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20)
00820 %3C프리시즌 딜러편%3E테러와 트롤 사이 =========================================================================
전인대를 덮친 레드 몹, 헬 카이저는 장거리 범위 공격 능력을 갖고 있는 개체였다. 수km 밖에서 불꽃의 숨결을 뿜어내어 넓은 지역을 단숨에 초토화하는 능력을 가졌다.
헬 카이저는 전인대가 열린 지역을 단숨에 초토화하고는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듯이 유유히 하늘을 맴돌았다. 지면에서는 타오르는 불꽃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흡사 지옥의 한 묘사 같은 장면이었다.
그 모습은 낱낱이 카메라에 잡혀 UCC 등에 올라갔고, 전 세계에서 쉴 새 없이 댓글이 달렸다. CNN 등 유명 해외 매스컴은 다른 모든 보도를 중단하고, 북경 전인대 대참사와 이로 인한 파급 효과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전인대는 중국 헌법상 최고 국가권력기관입니다. 그런데 그 전인대가 레드 몹에 의해 지금 몰살당한 상황입니다. 쉽게 말해 한 나라의 머리가 날아간 것이죠.」
「여간 큰일이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당분간 중국의 공권력은 혼란의 도가니가 될 것입니다. 국가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온갖 외교적인 손해를 볼 것이고, 또한 권력의 공백을 노린 차기 권력 주자들의 정쟁으로 혼란이 거듭될 겁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데요. 중국 인민들에게는 참으로 불행한 소식이군요.」
삼천여 명의 전인대 대표자들이 화마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지도부가 모조리 날아간, 말 그대로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두뇌가 없으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고, 새로운 두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정쟁이 나라의 경쟁력을 깎아먹게 된다. 이중삼중으로 고난이 닥친 셈이다.
날벼락은 중국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은 그야말로 나라 전체가 상갓집 분위기였다.
―유지웅 딜러가 죽었대. 북경에서 레드 몹 습격 받고 전인대랑 같이 죽었다나 봐.
―말도 안 돼. 레드 몹도 한 방에 때려잡는 사람이잖아?
―동영상 좀 보고 와라. 저런 레드 몹은 유지웅 딜러라 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와, 미친! 저렇게 멀리서 공격해오는 놈을 무슨 재주로 잡냐?
―근데 유지웅 딜러, 원거리 공격도 가능하지 않았냐? 근딜 원딜 둘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원거리 공격은 궁극기라고 했잖아. 그리고 그거 시전 시간 엄청 긴 걸로 안다.
―야, 중요한 건 지금 유지웅 딜러가 근딜이냐 원딜이냐가 아니다. 유지웅 딜러가 죽었다는 거다.
―큰일이네…….
―그러게. 진짜 대박 큰일이다.
유지웅이 죽었다는 소식은 한국 전체를 깊은 침울함에 빠뜨렸다. UN에서 탈퇴당하고, 국제적으로 고립되었음에도 한국은 예전보다 더욱 나은 상황을 누리고 있었다. 그게 유지웅의 존재 덕분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죽었다.
―말도 안 돼! 런던에서도 죽었다고 했다가 살아 돌아왔잖아! 유지웅 딜러가 겨우 이 정도에 죽었을 리가 없어!
―그래! 분명히 살아 있을 거야!
비탄에 빠진 와중에도 수많은 국민들이 유지웅의 무사귀환을 믿고, 기도했다.
그가 테러범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그는 대한민국에 없어서는 안 될 구심점이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한국에 있어 유지웅이란 인물은 자신 있게 내밀 수 있는 조커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달랐다.
“살아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우리 정보부에서도 분석 결과 회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런던 대참사에서도 살아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그건 유지웅 딜러가 모든 것을 주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자기가 직접 일으킨 폭발이니 그 후폭풍을 피해 충분히 도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다릅니다. 우연히 일어난 레드 몹의 습격에 그도 휘말렸습니다.”
지겹게 강조하는 것 같지만 한국 고위 인사들은 런던 참사는 유지웅이 일으킨 행위라 보고 있다. 물론 대통령을 필두로 ‘자력구제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한 비극이라는 주장에 애써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튼 런던 참사는 유지웅이 일부러 일으킨 것이니까 당연히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고, 이번 북경 참사는 그의 예상을 벗어난 자연재해였기 때문에 불가능하리라는 것이다.
국정원장의 그런 주장에는 대통령도 신음하면서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암거래 시장은 어떻습니까?”
“거짓말처럼 모든 매도가 딱 멈췄습니다. 잔존 결정체 물량은 사가려고 하지만, 지금까지 그들이 수출해온 품목은 운송이 멈췄습니다. 우리나라가 수출해온 공산품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결정체 암거래 시장에서 죽치고 있는 외국 자본 세력가들도 바보는 아니다. 그들도 한국 정부와 비슷한 추론을 하고 있었다. 이번 전인대 참사는 레드 몹이 ‘우연히’ 일으킨 재해이므로 유지웅도 그에 휘말려 죽었다는 것이다.
그가 아무리 레드 몹을 한 방에 때려잡는다고 하나, 그의 몸이 단단하지는 않으니까. 그도 괴수가 물어뜯으면 다치고 피 흘리고 죽는 평범한 딜러일 뿐이다.
유지웅이 없는 암거래 시장은 더 이상 가치가 없다. 때문에 외국 자본들은 결정체 매입에 있어 느긋하게 대처하고,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수입 및 수출하던 품목을 모두 동결시켰다. 벌써부터 발을 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은 72시간 안에 런던 참사를 사죄하고, 배상 계획을 밝혀라. 그렇지 않을 경우 자의적인 외교 행동을 취할 것임을 선언한다.」
그동안은 한국 결정체 암거래 시장으로 이득을 보는 다른 국제 자본 및 국가들의 암중 방해 때문에 제대로 한국을 때려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암거래 시장은 경직되었다. 영국은 이 틈을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한국은 런던 참사에 관해서 깊은 반성을 하지도 않고, UN에서 탈퇴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뉘우침 없이 결정체 암거래 시장을 형성하여 국제 결정체 시장을 교란시키는 무책임한 짓을 저질렀다. 과연 테러지원국다운 파렴치한 짓이다. 국제 사회는 그런 한국의 몰염치하고 무책임한 행위를 언제까지 두고만 보고 있을 것인가?”
영국 수상이 장엄하게 읽어 내려가는 그 연설에 수많은 영국 시민들이 가슴이 벅차 눈물을 흘렸다.
“이에 우리 영국은 대대적인 한국 제재안을 UN 및 국제사회에 제안한다.”
와아아! 와아아아!
영국을 필두로 유럽은 축제 분위기였다. 승리가 확실한 전쟁만큼 달콤한 것은 없다. 내로라하는 유럽 국제 전략 전문가들은 이참에 한국을 유럽 전초기지로 삼아 향후 아시아 시장에서의 영향력 증대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바야흐로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21세기 버전이 재림하는 것이다.
“맙소사.”
한국 국민들은 길게 탄식했다. 지금 상황은 UN에서 탈퇴당하던 때보다 안 좋았다. 영국 등 서구권은 어떻게든 지금 이 기회를 흘려 넘기지 않으려 했다. 유지웅 때문에 신중한 행보를 취하던 미국도 움직일 기미를 보였다.
가장 거치적거리던 돌, 아니 유일하게 거치적거리던 돌이 사라진 지금이야말로 행동을 개시할 때다. 그렇게 국제 사회가 기적 같은 담합을 이뤄냈을 때…….
“응? 무슨 일 있었어요?”
유지웅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고, 세계는 뒤집어졌다.
* * *
“말도 안 돼! 어떻게 그 화염 속에서 살아남았단 말인가!”
긴급 보고를 받은 영국 수상은 테이블을 거칠게 치며 분통을 터트렸다. 주먹에는 힘줄이 도드라지고 눈은 벌겋게 충혈이 되었다.
“모르겠습니다. 관측 계산상으로는 탱커라 해도 살아남을 수가 없을 터인데……. 어찌 해서…….”
“으으윽!”
영국 수상은 터져 나오는 신음을 곱씹으며, 핏발 선 눈으로 화면 속 유지웅을 노려보았다.
회의에는 영국 최고의 레이더 전문가인 칼 루이스 박사도 참가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수상 각하, 어쩌면 우리는 그 동안 유지웅 딜러에 관해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저희 SRA팀에서는 유지웅 딜러의 등장 이후 줄곧 그에 관해 조사를 해왔습니다. 그간 수집한 자료를 최고의 분석전문가와 수퍼컴퓨터를 동원해 분석한 바, 놀라운 가설이 나왔습니다. 어쩌면 그가 근접 딜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근접 딜러가 아니라면, 뭐라는 거요?”
다른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장거리 포격 기술 때문에 그러는 겁니까? 하지만 그건 일찍이 SRA팀에서도 가능한 이론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근접 딜러, 혹은 탱커도 비거를 응축해서 외부로 발사하면 원거리 딜러와 유사한 공격을 할 수 있다. 그런 가설은 이미 존재하고 있다.
다만 원거리 딜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효율, 비거의 과도한 출력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블루 결정체로 만든 강화장비 혹은 그에 준하는 비거 보유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정밀 연구가 이뤄지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근딜이 아니라면, 설마 원딜이라는 겁니까? 하지만 그럼 레드 몹을 잡을 때 그가 보인 동체시력과 움직임은 대체 어떻게 설명…… 아!”
수상은 질문을 하다 말고 뭔가를 깨달았는지 어처구니없는 탄성을 내질렀다. 칼 루이스 박사는 힘차게 끄덕였다.
“저는 런던 테러에서 의심을 품었습니다. 아무리 자신이 주도한 폭발이라 해도 그 무시무시한 대폭발 속에서 무사히 돌아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북경 사태를 보고 저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 자는!”
박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강조했다.
“탱커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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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레이드 전투의 꽃은 힐러도, 서포터도 아니고 바로 근딜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