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487)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487
78. 각성⑶
토아 레그론은 눈을 떴다.
많은 게 바뀌어 있었다.
많은 게 낯설어졌다.
흑색으로 배반해가면서까지 얻어낸 자신의 흑마력으로도 도무지 감당할 수 없었던, 흑마신교의 대사제 트와
일리스의 검붉은 벼락이 초록색 생 명의 기운으로 뒤덮여가고 있었다.
두 기운이 충돌하는 순간.
일순, 소리가 사라졌다.
아니. 애당초 토아 레그론은 소리라 는 것을 진작에 듣지 못하는 상태였 다. 고막이 찢어진 지는 한참되었고 한쪽 눈의 시력은 이미 말썽이다.
양팔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죠, 다리도 한쪽은 이미 찢겨 나 가서 너덜너덜하다.
트와일리스에게 당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면 세계의 힘을 억지로 불러와 사용하는 바람에, 그 반동이
육신으로 찾아온 것이다.
*……결국, 어떻게 하더라도 나는 죽겠군.’
토아 레그론이 다시금 눈을 서서히 감으려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뺨을 힘껏 날렸다.
짜악!
힘껏, 이라고 표현했지만.
9클래스 대마법사의 뺨을 흔들기에 는 너무나도 연약하디 연약한 손길.
그는 자신의 뺨을 때린 이가 누구 인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멍청한 것.”
“스승님…….”
희미하게 한쪽 시야로 들어오는 스 칼렛의 모습에 토아 레그론은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자신이 진정으로 지키고자 하였던 그녀가 이렇게 눈앞에 멀쩡히 살아 있으니, 그것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어째서 이런 짓을 벌였지?”
“스승님의 꿈을…… 이뤄드리기 위 해서입니다.”
“……무모한 짓을 했구나.”
스칼렛은 자신의 꿈을 돌이켜 생각 해보았다. 인류의 정점에 도달했으
나 거기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한층 더 한계를 초월하고 싶었다.
그 꿈이 제자에게 그릇된 방식으로 옮겨가 자신의 꿈을 이룬답시고 목 숨을 버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 슴 한구석이 시큰해졌다.
이제 토아 레그론이 흑마인화가 되 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러나,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며 흑마인이 된 제자를 어찌 미워할 수 있을까. 비록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생명을 해치고, 뒤틀린 욕망으 로 인해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을 것 이다.
하지만 마녀왕은 애당초 이기적인 성격을 지닌 존재였다.
자신의 사람이, 나를 위해서 그러 한 짓을 벌였다면 기꺼이 잘했노라 말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마녀왕이 다.
“무모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토아 레그론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 었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신 체, 이제 더 이상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몸이 되어서 이면 세계를 정복 하겠다는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하지만…….
정말로, 손이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보였습니다, 스승님.”
“보였다고……r
“한계 저편의 세상을, 인간이 인간 의 탈을 벗어 던지고 저 하늘 끝으 로 훨훨 날아오르는 경지를, 이 손 으로 세상 무엇이든 마음대로 주무 를 수 있는 전능을.”
“너, 대체 무슨……!”
“그것은 제 손에 잡힐듯, 어른거리 고 있었습니다. 아아, 아아아…… 그 것은 결국 신기루였을 뿐이지요.”
“잠깐만. 그건 말이 안 돼. 그건…!”
스칼렛은 믿을 수 없다는 둣 고개 를 저었다.
비록 그것이 손끝에 잡힐듯 말 둣 하면서 사라져 버린 신기루라고 할지라도, ‘보였다’라는 게 문제였 다.
보였다는 것.
그건 곧, 그 너머의 세상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다.
‘나는 전혀 볼 수 없었어.’
스칼렛은 한계에 도달한 이후로 커 다란 벽을 맞이하여, 그것을 아무리
두드리고 부수려고 해도 소용이 없 음을 깨달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 벽 너머에 아 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인정해 버렸 을지도 모른다.
반쯤은 포기한 상태로, 그렇게 살 아왔다. 그래서 그녀는 급할 게 아 무것도 없었다.
자신의 모든 힘을 잃었어도 괜찮았 다. 어차피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갈 수도 없으니 원래의 능력 따위야 천 천히 복구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들어버리면.
“너, 어디까지 갔다 온 거야……r
“……스승님.”
토아 레그론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이 보았던 희망을 과연 스승님 께 보여드려도 괜찮은가.
하찮은 고민이었다.
그의 걱정거리는 단 하나뿐.
스승님이 자신처럼 이면 세계의 힘 에 취하여, 그대로 몰락해 버리는 것이 두려운 것이었다.
쿠웅-!!
토아 레그론이 고민하는 人1이, 녹색 빛 기운이 검붉은 뇌운과 충돌하며
어마어마한 마력 파장을 일으켰다.
연녹색의 날개를 펼친 은발의 소녀 가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지팡이를 휘두르자, 대사제의 흑마력이 옅어 지면서 사라져간다.
이대로 트와일리스가 제압되는 것 은 머지 않은 일. 또한 트와일리스 의 뇌운 공간이 사라지면 자신의 목 숨 또한 소멸되겠지.
시간이 없다.
하는 수 없이, 토아 레그론은 힘겹 게 입술을 떼었다.
“스승님. 한계를 초월하는 것은 세 계에서 선택받은 단 한 명에게만 부
여되는 특권입니다.”
“단한명……r
“그 한 명이 살아 있는 이상 다른 누구도, 결코 한계 너머의 저편을 바라볼 수 없습니다. 설령 최고의 재능을 가졌다고 해도, 모두 부질없 는 짓입니다.”
쿨럭!
토아 레그론의 입에서 피가 한 움 큼 쏟아져 나왔다. 이제는 정말로 갈 때가 된 것이다.
“세계의 왕, 아니. 4r이 될 자는 오로지 단 한 명뿐…… 지금 세상은 그 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
고 있습니다.”
토아 레그론은 백유설에게 시선을 두었다.
“흑마도왕, 흑마신교주, 심지어는 회공시월과…… 저기의 소년, 백유 설마저도.”
“그런…….”
천 년의 세월을 살아온 마녀의 왕, 스칼렛 자신조차 몰랐던 사실이다.
그녀는 가슴이 싸해지는 기분을 느 끼며 토아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너도 왕이 되려고 했느 냐? 너무 무모한 싸움이었다.”
당장 위에 그가 언급한 인물들만 해도, 고작 토아 레그론이 상대할 만한 이들이 아니었다.
모두가 세계 최정상급 거물과 다름 없는 존재였으니까.
“아니요. 저는 다른 선택을 했습니 다. 애당초 이 싸움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요.”
“무의미하다니?”
“……시조 마법사가, 아직 살아 있 습니다. 그가 이 세계의 신으로 군 림하고 있어서, 스승님이 다음 세대 의 신이 되지 못한 것입니다.”
“뭐
그 말에는 스칼렛조차 숨을 크게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충격적이라는 말로도 설명 이 불가능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는 선택했습니다. 이 세 계에서 군림할 수 없다면, 다른 세 계를 집어삼키자고. 그곳을 지배한 다면 비록 다른 세계일지라도 세상 을 다루는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무모하지만, 타당한 판단이었다.
이 세계의 어딘가에 살아 있을 시 조 마법사를 없애지 못할 게 뻔하다 면 차라리 다른 세계를 선택흐)■자.
그 결과가.
바로 이 꼴이었다.
“스승님……「
“……말해라.”
“저는 이제 떠납니다. 살아생전 이 룬 것 하나 없고, 고약한 취미에 쓰 레기 같은 삶을 살아와서 남은 재산 하나 없지만, 그래도 스승님께 남길 수 있는 게 단 하나쯤은 있습니다.”
토아 레그론은 덜덜 떨리는 한쪽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그곳에는 검은색의 액체 덩어리 같 은 것이 뭉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면 세계…….”
여]. 제가 억지로 붙잡아둔, 마지막 으로 지배하는 이면 세계의 파편 일 부입니다.”
고작 손바닥보다도 작은 공간이다.
저것을 지배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 라질까 싶겠지만, 그런 생각은 큰 오산이다.
스칼렛은 알 수 있었다.
〇과 1은 다르다.
0은 영원히 〇에서 머물 수밖에 없 다. 〇은 아는 것도 없고, 소유한 것 도 없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1이라면 어떨까.
1 은 가능성을 알고 있다.
2가 될 수도, 100 이 될 수도, 혹은 그 이상의 무한한 숫자가 될 수도 있 다. 그 가능성의 숫자가 바로 1이다.
토아 레그론은 스칼렛에게 1의 공 간을 넘기려고 하고 있었다.
이제 모든 흑마력을 잃어서 고작 저 정도의 공간을 유지하는 데 영혼 마저도 갉아먹고 있는 주제에, 스승 님에게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어서 어거지로 삶을 연명하고 있 었다.
“자, 스승님. 어서 이것을.”
“나, 나는…….”
스칼렛은 망설였다.
정말로 이면 세계의 파편 공간을 받아들여도 좋은가. 자신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가.
천 년이나 살아왔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마녀의 왕 이라고 자칭하고 다니면서.
세계의 최정상에 서보았다고 자부 하면서도.
고작, 이런 판단을 스스로 내리지 못하여 백유설에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당연하겠지만 이는 백유설조차 쉽
사리 내릴 수 있는 판단이 아니었다.
그는 딱딱하게 굳어버린 표정으로 토아 레그론이 내민 이면 세계의 파 편을 바라보았다.
“대체, 이면 세계는 무엇일까요.”
오래전부터 해왔던 고민이었다.
끝내 정답을 알아내지 못했던, 그 리고 앞으로도 알아낼 수 없을 것 같은 의문 속 의문.
“저는…….”
마른침을 꿀꺽 삼킨 백유설은 무어 라 말하기 위해 입술을 떼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먼저.
서걱-!
토아 레그론의 목이 잘려 나가며, 바닥에 쿵! 떨어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뇌운이 걷어지며, 죽음을 먹는 새 들이 모조리 회색빛 공간으로 소멸 되었고 트와일리스의 팔다리가 기괴 하게 뒤틀리며 아공간 저편으로 소 멸되 었다.
“끼하하하하!!”
트와일리스는 온몸이 부서지는 와 중에도 혐오스러운 웃음소리와 함께 공간 저편으로 사라지고 만다.
뇌운이 완전히 먹먹해진 와중에도, 누구도 기뻐할 수 없었다.
이제는 온 세상이 회색으로 물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뿐.
“……회공시월.”
펄럭! 어느 순간부터인가, 창공의 중심을 거닐고 있는 회색빛 남자 한 명이 백유설과 눈을 마주쳤다.
“이면 세계가 무엇이냐고 물었나.”
그가 건넨 첫 마디는 진실이었다.
“네가 버리고 온, 무한히 많은 또 다른 세계의 집합체.”
“……뭐?”
“너는 그것을 등질 자격이 없다..”
회공시월이 들어올린 손에는 토아 레그론이 죽음의 순간까지도 이를 악물고 유지하던 이면 세계의 조각 한 조각이 있었다.
제아무리 회공시월이라고 해도 감 히 함부로 가져올 수 없었던 다른 세계의 조각.
“정말로…… 영롱하군.”
보기 드물게도 회공시월은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것을 얻어낸 것 이 벅차다는 듯, 행동하는 것이다.
“너 이 새끼……!”
먼저 반응한 이는 백유설이 아니라 스칼렛이었다. 감히 눈앞에서 제자 를 죽인 저 건방진 사내를, 마녀왕 은 용서할 수 없었다.
“으아아아!!”
있는 힘껏 끌어모은 황금빛의 전격 이 바닥에서부터 스칼렛의 양손에 끌어 모이더니, 허공에 생성된 금빛 마법진과 합쳐지며 굵직한 광선이 회공시월을 향해 쏘아졌다.
두웅!!
그러나 정말 짜증스럽게도 회공시 월은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공간을 가볍게 왜곡시키는 것으로 그것을 홀려냈다.
만약 스칼렛의 마력이 온전했다면 공간 왜곡 따위를 다시 왜곡시키며 유효타를 먹였을지도 모르나.
“지금의 너로는 소용없다, 스칼렛.”
“죽여버릴 거야……广
“……하하.”
그때, 사내가 웃었다.
웃음이라고는 전혀 모를 줄로만 알 았던 회공시월이 희미하게나마 미소 를 짓고 있었다.
“나를 죽이고 싶다고 했나?”
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망설이지 말았어야 했다. 네 제자 가 너에게 이것을 주겠다고 했을 때, 온전히 너의 의지로 받아들였어 야 했다. 그랬다면 네가 나를 죽일 가능성이 아주 조금이나마 생겼을 테ス]. 하지만 너는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 이 귀한 물건을 알아보지 도 못한 너의 그 안타까운 식견을 탓하라.”
“너…….”
”그만, 그만해! 스칼렛. 그만.”
스칼렛이 또다시 마력을 끌어올리 려고 했으나, 뒤에서 홍비연이 그녀
의 양팔을 붙잡았다.
“너, 마녀왕이라면서. 왕이 그따위 로 행동해도 되는 건 아니야.”
홍비연은 이를 악물고서 회공시월 을 바라보았다. 그 뒤로는 루드릭이 천천히 날아와서 회공시월과 시선을 맞추고서 대치했다.
‘공간 왜곡이 돌아오고 있군.’
마력 파장으로 인한 공간 왜곡이 적어진다는 것은 곧, 루드릭의 힘이 만전으로 발동된다는 것.
하지만 그것은 상대방에게도 마찬 가지였다.
공간 그 자체, 공간의 지배자라고
도 불리는 회공시월이 상대다.
“경계할 필요는 없다.”
서서히 회색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 지로, 회공시월은 공간을 일그러뜨 려서 다시 돌아가려는 것이다.
“나는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하반신이 공간 저편으로 넘어가고, 마침내는 상반신까지 절반쯤 넘어갔 을 무렵 회공시월은 말을 마무리하 기 위해 입술을 떼었다.
서걱-!
……그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누군가가, 검을 휘두르기 전까지는.
그럴 생각이었을 것이다.
삽시간에 공간이 잘려 나가며, 회 공시월의 상반신이 떨어져 나간 채 공간이동이 멈춰 버렸다.
비록 육신은 아닌지라 신체가 잘려 나간 것이 치명타는 아니지만, 형체 가 불완전해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타격이 되었다.
회공시월은 하반신이 거의 뜯겨나 간 채 표정을 찌푸리고서 자신을 베 어낸 장본인을 바라보았다.
백유설은 천하태평한 얼굴로 마법검, 청풍명월을 그에게 겨누고 있었다.
“누가 돌아가도 된다고 했냐?”
“……너, 벌써 다중 중첩 공간을 벨 수 있게 된 거냐.”
“다중 중첩 공간? 그건 모르겠고, 그냥 베어보니까 썰리네?”
“……지금의 네가 벌써 그래서는 안 된다. 너에게도 위험한 일이다. 알고는 있나?”
“어. 알지. 경고를 받았거든.”
일전에 ‘또 다른 백유설’로부터 공 간을 베는 건 앞으로 더 미래의 일 이니까, 벌써부터 그러는 것은 자제 하라고 경고를 들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이럴 때가 아니면, 공간을 또 언제 썰어본단 말인가.
회공시월의 신체 파편이 서서히 돌 아오는 모습을 보며 백유설은 피식 웃음을 홀렸다.
‘이 순간을 노리기를 잘했어.’
루드릭에게는 굉장히 실례되는 질 문이었으나 그와 함께하며 공간계 마법사의 약점을 이것저것 물어보면 서 시간을 보냈다.
회공시월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상 대하기 위함이었다.
그때, 들었던 가장 치명적인 약점 이 바로 공간이동을 시전하는 직후 의 순간.
회공시월의 공간이동은 다른 공간 계 마법사에 비해 훨씬 더 빠르기 때문에 타이밍을 노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루드릭의 등 뒤에 숨어서 정확한 타이밍에 나서 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백유설은 얼굴이 불쾌하게 일그러진 회공시월을 향해 당당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할 수 있었다.
“가고 싶으면, 그거 내놓고 가. 이 도둑놈의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