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322)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322
57. 담갈토이월(7)
세계수를 무너뜨리겠다는 담갈토이 월의 말에도 백유설은 덤덤했다. 싱 거운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자리 에서 일어난 그는 말했다.
“여기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너에게는 썩 지루한 일이 될 수도 있겠군. 함께 보겠나?”
“딱히 흥미가 가지는 않는군요.”
“안타깝군. 상당히 재미있는데 말 이지.”
“글쎄요. 그런 표정은 아니군요.”
“……뭐?”
백유설의 반박에 담갈토이월은 눈 썹을 떨면서 시선을 흘겼으나 그는 태연자약하게 커피를 마셨다.
“저는 오히려 당신에게 더 흥미가 가는군요. 십이신월은 인간의 몸으 로 쉽게 만날 수 없으니까요.”
“우스운 소리를 하는군. 십이신월 의 가호를 셋이나 받고 있는 주제에
말이야.”
“그렇기에 더욱 호기심이 드는 겁 니다. 무지몽매한 인간들은 당신들 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여, 궁 금한 점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저 는 십이신월을 만나보았기에 더욱 궁금합니다. 당신들은 어떤 세월을 겪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하하, 그런가? 하지만 자네와 내 가 그런 대화를 나눌 정도로 친밀한 사이는 아니지 않던가? 나의 사적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먼저 자네의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떻겠나?”
“제 이야기라…….”
선택지다.
백유설은 직감했다.
만약 이 상황이 ‘연애 시뮬레이션’ 의 관점으로 봤다면 이런 식으로 선 택지가 떴을지도 모른다.
A학창 시절을 이야기한다.
A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A세상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A 이야기하지 않는다.
학창시절이나 어린시절의 이야기는 쓸데없으니 제쳐두고, 남은 선택지 는 두 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선 택지 역시 배제한다. 그에게서 어떤 말이라도 꺼내게 하기 위해서는 ‘자 극적인 미끼’가 필요했으니까.
“……사실 제 삶은 이번이 첫 번째 가 아닙니다.”
우선은 거짓말과 진실이 섞인 말로 떡밥을 살살 뿌린다. 뚜렷하지 않게 홑어지는 애매모호한 단어들은 누가 해석하더라도 여러 결과가 나올 테고, 백유설은 그것에 대해 침묵할 것이다.
“그렇다는 건, 지금이 두 번째 삶 이라는 것이냐? 환생이라도 했다는 말로 받아들여도 좋겠나?”
“제가 한 가지를 이야기했으니 당 신도 한 가지를 푸는 게 좋지 않겠 습니까? 원치 않으신다면 대화를 그 만두셔도 좋습니다.”
“거래를 하자는 건가?”
“예. 제가 당신에게 흥미를 가지는 것처럼, 당신 역시도 마찬가지인 것 으로 보이니까요. 서로에게 득이 되 는 거래를 하는 게 좋겠죠.”
“네 말을 내가 믿을 수 있겠나?”
“한낱 인간 따위의 언어가 품고 있
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능력 정 도는 갖추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건 너도 마찬가지겠지.”
,,예,,
백유설이 그리 말한 뒤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자, 담갈토이월은 손가 락을 튕겼다. 그러자 탁자 위에 무 언가가 투두둑 떨어져 내렸다.
접人】, 그릇, 쟁반 등을 비롯한 식 기구가 차례차례 나타나더니 그 위 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기와 음 료수, 빵과 케이크까지 다양한 음식 이 쏟아져 내렸다.
“심심할 테니, 식사나 하면서 듣지.”
백유설은 포크를 쥐어서 엄지 손가 락으로 살살 문질렀다. 누군가 본다 면 은으로 만든 포크라고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이건 사실 ‘흙’이다.
‘이 공간의 모든 게 전부 흙이야.’
책과 책상. 모닥불과 벽난로. 카펫 과 커피까지 모두. 모든 게 흙이었 다. 눈앞의 저 음식 또한 흙으로 만 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방금 마셨 던 커피에서 달콤하거나 씁쓸한 맛 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혀 를 까칠하게 만드는 모래의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웠으니까.
평범한 인간은 이 음식을 먹을 수 없다. 먹다가도 위장에 문제가 생겨 서 쓰러질 가능성이 높다.
플레이어는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 해 강력한 마력으로 모래를 태워버 려서 소화 기능을 대체하는 등의 여 러 아이템을 준비했으나, 결국 최종 적으로 완벽한 공략법은 하나였다.
[에슬렌 황토 반지]
먼 옛날, 흙을 먹고 싶었던 어느 미 치광이 연금술사가 만들었다고 알려 진 반지. 그는 생물학과 지리학에 특
출난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능 력으로 세상의 발전에 기여하기는커 녕 인간에게 흙을 소화할 수 있는 기 능을 만드는 데에 평생을 허비했다.
결국 그는 반지를 만들다 사망하여 흙을 먹는다는 평생의 숙원을 달성 할 수는 없었으나, 그것은 이제 백 유설이 아주 훌륭하게 사용할 계획 이다.
나이프로 고기를 썰어 포크로 찍 어, 입에 가져다 댄다. 향기는 평범 한 고기의 것. 이것을 입에 넣는 순 간 모래알갱이가 씹혀야만 정상이지 만, 이제는 다르다.
고기를 입에 넣은 백유설은 두 눈 을 부릅 떴다. 그 반응을 예상한 듯 담갈토이월이 말했다.
“커피를 잘 마시기에 기대했거늘 역시나 먹을 수 없겠나?”
“아뇨. 무슨 소리십니까.”
백유설은 계속 음식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역시 십이신월께서 해주신 음식이 군요. 생각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그런가?”
담갈토이월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 백유설을 바라보았다.
그는 정말로 음식이 맛있다는 듯 쉬지 않고 포크를 움직였다. 또한 눈빛과 언동에서 거짓이 전혀 느껴 지지 않는 관계로, 진실이라고 보는 게 옳았다.
,……처음이군.’
인간들의 ‘문화’를 모방하여 음식 을 만들어 보고자 했으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대지를 제외한 그 어떤 물질도 다룰 수 없는 저주를 받은 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여, 진흙으로 음식의 외형을 흉 내 내는 것이 고작이었거늘.
그것을 정말 음식이라고 생각하여
맛있게 먹고 있는 백유설을 보고 있 자니 담갈토이월은 그저 얼떨떨한 감정밖에는 느낄 수 없었다.
“정말로…… 맛있단 말이냐?”
“예. 취향에 맞는군요.”
“……그렇군.”
담갈토이월은 포크를 들어 음식을 툭툭 건드리다가, 그에게 말했다.
“너는 역시 독특하군.”
“감사합니다.”
“사실은, 네가 오기 전 누군가 미리 언질을 해주었다. 회공시월이었지. 내 오랜 잠을 깨운 건방진 녀석.”
“……회공, 시월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너는 이 세상이 어떻게 굴 러가는지 알고 있나? 운명이라는 이 름 아래에 이야기의 결말이 결정되 어있어.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서 살아가고 있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는 그 운명을 훼방놓는 다더군.”
“세상의 이야기는…… 잘 깔려 있 는 레일 위로 달려가는 기차다. 특 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은 결국 은 종착역에 도착하겠지. 그런데 네
가 나타나서 레일을 흔들어 놓는 거 야. 자꾸만 기차가 탈선하려 하고 있지.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백유설은 포크를 내려놓았다.
이번에도 그는 진실을 섞은 거짓말 을 할 것이다.
“저는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세계 의 죽음을 보았습니다.”
“……그러한가.”
“잘 깔려 있는 레일? 좋습니다. 하 지만 그 끝에 위치한 종착역에 아무 것도 없다면 어떻겠습니까?”
“멸망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애당초 담갈토이월은 죽음과 멸망 에 큰 의의를 두고 있지 않으므로, 백유설은 적당한 거짓말을 섞었다.
“인간은 언젠가 죽습니다. 마찬가 지로, 세상도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 겠지요. 하지만 그 끝에…… 그 어 떤 의미도 없는, 그저 공허(空虛)만 이 자리하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습 니까?”
“……공허? 무슨 의미지?”
“말 그대로입니다. 세상은 단순히 멸 망하지 않습니다. 그저, 지워질 뿐이
었죠. 누구도 기억되지 않고, 여태까 지 있었던 일이 모조리 무(無)로 돌아 가 버립니다. 당신의 삶, 당신의 생각, 당신의 인연, 당신의 목적, 당신의 신 념마저도.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게 됩 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보다도 못한 것이 된단 말입니다.”
썩 유쾌한 내용은 아니었는지 담갈 토이월의 표정이 굳어졌다. 백유설 도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으 나,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제가 만약 달리는 열차를 흔들어
놓는 게 맞다면, 이유는 단순합니다. 나의 모든 것이 공허가 되어 홑어지 지 않도록, 탈선하도록 만드는 것.”
그 말에 담갈토이월은 눈을 감았다.
그에게 죽음이란 아무래도 좋은 것 이었으나, 과연 ‘자신의 죽음에도 그만큼 관대할까?
십이신월은 영생하는 것으로 알려 져 있고, 실제로도 천 년이 넘는 오 랜 세월을 살아왔다.
어느 누군가는 말한다.
너무 오래 살다 보면, 삶에 지치고 회의감이 들어 죽음을 겸허히 받아 들이지 않겠느냐고.
그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소리다.
그들은 오래 살았기에, 더욱 열정 적으로 삶을 갈구한다.
100년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보다 도 더욱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에게 있어서 죽음의 공포는 더욱 거대하 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야기의 노선이 정해져 있기 에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뿐.
“정말로 네가…… 우리의 운명을 옳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단정 하나? 그걸 어떻게 믿지? 네 말대 로라면 너는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실패를 반복해왔다는 게 아니던가?”
“예. 저는 여태 무수히 많은 실패 를 겪어왔지요. 하지만 단 한 번의 실패조차 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제 가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은, 곧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증명할 수 있겠나?”
그에 백유설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허공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 름 아닌 ‘생명의 뿌리’.
“그건…… 연두림사월의 신물이 아 니던가?”
“예. 이제는 솔직히 말씀해 주시지 요. 당신은 인간을 죽이기 위해, 세 계수를 무너뜨리는 게 맞습니까?”
정곡을 찌르는 그 말에 담갈토이월 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인간의 문화를 흉내 낸 사무실, 엘 프의 문화를 흉내 낸 커피, 드워프의 문화를 흉내 낸 예술까지. 당신은 지 상의 종족을 모방하고 있습니다.”
“그건…….”
무어라 변명하려던 담갈토이월이었 으나, 이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백유설이 보통 평범한 인
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데, 여기 서 변명해 봐야 무얼 하겠는가.
“당신은 만지는 모든 것을 흙으로 바꿔 버리는 저주받은 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다가가고 싶으 나,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나 결국에는 그들을 질투하기에 이 브렀지요.”
그 결과가 바로 ‘절대무적 철리번’.
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에 빚어낸 육신이었으나 그의 소원은 결국 이 루어질 수 없었다.
하여 철리번을 자식으로 삼은 담갈 토이월은 그를 세상에 풀어놓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인간을 해치도록 하였다.
그들을 질투하였기에.
“생명을 얻고 싶으시겠지요. 그러 기 위해서는 세계수의 생명력이 필 요한 것이고.”
“……그래, 맞다.”
“하지만 당신은 패배했습니다.”
담갈토이월의 소원은 그를 창조한 시조 마법사의 열두 제자에 의해 저 지되었다. 그는 그렇게 봉인되었고, 그저 분신을 통해 꿈 속에서 세상을 둘러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애당초 세계수를 노린다 는 것부터가 틀렸다면…… 믿으시겠 습니까?”
“뭐라…?”
“세계수의 생명력은 무한하지 않습 니다. 이미 수많은 요정을 창조하여, 지금은 늙고 병들었지요. 당신에게 는 그 어떤 생명을 부여할 수 없을 겁니다.”
“그건……
“그래서, 이게 필요할 겁니다.”
탄생과 생명을 상징하는 연두림사 월의 신물. 마녀왕이 어떻게 이것을 구해왔는지는 몰라도, 이게 백유설
의 손에 들어온 것은 천운이었다.
“내게…… 그것을 주겠다는 말이 냐?”
,,예.,,
“말도 안 된다. 십이신월의 신물이 란 말이다. 인간에게 그것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는…… 나도 잘 알 고 있다.”
“아주 비싸겠죠. 평생 야채호빵을 쌓아두고 먹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그걸…….”
그는 횡설수설하다가도 고개를 저 었다.
“아니, 아니야. 십이신월은 서로에 게 엮일 수 없다. 그것을 내가 받는 건 불가능해. 그건 ‘운명’으로 정해 진….”
거기까지 말한 담갈토이월은 뒤늦 게 무언가를 깨달은 듯 벼락을 내리 맞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자신만만하게 웃는 백유 설의 미소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 말씀하셨죠. 증명해 보이라고.”
그는 생명의 뿌리를 담갈토이월에 게 내밀며 말했다.
“이것으로 증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