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595)
00595 왕관의 무게 =========================================================================
아기새들이 시끄럽게 짹짹거리는 소리에 브라우니는 슬그머니 눈을 떴다. 여섯 마리 아기새들이 몰려 와서 조그만 날개를 파닥거리고 있었다. 나는 연습을 하는 게 아니라 밥을 달라고 보채는 것이다.
아기새들은 이제 제법 많이 자랐다. 짧은 거리는 날개를 파닥거리면서 날아다닐 정도다.
브라우니는 끄응 하며 몸을 일으켰다. 이 어린 것들을 대체 언제 키워서 독립시킬까. 이제 먹이를 찾는 것도 일이다.
트리스티나, 제이라가 아기새들을 데리고 마중하듯이 짹짹거렸다. 브라우니는 날개를 크게 펼치고는, 한바탕 거센 바람을 불러일으키고는 멋지게 날아올랐다. 이거 봐라. 아빠 멋지지? 하듯이.
브라우니는 기척이 느껴지는 곳을 찾아 빠르게 활강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 도착했을 때는 단념해야 했다. 왜냐하면…….
“이봐! 우리가 먼저 왔다고! 저 녀석은 우리 거야!”
“무슨 소리야! 우리가 먼저 레이드 신청했다고! 여기 승인난 거 안 보여!”
“승인은 무슨! 승인이 절대적인 건 아니라고 행정부가 입장 표명한 게 언젠데! 우리가 먼저 와서 세팅도 다 했으니 저 녀석은 우리 거라고!”
“지랄을 하네! 법정 갈까? 법정 갈래?”
“뭐야! 이것들이 정말!”
멀리서 척 봐도 알 수 있다. 인간들이 먹이를 놓고 지금 서로 다투고 있는 것이다. 저런 곳에 끼어 들어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브라우니는 잘 안다. 그래서 냉큼 방향을 돌렸다.
다른 곳에 기척이 느껴져서 가봤지만…….
“탱커! 어그로! 힐러! 힐! 딜러! 딜해요!”
“잡았다! 잡았어!”
“으아아아아! 이게 몇 달 만에 레이드하는 거냐! 이제는 굶지 않아도 되겠어!”
무수한 경쟁을 뚫고 몇 달 만에 레이드에 성공한 공격대는 생활비를 벌었다며 기뻐하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괴수가 씨가 말랐다 보니 레이드 한 번 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웠다. 재미있게도 일부 힐러들은 ‘딜러들이 옛날에 이랬구나.’하며 그 고충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 브라우니는 다시 방향을 돌렸다. 그러나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였다. 기척이 느껴져서 가보면, 이미 인간들이 먼저 와서 선점을 한 상태였다.
이래서야 오늘 사냥은 공치겠는데? 어쩌지?
브라우니는 잠시 생각했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사냥터를 바꿔야 할 것 같다.
속도를 올린 브라우니는 해안가를 벗어났다. 동해를 벗어나 순식간에 일본을 건넌 브라우니는 북태평양에 진입했다.
이곳은 선박이 지나가지 않는 해역이었다. 해양 괴수의 위험이 득실거리는 좌표이기 때문이다. 푸른 물결을 낮게 스치듯이 마음껏 비행하며, 브라우니는 사냥감을 찾았다.
바로 그때였다.
―키에엑!
브라우니는 환호성을 질렀다. 예리한 촉감에 드디어 맛좋은 먹이가 잡힌 것이다. 잡아갔다가는 주인한테 뺏길 거 같긴 하지만, 그 전에 아기들에게 줘버리지 뭐.
왜 좋은 걸 자기한테 안 바쳤냐고 주인이 화를 내면 그냥 한 대 맞으련다. 그게 바로 하렘을 차린 자가 견뎌야 할 무게인 것이다. 이런 말도 있잖아? 하렘을 취하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라고.
풍덩!
빠르게 물속으로 입수한 브라우니는 순식간에 수심 200미터를 뚫고 들어갔다. 그리고 유유자적하게 헤엄치는 먹이를 단숨에 낚아채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삐이이이이이익!
날카로운 초음파가 고막을 때렸다. 브라우니는 놀라서 멈칫 했다. 눈앞의 먹이가 화를 내듯이 눈알을 부라리고 있었다. 방금 초음파, 이 녀석이 낸 거야?
삐이이이이이익!
그제야 브라우니는 깨달았다. 맛좋은 먹이인 줄 알았던 녀석이, 알고 보니 모비딕 1호였다. 범고래 가족 아빠…….
미안, 미안해. 먹잇감인 줄 알았다고.
브라우니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수면으로 부상했다. 가볍게 몸을 흔들어 물기를 털어내고는 다시 날아올랐다.
아, 먹이인 줄 알았는데 하필 동료일 건 뭐야. 바다가 좁다더니 진짜 하천이나 다름없네.
다른 먹이를 찾아 브라우니는 다시 날았다. 순간 눈이 번뜩였다. 맛좋은 먹잇감 하나가 수면 아래에서 유영하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브라우니는 냉큼 고속으로 입수했다. 이번에는 틀림없다! 눈알이 매우 커다란 대왕오징어 녀석! 처음 보는 녀석이니까 동료이거나 동료의 친척이거나 친구이거나 그런 것도 아닐 것이다!
단숨에 대왕오징어 괴수를 낚아챈 브라우니는 유유히 방향을 틀었다. 아직 살아 있는 대왕오징어 괴수가 꿈틀거리든 말든 일체 신경 쓰지 않고.
―짹짹짹짹짹!
집체만한 대왕오징어 괴수를 물고 돌아오자 아기새들은 그저 신이 났다. 밥이 왜 이렇게 크지? 게다가 생선회야! 우와! 맛있겠다!
아기새들이 달려드는 걸 브라우니가 으르렁거려서 움찔 멈추게 만들었다. 브라우니는 대왕오징어 괴수를 발톱으로 꽉 붙든 채, 부리로 다리를 하나씩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뜯어낸 다리를 아기새와 트리스티나, 제이라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그것만 해도 엄청나게 컸다.
왜 이렇게 하냐고? 이 녀석은 죽으면 몸이 사라져 버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려둔 채로 다리만 떼어낸 것이다.
대왕오징어 몸집이 워낙 크다 보니 아기새와 처들은 다리 한 짝씩만 먹고 배가 불러서 뒤집어졌다. 브라우니는 고민했다. 아직 몸통이 남았는데, 이건 어쩌지?
“브라우니가 레드 몹을 잡아왔습니다!”
“겨, 결정도 3만짜리입니다! 이럴 수가!”
“어쩌죠? 저거 저대로 먹게 놔둬야 하나요?”
결정도 3만이면 자그마치 원가만 3조 원이다. 국가 예산 하나가 눈앞에서 날아가고 있는데, 아무리 내 돈 아니라 해도 어찌 아깝지 않을 텐가.
괴수 관리소는 난리가 나서 자기들끼리 대책을 찾다가 결국 유지웅에게 보고했다.
「뭐, 지 새끼들 먹이는 건데 놔두세요. 그거 얼마나 한…….」
「제가 지금 바로 갈게요! 먹지 못하게 말리세요!」
통화 도중 유지웅의 말을 끊고 정효주가 끼어들었다. 과연 몇 십 분 후 그녀는 순식간에 괴수 관리소에 도착했다. V-23을 타고 서울에서 동해까지 돌파한 것이다. 남편은 헤퍼도 어머니는 알뜰하다, 고 해두자.
“브라우니!”
그녀가 도착했을 때도 대왕오징어는 몸통과 머리만 남은 채 아직도 숨이 붙어 있었다. 자그마치 결정도 3만에 달하는 저 험악한 괴수를 발톱 하나로 느긋하게 붙들고 있는 걸 보면, 브라우니도 확실히 블랙 몹은 맞는 모양이다.
가장 맛있는 이 부위를 어찌해야 할까 궁리하던 브라우니는 정효주를 보고 그만 놀라서 발톱에 힘을 꽉 주었다. 그 바람에 숨만 붙어 있던 대왕오징어 괴수는 즉사하고 말았다.
화악, 하고 빛이 일어나며 대왕오징어 괴수의 몸통이 사라져 버렸다. 그 자리에는 반짝이는 블루 결정체 하나만 남았다. 정효주가 다가오자 브라우니는 놀라서 얼른 몸을 비켰다.
그녀는 장갑을 낀 손으로 블루 결정체를 쥐었다. 신랑과는 달리, 그녀는 요즘 들어서 결정체 하나하나가 귀중했다. 하물며 몇 천도 아니고 3만짜리라고 하지 않은가.
“잘했어, 브라우니.”
―끼이잉…….
“다음에도 이건 남겨놔야 해. 알았지?”
다리는 이미 아기새들이 먹어치웠다고 들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알짜배기인 결정체만 남겨두면 된다.
브라우니는 제일 맛있는 걸 뺏겨서 조금 억울해하는 듯했지만 고개를 푹 숙이고 수긍했다. 멋모르고 개겼던 시절, 정효주한테 실컷 얻어맞은 기억이 아직도 너무 강했다.
* * *
결국 브라우니는 물고기를 주로 사냥하기로 했다.
육지에 있는 약한 먹이(옐로 몹)들은 노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 육지에 있는 강한 먹이(레드 몹)들은 아무래도 새끼들과 처들까지 먹이기에는 양이 너무 작다.
하지만 물고기는 다르다. 일단 몸집이 무척이나 커서, 오징어 같은 경우는 다리 하나씩만 떼어내도 가족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거기에 육지 녀석들과는 달리 다리를 떼어내도 오래 살아 있고, 또 결정체도 남아서 주인한테 혼나지도 않는다.
가장 맛있는 걸 뺏겨야 하는 게 속 쓰리지만, 어쩔 수 없다. 매인 신세가 다 그렇지, 뭐.
일본 상공을 지나 막 태평양에 진입하려던 브라우니는 순간 흠칫 했다. 이게 뭐지?
저 아래 쪽에서 뭔가 강한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니, 이것은 맛있는 먹이의 기척이 아닌가? 왜 이렇게 땅에 가까운 곳에까지?
브라우니는 얼른 급강하로 쇄도해 들어갔다. 저 아래, 푸른 파도가 철썩이는 조그만 바위가 보였다. 그 바위 위에서 먹이는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바로 저 놈이다!
―키에에에엑!
브라우니는 부리를 크게 벌려 정면으로 음파를 뿜었다. 먹이를 곧바로 기절시키기 위해서였다. 몸집이 작은 걸 봐선 아직 새끼 같은데, 괜히 반항하는 걸 제압하다가 실수로 죽여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죽으면 결정체만 남는다.
과연 블랙 몹의 포스는 어디 가지 않는지, 먹이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바위에 착지한 브라우니는 의문에 찬 눈으로 먹이를 위아래로 훑었다. 이거, 왜 이렇게 조그맣지?
무엇보다 생김새가 이상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분명히 먹이 같았는데, 먹이인지 아닌지 애매모호했던 것이다. 꼬리지느러미가 달린 걸 봐선 물고기가 맞는데, 상체가 조금 이상하다. 무엇보다 양이 너무 작아서 새끼 한 마리 배도 못 채울 것 같다.
할 수 없이 브라우니는 주인에게 조공하기로 결정했다. 이 녀석을 조공하면, 다른 쎈 놈을 잡아서 가족에게 줘도 크게 뭐라고 하지 않겠지? 그런 얄팍한 계산이 섰던 것이다.
기절한 먹이를 물고 브라우니는 괴수 관리소로 돌아왔다. 사람들에게 가져가라는 듯이 한가운데에 내려놓고, 다시 날개를 펄럭여 그 자리를 떠났다. 다른 먹이를 잡아오기 위해서.
* * *
그 시각, 유지웅은 유럽에서 레드 몹 레이드를 하고 있었다. 정효주와 둘이서 하는 2인 레이드였다. 평소에 많이 노는 만큼, 일단 레이드를 나오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 종일 꼬박 몰두하는 편이다. 그게 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국내 레드 몹은 자기 말고도 잡을 사람들이 많다. 제니스 예비대도 있고, 클래스는 떨어지지만 다른 레드 몹 정공도 있고. 그래서 그는 주로 해외에서 레이드를 한다. A3도 있고 이동도 편리하니까.
오늘도 벌써 15마리를 잡았는데, 갑자기 한국에서 급한 연락이 왔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브라우니가! 브라우니가!」
“소장님. 숨 돌리시고 말씀하세요. 무슨 일이신데요? 브라우니가 뭐요? 블랙 몹이라도 잡아서 결정체 꿀꺽 했나요?”
「사, 사람을 납치해왔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 녀석이 글쎄, 사람을 납치해왔습니다! 사람을 먹이로 생각한 거 같습니다! 이 일을,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정효주의 얼굴도 덩달아 굳어졌다. 유지웅은 어처구니가 없어 일단 대답해줬다.
“알았어요. 금방 돌아갈게요. 참, 그 납치해왔다는 사람은 무사한가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은데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원 확인을 할 만한 것도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옷 하나도 걸치지 않고 있었습니다.」
“금방 가죠.”
전화를 끊은 유지웅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브라우니, 이 녀석.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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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브라우니는 먹이 사냥에 바쁩니다!
One who wants to take the harem, bear the harem.
(하렘을 꾸리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