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71)
00771 %3C프리시즌 딜러편%3E 내가 천민? =========================================================================
“그 소식 들었어? 옐로 몹을 한 방에 때려잡는 근딜이 나타났대.”
“뭐? 말도 안 돼!”
“진짜래. 파라곤 공대장 알지?”
“이유리?”
“응. 이유리 탱커가 운영하는 고정 막공에서 레이드 하다가 몹 세 마리가 애드났는데, 그걸 혼자서 다 때려잡았대. 그것도 원샷 원킬로.”
“그게 가능해?”
“본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야. 이미 소문 쫙 났어.”
“대체 누구야? 나도 그 사람 팟에 들고 싶다.”
“혼자서 옐로 몹을 때려잡는데 뭐 하러 파티를 만들겠어?”
레이더 중에서 최고 귀족은 힐러다. 일반적으로 25인 공격대에서 힐러는 6명이 필요하다. 비율로 치면 24%인 셈이다. 그러나 전체 레이더 중 힐러의 비율은 3% 밖에 되지 않는다.
그해 비해 딜러는 전체 레이더 중 94%를 차지하고 있지만, 공격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0%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 딜러는 10명 중 6명이 레이드를 갈 수 있다는 거네? 그렇게까지 천민은 아니잖아?’
라고 생각하면 함정에 빠지기 쉽다.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레이더는 총 30만 명이다. 그중 힐러는 1만 명으로, 약 3.3%에 달한다.(한국은 아시아 중에서는 힐러가 많은 축에 속한다) 그리고 딜러는 약 28만 명이라고 한다. 나머지 1만 명은 탱커인 셈이다.
1만 명의 힐러가 모두 레이드를 가면 26,666명의 딜러가 일자리를 얻는다. 그런데 딜러의 총 수는 28만 명이다. 비율로 치면 9.52% 밖에 안 되는 것이다.
이처럼 희소성의 원리에 따라 힐러가 최고 귀족이고, 탱커가 평민으로 그 뒤를 잇고, 마지막으로 딜러가 천민 계층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천민 중에서도 또 계급이 나뉜다. 바로 원거리 딜러와 근거리 딜러다.
근딜은 근접 위치에서 딜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위험 가능성이 높다. 사망자가 나오면 규정에 따라 일정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예 안 뽑으면 딜이 모자라니 공대장들은 딜러진을 편성할 때 근딜과 원딜이 3:7이 되도록 뽑는다. 문제는 전체 딜러 수에서 근딜과 원딜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6:4로, 근딜이 좀 더 많다는 사실이다.
종합하면, 총 28만 명의 딜러 중에서 근딜은 168,000명이고, 이 중 레이드를 갈 수 있는 이는 7,996명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나머지 160,004명은 레이드를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이것도 힐러들이 성실히 레이드를 갈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168,000명 중에 레이드를 갈 수 있는 것은 겨우 7,996명…….
레이드를 갈 수 있는 근딜은 21명 당 한 명…….
이 끔찍한 통계는 근딜이야말로 불가촉천민이라는 사실에 못을 박는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혼자 몹 때려잡을 수 있으면 근딜이고 원딜이고 탱커도 힐러고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냥 1인 공격대지.”
“아니지. 그냥 1인 공격대가 아니지. 레이드 하는데 1분도 안 걸린다잖아? 보통 정공도 몹 하나 잡으려면 두세 시간은 레이드해야 하는데.”
“와, 그럼 진짜 완전 초귀족이네.”
“초귀족은 무슨. 그냥 황제지, 황제.”
“그냥 황제 가지고 되겠어. 절대 황제 정도쯤 되는 타이틀은 붙어야 되지 않아?”
지금껏 그 어느 클래스하고도 비교를 거부하는 놀라운 근접 딜러가 나타났다!
소문은 순식간에 한국 레이드계를 강타하고, 전 세계 레이드계로 뻗어나갔다.
* * *
C은행은 국내 1, 2위를 다투는 최고 은행 중 하나다. C은행 본점은 종로에 있는데, 건물가만 수천억 대에 달한다. 자산 규모가 350조 원을 넘어가며 거래고객은 3,700만 명이 넘는다.
오늘도 C은행 본점 건물은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이로 그룹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 C은행 본점으로 청바지를 입은 청년……이라고 부르기에도 앳된 남자가 터덜터덜 걸어왔다.
본점에 들어서자 로비 프론트에 있던 여직원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활짝 웃으며 말을 걸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고객님?”
“대출 좀 받으려고 왔는데요.”
“고객님, 죄송하지만 일반적인 개인 대출 상품은 저희 본점에서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다른 지점을 추천해드려도 되겠습니까?”
“레이드 대출이에요.”
“아,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레이더였나? 여직원은 청년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했다. 그래도 조금 의외이긴 했다.
‘레이드 대출이라 해도 본점까지 오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차림새를 보면 지나치게 평범하다. 혹시 레이더로 각성한지 얼마 안 된 초보인가?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레이더로 각성하고 다소 우쭐한 마음에 국내 최고인 C은행 본점까지 찾아온 것이리라.
‘힐러 아니면 탱커?’
아마 딜러는 아니겠지. 저 자신감은 힐러, 최소 탱커는 되어야 가질 수 있는 수준으로 보였다. 어느 정도 판별을 마친 여직원은 부장에게 보고했다.
“어서 오십시오. 제가 상담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머리가 반쯤 벗겨진 중년의 남자는 밝게 웃으며 청년을 조용한 접객실로 안내했다.
사실 갓 레이더로 각성해서 세상 물정 모르는 인물을 굳이 자신이 맡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저희 본점에서는 곤란합니다.’라는 말로 굳이 고객을 쫓아낼 필요는 없다. 지금은 초보 레이더지만 훗날에는 유명 정공의 리더가 되어 있을지 누가 아나? 무릇 레이더란 그런 것이다.
‘딜러만 아니면 되지.’
“실례지만 클래스가 어떻게 되시나요?”
“근딜입니다.”
“예, 그렇군요. 근딜…… 예?”
웃으며 말을 받던 부장은 살짝 놀라서 반문했다. 청년, 유지웅은 태연하게 덧붙였다.
“근딜이에요. 각성한 건 일주일 좀 안 됐고요.”
“……아, 예.”
부장은 조금씩 혈압이 치미는 것을 느꼈다. 아니, 지금 이 꼬마가 누구를 놀리려고? 탱커가 레이드 대출을 하러 찾아왔다고 해도 귀찮을 판인데, 딜러, 그것도 근접 딜러가? C은행 본점이 그렇게 우스워 보였나?
“제가 일단 구상한 것도 있고, 여기저기 일 벌일 것도 좀 있고, 또 개인적으로 당장 돈 들어가야 할 일도 많아서 급하게 돈이 조금 필요합니다. 오늘은 아쉬운 대로 일단 3조 원만 주시고 한 달 안에 20조 원 추가 대출 가능하겠죠?”
“…….”
이거 뉘앙스가 심하게 이상하다.
‘제가 그 돈 대출 받을 자격이 되나요?’가 아니라 ‘너네 그 돈 늦지 않게 준비할 수 있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오랜 금융업 종사로 수많은 VVIP 고객들을 상대해본 부장의 귀에는 정말 그런 뉘앙스로 들렸다.
‘이, 이 꼬마가 진짜로!’
그러니 더욱 환장할 노릇이다. 아니, 어디서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꼬꼬마가! 감히 국내 금융업을 쥐락펴락하는 이 C은행 본점을 뭐로 보고!
하지만 부장은 필사적으로 인내했다. 진상 중의 진상 고객이라 해서 함부로 대할 수는 없다. 오히려 더욱 친절한 웃음을 머금고 유들유들하게 상황을 넘겨야 한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감사팀에서 보낸 암행어사일 수도 있다.
“고객님. 대출 상품은 저희 은행 내부 규정에 따라 그 자격 요건과 금액이 엄격히 정해져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고객님의 신용 정보를 조회해도 되겠습니까?”
“아마 6등급? 7등급? 대충 그 정도쯤 될 건데요.”
아무렇지 않은 대답에 부장은 다시 한 번 이마에 보이지 않는 힘줄이 삐죽 솟았다. 지금 이 꼬마, 나를 놀리려고 작정한 게 맞지? 틀림없지?
“그렇다면 죄송하지만 고객님께서는 대출 요건이 안 되십니다. 저로서는 더 도와드리기 어렵군요.”
“신용 등급의 의의가 뭐죠?”
“예? 무슨 말씀이신지……?”
“상대가 부채를 얼마나 잘 상환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객관적인 수치로 매긴 게 신용 등급이잖아요? 바꿔 말하면 돈 빌려줄 때 꼭 그것만 보라는 법은 없죠. 그보다 더 중요한 다른 것을 보셔야죠.”
부장은 슬슬 부아가 치밀었다. 하지만 여전히 얼굴에 나타내지 않고 꾹 눌러 참았다.
“죄송하지만 고객님께 그 외 다른 요건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저로서는 더 이상 도와드릴 수 없다는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어, 음……. 하긴 부장님의 권한으로는 충분히 그렇게 결정하실 수 있겠군요. 부장급 인물이 나선 것은 너무 오랜만이라 제가 감을 잃었네요.”
“……??”
“어쩐다…….”
유지웅은 상대가 이제 부아를 넘어서 황당해하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자신의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표정을 진지하게 잡고 말을 이었다.
“저는 지금 매우 진지하고, 장난을 치려고 귀사를 방문한 게 결코 아닙니다. 저는 지금 당장 가진 자산은 없지만 늦어도 몇 달 안에 한국 최고의 부자가 될 테고, 2년이 안 걸려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귀사가 저를 믿고 돈을 좀 빌려주신다면 성실히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겠습니다. 또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향후 귀사를 주거래은행으로 지정해서 거래하겠습니다. 제 상환 의지와 능력에 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설명이 좀 긴데…….”
“이봐요! 경비원! 이 사람, 당장 끌어내요!”
“저기요. 사람이 끝까지 설명을 할 시간은 주셔야죠?”
부장은 드디어 쌓아둔 부아가 폭발했다.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어디서 미친 놈 하나가 되도 않는 장난질이야! 니가 레이더면 다야? 니가 말한 돈이 그리 우스워? 힐러가 수백 명이 찾아와서 사정을 해도 빌려줄까 말까 한 돈이야! 알아!”
건장한 경비원 둘이 다가왔다. 유지웅은 가볍게 한숨을 푹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짓으로 분명한 거부감을 표시하자 경비원들은 반사적으로 흠칫 물러났다.
“제 몸에 손대지 마십시오. 제 발로 알아서 나갈 테니까요.”
“…….”
서늘한 눈빛에 경비원들은 기이한 박력을 느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물러난 것이다. 상대가 크게 소란을 피운 것도 아니고, 제 발로 나가겠다는데 더 이상 건드리기도 그랬고…….
결국 유지웅은 본점을 나섰다.
‘아이고, 답답하네. 진짜로.’
23조 원 밖에 안 되는 잔돈 빌리기가 왜 이렇게 힘들지? 유지웅은 돌아가는 게 너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전의 삶에서는 23조 원쯤은 그냥 한 마디 말만 하면 저금통에서 바로 꺼내 쓸 수 있었는데…….
그는 다른 은행 본점도 들렀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끝까지 말을 꺼낼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심지어 마지막으로 방문한 은행에서는 이미 사전에 이야기를 들었는지 그를 보자마자 정중하게 방문을 거절했다.
“어떡하지? 계약금이랑 차도 사야 하고 이것저것 돈이 좀 필요한데.”
아무리 세계 최고의 재력가가 된다는 미래가 있어봐야 뭐하나. 지금 수중에는 돈이 한 푼도 없는데.(이유리에게 받은 24억이 있지만 그에게는 통장 잔고 0원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에 말하고 빌릴까? 아니야. 그건 더 까다롭고 복잡해.”
그때였다. 핸드폰이 지이이잉 하고 진동했다. 꺼내어 보니 문자가 와 있었다.
「울릉도에 레드 몹 출현. 레이더 긴급 소집 요망. 사전에 정해진 집결 장소에 지금 즉시 모일 것.」
“아!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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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은 오늘도 발암을 맞고 계십니다…
발암을 맞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