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367)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367
63. 십이신월(4)
붉은 불꽃의 지배자, 적하유월.
그는 지상의 모든 불꽃을 자신의 의지대로 다룰 수 있는 존재로서 평 상시에는 중립의 성향을 띠고 있다.
아이테르 월드 온라인을 플레이하 던 당시 적하유월은 ‘이벤트 보스’ 로서 아주 간혹 플레이어와의 적대
관계를 갖고는 했는데, 당시의 백유 설은 스토리 전개상 적하유월과 적 대하지 않았던 탓에 그와 겨뤄볼 기 회가 없었다.
하지만 아주 우연히 ‘적하유월 레 이드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것은 바로 백유설의 친구 목록에 단 한 명뿐이던 ‘달소’라는 아이디 의 플레이어가 그에게 파티를 제안 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정보가 거의 풀리지 않았 던 탓에 십이신월 레이드가 가능한 플레이어는 극소수였기에 반쯤 포기 하고 있던 백유설이었으나 그 덕분에 적하유월을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옛날의 대화가 잘 기억은 나지 않 지만, 당시의 백유설은 달소에게 물 었던 것 같다.
어떻게 적하유월 레이드 이벤트를 발생시킬 수 있었느냐고.
그러나 달소는 대답하지 않았다.
비밀이라면서.
원체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워낙에 많이 갖고 있는 친구였기에 백유설 은 그러려니 했다. 게임 개발자 중 한 명이거나, 혹은 그들과 아는 사 이겠거니 생각하고 넘겼다.
‘역시, 그때의 힘이 나오지는 않는 건가.’
백유설은 자신의 손바닥에 쥐여진 [섬광예찬]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방금 전 적하유월과의 전투에서 이 것을 사용하기는 했으나 실상 그 능 력의 10%도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 다. 흑야십삼월을 상대하던 당시의 백유설은 자연천기지체를 비롯하여 스킬와 능력치를 거의 극한까지 단 련하여, 검격 한 번에 맵 전체를 뒤 덮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때보다는 약해.’
복장만 보아도 그렇다.
만약 게임 속 캐릭터 백유설의 힘 을 가져왔다면 신화급 갑주 [회광반
조]를 비롯하여 각종 수많은 무구가 장비되어 있어야 하거늘, 지금 그는 교복을 입은 채 섬광예찬 단 한 자 루만을 쥐고 있었다.
그 당시의 힘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
백유설은 그 이유를 알았다.
‘내가 현실에서 그때의 힘을 거의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캐릭터 백유설은 정말 무지막지한 힘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건 어디까 지나 게임 속이다.
현실에서 그 능력을 체감하지 못했으 나 그때의 힘을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
그나마 일전에 흑야십삼월을 퇴치 한 직후의 시점, ‘미래의 백유설’에 게 빙의하여 힘을 어느 정도 운용해 본 덕분에 지금 이 정도나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의 경험이 없었으면 정말 큰 일날 뻔했어.’
백유설은 시선을 떨궈, 바닥에 쓰 러진 적하유월을 바라보았다.
심상세계에서는 정신을 잃는 게 불 가능하지만, 그의 혼백에 강력한 타 격을 주어 지금은 아무런 의식도 없 는 상태였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
적하유월의 주된 능력 중 하나는 ‘결코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무한한 재생력은 적하유월의 자랑 중 하나였는데, 달소와 함께 진행했 던 ‘적하유월 레이드’가 실패했던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저 끔찍한 재생력 때문이었다.
그의 재생 속도는 마치 불꽃을 칼 로 베어내는 것과 같다.
불꽃을 반으로 가른다고 한들 언제 잘렸냐는 듯 원래대로 되돌아오지 않던가.
그런데, 이곳에서는 적하유월의 그 우월한 재생능력이 단 10%도 발휘
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백유설은 적하유월의 머리 위에 섬 광예찬을 꽂아 넣어, 마력의 사슬로 속박한 뒤 몸을 돌렸다.
다섯 개의 원형 제단, 그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성배 위에 홍비연의 사지가 속박되어 있었다.
백유설은 단숨에 그녀에게 다가가 맨손으로 쇠사슬을 잘라내어 끊어낸 뒤 품에 껴안고서 바닥에 착지했다.
평상시였다면 자존심 때문에 저항 했을 그녀였지만 지금은 힘이 없는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바닥에 몸을 뉘인 홍비연은 시선을 멀리 두고서 백유설을 바라보지 않 았다.
잠깐의 침묵.
“……고마워.”
홍비연이 그리 말하자 백유설은 그제 야 안심한 듯 미소를 띠고서 물었다.
“몸은 좀 괜찮아?”
“이건 가짜 몸이라 상처는 아무래 도 상관없잖아.”
“어허, 위험한 소릴. 영혼이 상처를 받으면 신체도 그대로 타격을 받 아.”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는지 홍비연 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그래서 적하유월이 벌벌 떨었던 거 지.”
적하유월이 언급되자 홍비연은 상 체를 힘겹게 들어 올렸다. 백유설이 서둘러 부축하자 그녀가 밀어낸다.
“혼자서도 일어날 수 있어.”
“그래.”
그녀는 도심지에 쓰러져 있는 거대 한 붉은 해골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렇게나 거대한 존재가 자신의 마 음속에 침입해 있다는 사실이 아직 까지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 모양.
그러더니 백유설을 바라보며 말한다.
“십이신월도 때려 눕히고…… 강하 네. 이게 네 원래의 힘이야?”
무어라 대답해야 할까.
대충 보아하니, 이미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기에 백유설은 대 충 둘러댔다.
“옛날이라고 해야 하나. 그 당시에 내가 가졌던 힘의 일부야.”
“O1 .••부.?”
백유설은 섬광예찬을 꽉 쥐었다.
“이 정도 화력으로는 적하유월의 불꽃을 벨 수 없어. 네가 도와준 거 지? 적하유월의 능력을 억제하고 있 었잖아.”
반쯤 확신을 담아서 했던 말이었으 나, 홍비연은 두 눈을 껌뻑이며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잘…….”
-거 참 신기한 일이로군.
갑작스레 대화에 끼어드는 노인의
목소리. 은세십일월이 난데없이 홍 비연의 뒤쪽에서 말을 걸자, 그녀가 보기 드물게도 새된 소리를 냈다.
심신이 미약해진 탓에 긴장이 많이 풀려 버린 모양이었다.
“뭡니까?”
-뭡니까라니. 실컷 도와줬더니 상 황 다 끝났다고 냉대를 하는군.
그러면서 홍비연과 백유설을 번갈 아 둘러본 은세십일월은 고개를 끄 덕이며 납득한다.
-하기人卜, 그럴 만하군. 끼어든 내 가 잘못이지.
“……이상한 말씀 마십쇼.”
-뭐, 그건 됐고. 딱 죽지 않을 정 도로만 다듬어 놨구나. 과연 정신력 으로는 십이신월조차 너를 당해낼 수 없다는 의미겠군.
“그렇겠죠.”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이 미 입증하고 말 것도 없겠다만 이로 써 네가 십이신월을 모두 담아낼 그 릇이라는 게 확실해졌으니까.
“이제는…… 어떻게 하죠?”
솔직한 심정으로는, 백유설은 진심 으로 적하유월을 죽이는 것까지 고 려했다.
그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목숨을
위협한 것만으로도 그렇게 하기에는 충분하다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그러나 연홍춘삼월의 가호가 그의 분노를 방해했다.
화가 치솟으면 치솟을수록 냉정한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서 십이신월을 죽이면, 결국 모든 일을 그르치게 돼.’
십이신월 중 단 하나라도 소멸되는 이상 미래에 발생할 멸망을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흑야십삼월이 어떤 식으로 등장하 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만 대륙이 멸망하지 않고 막아낼 수 있는 아무
것도 알 수 있는 게 없으므로 십이 신월은 반드시 살려둬야만 했다.
-적하유월은 조만간 다시 깨어날 것이고, 회공시월에게 돌아갈 게다.
“그게 문제군요……
-방법이 있다. 저놈의 힘을 옮겨 담는 것이다. 십이신월의 능력만 온 전히 옮길 수 있다면 네 계획에 큰 차질은 생기지 않겠지.
백유설은 그 말에 살짝 동공을 떨 었다.
“그 말은…… 적하유월을 죽이라는 말로도 들립니다만.”
-그래. 신월으로서 능력을 빼앗긴
다는 건 곧 존재감의 말살. 죽음을 의미하지.
“세상에 단 열둘뿐인 신월인데…… 그래도 되는 겁니까?”
은세십일월은 시선을 돌려 백유설 과 눈을 마주하였다.
-우리의 사명은 세상을 지키는 것. 그것을 저버리고 도리어 세상에 위 협을 가하기 시작했다면……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옮 기면 되겠습니까?”
-그게 문제로군.
,,예?,,
거의 다 해결한 것처럼 말해놓고서 정작 은세십일월은 가장 중요한 방 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냥 저한테 옮기면 되는 거 아닙 니까?”
-멍청한 놈. 너는 신월의 힘 하나 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지 않느냐.
“그건 그렇지만……
-가호를 담을 그릇이 된다고 해서, 신월의 힘 자체를 소유할 그릇이 되 는 건 아니다. 네가 적하유월의 능 력을 고스란히 받았다가는 영혼까지 불에 타 소멸해 버릴 게다.
“그래도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제
가 아니면 누가 신월의 힘을 받습니 까? 목숨을 걸고서라도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아니. 너보다 적합한 인재가 한 명 있기는 하지.
은세십일월은 시선을 돌려, 홍비연 을 바라보았다. 구석에 다소곳하게 앉아서 대화를 조용히 경청하던 그 녀는 두 남자의 시선이 자신에게 돌 아오자 표정이 찡그려졌다.
“……뭐예요?”
-거 참. 두 연놈들 말투가 참 비슷 하구나.
그에 은세십일월의 의중을 눈치챈
백유설이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너보단 가능성이 훨씬 높다. 아까 보지 않았느냐? 영혼을 속박당했음 에도 본능적으로 적하유월의 불꽃을 억제하고 있었다. 만약 만전의 상태 라면…… 기대해도 좋겠지.
“절대 안 됩니다.”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백유설이 반대하자 은세십일월이 혀를 찼다.
그가 저렇게까지 거부하면 은세십 일월로서도 이렇게나 위험한 일을 강요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왜, 내 의견은 안 물어봐?”
그러나, 홍비연의 생각은 조금 다 른 듯싶었다.
“그게…… 미안.”
-크흠, 미안하군. 네게 묻지도 않 은 채 큰 희생을 강요하려 했구나.
두 남자들이 사과를 하자 도리어 홍비연이 표정을 와락 구겼다.
“왜 사과해? 내가 할 건데.”
“……뭐?”
一 음?
그녀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더 니 쓰러져 있음에도 고층 주택만큼 이나 커다란 적하유월의 두개골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저걸 흡수하면 된다는 거죠?”
-그렇긴 하다만…… 어렵진 않을 게다. 이미 네 정신세계에 저놈이 들어와 있으니까.
“은세십일월님!”
-어이쿠, 이놈아. 왜 갑자기 소리 를 지르고 그래?
“괜한 말씀 하지 마세요.”
-아니, 나는…….
“이런 건 제가 용납 못 합니다.”
아까만큼이나 화가 난 것처럼 보이
는 백유설이 은세십일월에게 무어라 하려고 했으나, 홍비연이 그를 불러 세웠다.
“백유설.”
따스하지만, 동시에 냉랭한 그녀의 말투에 백유설도 화내는 것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하겠다고 했어.”
“그래도, 이건……
“위험하다고? 네가 여태까지 해왔 던 일은 안 위험하고?”
“나만 할 수 있다고 하시잖아. 그리
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야.”
백유설과 홍비연 사이에 침묵이 감 돌았다. 은세십일월은 두 사람의 눈 치를 보더니 은근슬쩍 말을 꺼냈다.
-만약 홍비연 공주가 적하유월의 힘을 받아들이고, 언젠가 그것을 조 금이라도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면 심 장의 저주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애당초 불꽃의 저주 따위가 간섭할 수 있는 신체가 아니게 될 테니까
“들었지?”
홍비연의 물음에 백유설은 대답하 지 못하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간신히 허락을 받아낸 그녀는 희미 하게 승리의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간단하다. 녀석에게 다가가, 놈의 육신을 네가 모두 집어삼킨다고 생 각해라.
“간단하네요.”
-쉽게 생각하지 말거라. 온몸이 불 에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질 테니 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이 바로 작열통(灼熱痛)이니라.
그러나, 홍비연은 단 한 치의 두려
움도 없이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대 답했다.
“괜찮아요. 불에 타는 고통쯤은…… 저에게는 익숙하니까요.”
과거, 그녀에게 있어서 상처뿐이었 던 그날의 기억은 떠올리는 것만으 로도 괴로울 정도로 아팠으나, 이제 는 아니다.
그날의 고통 덕분에 지금 이 순간, 백유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녀는 얼마든지 더욱 상처 입을 자 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