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011
4. S반의 낙제생(3)
스텔라 아카데미의 교내가 단 하나 의 화젯거리로 떠들썩했다.
“들었어? 중상급의 지팡이와 공명 한 학생이 올해 두 명이나 나왔다는 데?”
“미쳤다. 역사적으로 다섯 명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두 명이 더 추가
된 거야?”
“그 다섯 명도 나중에 대마법사가 됐다고 들었는데……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마유성, 그리 고 백유설이었다.
“근데, 백유설 이야기 들었냐?”
“마법 구현 테스트 때 사용한 마법 이 점멸이라던데. 그거 기초 마법 아냐?”
“난 점멸 안 배웠어. 부모님이 점멸 은 안 배우느니만 못한 마법이래. 사 용한 마법사가 죽을 확률이 99.99% 가 넘어가는 희대의 쓰레기 마법이 라고.”
“나도 안 배웠어. 요즘 그 마법 가 르치는 교수도 없잖아? 최근 제어 불가 마법은 죄다 금지 마법으로 지 정해 버렸잖아.”
풀레임은 그러한 소문을 들으며 복 도를 거칠게 걸었다.
방과 후, ‘자율학습관’ 건물에는 훈 련장 및 독서실로 향하는 학생들이 붐볐는데 그들 모두가 하나같이 마 유성과 백유설 이야기만 하니까 영 신경이 쓰였다.
”풀레임! 너도 자습하러 가?”
들려오는 친숙한 목소리에 풀레임
은 급히 표정 관리를 하였다. 고개 를 돌려보니 몇몇 소녀들이 환한 미 소와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이 꼬맹이들이, 내가 공부 중독이 냐?”
“아니야? 너 맨날 할 거 없다고 공부만 하잖아.”
“어이가 없네. 이 쪼끄만 가시나들 이 대들기는.”
“맞혔구나?”
“아하핫! 근데 왜 풀레임은 맨날 우리보고 꼬맹이들이라고 해? 우린 동갑이잖아.”
뜨끔. 살짝 찔려왔지만 풀레임은 애써 태연자약하게 웃었다.
“거야 뭐, 내가 지내던 곳에서 언 니처럼 지내와서 그런 버릇인가 봐.”
그녀는 자신이 ‘현대’에서 살다 왔 으며 소설에 빙의했다는 사실을 깨 우친 이후로 도저히 어린아이처럼 행동할 수가 없었다.
“그럼 오늘도 혼자 공부하러 가 니?”
살짝 키가 큰 소녀가 물어왔다.
풀레임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중등부 시절에 드문드문 얼굴을 비
추며 알고 지내던 ‘제키’라는 이름 의 소녀였는데, 스텔라에 함께 입학 하면서 같은 평민이라는 이유로 급 속도로 가까워진 아이였다.
‘음. 근데 어째, 스타일이 나랑 비 슷하다?’
옛날의 제키는 더벅머리에 안경을 쓰고서 소심하게 다니던 아이로 기 억했는데, 고등부에 들어온 이후 어 느 날부터인가 풀레임 자신의 헤어 나 말투, 패션 등을 따라 하기 시작 하였다.
조금 신경 쓰였으나, 사춘기니까 그럴 수 있으려니 하고 넘어갔다.
“뭐, 공부는 끝이 없다잖아. 혼자는 아니고, ‘특별 보충회’가 있어서 거 기에 참석해 보려고.”
“보, 보충회?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다니…….”
“암튼, 난 가 본다?”
“응. 다음엔 같이 카페 가자!”
소녀들을 돌려보낸 뒤 풀레임은 빠 르게 돌아서서 걸어가려고 했는데, 누군가와 눈을 마주쳤다.
붉은색이 감도는 흑색 머리칼에 자 줏빛 눈동자를 가진 날카로운 인상 의 소년, 해원량이었다.
9클래스의 마스터 메이지 만월의 탑주의 후계자이자 마유성과 비등한 수준의 뛰어난 마법사”.
그는 풀레임을 발견하자마자 곧바 로 다가왔다.
“자습하러 가나?”
“어.,,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나?”
그리고, 아마 그가 이렇게 진심으 로 걱정해 주는 사람은 드물 것이 다.
“글쎄. 딱히.”
풀레임은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 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다 우연히, 아직 떠나지 않고 벽 너머에서 고개 를 빼꼼 내민 채 자신을 바라보던 어떤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제키 였다.
‘음? 쟤가 왜 아직……/
눈이 마주쳤다는 게 착각이라고 느 껴질 만큼, 제키는 아주 빠른 속도 로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그녀를 부 르려던 풀레임은 허공에 뻗은 손을 거두며 자신의 뒷머리를 쓰다듬었 다.
하는 수 없이 해원량과 별 대수롭
지 않은 내용의 수다를 떨며 복도를 걸었다.
그들이 걷는 이 복도는 학생들이 장난삼아 ‘S반의 영역’이라고 불렀 는데, S반 전용 자습실과 S반 전용 훈련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는 훈련장 가지?”
“매일 단련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 다.”
“쓸데없이 성실하네. 그렇게 열심 히 살면 단명한다.”
“오래 살 생각은 없다.”
“그러냐. 죽으면 장례식에 나 부르 진 마라.”
“…어째서지?”
“나 육개장 싫어해. 소고기국밥으 로 준비해 놓든가.”
・コ…러도록 하지.”
해원량은 그리 대답한 뒤 훈련장으 로 사라졌다. 보충회는 성적이 지지 부진하거나 공부에 더욱 열정이 있 는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니만큼, 실 전을 단련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오 지 않는다.
물론, 풀레임이 특별 보충회에 가 는 이유는 단순히 공부만이 목적이 아니 었다.
‘원작 로판어】 따르면 보충회에는
홍비연 공주와 에이젤이 참여할 예 정이었으니까.
아마도 그곳에서 로판 주인공과 악 녀의 신경전이 벌어질 터. 그것을 지켜보기 위함도 있었지만,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원작에서는 전혀 이름조차 등장하 지 않았던 ‘백유설’이라는 새로운 인물도 나올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백유설…….,
이번에 중상급의 테리폰을 쥐면서 크게 화제가 된 소년이자, ‘원작 소 설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캐릭 터.
‘그 아이, 대체 정체가 뭐지?’
그녀는 원작을 세 번이나 완독하여 설정을 세세히 꿰차고 있었다.
그러나, 백유설이라는 이름은 소설 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저 테리폰은 원작에선 아 무도 못 잡았다고 나왔단 말이지.’
그뿐이랴, 그 소년은 훗날 ‘마의 3 문항’이라 불리는 문제를 너무나도 손쉽게 맞혀 버렸다.
마치,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것처 럼.
,…나에게 보여주려는 것일 수도
있고.’
지팡이 계승식 때, 그는 대체 왜 자신에게 말을 붙였을까? 그 특유의 여유롭고 능글맞은 표정 뒤에는 대 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특별 보충회가 열리 는 강의실에 도착하니, 벌써 쉰 명 이 넘는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학생들을 둘러보았 다.
보충회를 연 장본인은 17위의 카 일이라는 소년으로, 이론으로는 학 교 내에서 탑이라고 알려진 학생이 었다.
이번에 A반이 된 카일은 어떤 소 정의 목적 때문에 성적이 부족한 동 급생들을 대상으로 보충회를 열게 되었는데, 이 자리에 무려 S반의 학 생들이 참석해서 굉장히 곤란한 표 정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하얗게 반짝반짝 빛나는 카일 특유의 안경 너머로 식은땀이 보였다.
*……마유성도 참석한 건가?’
지루한 표정의 백유설 옆에는 눈빛 을 반짝거리는 마유성이 앉아 있었 다. 저 멀리 구석에는 에이젤이 앉 아 있었고, 반대편에는 홍비연 공주
가 고고한 자태를 유지한 채 착석해 있었다.
아마도 홍비연의 목적은 ‘마의 3문 항에 대해 알아내려는 것이겠고, 에이젤은 순수하게 공부를 위해 참 석했을 것이다.
‘마유성까지 왔을 줄이야…….’
만약 이 세계관에 남주가 있다면, 그건 바로 ‘마유성’이라고 팬들이 집어낼 정도로 그는 세계의 축복을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마유성이, 백유설에게 짙은 관심을 가진다.
‘우연은 절대 아니야.’
분명히 백유설은 계획적으로 움직 이고 있다. 아주 철저하게.
심지어, 테리폰과 공명하는 장면을 직접 보여주려고 찾아올 정도라면, 자신을 의식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게다가 반 배치고사는 마의 3문항 을 제외한 다른 그 어떤 문제도 손 대지 않았다고 했지……?,
그렇다는 건, 마의 3문항만을 풀어 내면 S반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사 실까지 알고 있었던 걸까.
‘위험해.’
그리 생각하며 풀레임도 자리에 착 석하자, 이 자리를 주최한 카일은
안경을 천천히 올려 썼다.
‘젠장, 왜 저런 괴물 같은 놈들이 보충회 따위에 나온 거야?’
카일은 평민이지만, 아주 높은 랭 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 그는 자 신의 위치를 제대로 이용해 먹을 줄 알았는데, 성적이 부진한 F~D반의 귀족을 상대로 가르침을 주면서 자 신의 권력을 잡아보려고 하였다.
그런데, S반의 학생이 다섯 명이나 모이다니.
‘…아니, 나쁘지 않아. 오히려 이건 기회다.’
다섯 명의 S반 중에서 유난히 눈
에 띄는 저 앳된 소년, 백유설은 이 번 반 배치고사에서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어째서 S반이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부진한 성적.
만약 자신이 이 자리에서 S반 학 생까지 가르칠 수 있다는 게 증명된 다면? 다른 학생들은 자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눈빛을 받으며.
‘에휴.’
백유설은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는 마유성이라는 놈이 갑작스레 친 근한 척, 그 특유의 다정다감한 목
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유설아. 너는 여기에 왜 나온 거 야?”
나오고 싶지 않았다.
“넌 이런 거 들을 필요 없잖아. 이 유가 있는 거지?”
그런 거 없다.
반 배치고사에서 저조한 점수를 받 은 하위권 학생들에게 일종의 ‘경 고’가 내려오는 바람에, 이런 학습 활동에 참여할 것을 권고받아서 어 쩔 수 없이 온 것이다.
‘이럴 때가 아닌데…….’
시작했는지도 몰랐던 [Episode 3 ‘지팡이 계승식’]이 아주 특별한 방 법으로 완료되어, 경험치를 상당히 많이 받은 것까지는 기쁜 소식이라 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주변의 쓸데없는 이목을 집중 받게 되었다는 점이 최악이다.
조용한 학창 생활은 글러 처먹었 다. 더 짜증 나는 건, 기껏 이목을 모아놓은 이 망할 테리폰이 당장 쓸 데가 없다는 것이다.
‘넌 대체 왜 나한테 온 거냐.’
테리폰을 풀레임이 아닌 다른 캐릭 터가 다루는 경우는 본 적이 없었기
에, 나도 당최 이 지팡이가 무슨 뜻 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자.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부 터 보충회를 시작할 거니까.”
카일이 칠판을 탕탕 두드리며 말하 자 몇몇 평민 학생들은 고개를 빳빳 이 세웠고, 귀족들은 불쾌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하지만 이 자리는 무려 교수님들이 지원하는 자리였기에, 카일에게 마 땅히 대드는 학생은 없었다.
“오늘은 배치고사의 문제를 검산해 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야. 알다시 피 이번 배치고사에는 마의 3문항’
이라는 별명이 벌써부터 붙은 악명 높은 문제가 출시됐어. 그리고 나는 그중 한 문제를 풀었고.”
그 말에 홍비연이 눈을 반짝였다. 그녀가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대체 저 마의 3문항을 어떻게 풀 이하느냐.
마땅히 물어볼 사람도 없는 와중에 풀이에 성공한 학생이 직접 알려주 겠다니, 냉큼 이 자리에 찾아온 것.
다른 학생들 역시 이 문제에는 꽤 관심이 많았는지 카일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는 쏠리기 시작하는 시선
에 썩 만족하여 안경을 추켜세웠다.
“그럼, 문제 풀이를 먼저 보여줄게. 이 문제는 사실 함정에 가까워. 일 부러 오답을 유도하도록 만들어졌거 든. 우선은…….”
몇몇 학생들은 노트를 꺼내서 필기 까지 시작했는데, 카일의 풀이 자체 는 썩 그럴싸했다.
그러나, 그럴싸했을 뿐 제대로 된 풀이가 아니었다. 그 점을 캐치해 낸 마유성은 눈을 반짝이더니, 은근 슬쩍 백유설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어때. 너는 저게 맞는 거 같아?”
그러나 백유설은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아서 저 풀이가 맞는지 아닌지 전 혀 알 길이 없었다.
마의 3문항? 뭔 소리야 대체.’
애초에 공부를 목적으로 이 자리에 나온 게 아니라서 대화를 좀처럼 따 라잡기도 힘들었다.
그런 이유로, 백유설은 대충 답했 다.
“난 모르겠는데.”
작게 말한다고 말한 것이겠지만, 워낙 조용한 와중이었기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 목소리를 들었다.
‘쟤 뭐야?’
‘백유설이잖아.’
‘아… 걔?’
다른 모든 문제를 틀렸으면서, 마 의 3문항만 정확히 맞힌 이상한 학 생.
그런 백유설이 ‘모르겠다’고 말했 다는 건…….
‘지금 저거…….,
‘…카일의 풀이가 틀렸다는 거지?,
그런 의미가 되겠다.
실제로 백유설은 세 문항을 모두 맞혔고 카일은 비록 이론 만점을 받
으며 입학했다지만, 정작 마의 3문 항은 한 문제밖에 못 맞히지 않았던 가?
따각!
카일이 쥐고 있던 분필이 부러졌 다. 힘을 과하게 줘버린 것이다.
백유설은 착잡한 시선으로 마유성 을 바라보았다. 정작 이 분위기를 만든 장본인인 주제에, 마유성은 아 무것도 모르겠다는 눈동자로 싱글벙 글 웃고 있었다.
‘이 새끼, 일부러 그랬구만?’
마유성이라는 인물이 원래 그랬다. 카일이 나서는 게 그냥 싫었겠지.
그래서 의도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만든 것이고
“내 풀이가 잘못됐다고? 백유설, 그럼 네가 직접 해설해보지 그래?”
“에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그는 마유성 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잠깐 쳐다보 다가 안경을 썼다.
마의 3문항.
말이 마’의 3문항이 ス], 사실 넌센 스 퀴즈에 가까웠다.
문제를 굳이 순화해서 설명하자면, [마법사가 ‘대지여, 눈물을 흘려라!’ 라는 주문을 외웠더니 대지가 두 배
로 쌓였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느낌이 되겠다.
이 문제의 정답 풀이는 간단하다.
흙이 울면? 흙흙.
그래서 대지가 두 배로 쌓여버렸 다.
•••어처구니가 없겠지만, 진짜 이런 느낌의 문제다. 정말로.
그런데 카일은 저 문제를 굉장히 수학적으로 분석하였다.
대지가 울면 뭐 토양이 흩어지고 녹아내리고 정령이 분노하고 화산이 폭발하고 어쩌고저쩌고 그리하여 결 과적으로 대지가 두 배가 되었다…
라는 결론을 도출해 낸 것이다.
그래. 풀이가 어떻든 정답만 맞히 면 상관없긴 하다.
당장에 저 문제 하나를 맞히는 데 에는 분명히 도움이 될 만한 풀이겠 지만…… 다음에 비슷한 느낌으로 ‘응용문제’가 나오면 다시금 막혀 버리게 되는 그런 풀이법이라는 것 이 문제였다.
“이건 풀이법을 보여줄 수 없어. 잘못된 점을 지적할 수는 있어도.”
“……뭐?”
백유설은 직박구리 안경의 도움을 받아, 카일의 풀이에서 오점을 콕콕
집어냈다.
“문제는 흙으로 제시했지만, 만약 물이나 바람이면 어떻게 될까? 그때 도 네 공식이 적용될 거 같아?”
“그건…… 그때가 되면 다른 공식 을 적용하면 된다.”
“그게 문제야. 왜 같은 방향의 문 제인데 다른 공식을 적용해야 하는 데? 애초에 다른 공식을 적용한다는 문제 이전에, 아예 풀이 자체를 갈 아엎어야 할걸?”
“네 풀이는 순전히 요행이었어. 솔 직히, 출제자의 의도와 전혀 맞지
않은 풀이거든. 이 문제를 풀이하는 데에는 그 어떤 공식도, 수식도, 룬 어도 필요하지 않아. 그런데 너는 거기에 억지로 네 지식을 삽입한 거 고.”
백유설은 마법에 대해 잘 알지 못 한다. 그래서 직박구리 안경에 표시 된 ‘핵심’ 부분만 콕콕 집어서 지적 하였다.
‘여기서 이 부분을 바꾸면, 네 풀 이는 완전히 엉터리가 된다. 어떻게 설명할래?’
당장 이번 문제에서는 아주 우연찮 게 아다리가 맞아서 풀이에 성공했 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또 다른
비슷한 문제가 나오면 풀 수 없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허점을 찌르 는 지적.
복잡한 설명을 필요도 없었다. 그 저, 카일의 풀이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듣고 보니 그러네……r
똑똑한 학생들은 백유설의 말을 알 아듣고서 오히려 그의 말을 받아적 기 시작하였다. 풀레임 또한 적지 않게 놀랐지만, 최대한 침착하였다. 그보다는 에이젤과 홍비연을 살펴보 았다.
‘…신경전을 벌이지는 않는 건가?,
본래라면 이 자리에서 서로 격렬한 말다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백유 설이 방금 풀이했던 저 문제는 에이 젤과 홍비연 둘 다 풀지 못했던 터 라, 그것의 풀이를 듣기 위해 정신 이 팔려 있었다.
과연 악녀와 여주가 싸우지 않는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좋을까.
•……아니, 좋게 생각하자.’
카일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입을 쩍 벌린 채 경악하였다.
‘내가 틀렸어……?,
자존심이고 뭐고 그 이전에, 자신 의 풀이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이제 야 깨달아버린 카일은 고개를 푹 숙 였다.
그러고선 순수하게 인정하였다.
“네 말이…… 맞…다.”
“그러냐.”
자신의 풀이가 완전히 설파당했음 에도 카일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 려 자괴감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다.
“나는 운이 좋아서 이 문제를 풀었 던 건가…….”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특별 보
충회가 종료되었고, 백유설은 누구 보다 빠르게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이 답답하고 눅눅한 공부의 공간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은 것도 있지 만, 마유성과 함께 있는 게 썩 부담 스러운 탓도 있었다.
“내일 보자!”
마유성의 활기찬 인사를 뒤로 한 채 백유설은 터덜터덜 복도를 걸었 다.
‘아오 진짜, 마유성 같은 놈한테 잘못 걸려서는…….’
어쩌다 테리폰 같은 지팡이를 쥐어 서 이런 꼴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슬슬 인적이 드물어져서 마음 놓고 기숙사로 돌아가려는데, 남자 기숙 사로 향하는 복도의 코너에 누군가 가 등을 기댄 채 서 있었다.
…홍비연 아돌레비트 공주였다.
‘뭐지?’
설마 아는 척을 할까 싶어서 백유 설이 그냥 지나치려고 하자, 그녀가 그 앞을 가로막았다.
”……뭔데.”
“아까, 풀이법은 왜 설명하지 않은 거야?”
설명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거
다. 그딴 넌센스 퀴즈 문제를 대체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한단 말인 가? 사실상 백유설이 보여줄 ‘풀이 법’도 다른 문제에 응용할 수 없는 건 매한가지인데 말이다.
¹¹그냥 할 말이 없어서…….”
“그런가. 이해했어. 그런 자리에서 네 풀이법을 공개하고 싶지는 않았 다는 거지?”
엥. 그런 게 아닌데. 하지만 홍비 연은 단단히 오해를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대가가 필요한 거지?”
“뭐? 대가?”
“그래. 대가.”
그녀는 그리 말하며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쳤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테니, 네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을 내게도 보 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