라.
「메이, 약화 능력을 거세요!」
「알겠어요!」
가장 후미, 힐러진과 섞여 있던 메이가 손을 뻗었다. 희미한 빛이 그녀의 손에서 빛나며, 괴수와 감응 현상을 일으켰다. 과연 영향력이 있는지 괴수는 잠시 몸을 비틀었다.
허나 그뿐이었고, 괴수는 곧 테레사를 향해 돌격했다. 테레사는 있는 힘을 다해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괴수는 너무 빨랐다.
쿠웅 하고 3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몸체와 조그만 테레사의 육신이 부딪쳤다. 테레사는 저만치 나가떨어지며 중심을 잡으려 애썼다.
「보호막 손실! 엄청난 파괴력입니다! 추정 충격 수치 7!」
단 한 번의 추돌로 단일 보호막이 깨져나갔다. 충격 수치 4단계가 일반 탱커를 초죽음으로 몰아넣는 걸 생각하면, 충격 수치 7은 무지막지한 것이다. 3단계 보호막과 S급 방어장비, 둘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없었다면 테레사는 초죽음이 되었을 것이다.
「쿤겐, 괜찮습니까?」
「네! 아무 이상 없습니다! 콜록! 콜록!」
「어서 힐을! 그리고 보호막을! 다음 공격이 들어옵니다!」
수중장비복은 충격을 흘리는 소재로 만들어졌다. 찢거나 불태우는 게 아니라 단순 충돌이라면 내구도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저런 공격을 계속 받는다면 수중장비복의 내구도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 못한다. 그리고 수중장비복이 훼손되면, 수중에서는 호흡할 수 없는 점 때문에 테레사가 월등히 불리해진다.
「딜러들, 궁극기 준비! 광역 공격이 쿤겐에게 닿지 않도록 괴수의 후미를 노립니다!」
300미터가 넘는 거체다. 전방에서 탱킹하고 있는(얻어맞고 있는) 테레사에게 영향이 가지 않게 광역 공격을 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 딜러진은 재빨리 딜 준비를 했다.
「아, 근접 딜러들은 대기합니다! 여러분들에게까지 보호막을 줄 여유는 없습니다!」
드디어 밥값을 할 때가 되었다며 전의를 불태우던 근접 딜러진은 시무룩해져서 물러났다. 원거리 딜러진이 장비에 힘을 집중하며 궁극기를 타격할 준비를 했다.
「공대장님은 바로 결계를 준비하세요! 녀석의 움직임을 최대한 억제한 다음에 공격하겠습니다! 날개, 아니 결계 에너지는 정효주 탱커에게 주입하세요!」
「알았어요!」
유지웅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곧 그의 몸이 눈부신 빛에 휘감겼다. 하얗고 촘촘한 그물이 뻗어나가 괴수의 거체를 꽁꽁 묶듯이 감쌌다.
순간 테레사를 쫓기 바쁘던 괴수가 멈칫했다. 결계 능력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게 하진 못했지만, 장태준은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딜러진, 일제 타격 실시!」
수십 가닥의 빛줄기가 수중을 관통했다. 탱커의 섬광 궁극기에 비하면 보잘것없어 보이는 빛줄기였다. 그러나 가는 빛줄기가 괴수의 몸에 부딪치는 순간, 굉음과 함께 엄청난 빛이 터졌다.
============================ 작품 후기 ============================
전편 챕터 트로이의 목마를 심해어로 바꿨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내용이 있어서 챕터 명을 트로이의 목마로 했는데, 글을 막상 쓰다 보니 전개상 뒤로 미뤄져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