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007
3. 입학(4)
이 세상은 ‘아이테르 월드’라는 게 임 속 세상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부연설명이 하나 더 필요할 듯싶다.
아이테르 월드는 사실 원작 로맨스 판타지 소설 ‘불행한 공녀님을 사랑 하지 마세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소설 ‘공녀사랑안됨은 어렸을 적 아버지와 가문을 모두 잃은 여주인 공 ‘에이젤’이 마법 학교 생활을 하 면서 악녀 ‘홍비연의 계략에 시원 스레 맞서 성장해, 훗날 결국 남자 주인공 중 한 명과 이어진다는…… 그런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복수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처음에는 세상 누구보다 당당하고 강력하던 여주인공 에이젤 이 나중에 가서는 남주인공들에게 보호만 받는다며 아주 돌팔매질을 제대로 맞았고 심지어 새드엔딩을 내버리는 바람에 욕을 제대로 먹은 소설이었으나, 아무튼 이 세계관을
그대로 들여 사용한 게 바로 ‘아이 테르 월드다.
그런데, 내용이 원작 로판과는 완 전히 다르다.
게임에는 ‘풀레임’이라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하나 추가되더니, 이 여자 를 아예 ‘진짜 여주인공’으로 못 박 은 것.
심지어 컨셉도 심상치 않은 게, 이 풀레임이라는 캐릭터는 원래는 현대 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여자가 평 소 ‘공녀사랑안됨’이라는 로판을 즐 겨 읽다 이 세계로 우연히 전이되었 다는 설정인 것.
결론적으로 에이젤은 주인공 자리 에서 밀려나 ‘짭 여주’라고 불리게 되었고, 풀레임이 진정한 이 세계관 의 주인공으로서 플레이어블 캐릭터 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풀레임만 조심하 면 된다 이거지.’
웅성웅성.
요란스러운 소리에 고개를 들자 거 대한 강당이 내 시야에 한가득 들어 왔다.
단상 위에는 수염을 허리까지 기른 노인이 마이크를 쥐고서 침을 튀겨 가며 무어라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커홈!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 이 ‘흑마인’ 놈들이 마법 세계를 뒤 흔들고 있다! 우리 마법사들의 숙명 은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세상을 지 켜내는 것!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저 목소리는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아, 교감 새끼 존나 지루해,”
“입학하자마자 훈화 말씀이냐.”
주위를 둘러보니 검은색 베이스에 금색 테두리 데코레이션이 예쁘장한 스텔라 아카데미 고등부 교복을 입 은 학생 천여 명이 오와 열을 맞춰 정렬해 있다.
몇 번 정도 스토리를 재탕한답시고 자주 봤던 광경이었다.
이곳은 스텔라 아카데미의 입학식 이었으니까.
,……진짜 기분 이상하네.’
3D 게임 속에서 봤던 장면이 지금 은 이렇게, 완벽한 현실이 되어버렸 다. 학생들 하나하나가 정말 살아 숨 쉬고 있었고, 모두가 감정을 가 지고 있었다.
나는 슬쩍 시선을 돌려 풀레임이라 는 소녀를 찾았다.
흑단발이 잘 어울리는 예쁘장하고 키가 작은 그 소녀가 침착한 표정으
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게임에서도 유난히 ‘사랑스러운’이 라는 수식어가 많이 들어갈 정도로 눈에 띄는 귀여움을 가진 외모였기 에,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그녀를 몰래 훔쳐보는 중이었다.
‘현대인이라.’
처음에는 직접 가서 정말 내가 아 는 그 ‘현실’에서 왔느냐고 물어보 고 싶었다.
어쨌든 이 세계에서 빠져나갈 방 법, 그도 안 된다면 살아남을 방법 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같은 현대인 과 엮이는 편이 좋을 테니까.
똑같이 현대에서 살다 왔다는 공통 점이 있다면 동질감이 생겨서 나를 잘 챙겨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하지만, 저 여자가 정확히 어떤 성 향의 여자인지 알 수가 없었으므로 패스.
그녀가 마음을 독하게 먹고 이 세 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또 다른 빙의자를 배제하겠답시고 나서면 나 따위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버릴 것이다.
‘정보는 내가 더 많이 알아.’
굳이 그녀에게 아쉬울 건 없다. 그 녀는 ‘로판 빙의スド였고, 나는 거기
에 한 단계 더 들어간 ‘로판 게임 빙의スト’였으니까. ……비록 나는 등 장 비중이 동네 상점 NPC만도 못 한 엑스트라였지만.
-그러니 신입생 여러분은 ‘흑마인 의 타파를 위해 오늘도, 내일도, 끊 임없이 정진하기를 바란다! 이상!
-다음으로, 높은 성적으로 입학한 학생 네 명과 신입생 대표의 선서가 있겠습니다.
신입생 대표와 2〜5위의 학생들이 단상으로 올라선다. 차례대로 해원 량, 에이젤, 풀레임, 홍비연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남선녀들이었다.
“와, 어떻게 머리도 좋으면서 저렇 게 다들 잘생기고 예쁘냐.”
“그러게……「
나처럼 1,141 명 중 1,141 등으로 꼴찌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 이 있는가 하면 저렇게 모두가 우러 러보게 되는 빛나는 이들이 존재하 게 마련이었다.
다섯 명은 누구 하나 특출나게 돋 보이는 학생 없이 모두가 뛰어나다 고 할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단 연코 빛나는 이가 있었으니.
-신입생 대표! 마유성!
수석으로 스텔라 아카데미에 입학
한 신입생 대표, ‘마유성’이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 獨尊)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겠다.
마나 스테이터스 9성이라는 신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세상 에 존재하는 모든 속성을 다룰 줄 아는 천부적인 재능까지.
그런 이유로, 일단 내 첫 번째 관 심사는 바로 저 마유성이었다.
진 엔딩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배드엔딩을 면하기 위해서는 마유성을 선(善)으로 끌어들여야 했
으니까
다만, 그걸 주도하는 건 여주 ‘풀 레임,의 역할이다. 내 역할은 그저 뒤에서 몰래 주인공들을 뒷받침해 주는 것뿐.
-……이상으로, 입학식을 마치겠습 니다.
와아아!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터져 나오는 환호성. 나는 그 사이에 섞 인 채 주인공들을 관찰하며 입학식 을 마무리했다.
[Episode 2 ‘스텔라 아카데미에 입 학하라!’가 완료되었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면 사실 뻔하디뻔한 이야기밖에는 없을 지도 모른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학창 생 활? 짝사랑 소녀와 함께 두근거리는 불꽃놀이?
그딴 게 어딨어.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의고사, 쪽 지시험, 긴급시험, 과제, 숙제, 과저1,
과제, 과제.
‘대학교 졸업한 지도 한참인데, 다 시 고등학교 생활이라니.’
심지어 스텔라 아카데미의 고등부 는 어지간한 한국의 대학 과정보다 도 더 빡센지라, 과제의 지옥을 생 각하니 벌써부터 앞날을 캄캄해졌 다.
학교 생활의 꽃은 연애도 친구도 축제도 아닌 시험이다.
스텔라 마법 아카데미는 입학 첫날 에도 시험을 본다. 사실 시험이라기 엔 간단한 테스트이긴 했다.
이른바 ‘반 편성 테스트’.
극악 난이도를 자랑하는 입학시험 을 통과했음에도 내부에서 등수를 정하기 위한 필기와 실전 마법 사용 테스트를 치러서 수준에 맞춰 F-A 반으로의 편성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당 연하게도 S반에 배정받았는데, 백유 설은 성적도 최하위권 전투력도 최 하위권인지라 거의 무조건 F 반에 배치를 받아서 ‘이벤트’에서 항상 손해를 보고는 했다.
나중에는 도서관이나 독서실에 들 어가서 ‘버튼을 눌러 자동으로 공부 하기’ 시스템을 이용해 성적을 올리 긴 했지만, 현실에서도 그런 게 될
리는 없어 보인다.
그런 이유로, 나는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시험지를 멀뚱멀뚱 바 라만 보고 있었다.
애초에 시험을 ‘본다’라는 건 그냥 눈으로 보고만 있어도 되는 게 아닐 까?
아님 말고.
‘어차피 입학은 했다는 설정이니 까, 그냥 백지로 내도 되겠지 뭐.’
설마 퇴학이야 당하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슬쩍 옆을 보니, 그나마 시험 보는 척이라도 하는 나와는 달 리 창밖을 무료한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소년이 있었다.
마유성, 모범생의 표본.
햇살을 받으며 검은색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는 그 옆태마저도 기가 막히게 잘생겼다. 그러나, 그 빛나는 외모와는 별개로 그는 어쩐지 따분 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쟤는 벌써 저러냐.’
저게 마유성의 본질적인 문제였다. 아직 성인이 되지도 않은 주제에 삶 에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다.
인생이 뭐든 쉬웠으니까.
세상에서 가장 힘이 강력한 가문에 서 태어나, 세상에서 가장 천재적인
두뇌와 재능을 가지고서, 뭐든 막히 는 것 하나 없이 척척 살아온 나머 지 인생이 재미가 없어진 것이다.
여기서 ‘여주’가 마유성을 어떻게 케어하느냐에 따라서 분기가 아주 크게 갈린다.
때에 따라서 마유성은 악(惡)의 편 에 설 수도 있고, 선(善)의 편에 설 수도 있다.
인생이 지루하다는 게 가장 큰 문 제였던 그에게, 인간을 멸망시키기 위해 활동하는 흑마인들의 선포(宣 布)는 아주 흥미로운 관심사가 될 테니 말이다.
‘애초에 쟤는 가정사 문제가 가장 크지만 말이지.’
그의 시험지를 슬쩍 보니, 진작에 문제를 다 풀어놓았다. 오卜, 이걸 벌 써 다 풀어? 아무것도 몰라서 가만 히 있는 나와는 느낌이 다르다.
그러는 와중, 든 생각.
‘가만, 이거 시험도 혹시 직박구리 안경으로 커버되는 거 아닌가?’
그래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여러 부가 능력치를 쌓기 위해 도서관에 가서 ‘독서하기’ 컨텐츠를 자주 했 던지라, 안경에는 지식이 상당히 쌓 여 있을 터.
그런 생각으로 안경을 꺼내자, 그 즉시 뒤쪽에서 누군가가 내 팔목을 낚아챘다.
“잠깐. 그 안경은 뭐지?”
“예, 에?”
당황하여 말을 더듬자 교관으로 추 정되는 남자가 안경을 낚아채어 자 신의 눈에 가져다 대었다.
“시험 도중에 안경을 꺼내 쓰는 건 안 되니, 미리 검사를 받으라고 했 을 텐데?”
아. 그러고 보니, 안경에 수상쩍은 마법을 걸어두고서 컨닝하는 마법사 들이 꽤 많다고 듣긴 했다. 스텔라
아카데미에서는 결코 통하지 않겠지 만.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하는데, 메시지가 떠 올랐다.
[아이템 ‘직박구리 안경,의 분실이 감지되었습니다』
[되찾아오시 겠습니까?]
……아니. 그러면 절대 안 되ス 1! 마법이 걸려 있다고 생각해서 진짜 퇴학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내가 가만히 있자, 교관은 안경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이 걸려 있지는 않군. 다음부 터는 주의하도록.”
“어, 네….”
그러더니 안경을 내 손에 내려놓고 서 다시 뒤로 돌아갔다. 생각만큼 엄청 빡빡하게 굴진 않는 모양이다.
‘와, 이거 원래 있던 기능들 살아 있었으면 진짜 큰일 났겠네.’
직박구리 안경에 담겨 있던 무수히 많은 기능들은 현재 ‘하향’ 처리가 되어서 사라진 상태. 만약 그게 남
아 있었다면 마법적 기운이 감지된 다며 정말로 퇴학을 당했을지도 모 른다.
아무튼 십년감수했다는 심정으로 직박구리 안경을 착용하자.
,오오……
정말로 시험지의 답안이 모조리 보 이기 시작했다. 그에 흥분하여 나는 신나는 마음으로 답안지를 열심히 써 내려가려는데, 이제 막 세 문제 를 풀었을 무렵.
“시험 종료. 답안지를 걷겠다.”
“어, 엥?”
내 손에 쥐여 있던 답안지가 펄럭
날아가더니 감독관의 손에 쥐어졌 다. 나와 마찬가지로 다른 학생들의 답안지가 그의 손으로 날아가기 시 작했는데, 아쉬운 건 나뿐만이 아니 었는지 모두가 탄식을 내뱉었다.
‘아오, 이제 좀 기능 써보나 했는 데.’
매직펜을 입에 물고서 책상을 쿵쿵 (소심하게) 치고 있는데, 답안지를 걷으며 확인하던 감독관이 갑작스레 흉악스러운 표정으로 돌변하더니 내 게 다가왔다.
“너, 그 안경 이리 내!”
“네?,,
“빨리!”
지릴 뻔했다. 아니, 찔끔 지린 것 같다. 진짜배기 마법사의 위협은 심 장을 철렁 내려앉게 만드는 힘이 있 었다.
안경을 서둘러 건네자, 그는 무시 무시한 표정으로 손을 가져다 대었 다. 무언가 마나를 주입하는 것 같 기는 한데…….
갑자기 왜 저러지? 일부러 컨닝 오해도 안 사려고 풀이 과정도 세세 하게 적어놨는데 말이다.
“…으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지,
그는 ‘이럴 리 없는데’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앞에서 대기 중이던 조교를 불렀다.
“그레이안 박사님을 모셔와.”
조교는 후다닥 교실을 빠져나갔고, 이내 안경잡이의 웬 하얀 가운을 입 은 박사가 나타났다.
스텔라 아카데미의 ‘마공학’ 교수 이자, 세계에서도 마공학의 권위자 로 인정받는 그레이안 박사였다.
“어떻습니까? 박사님.”
“음….”
내 안경을 조용히 관찰하던 박사는 이내 내 시험지를 보고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가 진짜 잘못되기라도 한 건가?
박사는 내 얼굴과 안경, 시험지를 자꾸만 번갈아 보면서 한참이나 끙 끙대며 고민하더니 마침내 입을 열 었다.
“확실히 이 문제를 푼 건… 의심이 갈 수밖에 없겠군.”
“역시, 런닝을…….”
“하지만 런닝이 아니라네. 안경이 나 학생의 소지품에서 마도구는 전 혀 느껴지지 않아. 순수 실력으로 푼 게 확실해.”
그러면서 너털웃음을 짓는다.
“허허, 이거 참 재미있구만.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역시 올해의 신입 생들은 신기해.”
시험지의 확인을 끝냈는지 다시 교 관에게 넘기며, 그레이안 박사는 교 관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아무튼, 이한월 교수는 학생에게 사과하고 잘 인도하도록.”
“……알겠습니다.”
박사는 내 어깨를 툭툭 치더니 그 대로 나가버렸다. 안경을 다시 인계 받은 내가 멀뚱멀뚱 교관을 쳐다보 자, 그는 내게 고개를 살짝 까딱였
내가 오해를 했다. 사과하지.”
진짜로 런닝을 하긴 했으니까, 이 사과를 받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 지 참으로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이내 마법사들이 알아차릴 수도 없을 정도로 내 안경이 완벽한 ‘내 일부’라는 점을 상기했다. 그레 이안 박사가 모르면, 이 세상 아무 도 모른다고 봐도 좋다.
이 세상 누구도 모를 정도로 완벽 한 속임수라면, 그건 더 이상 속임 수가 아니고 내 실력이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어깨를 뻣뻣하게 새우 고서 말했다.
“그럴 수 있죠. 다음부턴 조심하십 쇼.”
나는 관대한 남자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