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332)
00332 진격의 상어 =========================================================================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뭐야? 왜 저래?”
“설마 죽었나?”
정효주를 물어뜯을 듯이 달려들던 베링 샤크가 갑자기 움직임을 정지했다. 반사적으로 물러난 정효주는 숨을 고르고 녀석의 기색을 살폈다. 혈기왕성하게 달려들던 녀석이 멈추자 오히려 불안함을 느낀 것이다.
―우우우…… 우우……
동굴 바위 틈 사이로 떨리는 듯한, 기이한 바람소리가 울렸다. 포효와는 거리가 먼, 마치 사람의 흐느낌을 닮은 듯한 절규. 가슴이 아련해지는 듯한 먹먹함에 정효주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녀석에게 동정심을 느끼려고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앗!”
등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그녀는 수직에서 검을 그대로 내리꽂았다. 하얗게 빛나는 섬광이 칼날에 맺혀 눈부신 광채를 발했다. 검이 녀석의 이마에 꽂히려는 순간이었다.
―캬아아아!
날카로운 포효가 폭발처럼 뻗어나갔다. 동시에 녀석의 온몸이 붉은 빛에 휩싸였다. 빛이 곧 터지고, 폭풍에 휘말린 정효주는 검을 찌르지도 못한 채 그대로 하늘 높이 솟구쳤다.
“으악!”
“꺄아악!”
후폭풍이 어찌나 거셌던지 거리를 두고 있던 본진 대원들까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유지웅은 급히 광역 보호막을 쳤다. 거의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번쩍!
둔탁한 충격파가 광역 보호막을 때렸다. 단 두 번의 가격으로 광역 보호막이 우수수 깨져나갔다.
“효주야!”
베링 샤크의 거대한 몸집이 물 위로 솟구치는 것이 보였다. 녀석은 그대로 정효주를 온몸으로 들이받았다. 단일 보호막이 깨져나가며 부상을 입은 그녀가 입에서 피를 토했다.
“힐! 빨리 힐!”
힐러진이 부랴부랴 힐을 시전했다. 하얀 빛이 그녀의 몸에 스며들며 부상이 치유되었다. 유지웅도 급히 보호막을 걸었다.
“아아악!”
정효주를 구해내고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본진에서 갑자기 비명이 터졌다. 놀라서 돌아보니 메이가 머리를 움켜쥔 채 쓰러질 듯이 주저앉아 있었다. 그녀의 귀와 입에서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메이? 어떻게 된 거예요?”
유지웅은 당황했다. 멀쩡히 본진에 있던 메이가 왜?
힐러들이 급히 힐을 시전해서 메이를 치유했다. 그녀는 하얗게 탈색된 채 더듬더듬 말했다.
“디버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 힘이 끊겼어요. 그리고 보이지 않는 충격이 되돌아왔어요.”
“다시 디버프를 걸 수 있겠어요?”
“해, 해볼게요!”
메이는 겁에 질려 있었지만 결연하게 대답하고는 땅을 딛고 일어섰다. 두 손을 뻗으며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의 손에서 뻗어나간 빛이 괴수와 동기화를 맺으려는 순간이었다.
“꺄아악!”
그녀가 또 다시 비명을 지르며 털썩 주저앉았다. 아까보다 더 많은 피가 입과 귀에서 흘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메이, 디버프는 그만 두세요. 베링 샤크가 강한 반발 현상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하, 하지만 제가 디버프를 걸지 않으면!”
「오더에 따르세요. 메이가 위험합니다. 모든 예비대 원거리 딜러진은 전원 궁극기 타격 준비.」
베링 샤크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정효주는 정신없이 쫓기고 있었다. 혹시 아까는 봐주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제대로 싸우지 않았던 것일까?
「카운트는 생략합니다! 딜 시작!」
자리를 잡고 준비를 마친 딜러들이 일제히 섬광을 쏘았다. 다연장로켓포의 불꽃처럼 수십 개가 넘는 빛의 화살이 괴수를 향해 포물선을 그렸다.
콰과과광!
빛의 화살이 타격하자 요란한 폭발이 근방을 뒤덮었다. 하늘 높이 솟은 버섯구름이 검은 연기를 뿜었다. 잠시 후 연기가 걷히고 나타난 괴수의 모습은 여전히 멀쩡했다.
「방어막 손상도 미약.」
「메인 탱커가 물렸습니다!」
거대한 이빨이 정효주를 물었다. 보호막을 뚫고 이빨이 들어가자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아아악!”
마침내 보호막이 깨지며 이빨이 그녀의 허벅지에 깊이 박혔다. 힘줄이 끊어지는 통증에 그녀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탱커가 고통에 강하다지만 고통 자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허벅지가 뭉개질 정도의 부상에도 침착할 수는 없다.
「쿤겐! 이유리! 메인 탱커를 구출하세요!」
“알았어요!”
“예, 써!”
두 여자가 바람같이 달려와서 괴수의 등을 타고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머리까지 도달한 두 여자는 괴수의 이빨에 대고 무기를 휘둘렀다.
깡! 까강!
두 여자의 무기는 이빨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다. 괴수의 거대한 눈동자가 빙그르 돌아가며 두 여자를 추적했다. 테레사가 무기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올렸다.
“이걸 네 입에 쏴주지! 어디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그녀의 무기에 궁 에너지가 맺히기 시작했다. 섬광기를 녀석의 입 안에 발사할 작정이었다. 녀석도 그것을 눈치 챘는지 정효주를 떨어뜨리고 입을 다물었다.
“이유리! 빨리 밥값을!”
“알았다고요! 알았어! 밥값이 뭐예요!”
이유리가 얼른 수면으로 뛰어내려 부상을 입은 정효주를 낚아채었다. 그녀는 추진 장치를 가동해 힘껏 괴수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힐이 들어오며 정효주의 부상이 아물었다.
“추진 장치가 깨졌어요. 교체해야겠어요.”
「메인 탱커 잠시 이탈. 두 분이 맡아주세요.」
“알았어요!”
수중 레이드는 아니지만 호수나 마찬가지인 곳에서 싸우다 보니 추진 장치는 필수였다. 정효주는 방금 공격으로 깨진 장비를 교체하러 이탈했고, 대신 테레사와 이유리가 나섰다.
―캬아아아!
괴수가 빠르게 돌진했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저 거대한 몸집과 어울리지 않는 놀라운 속도였다.
쿠궁!
이유리는 재빨리 피하려고 했지만 너무 빨랐다. 그녀는 300미터가 넘는 거체와 충돌해서 높이 솟아 나가떨어졌다. 내장이 전부 뒤집어지는 듯한 느낌에 정신이 혼미했다. 허공에 붕 뜬 와중에도 정신없이 피를 토했다.
「김재원 씨! 이유리 씨를 받아줘요! 힐러진은 어서 힐을!」
“예!”
박치기 한 방에 이유리를 보내버린 괴수는 다시 테레사한테 눈을 돌렸다. 녀석의 이마에 올라탄 채 겨우 중심을 잡고 있던 테레사는 흠칫 했다. 거대한 눈동자가 마치 자신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였다.
괴수의 온몸이 붉은 빛에 휩싸였다. 또다시 광역 공격을 가하려는 것이다.
「쿤겐! 녀석한테서 떨어지세요!」
오더가 떨어지자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힘껏 점프해서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거의 동시에 빛이 터지며 충격파가 그녀의 온몸을 덮쳤다.
* * *
“갑자기 강해진 이유가 뭐지?”
통제부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레이드는 계획대로 이뤄졌다. 내지 깊숙이 끌어들여서 얕은 수로에 녀석을 가두고, 퇴로도 차단했다. 전장은 호수나 마찬가지였지만 탱커를 제외하고는 물에 들어갈 필요도 없고, 탱커도 호흡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되었다.
지구력이 조금 염려 되었으나 어느 정도는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녀석이 달라졌다.
“아까까지는 소극적으로 전투에 임한 게 아닐까요?”
“녀석이 왜 그럴 필요가 있나?”
“…….”
CIA의 공작을 모르는 지원팀으로서는 이게 어찌 된 건지 알 도리가 없었다.
“메인 탱커,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메인 탱커, 투입. 쿤겐은 물라나서 경계하세요. 원딜진 전원 딜 준비.”
장태준은 일단 그렇게 오더를 내렸다. 그때 표정이 굳은 팀원이 급히 보고했다.
“제1예비대 원딜진에서 5명 리타이어 호소! 충전장비 잔량까지 전부 소모했다고 합니다!”
“리타이어? 이렇게 벌써?”
“통상 공격 대신 궁극기 타격만 가하다 보니 리타이어를 겪은 것 같습니다! 다른 예비대 원딜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대로는 20분 안에 원딜 전원이 리타이어를 겪게 됩니다!”
계산보다 더 빨리 원딜들이 탈진해버렸다. 장태준은 스크린을 응시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빨리 결단을 내려야 했다.
“공대장님, 결계를 시전해야겠습니다.”
「지금요? 철수해야 하나요?」
“철수가 아닙니다. 안전지대가 어느 정도 녀석에게 영향력을 줄 겁니다. 안전지대에 갇히면 메이의 디버프도 다시 먹혀들어갈 수 있고요. 최대한 전장을 유리하게 만들어서 근접 딜러를 투입해야겠습니다.”
「근딜을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근접 딜러의 움직임은 탱커에 맞먹을 정도로 민첩합니다. 안전지대와 메이의 디버프가 녀석에게 제약을 줄 것을 고려하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을 겁니다.”
「알았어요.」
유지웅은 지참한 블루 결정체를 쥐었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해서 결계를 펼쳤다. 작게 뻗어나간 촘촘한 그물이 블루 결정체 덩어리들을 감싸며, 그 안에 담긴 에너지를 흡수했다. 순식간에 블루 결정체가 증발했고, 그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섬광이 뻗어나가 사방을 뒤덮었다.
“안전지대! 전개 성공! 파동 확인되었습니다!”
“메이! 디버프 시전! 반발 작용 없습니다!”
“좋았어! 제1예비대 근딜진, 투입!”
10여 척의 소형 보트가 빠르게 출발했다. 안전지대의 영향력에 잠시 억눌려 있던 베링 샤크가 그것을 보고 입을 벌렸다. 붉은 광선이 덮치려는 순간 근딜들은 보트를 박차고 그대로 뛰어올라 녀석의 등에 착지했다.
칼을 꽂는데 성공한 어느 딜러가 궁 에너지를 터트리기 직전 서러움을 담고 외쳤다.
“장기전은 근딜이 세계 제이이이이이일이다!”
원딜은 딜 한 방 한 방이 강력하고 또 멀리서 안전하게 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딜의 꾸준함에서는 근딜에 비해 밀리고 비거 소모도도 높다. 쉽게 말해 빨리 지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장태준이 꾸준히 원딜 위주의 전술을 쓴 것은 블랙 몹 레이드가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근딜들은 매번 후방에서 구경이나 하면서 밥값도 못하는 머저리 취급을 받아야 했다. 누가 그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본인들 스스로가 그렇게 자학해왔다.
“이야아아아아아!”
그런 서러움을 담은 범위 타격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전술 화면을 관찰하던 장태준은 의외의 결과에 살짝 놀랐다.
“효과가 좋은데?”
“안전지대와 메이의 디버프 때문에 녀석의 움직임이 꽤 둔화되었습니다. 워낙 몸집이 커서 근딜들의 민첩한 기동력을 제대로 못 따라가고 있고요.”
“그렇군요. 곰을 잡으려면 벌떼를 쓰는 게 낫단 말인가.”
아예 제4예비대부터는 원딜로만 딜러진을 구성하려고 했는데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베링 샤크처럼 너무 거대한 녀석에게는 오히려 초근접전이 먹히고 있었다.
근딜을 활용할 수만 있다면 딜의 효율성과 지구력면에서는 원딜보다 오히려 좋다. 근딜은 원딜처럼 딜 에너지를 멀리 투사할 필요가 없어 오래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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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딜의 시대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