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21)
00821 %3C프리시즌 딜러편%3E테러와 트롤 사이 =========================================================================
“탱커?”
“하지만 저 마스크로 어떻게 탱커라는 겁니까?”
수상이 주최하는 국무 회의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황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틀린 말은 아니다. 유지웅의 외모는 말 그대로 평범했기 때문이다.
남성 탱커는 그 방향성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예외 없는 미남들뿐이다. 꽃미남, 훈미남, 야성미남 등등……. 아무튼 각자만의 매력의 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에 비해 유지웅은…… 못생긴 것은 결코 아니지만 말 그대로 평범한 외모를 가졌다. 생긴 것만 보면 그냥 모든 게 적당 적당한 편이다.
“탱커의 판별 기준은 비거로 자기 육체를 강화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외모는 부수적인 결과이지 성립 요소가 아닙니다.”
“그 말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모든 잘생긴 사람들은 탱커여야 한다는 소리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탱커 중에 미인 아닌 자는 없소.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 거요?”
“…….”
“다들 그만 하세요! 지금 우리가 논리 공부를 하려고 모인 것도 아니고, 중요한 것만 봅시다.”
보다 못한 수상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이러다가 누가 누가 논리왕이냐로 이야기가 빠지게 생겼다.
“칼 박사, 그자가 복합 능력자일 가능성은 없소?”
“……!”
칼 루이스는 잠시 당황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세차게 가로 저었다.
“저희 SRA팀에서도 그 가능성을 검토해 보았습니다만……. 그 자의 전투 패턴 등 지금까지 조사된 정보를 볼 때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 자는 괴수를 공격할 때 최소한의 움직임을 보입니다. 무술분석 전문가의 설명으로는 괴수의 공격을 크게 개의치 않을 때 나올 수 있는 동선이라고 합니다. 이는 맞아도 상관없다는 잠재의식의 발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집한 모든 전투 동영상에서 동일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흠.”
“또한 괴수를 가격하는 순간을 1/10,000초 이하로 느리게 하여 정밀 분석한 결과, 그 자의 손이나 발 등 신체가 괴수의 방어막을 파고드는 것을 포착했습니다. 괴수는 가격 부위 외에 다른 방어막에서 이상 현상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게 중요한 겁니까?”
칼 루이스 박사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딜러의 공격은 괴수의 방어막을 중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방어막을 뚫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반면 탱커의 공격은 날카로운 송곳처럼 괴수의 방어막을 뚫고 들어가 통증을 줍니다. 그래서 탱커의 데미지가 약함에도 불구하고 괴수는 탱커를 위협적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그건 알고 있소. 아, 그렇다면?”
장관이 뭔가 깨달은 듯이 탄성을 질렀다. 칼 루이스 박사는 이제 알았냐는 듯이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었다.
“이 영상을 잘 보십시오. 그 자가 정말 한 방에 괴수를 처치할 수 있는 딜러라면 순간적으로 방어막을 중화할 것입니다. 몸 전체를 덮고 있는 방어막이 사라져야 합니다. 그러나 가격 지점 외에 그런 현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호오.”
“왜 그 자가 다른 탱커와 달리 생긴 것이 그 모양인지는 아직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SRA팀에서는 그 자가 딜러가 아닌 탱커라는 점을 더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
수상은 침음성을 흘리며 말했다.
“음. 지금까지 세상을 모두 속인 거로군.”
“그렇습니다.”
왜 탱커라는 본래 클래스를 속이고 근접 딜러 행세를 한 것일까? 수상을 비롯한 내각진은 그 답을 알 것 같았다.
딜러는 아무리 강하더라도 암살이 가능하다. 즉 일말의 약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탱커는 직접적인 신체 위해 행위로는 죽이기 어렵다.
미사일 정도는 퍼부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너무 눈에 띈다. 은밀히 암살하는 게 매우 힘들다.
그 점을 노리고, 일부러 지금까지 딜러 행세를 했으리라. 자신의 적을 솎아내고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조커였으리라. 결국 영국은 보기 좋게 당한 것이다.
겨우 스무 살 동양 청년 한 명에게 전 세계가 놀아났다. 이 참담한 현실에 수상은 불쾌함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럼 어떡하면 좋소? 정녕 그 자를 응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단 말이오?”
“…….”
탱커이니 기관총이 안 통한 게 당연하다. 그 자가 보인 무위를 생각하면 웬만한 폭탄은 통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핵을 동원할 수도 없고……. 괴수도 안 통하니……. 어쩜 좋지?
“외교적으로 누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무수히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지 않았소?”
국제사회가 단합하여 한국을 UN에서 몰아내는 등 가시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블루 결정체 그거 하나 때문에 모든 단합이 깨져 버렸다.
유지웅과 한국은 영국에 있어 같은 하늘 아래 숨을 쉴 수 없는 테러범이자 테러지원국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한테는 그렇지 않다.
당장 미국과의 관계만 해도 위태롭다. 백악관은 아니라고 하지만, 한국에서 판매하는 블루 결정체 상당량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정보 때문이다. 미국 자본이 한국 결정체 암시장의 가장 큰손이라는 확실한 소문도 있다.(그리고 영국 자본이 두 번째로 크다.)
“런던 테러는 국제 사회 입장에서 일성그룹의 비자금 100조 원이 얽힌 국지전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초기에는 우리를 돕는 게 이득이었으나, 블루 결정체 암시장 때문에 중립을 하는 게 이득이 됐죠.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어느 나라도 우리 영국이 개발한 괴수 유인 장치의 존재를 알지 못합니다.”
“혹시 북경 참사를 이용하자는 거요?”
“그렇습니다.”
케인즈 외교 장관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모두 그 자의 짓으로 밀어붙이는 겁니다.”
* * *
소꿉친구가 무서운 속도로 변해간다. 숨 돌릴 새도 없이 국제적인 유명세를 탄 소꿉친구는 어느덧 이 나라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영향력을 손에 쥐게 되었다. 물론 많이 안 좋은 쪽으로 얻게 된 힘이기는 하다.
그러나 정효주는 소꿉친구를 믿었다. 세상 누가 뭐라 하든 유지웅은 테러 따위를 저지를 아이가 아니다. 더러운 세상의 음모에 휘말렸을 뿐이다.
세상에 맞서 자신 혼자만 믿는 것도 아니다. 한국의 수많은 국민들이 함께 믿어주고 있다. 그래서 외롭다거나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 돼.’
정효주는 그날 카지노에서 보았던, 늘씬한 중동의 언니를 떠올렸다. 같은 여자지만 숨이 막힐 듯한 그 자태와 당당한 자신감, 그리고 아찔한 미모, 그 어느 것 하나도 부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녀가 UAE 1순위 왕위 계승자이자, 다국적기업인 IACP의 회장이라는 사실이다.
여자의 감은 예리하다. 정효주는 안슐리제가 유지웅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대로는 안 된다. 단기 코스를 밟아서라도! 그에게 어울리는 여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화장법도 새로 배우고, 요즘 유행한다는 한남동 스타일도 익히고, 좋은 대학에 가려고 공부도 새로이 하려고 막 교재도 잔뜩 샀는데…….
“네? 제가 이걸 해달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하, 하지만 제가 이런 일을 어떻게 해요?”
“……? 회장님이 미리 언질을 주셨다는데, 설마 아직 모르고 계셨던 겁니까?”
김기영 비서실장의 반문에 정효주는 그제야 아 하고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뭔데?’
‘아주 간단해. 그냥 도장만 막찍어주면 되는 거야. 김 실장 보낼게.’
‘그래? 알았어.’
도장을 맡기고 유지웅은 북경으로 훌훌 떠났다. 그리고 김 실장이 나타나서 결재를 요구했을 때, 정효주는 하늘이 컴컴해지는 것을 느꼈다.
「금월 국제무역시장 자금 융통 최종 결재안」
「금월 국제무역시장 공급 물량 최종 결재안」
「금월 국제무역시장 수입 물량 최종 결재안」
「금월…….」
“이, 이걸 제가 어떻게 결재해요!”
“회장님은 사모님께서 잘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전 그쪽 일 하나도 모른단 말이에요!”
이게 뭐야. 무서워.
거짓말했어! 그냥 도장만 찍어주면 된다며? 이거 다 일일이 읽고 결재를 해줘야 해?
무슨 조그마한 계열사 비품 구매 결재안도 아니고, 한국 암시장 거래 승인 최종 결재안을 종류별로 가져왔다.
이게 얼마나 무서운 소리냐면, 유지웅은 지금 블루 결정체 수출입뿐만 아니라 그린 결정체, 공산품 및 수입품의 수출입까지 위탁받아서 해치우고 있다. 한국 기업이 국제사회 제재 몰래 내다파는 수출품까지도 맡아서 처리해주고 있다는 소리다. 당연히 수입품도 마찬가지.
이 나라의 대동맥, 대정맥을 뭉떵 그려서 맡기고 갔으니 어찌 손이 벌벌 떨리지 않을까. 이거 잘못 건드렸다가는 이 나라 혈맥이 몽땅 막힌다.
“사모님, 그냥 대충 해주시면 됩니다. 아주 쉽습니다.”
“으……. 이런 걸 어떻게 대충…….”
“거기에 도장만 찍으시면 됩니다. 어렵지 않아요.”
“……김 실장님, 원래 그런 분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서둘러 주십시오. 지금 이거 결재 못 받아서 쌓여 있는 컨테이너만 수백 개가 넘습니다. 전부 오늘 안으로 운송 시작해야 하는 물량입니다.”
김기영의 재촉에 정효주는 어쩔 수 없이 도장을 쥐었다. 그리고 벌벌 떨면서 한 장 한 장 정성들여 꾹꾹 눌러 찍었다.
“사모님, 정말 급합니다. 그냥 대충 찍으셔도 됩니다.”
============================ 작품 후기 ============================
연재를 건너 뛴 것은 이 연참검을 휘두르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였다!
…실은 문상 다녀오느라고 글을 못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