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65)
00665 천둥군주 =========================================================================
「사용자의 적을 공격하겠습니다.」
오리나는 담담히 말하며 손을 뻗었다. 작은 태양처럼 빛나는 구체가 맹렬히 회전을 시작했다. 눈부신 섬광이 오리나의 전신을 촘촘히 감쌌다.
‘역시 레드 결정체 값은 하네!’
유지웅은 주먹을 불끈 쥐며 감탄했다. 브라우니는 겨우 한 방에 나가떨어졌는데, 오리나는 북극곰을 상대로 시간을 벌었다. 정녕 클래스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하앗!”
정효주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달려들었다. 북극곰은 노기를 뿜어내며 공격대 본대를 공격하려고 했다. 그러나 허공에 둥둥 떤 오리나가 빛의 화살을 날리며 발을 묶었다.
「가소로운 것들!」
북극곰은 포효를 내지르며 정효주에게 앞발을 휘둘렀다. 일단 가장 눈에 거슬리는 그녀 먼저 처리한 다음, 저 작은 인형 같은 녀석을 박살내줄 작정이었다.
“됐다! 어그로가 잡혔어!”
“딜러들! 딜 넣을 준비해요!”
원거리 딜러진이 일제히 힘을 끌어올렸다. 본대에서도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북극곰은 그것을 보았으나, 귀찮게 물고 늘어지는 정효주를 상대하느라 바빴다.
‘아프다.’
정효주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한 방, 한 방을 맞을 때마다 방어막이 깨져 나가며 엄청난 아픔이 쇄도했다. 통증이 반쪽짜리 탱커로 레이드판을 전전긍긍하던 시절을 생각나게 했다.
「허약한 필멸자들 같으니!」
북극곰의 앞발에서 벼락이 솟구치고 있었다. 날카롭고 긴 발톱 사이사이에서 스파크가 쉬지 않고 튀었다. 스치기만 해도 보호막이 찢겨나가며 온몸에 짜릿한 통증이 흘렀다.
번쩍!
수십 다발의 빛줄기가 북극곰을 직격했다. 정효주는 두 팔을 앞에 모으고 온몸을 웅크리며 충격에 대비했다. 굉음이 울리며 사방 천지가 뒤흔들렸다. 자욱하게 일어난 흙먼지가 시야를 완전히 빼앗았다.
「피격률 65%. 공격력이 비효율적입니다. 명중률 상승을 위한 조정에 들어갑니다.」
“뭐?”
아무도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러나 제2차 공격이 시작되자 그들은 경악하며 놀라워했다.
구체에서 솟아나온 빛이 공격대원이 날린 빔에 강하게 공명 반응을 일으켰다. 놀랍게도 대원들이 발사한 빔이 허공에서 제멋대로 휘기 시작했다.
보통 원거리 딜러들이 집단 공격을 하게 되면 100% 명중하기 어렵다. 조준이 빗나가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아군이 날린 공격끼리 허공에서 부딪쳐 상쇄되는 경우도 있다.
헌데 오리나가 간섭하자 수십 다발의 빔이 허공에서 정교한 궤적을 그리며, 북극곰을 향해 똑바로 날아들었다.
섬광이 번쩍이며 또다시 굉음이 터졌다. 대원들은 안전한 광역 보호막 안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먹힌다!’
잡을 수 있다! 이대로만 가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 그렇게 사기가 솟구친 순간이었다.
「크어어엉!」
섬광과 공음을 뚫고 거대한 그림자가 뛰쳐나왔다. 대원들은 아차 싶었다. 정효주가 뒤늦게 쫓아왔지만 북극곰의 발이 훨씬 빨랐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북극곰은 공역 보호막을 앞발로 강하게 내리쳤다. 광역 보호막 전체에 충격파가 퍼져나가며 일그러진 잔영을 남겼다.
‘겨우 한 방에?’
유지웅은 이를 악물고 힘을 집중했다. 광역 보호막에 지속적으로 힘을 불어넣었다. 어느 대원들이 공격 자세를 갖추자 최정원은 기겁을 해서 만류했다.
“안 돼요! 쏘지 마요! 지금 쐈다가는 광역 보호막이 먼저 깨질 거예요!”
“그럼 어떡해요?”
“메인 탱커가 어떻게든 떼어내야 하는데……!”
어느새 달려온 정효주가 북극곰의 등에 뛰어오르며 검으로 힘껏 내리 찔렀다. 그러나 까강 하는 굉음만 울렸을 뿐, 검은 녀석의 방어막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섬광 에너지를 검에 집중했다. 2차 궁극기가 발현된 검은 폭발적인 에너지를 응축한 채 북극곰의 등을 찔러 들어갔다. 그러나 형체가 보일 정도로 강하게 압축된 방어막이 막아냈다.
“젠장! 젠장!”
정효주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단단해도 너무 단단했다. 방어막 자체의 강도도 높을 뿐더러, 자신이 섬광 에너지를 검에 모으듯이 녀석도 방어막 에너지를 압축해 밀도를 높일 줄 알았다.
「크어어어엉!」
북극곰은 정효주를 아랑곳하지 않고 두 앞발을 번갈아 가며 광역 보호막을 세차게 때려댔다. 한 번, 한 번 부딪칠 때마다 번개가 솟구치며 스파크가 튀었다. 이대로는 찢어지고 만다.
유지웅은 문득 북극곰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오싹한 소름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틀림없었다. 녀석은 지금 자신을 목표로 정하고 있었다.
「크아앙!」
갑자기 동작을 멈춘 북극곰이 입을 크게 벌렸다. 날카로운 이빨 끝에서 치지직거리며 전기 스파크가 일고 있었다. 또 다시 입으로 전기 숨결을 뿜어낼 셈인가?
아니었다. 녀석은 그대로 이빨로 광역 보호막을 물어뜯었다. 단단한 암석이 깨져나가는 듯한 소리가 울리며 광역 보호막이 그대로 찢어져 나갔다.
“뚜, 뚫린다!”
한 점이 뚫리고 만 광역 보호막은 더 이상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산산이 흩어졌다. 정효주는 북극곰의 목을 노리고 힘껏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북극곰은 재빨리 몸을 돌리며, 앞발로 있는 힘껏 그녀를 후려쳤다.
“꺄아악!”
예상치 못한 반격에 그녀는 그만 뒤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정효주와 광역 보호막, 거치적거리는 게 모두 사라진 북극곰은 그대로 힘껏 뛰어올랐다.
“안 돼!”
김철희와 테레사, 이유리가 동시에 앞을 막아섰다. 김철희가 가장 먼저 가로 막았다. 북극곰은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앞발로 한 대 후려쳤다.
“크아악!”
김철희는 제대로 피하지도 못한 채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보호막이 단숨에 부서지며 엄청난 충격이 온몸을 덮쳤다. 저만치 널브러진 김철희는 눈이 뒤집힌 채 사지를 바들바들 떨었다.
“비켜!”
그걸 본 테레사가 이유리를 힘껏 밀어냈다. 그리고 북극곰 앞을 대신 가로 막았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자신의 몸을 믿었다.
“크윽!”
앞발이 후려치는 순간 테레사는 어마어마한 통증을 느꼈다. 처음부터 죽을 각오로 막아선 덕분일까. 그녀는 다행히 정신을 잃진 않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눈앞에는 하늘만이 보일 따름이었다.
마침내 유지웅은 북극곰 앞에 무방비로 섰다.
맹수의 살기가 흐르는 거대한 눈이 내려다보자 유지웅은 저도 모르게 손끝을 벌벌 떨었다. 이런 두려움을 느껴본 것이 대체 언제였을까.
“어딜!”
그때였다. 정신을 차린 정효주가 어느새 달려와서 유지웅의 앞을 막아섰다.
“모두 물러나요!”
“하, 하지만……!”
“어서요!”
정효주가 재차 명령했다. 대원들은 재빨리 사방으로 흩어져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훈련받은 대로 진형을 재구축했다.
오리나가 빔을 몇 차례 날리며 견제를 시도했다. 그러나 북극곰은 대수롭지 않게 맞았다. 같은 화이트 급이지만, 오리나와 북극곰의 전투력은 격차가 심했다.
「에너지 응집 시도. 밀도 상승 중. 회전 강화.」
오리나는 방법을 바꿨다. 단발 공격을 삼가고, 에너지를 있는 힘껏 끌어 모았다. 또한 구체를 맹렬히 회전시키며 운동 에너지를 한층 증가시켰다.
북극곰이 앞발을 세차게 휘둘렀다. 정효주는 이를 악물고 유지웅을 껴안았다. 그리고 힘껏 옆으로 굴렀다. 그때를 노린 오리나는 강화된 에너지빔을 난사했다. 하늘에서 유성우가 내리듯이 하얀 빔이 무차별로 쏟아졌다.
「비천한 것!」
북극곰은 오리나를 돌아보며 으르렁거렸다. 오리나의 공격은 방어막을 무시하고 체내에 직접 타격을 가한다. 같은 괴수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육체를 가진 북극곰이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으나, 쉼 없이 내리꽂히는 통증이 짜증나게 했다.
정효주는 기다렸다는 듯이 유지웅을 안고 힘껏 뛰었다. 순식간에 거리가 벌어졌다. 흩어져서 지켜보던 대원들도 어느 정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
“고글이 반응하는데? 통신이 회복됐나 봐!”
그때였다. 고글 통신 주파수가 치지직거리며 디스플레이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통신이 회복되는 것인가?
「북미 항공사령부 통제에 있는 전술핵미사일 5기를 해킹했습니다. 잠시 후 이곳에 도달합니다. 대원들은 전원 공격대장과 합류하시기 바랍니다.」
오리나의 목소리가 고글을 통해 울렸다. 대원들은 기겁을 했다.
“뭐, 뭐야! 핵미사일? 아니, 그걸 왜 여기에?”
“핵미사일 따위가 저 녀석한테 통하겠어? 겨우 전술핵으로?”
“그보다 해킹은 언제 한 거야?”
“지금 그게 중요해! 일단 뛰어!”
대원들은 있는 힘을 다해 죽어라 뛰었다.
오리나는 고글 추적을 통해 대원 전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이 지역은 북극곰이 뿜어내는 강력한 자기장의 영향으로 통신이 불가능했지만, 오리나에게 그 정도 전파 장애는 문제도 아니었다.
핵이 떨어진다는 것을 들은 유지웅도 기겁을 했다. 그는 대원들이 모이자마자 재빨리 광역 보호막을 쳤다. 그걸로도 모자라 대원 전원에게 단일 보호막까지 걸었다.
「크어엉!」
북극곰은 바늘처럼 꽂히는 오리나의 공격에 완전히 흥분해 공격대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오리나는 냉정하게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미사일의 궤적을 틀었다.
잠시 후 거대한 버섯구름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 * *
후폭풍이 어느 정도 그치자마자 공격대는 재빨리 그곳을 이탈했다. 보호막 덕분에 대원들은 전원 상처 하나 없이 무사했다. 충분히 거리를 벌리자 정효주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저곳은 핵분열 반응이 안 일어날 텐데?”
「원격 조정으로 0.5초 간 붕괴 반응 억제 역장을 잠시 정지했습니다.」
“미사일은 어떻게 된 거야?”
「일시적 후퇴를 위해 자의적인 판단으로 미 항공사령부에 해킹을 시도했습니다.」
“핵미사일이 온라인만으로는 조정이 안 될 텐데?”
「미 정부가 비상 사용을 대비해 오프라인 발사 준비 절차를 모두 완료한 상태라 가능했습니다.」
유지웅은 아까 자신을 내려다보던 북극곰의 눈동자를 떠올리고 마른침을 삼켰다. 창피해서 말은 못하겠지만, 정말 그때는 죽는 게 아닌가 하고 겁이 났었다.
“너무 강해요.”
“이길 수는 있는 걸까요?”
“본대와 여전히 연락도 안 되고…… 답답한데.”
모두가 한숨을 쉬었다. 그때 오리나가 말했다.
「북극곰 괴수의 전투력 관련 데이터가 갱신되었습니다. 통상적인 레이드로는 희생 없이 섬멸하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방안을 제안합니다.」
“제안? 뭔데?”
「붕괴 억제 이론을 응용한 시뮬레이션을 마쳤습니다. 북극곰 괴수의 레드 결정체를 직접 공격하는 전자기파를 발생시켜, 레드 결정체의 폭주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정효주는 물론이고 유지웅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그런 게 가능해? 그럼 진작 말을 하지!”
「방금 전투에서 근접 정밀 스캔을 통해 갱신한 데이터를 토대로 만든 전술안입니다.」
“결정체 폭주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무찌를 수 있다는 거 아니야? 근데 전자기파? 그거 만들려면 뭐가 필요해?”
「레드 결정체급 에너지와 그 에너지를 북극곰의 레드 결정체가 폭주하도록 유도하는 전자기파로 변환하는 매개체가 필요합니다. 제가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레드 결정체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레드 결정체를 어디서 구…….”
유지웅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레드 결정체를 따로 찾을 필요가 있나? 바로 이 자리에 있는데?
그는 주먹으로 바닥을 탁 내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눈동자가 매섭게 빛났다.
“좋아! 해보자!”
============================ 작품 후기 ============================
순수한 전투력을 수치로 나타내봤습니다. 대략적인 수치이며, 향후 설정 조정에서 변동 가능성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전투력’에 관한 수치입니다.
유지웅&정효주 : 100만
나미 : 90만
오리나 : 30만
북극곰 : 300만
북극곰이 같은 급의 레드 결정체를 가졌으면서 매우 강력한 이유는 단순한 레드 결정체가 아니라 핵물질과 결합하여 새로이 재구성을 갖춘 특수한 레드 결정체를 보유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 녀석을 어떻게 때려잡아야 하나 그 전투 방법이 생각이 나질 않아 며칠 간 머리를 쥐어짜내며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오리나가 다행히 저의 고민을 해결해주었습니다. 오리아나 역시 짱짱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