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89)
00889 %3C프리시즌 딜러편%3E 부탁해요! 냉장고! =========================================================================
스무 마리의 레드 몹 단독 격파!
이 놀라운 소식에 전 세계가 충격에 잠겼다. 정효주를 다소 쉽게 봤던 이들은 대번에 관점이 바뀌었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스무 마리를 격파하다니! 그것도 겨우 79초 안에!
정효주와 쿤겐의 전력 차이를 놓고 맹렬히 주판알을 튕기던 이들은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쿤겐의 압도적인 우세로 여겼던 입장을 변경했다.
―코리아, 아메리카, 과연 어느 쪽 오피가 더 셀까?
―구미호와 캡틴 우먼! 과연 승자는 누구?
제3국은 흥미롭게 양국의 자존심 대결을 지켜봤다. 반면 당사국 대중은 입에 거품을 물고 싸워댔다. 서로 자기 오피가 세다고 자존심을 걸고 다투었다.
「우리 오피가 더 세다!」
「아니다! 우리 오피가 더 세다! 구미호 따위 저리 꺼져!」
「닥쳐! 캡틴 우먼 따위 한물갔어!」
블랙 몹은 대중에 알려진 지 얼마 안 됐다. 일수로 치면 이제 이주도 채 되지 않았다. 반면 레드 몹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물론 블랙 몹이 레드 몹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것은 한국 국민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다만 스무 마리의 레드 몹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스무 마리를 한꺼번에 잡았다! 게다가 79초 밖에 걸리지 않았어!」
「블랙 몹이 센 건 인정하는데, 블랙 몹 혼자서 레드 몹 스무 마리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당연히 이기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하냐! 자그마치 결정도가 10만이라고, 10만! 그래, 레드 몹 스무 마리 합쳐서 10만이라 치자! 흩어진 10만이랑 하나로 뭉친 10만이랑 어느 게 더 센지는 뻔한 거 아니냐! 이 김치맨들아!」
「그 10만이 혼자서 79초 만에 스무 마리 레드 몹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냐! 이 멍청한 양키놈아!」
「니네 오피가 블랙 몹 잡는데 얼마나 걸렸어? 30분이나 걸렸잖아! 고작 결정도 10만 잡는데 30분이다! 하지만 우리 오피는 10만 넘는 거 잡는데 79초 밖에 안 걸렸다고!」
「닥쳐! 아무리 그래도 블랙이랑 레드 찌끄러기들이 상대가 될 거라 생각하냐!」
「뭐래? 30분이랑 79초가 상대가 될 거라 생각하냐!」
블랙 몹 한 마리와 레드 몹 스무 마리. 양쪽 다 혼자서 잡았다.
헌데 블랙 몹을 잡는데는 30분이 걸렸고, 레드 몹 스무 마리를 잡는데는 79초가 걸렸다. 양쪽 다 결정도 총합은 비슷비슷하다. 그럼 과연 누가 누가 더 셀까?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으로, 키보드 배틀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이 보였다.
이 와중에도 16만 명의 학살 사건으로 한국에 억하심을 품었던 영국은 의외로 국제사회에서 잠잠했다. 원흉이 이미 죽고 없는 상황인지라 슬슬 실제 이익을 따지는 이들이 영국에서도 일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 한국의 결정체 암시장에 참여하지 못해 손해를 보고 있는 기업들이었다. 정작 영국을 쥐락펴락하는 초대형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암시장의 큰 손으로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다는 게 넌센스지만.
―16만 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간에 유력하고 유일한 용의자가 사라졌는데 이거 우리 계속 이래도 되는 거냐?
―…….
―솔직히 지금 반한 외교 정책 펼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결정체 공급 시장은 지금 한국이 독점이나 마찬가지인데.
―흥! 우리에게는 미국이 있다!
―쿤겐 슐제거? 좋지, 좋아. 이쁘고 매력적이고 집안도 좋고 성격도 시원시원한 것 같고. 근데 정효주 딜러가 레이드 열 번 갈 동안 쿤겐은 레이드 한 번 정도 간다는 거 아는 사람?
―뭐? 아니 왜?
―내가 어찌 아냐. 아무튼 미국이 블루 결정체 공급 활성화하려면 아직 멀었어. 빌클런이 한국에 금방이라도 선전포고 할 것처럼 굴다가도 계속 질질 끄는 이유가 뭔데. 지금 한국 결정체 공급 막히면 세계 경제가 박살난다.
―말도 안 돼! 블루 결정체가 나온 게 얼마나 됐다고 벌써 경제가 그렇게 쏠릴 리가 없어!
―말이 되고 안 되고를 자시고, 현실이 그래. 이런데도 우리 영국이 반한 포지션을 취해야 하냐?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대 한국 정책 변경 안건에 관해서 정작 한국은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오늘도, 내일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미국에 외칠 뿐이다.
「우리 오피가 최고시다! 니네 오피가 더 낫다고? 그럼 증명해 봐! 증명해 봐!」
「타임 어택 가자! 79초 대라도 끊어 봐. 너네 오피는 아마 30분은 걸릴 걸?」
갈수록 격화되는 여론에 쿤겐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공식 기자 회견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패기 넘치게 말했다.
“한국의 오피가 스무 마리의 레드 몹을 79초에 잡았다는 건 의식하고 있습니다. 저도 스무 마리에 도전해보겠습니다.”
“오오오오!”
드디어 쿤겐이 도발에 응하고 나온 것이다. 이에 수많은 미국 시민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맹렬히 응원했다.
한편 쿤겐의 기자 회견을 보고 있던 정효주는 골치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었다. 그녀는 송구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김범석을 돌아봤다.
“김 비서님. 그러게 왜 그런 문구는 넣어서 자극하고 그러셨어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모님의 자존심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이 김범석이, 다른 건 두고 볼 수 있어도 회장님과 사모님의 위엄에 단 한 차의 손상이 가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습니다. 마치 지옥의 겁화에 던져져 온몸의 뼈가 탄다 해도 그보다는…….”
“이제 어떡하실 거예요?”
정효주는 적절하게 말을 끊었다. 김범석은 가끔 감정 도취가 너무 심해서 이렇게 통제를 해줘야 한다. 뭐 충성심에서는 의심할 바가 없지만. 그러고 보니 남의 기업에서 180조나 되는 비자금을 관리하던 사람한테 충성심 운운하는 것도 뭔가 웃기네?
김범석은 비장하게 말했다. 참고로 그는 쿤겐이 같은 편이라는 것을 모른다.
“이렇게 된 이상 플랜 Q를 가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플랜 Q라고요!”
정효주는 기겁을 했다. 언제 거기까지 갔어!
“설마 A, B, C, D부터해서 Q라는 것은 아니겠죠?”
“왜 아니겠습니까. 저번에 야심차게 가동한 플랜 O와 P가 무산되는 바람에 이 김범석이, 저 자신의 무능함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석고대죄,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플랜 Q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것을……!”
“그 플랜 Q는 대체 뭐죠?”
정효주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김범석, 분명 유능하긴 한데 가끔 쓸데없는 부분에서 무시무시한 엉뚱함을 보일 때가 있다.
“사모님의 TV 출연입니다!”
“…….”
“사모님은 지금까지 공식 석상 외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대중은 사모님의 사적인 면을 알지 못합니다. 얼마나 자상하시고, 아리따우시며,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분이라는 걸 모르는 우매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사모님이 TV에 나오셔서 그런 이미지를 보여주시면 금세 이쪽으로 넘어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바로 우리의 승리입니다!”
“저기, 그 우매한 것들이라는 게 설마…….”
“네! 양키 녀석들입니다! 그 녀석들을 사모님의 지지자로 만들어버리는 겁니다! 방송 몇 번으로요!”
정효주는 기가 막히면서도 한편으로는 발상 자체는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한국과 미국은 서로 갈라져서 싸우기만 하지, 상대를 같은 팀으로 끌어온다는 발상은 아무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적을 아군으로 만들어라. 오래 된 고전이지만 가장 기본적인 병법이다. 그것을 김범석이 먼저 생각해낸 것이다.
“마침 정부와 방송국과 3자 대면을 거쳐 이미 출연할 만한 프로그램도 준비해놓았습니다. 사모님의 위엄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대중에 친근감을 줄 만한 프로그램들이 몇 있었습니다. 저는 그 중에 이 프로그램 출연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김범석은 예능 대본을 내밀었다. 정효주는 표지를 보고 의아했다.
“부탁해요 냉장고?”
“명쉐프들이 나와서 타임 어택 요리 대결을 벌이고, 게스트들이 그 요리를 평가해주는 겁니다. 사모님은 VIP 게스트로 나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가셔서 양키 녀석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 버리십시오! 그리고 팬으로 만들어 버리십시오!”
* * *
의회에 출근하는 비시는 오늘도 마음이 무거웠다.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어.’
쿤겐의 등장 이후, 비시는 이때다 하고 한국을 찍어 누를 계획을 세웠다. 헌데 분위기가 요상하게 돌아간다.
쿤겐이 블루 결정체 사냥에 열을 올리지 않는 바람에 한국 응징은 당분간 보류해야 했다. 지금 한국의 공급이 끊어지면 미국에도 타격이 있기 때문이다.
헌데 어어 하는 사이에 두 나라가 각자의 영웅을 가지고 자존심 대결을 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상대가 정말 싫지만, 그래도 동급이기에 내심으로는 인정하는 관계?
서로 말은 험하게 하지만 정정당당히 경쟁하는 관계?
왠지 나 말고 다른 놈이 저 놈을 욕하거나, 혹은 우리의 적대 관계를 조롱하면 발끈할 관계?
혹자는 지금 미국과 한국을 가리켜 배트맨과 조커 같은 사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물론 미국이 배트맨이고 한국이 조커다.
둘은 영원한 숙적이다. 달리 말하면 그 관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유일함으로 묶여 있다는 뜻이다. 배트맨이 이름 없는 행인142의 눈먼 칼에 죽으면 누가 가장 슬퍼할까? 바로 조커 아닌가.
“이러다가 한국에 선전포고도 못해보고 관계가 개선되는 거 아닙니까?”
동료 의원이 걱정하듯이 물어왔다. 그 점은 비시도 가장 우려하는 바였다.
언젠가는 한국과 관계를 개선해야겠지만, 이렇게 대등한 입장에서 이뤄지는 것은 안 된다. 이쪽에서 일방적이고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찍어 눌러야 한다.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간에 190만 명이 죽었다. 그 핏값을 누군가는 치러야 했고, 그것은 한국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니 타이밍만 재다가 빈 종만 울리게 생겼다.
‘탄핵은 미뤄야 할지도.’
비시는 결국 마음을 바꿔 먹었다. 어차피 대통령을 내려오게 하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내부 알력을 할 때가 아니다.
그는 대통령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은…….
* * *
“각하. 쿤겐 슐제거가 레드 몹 복수 레이드를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된 겁니까?”
성공을 했다? 그런데 왜 저렇게 표정이 안 좋은가.
“91초가 걸렸다고 합니다.”
“…….”
대통령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니, 뭐라고? 91초나 걸려? 누구는 70초 대인데 누구는 90초 대라고?
이걸 가지고 한국 네티즌이 얼마나 놀려댈지, 그리고 미국 시민들의 자부심에 얼마나 큰 상처가 새겨질지 상상이 간 대통령은 이마가 지끈거렸다.
“절대 극비로 유지하시오. 레드 몹 레이드를 했다는 것 자체를 극비로 해야 하오.”
“알겠습니다.”
그래도 연습 좀 더 하고 차근차근 하다 보면 그래도 언젠가는 70초 대를 끊지 않을까? 대통령은 일단 그리 생각했다.
헌데…….
「야! 너네 오피 91초 걸렸다며?」
「풉! 91초래요, 91초래요! 무슨 겨우 스무 마리 잡는데 91초나 걸리냐?」
대통령에게 보고 되기 전에 이미 한국 네티즌이 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아니, 그런 국가 특급 기밀을 대체 누가 유출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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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