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9)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199
45. 시간과의 도박(2)
에이젤과 풀레임의 만남은 우연적 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들어오셨대요? 저도 우연히 찾은 곳인데.”
“아, 저처럼 길을 잃으신 건가?”
인적이 드문 시간에, 도서관의 비 밀 공간에서 마주친다면 특히나 더 욱 더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풀레임에게는 우연이 아닌 의도적인 만남이었다.
그녀는 에이젤이 이맘때쯤 이곳에 있으리라 짐작하였고 로판의 지식을 기억해 내 비밀공간을 찾는 수고조 차 없이 단번에 들어왔으니까.
“그냥…… 어, 응. 우연히 찾았어.”
“그렇죠? 어차피 사서는 칼퇴근이 라 조금 더 남아 있어도 돼요.”
“저희가 여기에 있는 줄도 모를걸 요? 저 사서는 귀찮다고 기록을 안 하거든요.”
에이젤은 책을 조금이라도 더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만족스러운 듯 신난 목소리로 재잘댔다. 그 꾀 꼬리 같은 목소리에는 묘하게 마음 이 풀리는 힘이 있었으나, 풀레임의 씁쓸한 마음까지도 풀지는 못했다.
“……뭐 보고 있었는데?”
“아, 이거 보세요. 최근 십이신월에 대해 조금 관심이 생겼거든요. 일전 에 레비앙의 해안에서 벌어진 사건 아시죠? 그것도 사실 청동십이월의
저주 때문에 그랬던 거래요.”
호기심 많은 저 소녀는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지 파헤치고 보는 성격 이었다.
“그랬는데 마침, 여기에 딱 십이신 월에 관한 서적이 있는 게 아니겠어 요? 뭐…… 그래 봐야 민간신앙을 조사하는 정도에 그칠 것 같지만요.”
아마 에이젤은 모를 것이다.
자신이 품에 안고 있는 저 서적은 스텔라의 교수들 중에서도 극히 일 부만이 읽을 수 있는 것이며, 무려 교장 엘트먼 엘트윈이 직접 집필한 것이라는 사실을.
100년 전, 한창 현역으로 활동하다 가 은퇴할 때가 왔음을 직감한 엘트 먼 엘트윈은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 고 했던가.
그 과정에서 그는 무수히 많은 영 웅과 은거기인과 신비로운 생명체와 전설 속 동물을 만났는데, 그 특별 한 만남 중에는 ‘십이신월’ 또한 포 함되어 있었다.
평범하게 생각해서 학교 도서관 따 위에 십이신월이라는 신화적인 존재 에 대해 자세히 기록되어 있을 리가 없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에이젤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결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
그저, 정말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는 대로 걸었더니 ‘우연 히도’ 이곳까지 닿게 된 에이젤은 전혀 모르고 있겠지만.
“재미있겠네.”
“같이 보실래요?”
저 서적을 읽기 시작한 그 순간부 터 에이젤의 비극은 시작된다. 그것 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면, 저 책을 읽지 못하도록 막는 것.
“그래? 궁금한데, 잠깐 줘볼래?”
“여기요.”
에이젤은 일말의 의심도 없이 책을 건네주었다. 풀레임은 자신의 손에 들어온 책을 빤히 바라보며 짧게 고 민하였다.
확신할 수 있다.
이것에 손을 대는 순간 에이젤은 그리 좋은 미래를 겪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진실’을 알게 된 에이 젤은 폐인처럼 살아가며 세월을 허 비하게 되겠지. 그건 백유설조차 어 떻게 막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지금껏 발생한 수많은 사건사고와
재앙을 모조리 해결해온 백유설이라 도, 진실에서 비롯된 비극은 막아낼 수 없는 법이니까.
다만.
지금 당장 여기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아주 조금, 조금의 마나만 투자하 여 이 책을 찢어버리는 것.
그렇게 되면 에이젤은 영영 자신의 아버지가 왜 죽게 되었는지, 그 속에 담긴 비밀을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찢어버리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살아 가는 편이 나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아, 그거 제가 중간 부분 먼저 읽 어봤거든요. 엄청 흥미로운 부분이 하나 있어요「
“…뭐?”
“그 책이 십이신월 중에서도 ‘은세 십일월’에 대해 다루는「
“읽었어? 이걸? 벌써?”
“어? 네? 네……. 그럼 안 되나요?”
움찔, 풀레임의 몸이 크게 떨렸으 나 에이젤은 눈치채지 못하고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청동십이월이 ‘겨울의 심 장’을 자신의 파편으로서 남기고 적 하유월이 ‘화령꽃’을 파편으로 나눠 놓은 것처럼 은세십일월도 마찬가지 래요. 그 신물 중 어떤 물건은 과거 의 사건을 엿볼 수 있다는데…… 응? 풀레임 양, 왜 그러세요?”
**……아니야.”
늦었다.
이미 거기까지 알아버린 이상, 그 녀를 막을 명분은 없으니까.
풀레임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책 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래서 뭐어…… 아직 여름방학도 조금 남았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직 접 찾으러 가 보려구요.”
“…찾을 거야?”
“네에…… 좀 바보 같죠? 그냥 기 분 전환 삼아서 여행한다는 느낌으 로 갈 생각이에요. 진짜 있을지 없 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래, 정말로 바보 같다.
“혹시 모르잖아요? 이게 정말 실존 하는 물건이라면, 제 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세상에 밝힐 수도 있어요!”
에이젤의 아버ス], 아이작 모르프는 흑마배신자라는 마법계에서 가장 치
욕스러운 모욕을 뒤집어쓴 채 아돌 레비트 왕가에게 살해당했다.
그 이후로 10년.
에이젤은 몇 번이고 아버지의 억울 함을 주장했으나, 마법계는 그것을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하여, 그녀는 힘을 스스로의 힘을 키우며 기다려왔다. 진실을 세상에 밝혀내고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풀기 위하여.
“그러니까, 저는 조금이라도 희망 이 있으면 뭐든지 해볼 생각이에 요.”
그렇구나.”
풀레임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 덕인 뒤, 무언가를 결심한 듯 그녀 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나도 같이 가.”
“……네?”
“여행가는 느낌이라고 했지? 나도 요새 스트레스 엄청나게 받았는더1, 잘됐네.”
“가, 같이요? 저 혼자 가도 되는….”
“같이 갈 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
풀레임은 그렇게 선언하고서 뒤돌 아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저, 저기요?”
에이젤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 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만약 에이젤이 기어이 원작의 스토 리를 따라갈 예정이라면…… 자신 또한, 그 과정을 함께하리라고 생각 한 풀레임이었다.
* * *
천령나무의 요람, 백색의 성.
“하암……
여왕의 직속 친위 기사단, 라임태 성은 하품을 쩍쩍 내뱉으며 멀거니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았다.
여왕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기 사라고 해서 항상 반듯한 모습만을 보일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태성. 백색의 성에서는 품위를 지 키라고 말했을 텐데.”
반대로 그의 쌍둥이 여동생, 라임 태선은 언제 어디서나 절도 있는 모 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오빠를 나무 라고는 했다.
“아, 아… 그렇지……
라임태성은 애써 지팡이를 가슴으 로 끌어모아서 품위가 있는 척을 시 도해보았다. 그런다고 해서 나른하
고 졸린 태도가 어디 가는 건 아니 었지만
‘피곤하네……
여왕을 가장 가까이에서 수호하는 2인의 기사 중 한 명이었던 라임태 성은 꽃서린을 위해 숲속 깊은 곳의 오두막에서 생활하던 몸이었다.
수 년이 넘도록 그곳에서 생활하던 버룻 때문일까, 남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그는 완전히 나태해지고 말았다.
물론 그럼에도 실력은 확실한 데다 가 여왕을 오랜 시간 보좌해왔기에 꽃서린의 신임을 잃지는 않았지만,
여동생 라임태선의 입장에서는 그의 태도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왕님은…… 오늘도 열심히 하시 네……
“그래. 보기 좋은 광경이지.”
여왕의 집무실을 슬쩍 들여다보니,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업무에 열중하는 꽃서린의 모습이 비춰졌다.
검은색의 면사포와 드레스를 두른 채 바삐 뛰어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일평생 그 곁을 지켜왔던 라임태성 의 입장에서 상당히 어색하기 그지 없었다.
“덕분에, 요즘 장로회의 입지가 상 당히 줄었다더군.”
태선의 말에 태성은 낄낄거리며 웃 었다.
“그 싸가지없는 노친네들 폐하께서 안 계시는 동안 아주 제대로 설치고 다니 드만?”
“그렇지.”
여왕이 오랜 기간 자리를 비우면 자연스레 하이엘프 장로회의 권력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수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저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볼링까지 굴리면서 제멋대로 굴고 있었는데, 여왕이 갑
작스레 떡 등장해서 모든 규칙을 바 로잡기 시작하니 요즘 장로회에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뭐 어쩔 건가.
세계수와 가장 가까운 존재를 거스 를 수는 없는데 말이다.
“파에날. 제가 이 문서에서 장로회 인증 표시는 빼라고 했을 텐데요. 여왕 직속 부서가 무얼 할 때는 장 로회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 다.”
마침, 꽃서린이 누군가를 혼내기 시작하자 태선과 태성의 시선이 자 연스레 집무실로 돌아갔다.
“……원래부터 그랬습니다. 벌써 30 년이 넘도록 지켜온 전통……
“원래? 원래라고 하셨습니까?”
아이쿠.
태성은 이마를 짚었다.
여왕께서 가장 싫어하는 말이 바로 ‘원래’였으니까.
엘프라는 종족은 본디 변화를 극심 하게 두려워하게 마련이었고, ‘원래’ 그러했던 것들을 바꾸지 않은 채 아 주 오랜 기간 보수적인 문화를 유지 하였는데 그것을 깨뜨린 사람이 다 름 아닌 꽃서린이었다.
최근에 들어온 젊은 하이엘프들은 그런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지만.
제가 있을 때는 ‘원래’부터 그러 지 않았습니다. 당장 바꾸세요.”
백색의 성에서 무슨 일을 할 때마 다 반드시 장로회의 허락을 받아야 만 했던 말도 안 되는 규칙을 처음 부터 뜯어고치기 시작하자, 몇몇 임 원들이 똥씹은 표정을 지었다.
꽃서린은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주시하였다. 연정흡인지체를 약화시 키며 동시에 연홍춘삼월의 가호의
능력을 활성화한 덕분일까, 표정에 서 드러나는 속내와 감정을 제대로 읽는 게 가능했다.
‘•••가능한 빨리 장로회의 뿌리를 쳐내야겠어.’
결심은 빠르다.
“메이디? 궁 내부 임원 전수조사를 시행해야겠어요. 임원 목록을 저녁 까지 내 책상에 가져와 주세요.”
“네, 넵!”
새로이 보좌관의 자리를 대신하여 들어온 메이디라는 이름의 소녀가 허겁지겁 대답하자, 임원들의 표정 이 파리해졌다.
“휘유~ 여왕님. 카리스마 있는데?”
“……그러게. 폐하의 저런 모습, 나 는 처음 봐.”
오두막에 조용히 숨어 살던 시절의 꽃서린을 떠올려보면, 그저 온화하 고 꽃을 좋아하던 한 명의 순수한 소녀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바깥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누구보다 평범한 삶을 갈망하였고, 햇빛을 좋아하지만 고개를 드는 것 을 무서워했던…….
그런 여리디여린 소녀.
하지만 그건 그들이 숨어 지내던 겁 많은 꽃서린만을 곁에서 지켜보
았기 때문에 착각한 것이었다.
엘프 왕으로서의 꽃서린은 달랐다.
그녀는 왕으로서 가져야만 하는 카 리스마와 통솔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여태까지 뿌리 박힌 듯 콱 막혀 있 던 문화를 통째로 뒤집어엎어 바꿔 버릴 정도의 단호한 결단력까지 있 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예전의 모 습을 감히 떠올릴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여왕의 자리로 돌아온 이후 로 꽃서린은 하루하루 냉랭하고 살 벌한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7클래스의 마법사인 라임태성과 라
임태선마저도 간혹가다 찔끔 쫄아버 릴 정도로.
“그래도 난 저런 모습의 폐하가 더 욱 멋지다고 생각해.”
“……그러냐.”
“응. 하고 싶은 일을 하시는 것처 럼 보이잖아. 즐거워 보이셔.”
하루하루를 그저 버텨내고 살아가 던 그녀가 이제는 뚜렷한 어떤 목표 를 가지고서 그 어느 때보다도 열정 적으로 매일을 살아간다.
항상 그녀의 곁을 지키던 두 기사 의 입장에서 그 모습은 퍽 감동적이 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들은, 꽃서린이 언제까지고 저러 한 왕으로서의 품격을 잃지 않은 채 살아가리라고 생각하였다.
썩어빠진 궁의 법도를 뜯어고치는 대변혁을 일으켰으며 전 세계 수많 은 국가와의 교류를 트는 것으로 문 화를 활발히 순환시키고, 엘프의 위 상을 한층 더 세상에 알리는…….
그런, 카리스마 있는 엘프왕으로서 영원토록 세계수를 통치하리라고 굳 건히 믿었다.
태성, 태선. 미안해요.
오늘 밤은 특별한 손님이 와서 외 출을 좀 다녀올게요.
금방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말아 요!
(・れd)。・°
……어느 날 밤.
친위대 몰래, 여왕이 철없는 어린 소녀 같은 쪽지 한 장을 남겨놓고서 성을 탈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이게 뭐야아아아-!”
뒤늦게 여왕이 행방불명됐다는 사 실을 자각한 라임태성은 소리를 고 래고래 질렀고, 태선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폐, 폐하……? 이건 거짓말이야….”
그녀의 철부지 없는 행동에, 두 친 위기사의 심장이 뚝 떨어지고 말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