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56)
00956 %3C프리시즌 딜러편%3E 균형은 유지되어야 한다 =========================================================================
‘난 망했다.’
로버(인지 휘버인지 아무튼)가 온전한 이성을 유지하고 있고, 인류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리란 걸 확인한 유지웅은, 겉으로는 티를 안 냈지만 속으로는 절규했다.
‘망했어, 이제 난 망했어. 모두가 날 양치기 소년으로 볼 거야.’
유지웅은 머리를 싸매고 좌절했다. 이 일을 대체 어떡하면 좋단 말인가.
‘이제는 정말 늑대가 나타나도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야!’
지금까지 좀 그런 짓도 많이 했지만, 전부 다 순수하게 인류를 위한다는 마음에서 기원한 것이다. 그러나 로버가 정신을 차림으로써 모든 게 도로 아미타불이 되었다.
‘아, 맞다! 그렇지, 참!’
순간 유지웅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얼른 입을 열었다.
“좋아요, 박사님의 지금 정체성이 되살아난 휘버 박사인지 아니면 자기를 휘버라 믿는 로버인지, 그건 모르겠지만 박사님이 인류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건 믿겠습니다.”
“고맙네.”
“대신! 앞으로 박사님은 평생토록 저와 함께 다니셔야 합니다. 박사님이 혹시라도 폭주할지 모르니, 제가 평생 옆에 두고 지켜봐야겠습니다. 그게 저의 책임이니까요.”
주먹을 꼭 쥐고, 유지웅은 눈빛을 불태웠다.
‘아직 균열이 남아 있었어!’
로버를 무찌른다고 끝이 아니지 않은가? 균열을 닫지 못하면 결국 지구는 멸망한다. 아직 8년 정도 시간이 남아있지만, 역사에서 8년은 찰나에 불과할 뿐이다.
유지웅은 희망을 품었다. 양치기 소년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덤으로 최고의 공돌이도 손에 넣었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
유지웅은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어쨌든 이 먼 이탈리아까지 와서 소득이 없지는 않았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아주 중요한 인재 하나를 확보했다.
그리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휘버 박사님.”
“왜 그러나?”
“박사님과 대련을 해보고 싶습니다. 로버의 힘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고 싶어요.”
“대, 대련?”
휘버는 자신 없다는 듯이 으쓱했다. 하루아침에 막강한 힘을 손에 넣긴 했지만, 평생 머리로만 살아온 인생이다. 싸움이 능숙하지도 않고, 내킬 리도 없다.
“박사님, 균열은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전력을 확인해두는 게 좋죠, 그렇지 않나요?”
“……그건 그렇네만. 알았네, 할 수 없지.”
“살살해주세요. 박사님은 지금 너무 쎄단 말이에요. 스카우터에도 잡히지 않을 정도라고요.”
심지어 아까는 간이 측정기가 터져 버리기까지 했었지. 대체 전투력, 아니 결정도가 얼마나 높으면 이런 일이 가능할까?
“자, 그럼! 갑니다!”
* * *
“내, 내가 졌네! 그만! 그만!”
“어, 이상하다? 이게 아닌데?”
한 3분쯤 싸웠을까. 휘버가 숨을 헐떡거리며 항복을 외쳤다. 유지웅은 공격을 멈추고, 갸웃거리며 자신의 손을 살폈다.
주변 일대는 완전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반경 1km는 충격 여파로 인해 쑥대밭으로 변했다.
“박사님, 왜 이렇게 약하세요? 너무 살살 하신 거 아니에요?”
“살살했다니!”
휘버는 억울했다. 살살 하긴 했다. 근데 말 그대로 초반에 잠깐뿐이었다.
직접 힘을 부딪쳐보니, 살살 해야 할 것은 자신이 아니라 바로 유지웅이었다. 그래서 휘버는 곧바로 온힘을 다했다. 그 결과로 3분 만에 이 꼬라지가 된 것이다.
“뭔가 이상해요! 박사님, 절 너무 봐주신 거 아니에요? 이번에는 한 번 제대로 해봐요.”
“난 온 힘을 다했네! 봐주지 않았어!”
“그럴 리가 없는데. 박사님, 아니 로버의 힘이 이렇게 약할 리가 없는데…….”
유지웅은 충격을 받은 듯이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정효주 일행 쪽을 돌아봤다.
“너희들이 보기에는 어땠어?”
“뭐가?”
“박사님이 살살한 거 같지?”
“아닌데?”
정효주는 고개를 가로 저었고, 쿤겐도 머리를 흔들었으며, 히카리도 좌우로 휙휙 저었다. 세 여자의 의견이 모두 일치했다.
“우리가 보기에도 박사님은 온힘을 다한 것처럼 보였는데?”
“말도 안 돼. 이렇게 박사님이 약했다니.”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함이 밀려왔다. 이렇게 약했다니! 대체 그 동안의 삽질은 뭐였단 말인가?
‘아니야, 그래도 아직 균열이 있어.’
유지웅은 그렇게 슬픈 자조를 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일단 증거는 만들었고.’
쑥대밭이 된 주변 풍경은 자신이 양치기 소년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어줄 것이다.
로버를 직접 무찌른 건 아니지만 인류의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고, 되살아난 휘버를 영구적으로 획득했으며, 세상에 보여줄 명분도 쌓았다.
뭔가 아쉽지만, 이만하면 그래도 만족할 수 있으리라. 오늘 모든 것을 다 얻었노라고.
* * *
유럽은 주민 소거 작업을 실행하는 한편, 인공위성 등 가용한 모든 감시체계를 이용해 이탈리아 예상 지역을 살펴보는데 온 힘을 다했다. 유럽뿐만이 아니라 미국, 러시아, 일본 등 힘 좀 쓴다는 나라들은 이탈리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각오했던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 각하!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유지웅 회장이 말한 그 좌표입니다!”
“음. 전군에 비상대기를 명합니다.”
올 것이 왔구나. 빌클런은 주먹을 꾹 쥐고, 집무실에 갖춰진 상황판을 노려보았다. 무인 정찰기가 보내오는 화면은 커다란 폭발광이 번쩍이고 있었다. 땅이 울리고, 버섯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빌클런은 숱한 레이드 장면을 봐왔지만, 저렇게 무시무시하게 싸우는 건 본 적이 없었다. 이건 레이드가 아니라 마치 전쟁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시작됐군.”
빌클런은 전화를 들었다. 지금쯤 다른 나라 정상들도 보고를 받았으리라. 핫라인으로 각국 정상들과 앞으로의 대비를 의논할 생각이었다.
먼저 독일 수상과 핫라인이 닿았다.
“전투가 시작됐습니다.”
「예, 저도 지금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실로 대단하군요, 이런 레이드는 처음 봅니다.」
“그렇습니다. 어째서 유지웅 회장이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주변국도 비워두라고 했는지 알 것 같…… 어?”
대화를 하다 말고 빌클런은 당황했다. 쉴 새 없이 번쩍이던 폭발 섬광이 거짓말처럼 멎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포성처럼 울리던 폭발음도 뚝 그쳤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이상을 알아차린 것은 빌클런뿐만이 아니었다. 독일 수상도 조금 당황한 얼굴로, 잠시 핫라인을 멈추고 측근들과 뭐라뭐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현재 최선을 다해 현지 상황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각하!”
비서실장이 재빨리 대답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현장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전투 중일 게 분명한 유지웅한테 연락을 할 수도 없었다.
만약 위급한 상황이면 어떡하나? 이쪽이 성급히 취한 연락 때문에 일을 더 망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쪽이 먼저 연락을 해주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한나절이 지나도록 유지웅으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의 소란도 없었다.
그렇게 미국, 러시아, 일본, 유럽 등 이탈리아를 감시하고 있던 국가 정상들은 뜬눈으로 그날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여전히 유지웅으로부터 연락이 없었다. 빌클런 등 각국 정상들은 미칠 듯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설마 최후의 싸움에서 유지웅이 패배한 건가?
‘192만이나 되는 결정 에너지를 지닌 사람이?’
192만. 가늠조차 되지 않는 아득한 수치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은 과연 유지웅을 인간으로 정의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며 한탄을 하곤 했다.
―사실 그는 자기 자신을 인간으로 믿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한 괴수일지도 모릅니다.
오죽하면 그런 말까지 나올까.
아무튼 중요한 건, 192만이나 되는 인물도 로버와 싸우다가 지금 소식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전투는 불과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설마 맥없이 당한 걸까? 아니면 양패구상? 어느 쪽인지 알아야 대책을 세우든 말든 할 텐데, 소식이 없으니 미치도록 답답했다.
만약 그가 패배했다면, 인류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192만으로도 못 이긴 괴수를 무슨 재주로 이기나? 로버가 있는 지역에 닥치는 대로 핵무기를 쏴야 할지도 모른다.
빌클런은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랬다. 동시에 유지웅의 무사를 기원했다.
그러나…….
“가, 각하! 유지웅 회장을 찾았습니다!”
“어디, 어디에 있었습니까? 무사하답니까?”
중상을 입고 거동하지 못하는 걸까? 그래서 가까스로 구출을 받은 걸까? 걱정 가득한 빌클런의 표정을 죄송스럽게 바라보던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금 파프리카 방송 중입니다. 그래서 알았습니다.”
“네? 뭐라고요?”
“파프리카라고, 한국의 인터넷 개인 방송 사이트입니다. 유지웅 회장이 거기서 지금 게임 플레이를 방송하고 있습니다.”
“…….”
============================ 작품 후기 ============================
쨌든 간에 일단 세상을 구했으니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면서 게임 방송이나 한 판 때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