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547)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547
87. 떠오르는 달, 지는 달(2)
……이 세계에 도착한 이후로.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한 다.
백야의 신전. 멸망한 세계의 파편 이 모이고 모여, ‘실패한 백유설’들 이 자신의 마지막 희망을 남겨놓은 공간.
이곳에서.
백유설은 조각을 했다.
조각을 맞췄다고 표현하는 게 더 옳을지도 모르겠다. ’실패한 백유설’ 들이 깎아서 나눠놓은 조각들을 그 러모아서 하나로 맞추는 것이 그의 임무였으니까.
처음 며칠은 조각들을 맞추는 과정 이 꽤 쉽다고 느껴졌다. 이면 세계 의 파편이 몇몇 조각의 위치를 탐지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자그마한 파편 하나에, 모든 세 계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모든 세계는 멸망 직전에 아주 자
그마한 부스러기 정도 크기의 흔적 을 남기고 사라졌고, 그것들이 하나 씩, 하나씩,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서 마침내 ‘이면 세계’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세계를 이룩한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백유설은 점점 더 조각을 찾는 것이 어려워졌 다. 그의 목표는 ‘백주심삽월’의 형 태를 완성하는 것.
하지만 모든 조각이 드래곤의 형태 를 취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대 부분은 실패한 가짜 조각이었기 때 문에 그것들을 구분하는 과정이 더 럽게 복잡하고 오래 걸렸다.
그렇다.
더럽게 복잡하고.
더럽게 오래 걸렸다.
그날 이후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 까. 일반인이었다면 아침도, 낮도 없 는 이 공간에서 시간을 재는 일이란 요원했겠지만 저주스럽게도 백유설 에게는 은세십일월의 가호가 있는 바람에 1분 1초의 시간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 세계에서 보낸 시간만 해도, 벌써 1년이 넘었나……
부디 원래 세상과의 시간 흐름에 차이가 없어야 할 텐데.
혹은, 차이가 있더라도 그쪽 세계
가 더 느리게 흘러야만 했다.
‘지금쯤이면 졸업식을 치렀겠 지……
덜그럭! 백색 드래곤의 마지막 조 각을 끼워 맞춘 백유설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토록 오래 걸린 고생의 나날을 보상받는 순간이었지만 현실 세계의 일이 너무나 궁금해서 미쳐 버릴 것 만 같았다.
아니, 이미 미쳐 버린 걸지도 모르 겠다. 연홍춘삼월의 가호가 아니었 다면 1년이나 이런 새하얀 공백의 공간에서 버틸 수 없었겠지…….
쿠구구궁……
마침내 완성된 백색 드래곤, 백주십 삼월이 삐걱거리며 그 육중한 몸체 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찌나 거대 한지 가까이에 붙어서는 그 크기를 제대로 가늠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이게, 시조 마법사가 남긴 희 망이라는 건가.”
백유설은 자리에 주저앉은 채, 스 스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백주십삼월 을 바라보았다.
십이신월의 최종 완성형이자, 아이 테르 월드에 마법을 전파한 시조 마 법사가 멸망을 막기 위해 남긴 희
망.
우우우웅-!
그것이 머리를 들어 올리スト, 백유 설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몇 발자국 걷지 않았는데도 불구하 고 순식간에 백주십삼월과의 거리가 수백 미터나 멀어졌다.
-……그대가, ‘구원자’인가?
놀랍게도 백색 드래곤은 입을 열어 백유설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 정도 는 예상했다는 듯 백유설은 크게 놀 라는 시늉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평범한 인간이야.”
-그대에게서는 시조 마법사께서 말씀하셨던 공백이 느껴지는군. 틀 림없이 구원자가 맞다.
“공백이라고? 아, 내가 아이테르 월드에 속하지 못했다는 걸 의미하 나?”
아마도 ‘공백’이란 마력누설지체를 뜻하는 것이리라.
아이테르 월드의 모든 생명체는 반 드시 마나를 지니고 있게 마련이었 으나, 백유설은 그러지 못했으니까.
-그분께서는 자신을 세계의 공백 으로 만들고자 하였으나 끝내 실패 하고 말았지. 그러나 그대는 완벽한
‘공백’ 그 자체로구나. 틀림없이 그 대는…… 시조 마법사께서 부르겠노 라 예언하였던 ‘구원자’로군.
“시조 마법사가 나를 불렀다…….”
곰곰이 생각하던 백유설은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이상한데?’
그는 천천히 백주십삼월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였다.
“이해가 안 가.”
– 질문하게나.
“왜 굳이 나를 소환한 거야? 시조 마법사는 엄청 강력했다고 들었는
데,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거 아니 야?”
-그분께서는 이 세계에 속한 존재 였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으셨지. 아무리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어도, 세계를 초월하 는 힘을 지니고 있어도, 결국 ‘서人F 의 한계는 벗어날 수 없다.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네…….”
아무튼 백주의 저 말이 곧 백유설 을 이 세계에 소환한 이유라는 뜻일 텐데, 그래도 이해가 안 가는 점은 아주 많았다.
“예전에는 나 말고도 마력누설지체
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몇 명 있다고 들었어. ’하태려이라든지.”
-그들은 시조 마법사께서 ‘공백’으 로 만들고자 시도하였으나 실패한 존재들이다.
**……뭐?”
-태어날 때부터 마력을 극소량밖 에 가지지 못한 그들을 대상으로, 아예 모든 마력을 누설시켜 버리면 존재감을 지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희망했으나…… 불가능했지. 수명만 대폭 줄여 버리고,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스러져갔다.
“그런, 미친…….”
그나마 하태령이 유일하게 역사에 이름을 남긴 ‘되다 만 공백’이라며 백주십삼월은 추가로 설명했다.
-그래서, 아예 상위 차원에서 그대 를 소환한 것이ス]. 그 과정에서 시조 께서는 꽤 복잡하고 어려운 심사 과 정을 거쳤다고 알고 있다. 이 세계 그 ス!체를 상위 차원의 존재들에게 실험적 무대로 만들었다고 하였지.
“……게임을 말하는 거군.”
거기서 ‘마력누설지체’를 가진 ‘캐 릭터 백유설’로 유일하게 최종 보스 를 사냥한 그는 그야말로 시조 마법 사의 마음에 쏙 드는 인재였을 것이
다.
“그래, 내가 왜 소환됐는지는 이제 야 좀 알겠어. 그렇다면 왜 흑야십 삼월을 만들어놓은 거야?”
백주십삼월이 고개를 살짝 내렸다.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위함이었 다.
“애당초, 흑야십삼월이 소환되면 세상은 멸망하잖아? 그럼 왜 굳이 십이신월을 만들어서 세상에 퍼뜨려 놓은 거야? 나 같은 놈이나 회공시 월처럼 반항심 있는 놈이 십이신월 을 싹 모아서 세계를 멸망시키면 어 떡하려고.”
-그건 틀린 말이다.
백주십삼월은 고개를 저었다.
-애초의 회공시월은 반항심이 아 니라, 시조 마법사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을 뿐이다. 지금은 스스로가 시 조 마법사가 되고자 하여 반항하는 게 맞기는 하지만…… 그가 십이신 월을 모두 모으는 것은 시조 마법사 에 의해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뭐? 어째서? 그냥 십이신월을 만 들지 않으면 멸망도 안 하는 거 아 니야?”
-틀렸다. 흑야십삼월은 세계의 멸 망을 막기 위한 멸망 시스템이다.
“그게 무슨…… 설마?”
백유설은 표정을 살짝 구겼다.
“네가 말하는 ‘멸망’이라는 게 뭔 데?”
-차원 그 자체가 산산조각 찢어져 시 분해되어 사라지는 것.
“……그럼, 흑야십삼월에 의한 멸 망은 뭐야?”
-세계의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끝 냄으로써, 차원의 붕괴를 저지한다. 인간을 비롯하여 세계의 모든 존재 가 사라지게 되면 차원은 더 이상 붕괴하지 않고 다시금 수복되게 마 련.
“그 차원 붕괴라는 걸 어떻게 막아 야 하는데? 방법이 있어?”
-유일한 방법이 하나 있다.
백주십삼월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말했다.
-세계에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인 류’라는 존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면 된다.
즉, 자연 그 자체를 보존했을 때 차원은 비로소 멸망하지 않는다.
공룡과 짐승이 뛰어놀고 식물이 자 라나는 자연의 환경 속에서는 ‘이야 기’가 더 이상 생성되지 않을 테니 까.
“그, 그럴 수가…… 어째서 인간이 원인이라는 거야?”
-차원이라는 게 다 그렇다. 생명체 가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순간부터 차원은 ‘서사력’을 소모하게 되ス]. 모든 이야기를 끝마쳤을 때는 멸망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말도 안 돼.”
백유설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살던 세계는 수천 년이나 멸 망하지 않고 멀쩡히 지속되어 왔어. 왜 아이테르 월드만 그런 거야?”
-그거야, 그대가 살던 세계에 는…… 차원이 멸망하지 않도록 수
호하는 ‘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용이라고? 그런 건 없었는데?”
-존재했다. 그대가 인지하지 못하 는 평행 차원에서 살아가고 있었을 뿐. 그대는 배웠을 것이다. 무수히 많은 역사 속에서 인류는 ‘용’이라 는 존재를 신화로 그려왔었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시아와 유럽권을 포함하여 대부 분의 국가 속 신화에는 반드시 드래 곤이라는 존재가 포함되고는 했다.
물론, 유럽의 드래곤과 아시아의 용은 완전히 다른 존재다. 하는 역
할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지만, 그 들은 실재했으며 세계를 수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었다.
-그대가 살던 상위 차원은 반드시 용이 수호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 ‘이야기’로만 존재하는 아이테 르 월드는…… 용의 수호를 전혀 받 지 못하고 있지.
백주십삼월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하여, 그분께서는 인위적으로 용 을 창조하고자 하였다.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었지. 가장 완벽한 ‘이야 기’를 써 내려가야만, 비로소 내가 태어날 수 있었으니까…….
“그럼, 흑야십삼월은 보험이었다는 거야……r
-잘 이해했다. 시조께서 창조하신 용은 흑야십삼월, 단 하나뿐. 세계를 구원할 용을 창조하지 못하신 관계 로 세계를 파괴할 용을 먼저 창조하 시고 구원자를 소환해 떠난 것이다.
백유설은 고개를 떨궜다.
어떻게든, 시조 마법사의 의도대로 된 것 같다.
“……그럼, 시조 마법사가 이제 우 리를 꺼내주러 오는 거야?”
백주십삼월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곧 시조 마법사다. 내가 태 어나는 순간, 차원 저편에서 오로지 이야기의 흐름만을 제어하시던 그분 은 나와 하나가 되셨ス].
“뭐, 뭐라고?”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백유설은 이 마를 짚었다.
“……그럼, 우리가 돌아갈 방법은 없다는 거네?”
여태까지는 계획 없이 무언가를 막 실행해도 ‘어떻게든 되겠ス]’라는 막 연한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백주십삼월을 완성했음에도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통로는 생기지 않았 고, 마지막 희망이었던 시조 마법사 는 이미 저것과 하나가 되어버렸다.
돌겠군.
백유설은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허탈하게 웃었는데.
-무슨 소리인가? 그대가 흩뿌린 이야기가, 지금 그대를 데리러 찾아 오고 있지 않은가?
“……뭐?”
-느껴지지 않는가? 이토록 강렬한
애정이 담긴 감정 에너지를. 이건 찾지 못하는 게 이상할 정도로구나.
쿠구구구구구…!!!
뒤늦게, 백유설도 느끼고 말았다.
차원 전체가 뒤흔들리는 강렬한 충 격. 마치 지진이라도 발생한 것 같 이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백유 설은 서둘러 백주십삼월을 붙잡고서 무게를 지탱했다.
그러나 진동은 오래가지 않았고, 금세 멎어버렸다.
또각!
이윽고, 이 공간 전체를 울리는 듯 한 구두 소리에 백유설은 천천히 고 개를 들었다.
저 멀리, 그러나 아주 가까운 곳에 서 흑색 머리칼을 찰랑거리며, 어떤 여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이제는 소녀라고 부르기에 너무나 성숙해져 버린, 금색 눈동자의 여인.
풀레임.
-오오, 저 아이는 시조 마법사께서 처음으로 데려오고자 하였던 공백이 로군. 비록 실패하여 빛과 이야기의 수호자로….
뒤에서 백주십삼월이 무어라 중얼
거리기 시작했으나 지금은 그것을 들을 때가 아니었다.
백유설은 바닥을 박차고 달려 나갔 고, 그것은 소녀 역시도 마찬가지였 다.
서로를 와락 껴안은 채, 한동안 체 온의 따스한 감촉을 느끼던 소녀는 살짝 울음이 맺힌 목소리로 물었다.
“……왜 이렇게 늦는 거야. 내가 이렇게 데리러 와야겠어?”
백유설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그녀가 울먹이는데 자신까지 그럴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평소처럼, 농담을 했다.
“네가 데리러 올 줄 알고, 기다리 고 있었지.”
짜악!
그는 농담의 대가로 뺨을 맞았고.
그리고, 입맞춤을 받을 수 있었다.
눈앞까지 다가온 풀레임의 향기를 느끼며, 백유설은 다시 한번 그녀를 꼭 껴안았다.
“하이고, 먼저 가겠다더니 이럴 속 셈이었구만?”
이번에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오 자 풀레임이 황급히 물러났다.
“……스칼렛.”
“여기까지 오는데, 내 지분도 엄청 나게 크거든?”
우윳빛깔 머리칼을 가진 소녀.
아니, 그녀도 더 이상 소녀라기에 는 너무나 자라버린 모습이었기에 더 이상은 어린애 취급을 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니까, 나랑도 포옹해. 키스도 좋고.”
스칼렛의 그 뻔뻔하고 태연한 농담
에 백유설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 뜨리고 말았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사 랑하는 이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체온을 나누며, 감정을 나누는 것은 천만금을 주더라도 살 수 없는, 가 장 소중한 보물이리라.
“왜 안 와? 농담 아닌데?”
백유설은 왠지 모를 섬뜩함과 애정 을 느끼며, 스칼렛에게 다가갔다.
오늘 이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