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9)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219
46. 옛날이야기(15)
에이젤과 풀레임은 백유설의 행보 를 꾸준히 뒤쫓았다. 어느덧 하루가 지나 출정식이 되었고, 빠르게도 나 온 모르페의 제복을 입은 백유설은 그 자리를 함께하였다.
그곳에서 아이작은 다른 세력의 마 법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아돌레비 트.
마법사 협회.
마탑 연합.
세계 마법사 기구.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거대 마법 세력들이 즐비해 있었다.
– 이게, 뭐야…….
에이젤이 알기로 자신이 어린 시절 까지만 해도 모르프 대공가의 힘은 꽤 강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돌 레비트 왕가와 맞먹으면 맞먹었지 결코 뒤처지지 않는 수준으로.
하지만 눈앞의 저들이 모여 있는
모습은, 홉사 모르프 대공가를 견제 하려는 것 같지 않은가.
– 그런 거였나…….
아버지는 당시 압박을 받고 계셨던 것이다. 외부의 세력으로부터.
홍시화는 어떤 ‘미끼’를 사용했는 지 몰라도 저들을 모두 매수하여 이 자리까지 함께 나와 있었다.
– ……알아봐야겠어요.
작전 지휘 막사에 모인 마법사들은 하나하나가 에이젤과 풀레임의 입장 에서도 감히 눈빛조차 마주치기 버 거울 정도로 거물급이었다.
백유설은 작전 지휘 막사에 당당히
자리한 와중, 아이작 모르프와 홍시 화 아돌레비트가 주도하여 회의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말로만 회의일 뿐.
실상은 아이작 모르프에게서 어떻 게든 빈틈을 찾아내 깎아내려는 일 방적인 말싸움에 불과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죠?
에이젤은 분노한 표정으로 홍시화 를 바라보았다.
모르프 가문의 결계가 무뎌지니 어 쨌느니 하는 핑계로 모르프란 숲에 대뜸 이만한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
왔다는 것인데, 이게 상식적으 로…… 외교적으로 과연 옳은 일인 것일까.
-현실에서 일어난 일 같지가 않아 요.
-원래 현실은 영화보다 더 판타지 거든.
물론, 아이작 역시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아돌레비트 왕가의 무례함을 진중 하게 다뤄야 한다는 판단을 내려야 겠군. 이번 일이 끝난 뒤, 공식적인 자리에서 다시 보게 될걸세.”
그의 말은 상당히 깊은 무게감을
가지고 있어 무시할 수 없었는지 다 른 마법사들은 큼큼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자신들이 얼마나 무 례하고 위험한 짓을 감행했는지 새 삼 깨달은 것이다.
제아무리 홍시화를 방패처럼 들이 밀었다 하더라도, 뭔가가 잘못되면 모르프의 분노를 피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흥시화는 그런 아이작 의 분노를 전혀 신경 쓰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후로도 이야기는 점점 더 거칠게 진행되었다. 홍시화는 백요호 화령 을 두고서 ‘전쟁무기’라는 단어까지 언급하여 아이작을 분노케 하였다.
아이작은 그에 대해 충분한 반박을 하였으나 그 누구도 그의 말을 귀담 아듣지 않았다.
이미 자신들만의 확고한 정의를 가 지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슬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것일까. 홍시화는 주제를 조금씩 자 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틀었다.
“저희는 이 마수에 대해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견해라고?”
“그렇습니다. 전설의 마수, 백요호 화령에게서…… 마법계에서 절대적 으로 금기된 어떠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였지요.”
대화가 진행되는 와중, 고개를 돌 려보니 어느덧 백유설이 모습을 감 추고 사라져 있었다.
– 어라?
-뭐야, 언제 나간 거야?
그녀들이 두리번거리는 人1•이, 이야 기는 점점 더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 되었다.
“금기된 가치라……. 설마, ‘마력 결정체’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저는 거기까지 말하지 않았습
니다.”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말의 의 중을 못 알아들을 나이가 아닐세, 홍시화 공주.”
마력 결정체.
높은 등급의 마수에게서만 아주 낮 은 확률로 등장하며, 이것은 어지간 한 마나석보다 몇백 배 뛰어난 에너 지 효율과 파워를 보여주어 그 가격 이 상상을 초월했는데…… 음지에서 는 또 다른 용도로 쓰인다.
‘마나 용적 확장’.
스스로에게 한계를 느껴 마나 최대 치를 느끼기 위해 마수의 마력 결정
을 홉수하는 행위.
당연하지만, 위험하다.
극히 일부의 마법사가 1클래스에서 높게는 3클래스까지 성과를 보이기 는 했다만, 대부분의 마법사가 마수 의 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흑마화’ 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마법사들은 자꾸만 마력 결정석에 손을 댄다.
스스로에게 한계가 찾아왔음을 누 구보다 더 잘 알기에.
“…세간에 그런 이야기가 있지. 더 욱 높고, 순수하고, 농도 높은 마수 에게서 나오는 마력 결정체는 더욱
많은 마나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그것을 노리고 찾아온 것인가?”
마법사들은 시선을 피했고, 홍시화 는 묵묵부답으로 아이작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입술을 떼었다.
“그 반대입니다.”
“반대라고?”
“그렇습니다. 저희는 얼마 전, 마수 에게서 마력 결정체를 양산하는 방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 다.”
“허허. 그래서, 내가 백요호 화령을 봉인해 놓은 뒤 마력 결정체라도 양
산한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는 농담식으로 던졌으나, 이 자 리의 누구도 그 농담을 받아주지 않 았다.
이렇게 된 거였나.
아이작은 저들이 어떤 이유로 합심 을 했는지, 점점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순도 높은 마력 결정체.
그것은 마약이었고 불법이었으며, 아주 위험했으나…… 동시어】, 높으 신 분들에게도 아주 탐나는 진귀한 보석 같은 존재였다.
– ……더 들을 필요는 없어 보이네. 나는 아저씨를 쫓아가야겠어.
저들의 추잡한 진상을 파악하게 되 었으니, 이제는 슬슬 백유설을 찾아 야 할 때였다. 다행스럽게도 풀레임 과 에이젤은 자신의 영혼을 그에게 묻혀두어서 그 위치를 빠르게 알아 낼 수 있었다.
– 저도 갈게요.
一응. 저쪽이야.
그녀들은 벽을 관통하여, 유체 상 태로 하늘을 날아 숲을 가로질렀다.
우지끈! 쿠드득!
-으윽?!
그러다, 살아 움직이는 나뭇가지가 눈앞을 스쳐 지나가자 화들짝 놀라 바닥으로 추락할 뻔했다.
자신을 노리고 날아온 게 아닐 텐 데도 순간 놀라고 말았다.
– 이건…… 거생목이네요.
에이젤은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을 느끼며 사방에서 꿈틀거리는 징그러 운 거생목을 바라보았다.
– 저 위에, 아저씨다.
고개를 들어보니, 정말로 백유설이 가장 높은 거생목의 꼭대기에 걸터
앉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를 재빠르게 향해 날아가니…….
“나는 너와 싸울 생각이 없다. 오 히려, 너희를 구원하러 왔지.”
그곳에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인물이 서 있었다.
-레이딘 교수님……? 어째서 저분 이 여기에…….
레이딘의 정체를 알고 있는 풀레임 은 표정을 찌푸렸으나, 아무것도 알 지 못하는 에이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一 혹마인이야.
-네?
-저 사람 흑마인이라고. 가슴의 마 크, 보여?
그는 자신이 흑마인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내보이려는 것처럼 ‘흑마신 교’의 문양을 당당히 달고 있었다.
“마법사들은 또다시 욕심에 취하 여, 이 세계에 재앙을 초래하려 하 고 있다. 우리 흑마인에게는 그런 게 존재하지 않지. 너희는 우리를 흑마인이라 칭하여 악으로 몰아가지 만, 그 반대다. 너희는 항상 세계를
위협하였고, 우리는 언제나 이면에 서 세상을 구해왔으니까.”
-역겨운 흑마인 주제에……!
에이젤은 당장이라도 저 가식적인 얼굴에 한 방 먹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세계의 해충과도 같은 흑마인 따위가, 세상을 구하느니 구 원하느니 하는 모습은 참으로 역겹 기 그지없었다.
-뭐라고 말 좀 하시지…….
그러나 백유설은 그런 레이딘을 앞 에 두고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 다. 그저 지팡이를 겨눈 채 위협할 一배一
이상하게도 레이딘은 백유설과 굳 이 싸우려고 들지 않았는데, 아마도 제대로 격돌을 벌였다가는 둘 중 한 명이 무사히 살아나가기 힘들 거라 는 사실을 알아서인 듯싶다.
그에게는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았으니까.
잠시 뒤, 레이딘은 안개가 되어 모 습을 감추었고 백유설은 지팡이를 늘어뜨린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이 유난히도 깊은 밤이었다.
* * *
그날 밤.
에이젤은 아버지가 주무시는 막사 로 흘러들어 갔다. 이제 그의 모습 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최대한 눈에 담아두려는 것이
아버지는 지금 알고 계실까.
철부지 어린 에이젤이 아닌, 아버지 를 그리워하는 소녀 에이젤이 지금 이 자리에 찾아와 있다는 사실을.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
-어……?
그때, 대뜸 아이작의 입에서 흘러 나온 말에 에이젤의 심장이 덜컥 내 려 앉았다.
-아, 아빠! 제 모습이 보이세요? 아빠!
상체를 천천히 일으킨 아이작은 품 에서 지팡이를 꺼내, 에이젤을 겨누 었다.
– 어……?
어째서?
그러나 아이작의 초점은 자신이 아
닌, 자신의 뒤쪽을 향하고 있었다.
서둘러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 는 아까 전 보았던 레이딘 교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생각에 변화가 없는지 묻기 위해 찾아왔다.”
“말했을 텐데? 나는 내 목숨이 붙 어 있는 한, 너희를 끝까지 쫓아서 모조리 척결할 것이라고. 흑마인 주 제에 언제까지 고결한 척 가면을 쓸 생각이더냐?”
레이딘은 아이작의 말을 듣고도 무 덤덤하게 눈을 마주하였다.
“나를 찾게 될 거다.”
“그럴 일은 없다.”
“만약, 그때가 되면……
그는 아이작에게 흑색의 수정 하나 를 던졌다. 마법으로 허공에서 그것 을 캐치한 아이작은 수정의 정체를 깨닫고서 표정을 심각하게 굳혔다.
“그것을 삼키도록 해라.”
레이딘은 또다시 안개가 되어 사라 졌고, 아이작은 홀로 남아 흑색 수 정을 바라보았다.
一 저건…
– 흑마력의 정수야.
뒤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풀레임이 말하였다.
一아무한테나 주어지는 게 아니야. 강력한 마법사는 보다 더욱 강력한 이면 세계와 계약하는 법. 저 흑색 의 수정은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내 포하고 있어. 대마법사가 가졌다가 는 재앙이 발생할지도 몰라.
– 그런…….
어째, 상황이
점점 더.
자신이 아는, 그 ‘역사’대로 흘러가 고 있다.
아이작 모르프 대공의 흑마화.
그리고, 배신.
–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요. 아버 지는 저것을 버리실 거예요.
그러나 그 기대를 산산조각 내 부 수기라도 하겠다는 듯, 아이작 모르 프는 그것을 소중히 품에 갈무리하 였다.
표정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 있 어, 무언가 무거운 짐을 짊어진 듯 보였으나…… 도저히 그것을 알 수 가 없어서 답답하였다.
– 이건, 말도 안 돼…….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에 이젤은 막사를 뛰쳐나갔다. 풀레임 은 씁쓸한 눈으로 아이작 모르프 대 공을 바라보았다.
여주인공의 아버지이자 누구보다도 강한 신념을 지녔던 위대한 마법사.
그러나, 그 끝에 무언가가 비틀리 는 바람에 좋지 못한 최후를 맞이한 사내.
– 후우…….
슬슬 에이젤이 ‘진실’을 알게 될 때가 왔는가. 풀레임은 한숨을 내쉬 며 아이작의 막사에서 빠져나왔다.
에이젤은 달빛을 받아 유난히도 반 짝이는 푸른 머리칼을 늘어뜨린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 ……이제는 저도 모르겠네요.
– 그래…….
– 돌아가고 싶어요. 이대로 더 봤다 가는, 견딜 수 없을 것 같거든요.
괜찮은 생각이야.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에이젤의 마음은 이미 확고하였다.
– 이렇게 된 이상, 모조리 알아내야 겠어요.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다른 막사를
찾아 나섰다. 그곳은 다름 아닌, 홍 시화 공주의 텐트.
경비나 마법 결계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채 내부로 진입한 그녀들은 침대에 드러누운 채 고통스러운 신 음을 내뱉는 흥시화를 목격할 수 있 었다.
“0으…”
—ロ «
“조금만 참으십시오, 공주님.”
홍시화는 상의를 반쯤 탈의한 채 의사에게 주사를 맞고 있었는데, 그 붉은색의 액체가 상당히 불길하다.
“다 되었습니다.”
”……그래.”
식은땀을 흘리며 상의를 갈무리한 홍시화는 야전침대 아래로 다리를 내리고서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은 고통이 아물지 않을 것입 니다.”
“……아픈 건 상관없어. 죽지만 않 으면 그만이야.”
그리 말하며, 홍시화는 그런 말을 툭 내뱉었다.
“나는, 언니처럼 되고 싶지 않아.”
一언니……?
-응. 아마도, 홍에린이라는 이름이 었을 거야.
-처음 들어봐요
-……우리가 어렸을 때 돌아가신 분이니까.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아마 도 이맘때 즈음이었던 것 같다.
– 어째서…….
“홍시화 공주님. 정말로 백요호 화 령에게서 ‘아돌레비트 낙인의 저주 를 해소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이라 생각하십니까.”
의사가 조용히 묻자, 홍시화는 표 정을 찡그리고서 답했다.
”몰라. 가능성은 0.01% 정도.”
“……고작 그런 가능성으로 이런 큰일을 벌이셨습니까.”
“당연하지. 여태까지는 제로였으니 까, 0.0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던 져보는 게 맞아.”
그것이 다른 마법사들은 알지 못하 는 그녀의 진실된 목적. 모르프 대 공가를 척지면서까지 홍시화는 무언 가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백요호 화령은 ‘생령하■(生令火)’를 다루고 있어. 불꽃을 살리는 불꽃이 라는 뜻이지. 그것을 구해 갈 수만 있다면, 이 지긋지긋한 고통에서 벗 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
“……마수를 쓰러뜨릴 자신은 있으 십니까?”
“충분해.”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더 이상 고통을 참을 수 없어, 말 을 꺼내는 것조차 버거웠으나 약한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기에 말을 끝 까지 이었다.
“초대 아돌레비트의 마법 극야화살 주(極夜火殺呪)를 사용하면 그 어떤 불꽃이라도 태워버릴 수 있으니까.”
이 싸움은 시작하기도 전에 상성에 서 이미 승리했다. 초대 아돌레비트 께서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존재하
는 모든 불꽃은 나의 불꽃으로 꺼뜨 릴 수 있으리라’라고 하셨다.
그 전설적인 마법이 바로, 아돌레 비트 혈족에게만 전해지는 ‘화살주’.
이 마법의 준비를 위해 8클래스의 마법사 30인과 6클래스 이상의 마 법사를 500명이나 준비하여 초거대 마법진형을 갖추었으니 제아무리 백 요호 화령이라고 할지라도 버텨낼 수 없을 것이다.
-저 공주님도 뭔가 사정이 있기는 있나 본데?
잠자코 홍시화를 지켜보던 풀레임
은 착잡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그 러나 에이젤의 분노한 표정은 여전 히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용서할 수 없어요…….
설령 사정이 있어서 백요호 화령의 봉인을 해제한 것까지는 좋다. 그렇 다면, 아버지는 왜 죽였는가?
-……때가 되면 알게 되겠スI.
그렇게, 다음 날이 되었고.
화르륵!
세상을 뒤덮는 흰색의 불꽃이, 최 정예 마법사들이 펼친 붉은 불꽃을 모조리 집어삼키는 모습을 보며.
에이젤과 풀레임은 더 이상 그 어 떤 희망도 품을 수 없게 되었다.
-오만하구나, 아돌레비트의 후손이 여…….
그것은 산보다도 높았고, 절벽보다 도 가파랐으며, 하늘보다도 푸르렀 고, 구름보다도 가벼웠다.
신비로운 존재였다.
신수라고 착각해도 좋을 정도로.
온통 흰색의 모습을 한 거대한 여 우는, 무릎 꿇은 홍시화 아돌레비트 를 향해 말하였다.
-너의 불꽃으로 나를 태울 수 있
을 것이라고 생각했느냐.
-틀렸다. 그 불꽃 또한, 내가 창조 한 것. 아돌레비트의 후손은 오만하 고 멍청하기 짝이 없구나.
그런 사실, 전혀 알지 못했다.
선조가 말했단 말이다.
자신의 마법은 이 세상의 모든 불 꽃을 태울 수 있다고. 그런데, 그게 모두 거짓말이었단 말인가?
“아……
8클래스의 대마법사들은 모두 마나 역류 현상이 일어나는 바람에 쓰러
지거나 사망하였고, 기사단은 전원 불꽃에 휩쓸려 전멸.
남은 병력은 10%도 되지 않는다.
그에 비흐H…… 백요호 화령은 털끝 조차 상처 입지 않았다.
완벽한 상성의 패배.
-내가 다시 눈을 떴으니, ‘약속’에 따라 세상을 모두 나의 불꽃으로 뒤 덮을 것이다. 그곳에 앉아서 깨닫거 라, 아돌레비트여.
무엇을?
백요호 화령은 그 뒷부분을 말하지 않은 채, 거대한 몸집과는 어울리지 않게도 우아한 발걸음을 옮겼다.
마법사들은 더 이상 싸울 의지도 의욕도 모조리 상실해 버린 채, 누 구도 일어서지 못하였다.
……단 한 명.
“너는, 이곳을 지나갈 수…… 없 다.”
아이작 모르프를 제외하고서.
화르륵!
온몸에 흰색의 불꽃으로 태워지는 바람에 사지의 절반이 날아갔음에도 그의 눈빛은 전혀 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를 결심한 듯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돌레비트의 불꽃보 다도 더욱 선명히 타오르고 있었다.
-아빠..I
에이젤은 이를 악물고서 아버지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아무리 애써도 그녀의 손길은 그에게 닿지 못했다.
-너는…… 모르프의 후손이로군.
백요호는 미소를 지은 듯하다.
「그 시절,이 떠오르는군…….
“아니, 틀렸다. 나는 더 이상 모르 프의 후손이 아니다.”
그는 힘겹게 한쪽밖에 남지 않은 팔을 들어서 품을 뒤적거려, 무언가
를 꺼내 들었다.
어젯밤, 레이딘 교수에게 선물받은 흑색의 수정.
아이작은 그것을 보고서 눈을 질끈 감았다. 이를 어찌나 거세게 깨물었 는지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 지경이 었다.
그는 울고 있었다.
“에 이젤…….”
-아빠…….
서로에게 닿지 못할 이름을 속삭이 며, 아이작은 허공을 향해 손을 뻗 었다. 에이젤은 그 위에 자신의 손 을 얹으려 했으나 맞잡지 못하고 통
과하였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아빠, 제발.
“나는……
에이젤의 목소리는 허무하게 허공 으로 흩어졌고, 아이작은 피로 물든 눈을 번쩍 떠서 백요호에게 말했다.
“오늘부로, 흑마인이 되겠다.”
그것이 바로.
에이젤 모르프라는 열일곱의 소녀 가 그토록 알고 싶어 했던, 아버지 에 대한 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