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91)
00691 빼앗긴 땅에 오는 것 =========================================================================
유지웅이 매스컴에 나와서 직접 발표를 하자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해서 주시했다. 한국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는 대화와 협상, 중재를 할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게 유지웅의 경고가 끝맺자 대통령은 어느 정도 안심했다. 쉽게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 여긴 것이다.
“다행이군요. 흑석동이 피를 흘리고자 한다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텐데, 쉽게 쉽게 갈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이스라엘 사태는 대다수의 국가가 당장 학살을 멈춰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는 추세였다. 여기에 유지웅이 가세했으니 한결 일이 쉬워진다. WCO가 결정체 물량을 통제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이다.
이스라엘은 결정체 수급을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과 WCO는 국제 결정체 물량을 좌지우지하는 흑석동의 쌍두마차다. 군사적인 다툼을 갈 것도 없이 결정체 물량으로 압박을 가하면, 이스라엘은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했는데…….
「팔레스타인 포로 전원을 사살했다.」
이스라엘 정부군은 대통령의 상식을 한참 벗어났다.
그날 저녁, 유지웅은 비밀리에 청와대를 방문했다.
“힘으로 쓸어버려야겠습니다.”
유지웅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대통령은 올 것이 왔구나, 하며 속으로 신음했다.
힘? 충분하고도 넘친다. 확고한 명분? 역시 있다.
그러나 무력 투입은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모두가 한국을 지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분명히 횡포라며 비난하는 여론이 나온다. 세상에는 양비론을 좋아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결정체 물량 통제로 압박을 하는 방법은 어떻습니까? 결정체가 없이는 어느 나라도 버티지 못합니다.”
“시간이 걸려요.”
“그렇다 해도 확실하고 부담이 적은 방법을 따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대다수 국가가 우리를 지지하겠지만 분명 횡포라 비난하는 여론이 나옵니다. 불필요한 정치적인 부담을 짊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포로들이 죽기 직전이라면 재빠르게 무력 투입을 실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포로가 사살당한 마당에 굳이 무력을 투입할 필요는 없다. 결정체 통제로 이스라엘을 말려 죽이면서 비극을 멈추는 게 낫다. 대통령의 판단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리적이었다.
그러나 유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직접 AIPAC 회의까지 날아가서 호소하고, 협상과 중재를 위한 모든 준비가 되어 있으니 포로를 풀어달라는 공개 요구에 보란 듯이 처형해버린 자들입니다. 대화가 통할 거라 보세요?”
“…….”
“트롤, 아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들과 말을 섞으려고 해서는 안 돼요. 그들에게는 어떤 말도 통하지 않아요.”
“하지만…….”
“결정체 통제요? 그렇게 시간을 끌면 그 안에 어떤 짓을 벌일지 모르는 자들이에요.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에 핵을 떨어뜨릴 수도 있죠.”
그 말에는 대통령도 반박하지 못했다. 유지웅이 다시 말했다.
“전 깨달았어요. 절대로 시간을 줘선 안 돼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 * *
카브리엘 대통령은 전시 내각 회의를 긴급히 주최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요? 3사단장, 미친 거 아니오?”
대통령 또한 극시오니스트로, 팔레스타인을 절멸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에서 유대인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유지웅이 직접 나서서 포로를 풀어주라고 요구했는데, 보란 듯이 사살하고 그걸 또 발표하다니.
“일단 긴급 호출을 했습니다만, 3사단장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친! 지금 흑석동을 건드려서 뭘 어쩌자고!”
최대한 흑석동의 간섭을 배제한 채 팔레스타인을 몰아낸다는 게 합리적인 전략이었다. 대통령은 유지웅이 원하는 게 하마네스라는 포로라면 기꺼이 그를 내주고 시간을 벌 생각이었다.
헌데 3사단장의 애국심, 아니 과격함이 자신의 상상 이상이었던 모양이다. 정부에서 미처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자체적으로 포로를 처리해버리다니.
어찌 되었든 간에 흑석동을 자극한 셈이 되었으니 대비를 해야 했다.
‘미국이 나서야 해.’
유지웅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라 치면 그나마 미국이 있다.(한국은 애초에 논외) 대통령은 미국을 방파제로 세울 생각을 품었다. 미국이 나서주지 않으면 이스라엘은 답이 없다. 막말로 유지웅이 브라우니라도 띄우면 이스라엘은 그 날로 전멸이다.
‘그렇게까지 막 나가진 못하겠지.’
대통령은 설마 했다. 유지웅 입장에서야 무력 투입을 하면 모든 게 정리되겠지만, 그렇게까지 막 나가진 못할 것이라 여겼다. 분명 횡포요, 내정 간섭 아닌가?
그러나…….
“각하! 큰일입니다! 한국에 전시 대비령이 떨어졌습니다! 일본과 러시아, 중국 지역도 여기에 동조했습니다!”
“뭐, 뭐라고?”
* * *
한국이 설마 직접적인 무력 개입을 결심할 것이라고는 어느 나라도 예상하지 못했다.
일단 비극이기는 하나 남의 나라 일이다. 한국이 무력까지 써가면서 해결해야 할 이유는 없다. 무력이 아니라 결정체 통제, 외교적 압박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일 아닌가. 무력 투입은 어떻게든 피를 흘리게 되고, 그것은 한국에 정치적인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한국은 보란 듯이 전시 대비령을 내리며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한국이 그 먼 이스라엘까지 군대를 보낼까?”
“그럴 필요가 없지. 러시아를 움직이면 되는 걸.”
“그럼 전시 대비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없잖아?”
“상징적인 거지. 아마 한국은 소총수 하나 안 움직일 거다.”
한국이 움직이자 이에 동조하듯이 일본과 러시아, 여러 개로 분리된 중국 지역 국가들도 앞을 다투어 나섰다. 여차하면 지원을 해주겠다는 제스처였다. 이는 이스라엘을 압박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위협이었다.
「아랍 연합! 본격적인 결정체 물량 통제 선언!」
「이스라엘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결정체 수출 동결!」
이스라엘과 사이가 좋을 리 없는 아랍권에서 직접 결정체 물량을 수출할 일은 없다. 하지만 아랍에서 산 결정체를 제3국이 가공해서 이스라엘에 다시 판매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때문에 아랍은 아예 모든 결정체 해외 수출을 중단해버렸다.
해외 시장에서 아랍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상당하다. 가뜩이나 부족한 결정체가 더욱 부족해지게 된 셈이다. 물론 아랍도 경제적인 손해를 보겠지만, 수입을 전량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해외 시장이 얼어붙으면 목이 졸리게 된다.
발등이 불이 떨어진 AIPAC은 어떻게든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냉담했다.
「가자 지역 봉쇄는 현대에 벌어지는 대비극. 이스라엘 정부는 학살을 멈추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순서다.」
이스라엘은 사방에서 고립되었다. 온건파에 속하는 유대인들은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나라 없어지는 거 아니야?”
“설마…….”
“중국을 봐. 레이더 한 명 영입하려고 흑석동은 온갖 공작을 벌여서 여러 개 국가로 쪼개버렸어. 지금은 그때보다 더 엄청난 힘과 돈을 갖고 있다고.”
“그래도 설마…….”
하지만 극렬 시오니스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은 성전을 부르짖으며 흑석동에 대한 증오를 불태웠다.
“신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땅을 되찾았을 뿐이다. 제니스는 남의 나라 일에 개입하지 말라!”
“이것이야말로 독재자의 폭력이다!”
그 와중에 브라우니가 한국을 출발해 러시아로 이동했다. 러시아 기갑군대는 브라우니의 호위를 받으며 서쪽에 집결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진격로에 서식하던 괴수들은 브라우니에 놀라 달아나기 바빴다.
그렇게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을 때, 칠드그린 부통령이 흑석동을 찾아왔다. 정확히는 정효주를 찾았다.
“부군을 말려 주십시오. 제가 어떻게든 이 사태를 해결해보겠습니다.”
“어떻게요?”
“첩보 공작이든 암살이든 뭐든 해서 이스라엘의 지금 행위를 즉각 멈추게 하고, 사죄하도록 만들겠습니다. 무력 투입은 부군과 한국에도 결코 좋지 못합니다. 후에 어떤 식으로든 비난 여론이 일 겁니다.”
비난 여론이든 뭐든 간에 한국과 유지웅에게 해를 끼치지는 못한다. 이를테면 ‘굳이 입을 필요 없는 손해’인 셈이다. 정효주는 그 점에는 충분히 공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한 번 설득해보죠.”
* * *
하마네스.
유지웅은 오그리마 대광장 한복판에 앉아 있는 사제 캐릭터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벌써 며칠째 사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하마네스가 로그인을 한 상태로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자동 로그아웃 기능이 없기에, 유저가 스스로 로그아웃을 하기 전에는 튕기지 않는다.
그는 괜히 하마네스 주변을 돌았다. 모닥불을 피우고 인사를 걸고, 장난을 치고, 조롱을 했다. 깔깔거리면서 그 앞에서 캐릭터로 춤도 춰보았다. 하지만 사제 하마네스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뭐하고 있어?”
부드러운 손이 뒤에서 어깨를 감싸온다. 유지웅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정효주는 그윽한 눈으로 모니터를 쳐다보며 그를 살며시 안았다.
“저게 하마네스야?”
“……응. 최고의 힐러였는데.”
“많이 친했나 보구나.”
“3렙에 실버문에서 처음 만나고, 쭉 같이 키웠거든. 길드도 같이 가입했고. 권재랑 하마네스랑 나랑, 이렇게 셋이서 온 아제로스를 다 돌아다녔는데…….”
목소리가 다소 잠겨 있다. 정효주는 신랑이 느끼는 비통, 상실감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자기 화난 건 이해해. 하지만 충분히 다른 방법도 있지 않을까?”
“……효주 너도 반대해?”
“이스라엘은 어차피 궁지에 몰렸어. 칠드그린 부통령님을 만나봤는데, 이스라엘 내 강경파 전원을 암살해서라도 조속히 이 사태를 해결하겠대.”
“…….”
“우리가 직접 나서서 전면전을 벌일 필요는 없다고 봐. 그런다고 하마네스가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잖니?”
“시간을 주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놈들이야. 그냥 단숨에 쓸어버려야 돼.”
“미국이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건 막겠대. 믿어보자, 응?”
“…….”
“자기야. 한 번만 내 말 들어.”
팔레스타인 사태는 분명 큰 비극이다. 하지만 정효주는 가족의 위신이 더욱 중요했다. 유지웅이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 않기를 바랐다. 피를 묻히면 어떤 식으로든 비난 여론이 일게 된다.
그녀는 자기 일도 아니고, 타국의 일로 욕을 먹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충분히 우회적으로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데, 손해보는 짓을 하는 건 싫었다.
유지웅은 한참을 생각했다. 정효주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재촉해서는 안 된다. 신랑은 아직 친구를 잃은 비통함에서 자유롭지 못하니까.
이윽고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아까보다는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좋아……. 무력은 최대한 회피하자.”
“잘 생각했어. 부통령한테는 내가 연락할게.”
* * *
정효주의 연락을 받은 칠드그린은 안도했다. 그는 곧바로 비시에게 보고했다. 백악관은 흑석동의 양보에 가슴을 쓸어내렸고, 놀라운 성과를 이룩한 칠드그린의 능력에 감탄했다. 어느 누가 흑석동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그럼 흑석동은 더 이상 나서지 않는 건가?”
“그렇습니다. 이제 이스라엘을 압박해야 할 때입니다. 더 큰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때였다. 비서실장이 허겁지겁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각하! 큰일입니다!”
“무슨 일인가?”
“열 개체가 넘는 비행형 레드 몹이 이스라엘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브라우니가 한 짓으로 추정됩니다! 이대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피해가 예상됩니다!”
대통령과 부통령은 놀라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비시가 더듬더듬 내뱉었다.
“서, 설마 흑석동이?”
“그럴 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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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동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초기화하려고 한다!”
는 흔한 반도의 음모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