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397)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397
66. 뒤바뀐 이야기⑼
명문 학교에서 귀족 학생이 잘못을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사건은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학교 측에서 제아무리 중립을 유지 하려고 해도 결국 학교는 국가에 소 속된 집단이며 마법사들에게도 국적 은 있게 마련이었으니까.
하지만 스텔라는 다르다.
스텔라의 교수들 역시 대부분 국적 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교장과 교감 을 포함하여 이사회와 장로들은 국 적을 포기함으로써 높은 지위와 권 력을 얻었으니까.
즉, 스텔라는 그 어떤 외부의 힘에 도 흔들리지 않겠다.
그런 의미이기도 하다.
국가적으로 귀족의 신분을 이용하 여 교수들을 좌지우지할 수 없으니 자연스레 학생들에게 떨어지는 평가 와 처벌 역시 공평해지고는 했다.
물론 아주 극히 드문 케이스로 특
별취급 받는 학생들이 있다지만 스 텔라는 모든 학생이 거의 평등하기 로 유명하다.
귀족이 잘못을 저질러도 결코 봐주 는 일 없이 제대로 된 처벌이 떨어 지고, 평민이 대단한 일을 해낸다면 결코 귀족 학생을 편애하는 일 없이 제대로 된 포상을 내린다.
그런 이유에서.
황족을 폭행한 풀레임이 고작 30 일의 정학 처분을 받은 사건은 상당 히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누가 보아도 학교 측에서 일개 평 민 학생 하나를 편애하는 것으로 보
였으니까.
‘편애라……
몰랐다.
내가 이렇게까지 엘트먼 엘트윈에 게 관심을 받고 있는지.
이번 건으로 인해 전교생이 모두 입을 모아 풀레임을 흉보기 시작했 지만, 그런 걸 이제 와서 신경 쓸 그녀가 아니었기에 상관없다.
다만, 속이…… 메스꺼웠다.
‘왜지?’
이번 건을 계기로 에이젤과 가까워 진 것은 물론, 그녀의 운명을 크게
바꿔놓았다.
잘된 일이다.
백유설처럼, 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멋있게, 당당하게. 그의 스타일을 따라하여 나만의 방식으로 해내지 않았던가.
‘가슴이 답답해.’
조금쯤은 기뻐해도 좋을 것이다.
뽀드득!
풀레임은 기숙사의 창문을 손가락 으로 꾹 눌러서 어루만졌다.
이 창문은 환상이나 가짜가 아니 다. 진짜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내 기숙사의 창문.
단지, 이곳의 나는…….
S반으로서, 기숙 생활을 혼자 하고 있던 모양이지만.
그런 사소한 점이 그녀를 자꾸만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이곳의 풀레임은, 근본적으로 나 와 아주 약간의 차이가 있던 거야.’
그녀는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는 게 좋아서 F클래스의 기숙사를 신청하 여 친구들과 함께 생활했다.
이곳의 ‘또 다른 풀레임’은 다른 학생들과 거리를 두고서 S클래스 기 숙사에서 줄곧 혼자 생활해왔다.
아주 사소한 차이.
내가 아닌, 또 다른…….
‘아.’
그제야 떠오른다.
레비앙 해안에서 불타오르던 거대 한 불꽃 하나.
홍비연의 죽음.
,으읏…….”
이를 악물고서 손으로 가슴에 가져 다 대었다. 아까부터 느껴지던 이 의문스러운 고통의 정체를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슬픔이었다.
친구를 잃은 슬픔.
이곳의 홍비연은 비록 그녀와 친하 지도 않았고, 오해려 적대하는 관계 였지만, 그럼에도…… 원래 세계에 서는 둘도 없는 친구라고 할 수 있 는 관계가 되었다.
그녀를 죽게 만들었다.
내가 지켜내지 못해서.
그 점이, 풀레임의 가슴을 자꾸만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이곳의 홍비연 또한 진짜였으니까.
’……정신 차려, 풀레임.’
고작 이런 일로 이렇게 흔들려서야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흔들리지 마. 잊어버리는 거야.’
풀레임은 눈을 꼭 감았다.
시야를 원천적으로 차단했음에도 눈앞에는 자꾸만 불꽃이 어른거렸 다. 들은 적도 없던 홍비연의 고통 스러운 비명이 귓가에 댕댕 울리는 것만 같았다.
아예 귀까지 틀어막은 풀레임은 침 대로 뛰어들어 베개에 머리를 틀어 박았다.
댕…댕…대…
자정을 알리는 스텔라 시계탑의 종 소리와 함께…… 풀레임은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우우우웅!
풀레임이 잠든 사이, 시간은 그녀 를 또다시 어디론가 데려다 놓았다.
* * *
다시 눈을 떴을 땐 완전히 다른 장 소로 이동된 채였다. 타임 슬립을 하 더라도 대부분은 스텔라 내에서 시간 만 바뀌는 정도였지만, 간혹 이런 일
도 있었기에 적응은 금방이었다.
‘여기는……
나무로 된 낡은 기숙사였다.
4인실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인지 풀레임의 침대 옆쪽으로 2층 침대가 하나 더 놓여 있었다.
‘어디지?’
낯설다.
이런 기숙사를 사용해 본 적이 있 던가?
‘풀내음…….,
첫인상은 낡은 기숙사였지만, 정정 해야겠다. 이곳은 낡은 게 아니라,
그저…… 모든 게 식물로 지어져 있 을 뿐, 꽤 관리가 잘된 건축물이었 다.
*……설마!’
그녀는 황급히 일어나 창밖을 바라 보았다.
시야를 한가득 채우는 거대한 나무 한 그루. 세상의 절반을 갈라놓은 듯한 위용을 자랑하는 저런 나무는 이 세계에 몇 그루 되지 않는다.
그중에서 풀레임과 에이젤이 직접 적으로 방문했던 장소는 단 하나.
제1 세계수, 하늘꽃요람.
‘벌써 교환학생이라고?’
하기야 한 달간 정학을 받은 풀레 임이 더 이상 개입할 수 있는 사건 도 없으니, 곧장 교환학생 이야기로 이동된 것도 납득은 간다.
그렇다면 이곳은 별꽃나무 마법학 교의 기숙사라는 뜻인데…….
“기숙사 상태가 왜 이래?”
분명 그녀가 기억하기로 별꽃나무 측에서 값비싼 돈을 들여 세운 신설 기숙사로 스텔라 생도들을 안내했었 다. 거기에는 아마도, 젤리엘의 자본 금이…….
‘아.’
그렇지.
이 세계의 젤리엘은 실종 상태다.
……설령 실종이 아니더라도, 신설 기숙사를 지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곳에는 백유설이 없으니까.
‘맞아…… 생각해 보면, 원작에서 는 에이젤이 이런 낡은 기숙사를 썼 다는 내용이 있었지.’
원작 로판에서 에이젤은 교환학생 을 위해 별꽃나무 마법학교로 왔다 가 젤리엘과 큰 마찰을 빚게 되어 온갖 고생을 다 하게 된다.
악녀 홍비연을 잇는 두 번째 최악 의 악녀, 젤리엘.
그래도 홍비연은 은연중에 인기가 많았다지만 젤리엘을 좋아하는 독자 는 본 적이 없다.
홍비연처럼 괴로운 과거사도 없을뿐 더러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보이며 감 정 없이 주변인을 괴롭히는 그녀의 모습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으니까.
즉, 이곳에서의 에피소드는 에이젤 이 젤리엘에게 괴롭힘당하는 것을 막아내는…….
아니, 잠깐만. 나 바보 아냐……?)
방금 전에 떠올리지 않았던가.
젤리엘이 실종 상태라고.
그리고, 원래의 세계에서도 애당초 에이젤이 젤리엘에게 괴롭힘을 당하 는 일은 없었다. 서로 사이가 좋다 고는 할 수 없겠지만 백유설의 존재 가 강력한 억제력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하나밖에 없잖아.’
벌컥!
서둘러 기숙사 문을 열고 바깥으로 뛰쳐나간 풀레임은 별꽃나무 마법학 교에서도 가장 높은 곳으로 향했다.
젤리엘이 없는 이상, 이곳에서 에
이젤이…… 그리고 나 자신이 겪을 사건이라고 해봐야 단 하나밖에 없 지 않던가.
‘담갈토이 월.’
그가 깨어나 세계수를 향해 진격한다.
휘이잉……!
“읏!”
쌀쌀한 바람이 그녀의 살갗을 스치 고 지나갔다. 바로 어젯밤까지 한여 름의 날씨였거늘, 어느덧 가을을 넘 어서 겨울 날씨가 되어 있던 것이다.
그 잠깐 사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스킵되어 지나갔는가.
‘이건 너무하잖아……!’
드디어 에이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게 되었는데 이렇게 멋대로 몇 개 월이나 스킵해 버리다니.
심지어 바로 직후에 맞이하게 되는 사건이 다른 무엇도 아닌 담갈토이 월의 ‘태동’이라니……!
“허억, 헉!”
신체 능력이 예전같지 않다.
원래의 세계에서는 겨울이 되었을 즘에 체력과 마법 실력 모두 일취월 장하여 6클래스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태였는데 이곳의 풀레임은 그러지 를 못한 모양이다.
‘이건 너무하잖아……!’
드디어 에이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게 되었는데 이렇게 멋대로 몇 개 월이나 스킵해 버리다니.
심지어 바로 직후에 맞이하게 되는 사건이 다른 무엇도 아닌 담갈토이 월의 ‘태동’이라니……!
“허억, 헉!”
신체 능력이 예전같지 않다.
원래의 세계에서는 겨울이 되었을 즘에 체력과 마법 실력 모두 일취월 장하여 6클래스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태였는데 이곳의 풀레임은 그러지 를 못한 모양이다.
은 거의 끝나가는 시간에 그녀를 소 환하여 선택지를 좁혀놓고서 강요하 는 것이다.
‘자, 포기할 것이냐.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발버둥 칠 것이냐.’
분명 이번에도 역시,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 주어졌으리라 생각한 그녀는 마법사들을 뿌리치고 서 간신히 옥상으로 올라섰고.
그 직후.
……쿠웅T!
천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진동에 하 마터면 바닥으로 떨어질 뻔했다.
간신히 기둥을 잡고서 버틴 풀레임 은 고개를 들어올렸고.
잠시, 사고를 정지하고 말았다.
분명…… 일전에도 본 적이 있다.
구름을 뚫을 정도로 커다란 키를 가진, 저 갈색의 거인을.
세계수를 집어삼키기 위해 진격해 오는 재앙 그 자체가 된 존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을 보아도 똑같을 것이다.
저것은 인간의 상상을 한참이나 초 월한, 그런 존재였으니까.
그렇다.
그게 바로 ‘십이신월’.
인간 따위의 상식으로는 감히 헤아 리는 것조차 불가능한 영역에 존재 하는 위대한 신화.
아주 잠깐, 잊고 있었다.
백유설이 그들을 모두 설득하여 자 신의 가슴에 품었다고 해서, 그녀가 똑같이 해낼 수는 없는데 말이다.
‘으흐흑, 나 같은 건 못났어.’
‘나는 지렁이다……
‘나, 나도 살아 있다고! 내게도, 내 게도 생명이 있어!’
‘나 때문이야, 나 때문…….’
‘으흐흑,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
머릿속으로 담갈토이월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착한 사람이라 고는 할 수 있었다.
십이신월들에게 매번 놀림받으면서
도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던, 그런 바 보 같은 동네 아저씨
그것이 딱 담갈토이월의 이미지였다.
쿠웅-!!!
지금처럼, 세계수를 통째로 집어삼 키기 위해 진격해 오는 저 거대한 거인과 바보 같은 아저씨 담갈토이 월을 과연 같은 인물이라고 매칭해 도 좋은 것일까.
“젠장……!”
풀레임은 별꽃나무 건물에서 뛰어 내려 다짜고짜 하늘꽃요람의 거리를 질주했다.
목표는, 이 세계수에서 가장 높은
장소.
“으아아아악!!”
“저, 저게 뭐야!”
“도망쳐어어어!!”
엘프들이 아비규환으로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 혼자서 꼭대기로 향하던 풀레임은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원래 거인의 망령이 엄청 소환되 지 않았었나……?’
그것 때문에 싸우느라 학교에 갇혀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곳에 서는 어째서인지 망령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 원인은 모르겠지만, 차라리 잘 됐어!’
덕분에 방해받지 않고 달려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달려가는 와중에 도 의문이 들었다.
‘내가 간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 기나 한가?’
담갈토이월 사건을 해결한 장본인 은 백유설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가 어떻게 담갈토이월을 막아 세 우고 설득하여 자신의 사람으로 만 들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기억나는 점이 있다면.
‘백유설은 담갈토이월에게 생명을
부여했어……
담갈토이월은 생명을 그리워하여 지상 최고의 생명력을 가진 세계수 를 흡수하려 했는데, 백유설은 그에 게 그럴 필요가 없음을 알려주었다.
,……대체 어떻게?’
고민한다고 알 수 있는 문제가 아 니다. 그건 수천 번의 회귀를 통해 백유설이 알아낸 비밀이었으니까.
“하악, 허억……!”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세계수는 어느 정도 까지 올라서면 더 이상 지나칠 수 없도록 제지를 받지만, 이곳을 지키
던 병력이 모두 자리를 떴는지 아무 도 없었다.
그렇게, 마침내 도착한 백색의 성.
……그 끝, 폭포 절벽 위에 맨발을 딛고서 서 있는 여인 하나.
전신을 칭칭 감싸던 면사포를 입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급히 뛰쳐나 온 것인지 새하얀 드레스가 휘날리 고 있다.
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엘프왕 꽃서 린.
그녀는 풀레임이 다가온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한 채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다 가, 대뜸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서둘러 그녀를 쫓아 절벽 끝으로 달려가니 아래로 떨어진 꽃서린이 연두색 요정의 날개를 펼쳐서 재차 날아오른다.
“자, 잠깐만요! 가면 안 돼!!”
풀레임은 서둘러 그녀를 향해 소리 쳤지만, 늦었다.
진격해 오는 담갈토이월을 향해 날 아간 꽃서린은 요정의 날개를 2배, 아니 10배, 아니, 20배…….
마침내는 100 배까지.
하늘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커다랗
게 확장하여 담갈토이월을 세계수의 나뭇가지로 뒤덮어버린 것이다.
….
휘이이잉-!!
크읏!”
일시적으로 진격을 저지당한 담갈 토이월이 포효하자 인지를 아득하게 뛰어넘은 거대한 진동이 세계수 전 체를 뒤흔들었다.
눈을 뜨고 바라보는 것조차 힘겹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레임은 애 써 꽃서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 안 돼!’
저건 꽃서린이 가진 본래의 능력이 아니다. 그 이상으로 자신의 생명력 을 모조리 끌어올려서 불태우고 있 는 것이다.
그렇게 압축되고 압축된 생명력은 과연 어떻게 되는가.
‘저건, 자살 행위야……!,
꽃서린은 알지 못한다.
담갈토이월이 원하는 게 생명이라 는 사실을.
그런데 꽃서린은 그에게 생명력의 덩어리를 응집하여 세계수의 줄기를 칭칭 감아버렸으니.
‘이건 완전, 담갈토이월에게 밥상 을 차려준 꼴이 되었잖아……
담갈토이월의 진격이 멈추었다.
세계수까지 닿을 필요도 없었다.
그것은 세계수에서 뻗어 나온 무수 히 많은 줄기를 부여잡고서 빨대처 럼 생명력을 쭉쭉 빨아들이기 시작 했다.
그리고.
세계수와 담갈토이월의 사이에서, 마치 빨대처럼 생명력이 순환하는 통로가 되어버린 꽃서린은…… 완전 히 바짝 말라 비틀어진 미이라가 되 고 말았다.
심지어 더욱 끔찍한 점은, 저 상태 로도 죽지 않았다는 점.
앞으로 그녀는 담갈토이월이 세계 수의 모든 생명력을, 이 대지의 모 든 생명을 빨아들일 때까지…… 죽 지도 못한 채 고통을 받을 것이다.
생명력을 빼앗기는 고통을.
자신으로 인해 세계수가 죽어간다 는 사실로 인한 고통을.
백성들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 는 고통을.
죽을 때까지…….
“왜 가만히 계시는 거죠?”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서둘러 뒤를 돌아보니 에이젤이 땀 에 흠뻑 젖은 채 숨을 거칠게 몰아 쉬고 있었다.
“에, 에이젤……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나는, 바보인 걸까.’
불과 얼마 전에 백유설처럼 되겠노 라고 결심한 주제에, 나는 왜 이렇 게나 멍청할까.
풀레임은 눈을 질끈 감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에이젤. 눈 앞에 저런 참극을 두고서 막지는 못할 망 정 구경만 하고 있다니.”
“……예? 아니, 저는 왜 도망치지 않고 여기에 있냐고 물어본……
“내가 막을게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야. 백유설? 걔만 대단한 줄 알 아? 나도 할 수 있다고, 망할!”
풀레임은 이를 빠득 갈고서 뒤로 물러서더니, 대뜸 도움닫기를 위해 절벽 끝으로 질주하고서는 그대로 뛰어내렸다.
……그녀가 간과한 사실 하나.
이곳에서 풀레임은 날 수 없다.
“으아아아아악!!!”
“서, 설마!”
혹시나 떨어져 죽었나 싶은 마음에 에이젤은 서둘러 절벽으로 달려갔 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마침 아 래쪽에 담갈토이월을 향해 뻗어있는 줄기가 있었는지 풀레임은 그것을 짓밟고서 꽃서린을 향해 무식하게 달려가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어이가 없어진 에이젤은 풀레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마를 찡그렸 다. 방금 전 풀레임이 중얼거렸던 어떤 이름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백유설?’
깜빡.
에이젤의 푸른 눈동자에 아주 약간 이지만, 생기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