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539)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539
85. 아돌레비트와 모르프(2)
아돌레비트, 수도 테할란.
서리절벽 궁전.
……여왕의 알현실.
오늘은 전국 각지에서 이름난 귀족 들이 속속 모여드는 특별한 날이었 기어】, 여왕 흥세류는 누구보다도 바
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왕위를 공식적으로 내려놓 고서 은퇴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홍세류의 마지막을 방해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공주 홍시화.
곧 있으면 즉위식이 시작되는데 굳 이 그녀가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 마지막 발악을 하기 위함이 아니었 다.
“혹시나 제가 죽거나, 그에 준하는 상태가 되거든 이것을 홍비연 공주 에게 주세요. 뭐어, 그 아이라면 보 자마자 부숴 버릴지도 모르지만요.”
홍시화가 건네는 물건은 열쇠 꾸러
미였다. 하나하나가 7클래스 이상의 결계 마법이 걸려있으며 체계적으로 암호화가 되어 있는 아티팩트였다.
열쇠를 허공에 대고 조작하면 그 즉시 아공간 저편으로 이동되는데 그곳에는 평생 홍시화가 연구해왔던 아돌레비트의 저주에 관한 모든 비 밀이 담겨 있었다.
“그 아이는 비록 저주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후손까 지 저주로부터 자유로울지는 모르는 일이잖아요? 훌륭하고 멋진 신랑감 도 있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손 을 번식할 텐데 금방 고민하게 되겠 죠.”
“말 한번 천박하게 하는군.”
“흐음〜 혈족 잇기라고 할까요? 뭐, 이미 저주를 해결했다면…… 제 평생의 연구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되겠지만. 그래도 상관은 없겠 죠.”
홍세류는 열쇠 꾸러미를 받아들고 서는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피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 군.”
“새삼요.”
“너와 나는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 다.”
“곱게 죽더라도 지옥에 갈 걸요?”
“쯧, 살고 싶다며 발버둥 칠 땐 언 제고. 그래서, 얼마나 남았지?”
다른 사람은 다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홍세류의 눈은 속이지 못한 다.
현재 홍시화는 자신의 마나 써클까 지 완전히 폐하면서, 어떻게든 수명 의 끈을 붙잡고 버티고 있었다.
지금만 보아도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새고 있지 않은가?
아마, 지옥의 불구덩이에 떨어진 기분을 맛보고 있을 것이다.
그런 고통 속에서도 저런 태연자약 이라니. 남들에게 준 고통이 너무나 도 많은 나머 ス1, 스스로의 고통마저 도 느끼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일까.
“으음, 글쎄요. 재수 없으면 오늘 회까닥할 수도 있고. 길면 내일까지 는 버틸 수 있겠네요.”
자신의 수명이 고작해야 하루 정도 남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세상 그 누가 저토록 태연할 수 있을까.
“일찌감치 죽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핫, 그럴 수는 없죠. 제가 살아 서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많아요. 저는 편히 죽어서는 안 되 는 몸이걸랑요.”
“장례는 치르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렇겠죠. 어디 매달리지 나 않으면 다행이겠네요. 매달 거면 홀딱 벗기지는 말아 달라고 해주세 요. 벗길 거면 피부까지 싹 벗기든 지.”
“바라는 게 많군.”
“갈 때가 되니까 말이 많아지네 요.”
시계를 슬쩍 바라본 흥시화는 주머 니를 뒤적거려서 알약 한 움큼을 집 어 입에 털어 넣었다.
무수히 많은 종류의 약들. 이제 이 것들을 먹지 않으면 멀쩡히 거동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하, 밥도 안 먹었는데 배가 다 부 르네.”
그녀는 씁쓸한 듯 혀를 찼다.
“저주로 떠나는 아돌레비트는 제가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렇 지 않다가는 나 같은 악마 새끼가 또 나올 테니까요.”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썩 꺼져 라. 나도 바쁜 몸이니.”
“이제 떠나는 딸내미한테 참 매정 도 하셔라
홍시화는 그리 말하더니 웃으며 총 총 알현실을 떠났다. 아마 오늘을 마지막으로, 두 모녀는 영영 서로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눈물겨 운 작별인사 따위는 나눌 수 없었 다.
그녀들은 세상에 크나큰 죄를 저지 른 악마였으니, 화목한 가정으로서 의 마지막을 보낼 자격은 없었다.
“슬슬…… 시간이 되었나.”
홍세류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기껏 예쁘게 땋아놓은 머리 스타일 이 망가졌으나, 그런 것 따위에 신 경이 갈 정도로 홍세류의 마음은 편
치 못했다.
이마에 쓴 왕관을 어루만지며, 그 녀는 씁쓸하게 웃었다.
“오늘이…… 마지막이군.”
굳게 닫혀있던 서리궁전의 성문이 활짝 열리고, 무수히 많은 귀족들은 물론 평민들까지 찾아오는 오늘.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서리궁전 의 광장에 모여, 궁전 가장 높은 곳 의 발코니를 바라보았다.
통칭 ‘겨울의 문이라 불리는 저 거대한 발코니는 결코 아무 때나 열 리지 않는다.
아돌레비트에서 가장 특별한 날.
즉, 여왕 대관식에만 열리는 바로 그 겨울의 문이 오늘 수십 년 만에 개방되려 하고 있었다.
“오오!”
“나오신다!”
덜컹……! 거인이라도 들어갈 수 있을 것처럼 거대한 겨울의 문이 열 리며 은색 빛 드레스를 입은 여인 한 명이 발을 내디뎠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허공에 레드카 펫이 쭉 펼쳐지며 길을 생성하였는 데, 그 위로 투명한 육각형의 서리 가 떨어져 내렸다.
바닥에 질질 끌리는 드레스를 뒤에 서 아름다운 시녀 두 명이 붙잡아 주자, 그녀는 한 걸음씩 내딛기 시 작했다. 직후 사방에서 그녀의 이름 을 연신 외치는 사람들.
“홍비연 공주 만세!!”
“홍비연 여왕님 만세!”
참으로 다사다난한 3년이었다.
여왕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커녕 사 람들에게 그 이름조차 제대로 각인
되지 않았던 홍비연은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한 재난 사태와 재앙 및 흑마인 사태에 목숨을 걸고 뛰어들 어, 국민들에게 천천히 이름을 알렸 다.
목숨을 걸고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 는 것으로 공식적으로 공주로서 여 왕의 자리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 으나 누구도 그녀가 홍시화 공주를 제칠 것이라고, 그 누가 생각했겠는 가.
홍시화는 모든 면에서 홍비연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인지도, 정치, 위업, 공적.
공주로서의 명예와 위신마저도.
세상 사람들은 이제 대다수가 알게 되었다. 홍시화 공주가 여태껏 벌인 만행에 대해서.
그간 에이젤이 활동하며 캐낸 무수 한 정보를 홍비연의 권력으로 은근 슬쩍 풀어서 홍시화가 꽁꽁 감춰두 었던 치부를 모조리 들춰냈다.
하지만, 과연 세상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아직 가장 결정적인 약점은 공개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홍비연은 가슴에 벅차오르는 감정 을 애써 꾹꾹 짓눌렀다.
아직, 아직이다.
아직 모든 게 끝나지 않았다.
지금은 참아야 한다.
눈에 힘껏 힘을 준 홍비연이 레드 카펫의 끝에 다다르자 여왕, 홍세류 가 한 걸음 다가와 양손을 내밀었 다.
왼손에는 아돌레비트의 저주를 해 소할 수 있는 유일한 아티팩트 ‘불 꽃의 왕관’이 들려있었고 오른손에 는 여왕의 직위이자 힘과 권력, 그 리고 불꽃을 상징하는 선조 아돌레 비트의 지팡이가 들려있었다.
홍비연이 떨리는 손을 내밀어 그것 을 받아들기 직전, 홍세류가 그녀에
게만 들리도록 조용히 속삭였다.
“너는 나와 달리, 거짓된 행복으로 가득한 이 나라를 바꿔줄 거라고 믿 는다.”
멈칫, 홍세류조차 해내지 못했던 그 막중한 책임감에 홍비연은 가슴 에 돌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으나.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어.’
굳게 마음을 다잡고서 지팡이를 건 네받았다. 홍세류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더니 홍비연의 머리 위에 손 수 왕관을 씌워주었다.
직후, 사방에서 폭죽이 터져 나오
며 사람들의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세상이 떠나가라 울렸다.
우와아아아!!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천천히 뒤돌아 모두에게 보이도록 지팡이를 치켜들자 환호성은 더욱 거세졌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 환호 성이 살짝 잦아들었다 싶은 타이밍 에 국악대가 북을 치며 연주를 시작 하였다. 사람의 심장을 쿵쿵 울리는 웅장한 음악 소리가 수도 테할란 전 역을 뒤덮으며, 거리의 사람들이 모 두 다 함께 국가를 부르기 시작하였 다.
모든 국민들은 한 손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다른 손으로 국기를 향 해 내미는 자세를 취했는데, 그것이 새 여왕에 대한 경례였다.
국가가 모두 끝나고, 음악이 잦아 들기 시작하자.
홍비연이 입술을 떼었다.
“오늘은 무척 슬픈 날입니다. 아돌 레비트를 수호하고 사랑하며 지금의 아돌레비트로 만든 여왕께서 왕관을 벗었습니다. 한평생 우리 모두의 어 머니로서 삶을 헌신하였던 그녀는 이제 한 명의 여인으로 돌아갔고, 부 족하며 보잘것없는 제가 그녀의 무
거운 자리를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국민들을 둘러보았 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 중에서 그 누구도 홍비연이 부족하다고 생각하 지 않았으며 타당한 여왕이라고 생 각할 것이다.
“우리는 그녀에게 크나큰 짐을 안 겨주었고, 빚을 졌습니다. 이제는 제 가 그녀에게 안겨주었던 짐을 덜어 내고, 평화와 행복으로 빚을 갚을 차례입니다. 아직 부족하고 실수도 많은 여왕을 불신하는 분들에게는 감히 저를 믿으라고 말하지 않겠습 니다. 다만, 저는 행동으로서 아돌레 비트가 무엇인ス 1, 세계를 통해 보일
것입니다.”
홍비연의 연설은 짧고 담백했다. 그녀의 연설이 끝나자 사람들은 다 시금 환호성과 동시에 박수갈채를 보냈고, 그녀는 그들의 사랑과 관심 을 받으며 잠시 눈을 감고 만끽했 다.
‘이제부터야.’
이윽고, 다시 홍비연이 입술을 떼 자 국민들이 모두 침묵하여 그녀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듣기 위 해 귀를 기울였다.
“오늘로서 저는 아돌레비트의 끝없 는 악연의 끈을 잘라내려고 합니다.
오랫동안 불꽃의 나라의 이명에 맞 지 않게도, 더럽고 추악한 일을 저 질러왔던 왕족…….”
그녀가 시선을 돌리スト, 국민들의 시선이 따라서 어디론가 향했다.
저 멀리, 또 다른 발코니 위에서 귀족들과 함께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명의 여인.
“홍시화 공주. 그녀가 12년 전 세 웠던, 가장 위대한 업적마저도 모두 거짓으로 포장되어 있음을…… 오늘 이 자리에서 밝히겠습니다.”
그녀의 폭탄발언에 귀족들은 드디 어 올 게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표
정을 굳혔고,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 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12년 전? 그때면……
“배신자 모르프. 그 사건이잖아?”
“요괴 백요호 화령을 쓰러뜨리고 배신자 모르프마저도 해치워서, 세 상을 구했다던 그때 그날……
홍시화가 현재 아무리 타락하고 추 악해졌어도 사람들은 그때 그 업적 만큼은 모두 인정하고 있었다.
요괴 백요호가 세상에 나타났다면 가히 나라 몇 개가 무너졌을지도 모 른다는 이야기가 돌았으니 말이다.
그런 요괴를 몰래 숨겨두었던 모르
프 대공가의 비밀을 밝혀내고, 끝내 는 타락해 버린 아이작 모르프를 처 단하는 것으로 홍시화의 위대한 일 대기가 시작되었을 터인데…….
“설마, 그게 거짓이었다고……r
국민들이 모두 혼란에 휩싸인 와중.
홍비연이 등장했던 겨울의 문에서, 한 명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색 머리칼에 하늘색 눈동자.
거기에 아주 오래전에 사라졌을 터 인 ‘모르프 제복’까ス 1 갖춰 입은 그 소녀를 보자마자, 나이 많은 어른들 은 탄식을 내뱉었다.
“모르프, 모르프의 후손이다,
배신자 모르프의 후손.
천적이나 다름없는 모르프가 난데 없이 서리궁전의 대관식에 등장하다 니? 하지만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 는다. 오히려 그녀는 당당하게 앞으 로 한 걸음 걸어 나와, 홍시화 공주 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백요호와 배신 자를 쓰러뜨렸다고 주장하던 그녀의 모든 위업이 거짓이었음을…… 모두 증명하겠습니다.”
드디어 오늘, 아버지의 오명을 벗 을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