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96)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096
26. 입원(1)
이따금.
꽃서린에게는 꿈을 꾸듯이, 어떠한 장면이 이미지처럼 머릿속으로 전달 되고는 했다.
하지만 꿈은 아니다. 그건, 세계수 가 보내는 메시지였으니까.
세계수는 자신의 영역 근처에서 벌 어지는 일들을 단편적으로 꽃서린에 게 전달하여, 그녀로 하여금 해결하 도록 부탁하고는 했다.
하지만 외부 활동을 거의 삼가고 있는지라 꽃서린 역시 하이 엘프 기 사단에게 지시하여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는 실정이었는데…….
•……읏!’
백색의 성에서 잠을 청하던 꽃서린 의 머릿속으로 어떤 강렬한 이미지 가 스쳐 지나갔다.
그건…… 평소와는 너무나도 다른 이질적이고 고통스러운 이미지였다.
신수의 공간.
제3계층… 아니, 제4계층.
엘프들에게조차 미스테리로 가득한 제4계층에서.
신수들이 울부짖고 있었다.
고통받고, 괴로워하며, 하늘을 향해 그 눈물을 쏟아내며.
‘이, 이건……!)
꽃서린은 이를 악물고서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 무수한 감정의 소용돌 이를 애써 견뎌냈다.
그 수많은 절망과 공포와 분노와 슬픔이 한꺼번에 심장을 짓누르는
감각은 보통의 인간과 엘프는 결코 견뎌낼 수 없는 것이었으나…….
그녀는 하이엘프 중에서도 가장 고 귀한 요정의 왕.
뿌득!
입술을 힘껏 씹어, 피가 새어 나왔 으나 어떻게든 견뎌낼 수 있었다.
‘흑마력이라니……,)
꽃서린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허공 을 바라보았다.
신수의 공간으로부터 전해진 누군 가의 구조 신호. 그러나, 꽃서린은 그게,누구,의 구조 신호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건, 대체……
누가 구조 신호를 보내는진 모르겠 으나, 중요한 건 신수의 결계에서 흑마력이 감지된다는 것이었다.
,……어서, 빨리 기사단에게 이 사 실을 알려야 해.’
대체 어떻게, 무슨 수로.
대마법사 세 명이 모여서 친 결계 를 뚫고 신수의 공간으로 잠입했는 진 모르겠지만…….
만약 그녀의 머릿속으로 들어온 이 미지가 사실이라면 크나큰 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다.
스텔라의 생도들이 위험한 건 물 론, 신수들마저 모조리 타락해 버릴 테니까
한 번 열었다 닫은 결계를 다시 열기란 굉장히 힘들겠지만, 남은 힘 을 모조리 사용해서라도 내부에 전 사들을 진입시켜야만 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꽃서린은 식은땀을 줄줄 홀리며 자 신의 침실을 비틀비틀 걸었다. 휘영 청 떠오른 쓸쓸한 달빛이 커튼을 거 쳐 그녀의 실루엣을 마지막으로 비 추었다.
세계수의 품에 안겨 있는 모든 소
중한 요정들을 지켜내야만 한다는 신념과 사명감이, 꽃서린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 * *
사아아아…….
바람이 불어온다.
신수의 공간에서 부는 바람은 자연 현상이 아니다. 자연현상인 척하는 인공현상일 뿐.
이 공간을 창조한 연홍춘삼월의 바 람이 바람을 불어오게 만들었다.
사박, 그녀가 발을 내딛자 사방에 만개하였던 흑마력이 서서히 분홍빛 으로 물들어 정화되었다. 이것만으 로도 너무나도 많은 힘을 소모해야 만 했지만…… 그래도 괜찮다.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얼마 든지 다시 잠들어도 좋으니.
사박, 사박.
연홍춘삼월의 발자국이 새겨지는 곳에는 매화꽃이 피어나며, 흑색은 모두 분홍으로 물들었다.
걷는 건 어렵지 않다.
되돌아오는 길이 조금 고달프겠다 는…… 그런 생각은 들었지만.
우우우우…!!
끼 르르륵…!
흑마에 오염된 신수들이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정말 안타깝게 도…… 지금의 그녀는 힘이 너무나 도 쇄약해진 상태라 그들 모두를 도 울 수는 없었다.
그저, 폭주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만이 가능할 뿐.
연홍춘삼월은 고개를 들었다.
제 3 계층.
흑마력의 근원지가 출현한 그 장소
로 질주하였던 인간을 떠올렸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약하고, 연약한 소년이었다.
한 줌의 먼지만도 못한 가치를 지 니고 있다고 생각한, 그저 그런 소 년.
하지만, 그는 자신의 나약함을 알 고 있음에도 흑마가 침입했다는 사 실을 인지한 즉시 그곳을 향해 달려 나갔다.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걸 알면서 도, 흑마에 대적하는 게 자신의 사 명이라는 듯.
……어쩌면 그럴 수 있었을까.
자신의 목숨이 그대로 바스라질 수 도 있는데, 어떻게 한순간도 망설이 지 않고 그곳을 향해 달려나갈 수 있었을까.
우웅…!
결계를 통과하여, 제3계층에 도달 한 연흥춘삼월은 이마를 찌푸렸다. 제4계층의 너머, 자신의 본체가 존 재하는 저15계층에서 벗어난 적이 거 의 없는 탓에 살짝 어지러움이 온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걷 고, 걸었다.
현장은…… 이미 고요했다.
흑마는 산산조각 바스러졌으며, 그 것을 상대하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웠 던 어린 인간들은 정신을 잃고 쓰러 져 있었다.
그 참혹한 현장의 한가운데에, 백 유설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이 바 위에 둥을 기대고서 눈을 감고 있었 다.
모든 힘을 소모한 나머지, 정신을 잃은 것이리라.
연홍춘삼월은 그에게 다가가, 소년 을 품에 끌어안고서 자신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네가 신수에게 목숨마저 걸 수 있 음을 증명해 보아라.’
소년에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 렸었다.
목숨을 걸라니.
세상 누구라도 자신의 목숨을 가장 소중히 여길 텐데 말이다.
그래서 소년은 당황했다.
그녀는 소년이 당황한 이유가 그것 을 증명할 자신이 도저히 없어서 그 랬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년은, 기회가 오자 곧바로 그것 을 증명해 보였다.
소년이 당황한 이유는, 증명할 자 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증명할 방법이 없던 것뿐이었다.
신수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마 저도 걸 수 있는 인간.
그건, 정말 오랜 세월을 살아온 연 홍춘삼월에게도 썩 낯설고 신기한 종류의 인간이었다.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는가.’
대부분의 지식과 기억을 봉인한 지 금으로서는 도저히 백유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안타까웠다.
아주 오랜만에, 썩 믿을 만한 인간 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그 신념을 증명하기 위해, 결국 목 숨을 내던진 꼴이 되었으니까.
그런데…….
‘•••결국, 정말로 해냈구나.’
소년은 정말로 흑마인을 퇴치하였 고, 숙주가 사라진 지금 자연스레 흩뿌려진 흑마력이 정화되고 있었 다.
백유설은 스스로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해 냈으며, 또한 자신과 신수들
을 지켜낸 은인이 되어버렸다.
‘내 비록, 지금 가진 힘은 보잘것 없으나……
연홍춘삼월은 품에서 자그마한 구 슬 하나를 꺼내, 백유설의 가슴팍에 밀어 넣었다.
그것은 오래전, 영혼을 잃고 자신 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사랑했 던 어느 신수의 심장.
이제는 주인을 잃은 이 심장은 백 유설이 사랑하는 어떤 신령을 위해 다시금 뛰게 될 것이다.
이윽고, 그녀는 그의 이마를 쓰다 듬었다.
흐ppT!
분홍색의 기운이 스며들며, 백유설 의 몸이 움찔 떨렸으나 깨어나지는 못했다.
아마도…… 반동이 꽤 심해서 당분 간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르나, 그래 도 그는 버텨낼 것이다.
전 세계 모든 역사를 통틀어도 받 은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십이신월 의 가호 중 하나, ‘연홍춘삼월의 가 호’가 그에게 새겨지고 있었다.
‘이것으로, 보답은 충분하겠지….’
너무 무리를 한 탓일까.
흑마를 정화하는 데에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가호를 내리다니…….
그래도 괜찮다.
이 정도의 인간이라면, 충분히 가 호를 내릴 만한 가치가 있으니.
—ロ ・
연홍춘삼월이 자신의 힘을 부여하 고 있는 와중, 누군가가 가장 먼저 눈을 떴다.
약간의 붉은 기가 도는 은색 머리 칼을 가진 소녀, 홍비연.
그녀는 멍한 눈으로 연홍춘삼월을 바라보다가, 경악하여 눈을 크게 뜨
고 말았다.
연홍춘삼월은 그런 홍비연을 향해 비스듬히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장난 스레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비밀로 하거라.’
감히 십이신월의 기백을 거스를 수 없었던 홍비연은 멍하니 고개를 끄 덕였고.
휘이잉…!
이내, 연홍춘삼월은 바람처럼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대체, 뭐야……r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해 버린
홍비연만이,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이어다 从ス人 나T・
* * *
——I •
진한 두통.
풀레임은 머리를 감싸 쥐고서, 간 신히 숨을 내뱉었다. 폐가 찢어질 듯 아파와서 그 단순하고 당연한 행 위조차도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욱, 숨을…… 어떻게 쉬더라……
마치, 마라톤을 전력질주로 완주한
것만 같은 탈력감이 풀레임의 전신 을 감싸 쥐었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정신을 잃어선 안 된다는 강렬한 직감이 들어, 그 녀는 억지로 눈을 떴다.
‘마나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일전에 한 단계나 더 높은 마법을 사용한 후유증일까. 아직도 마나가 전혀 회복되지 않은 채였다.
,……흑마인, 메이젠 티렌은?’
어째서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있 는 거지? 섬뜩한 생각이 들어, 풀레 임은 삐그덕거리는 관절을 버티며 억지로 상체를 일으켰다.
그런 풀레임의 앞에는, 비틀거리면 서도 애써 두 다리로 바닥을 딛고 꼿꼿하게 서 있는 여인…… 아니, 소녀 한 명이 있었다.
홍비연 아돌레비트.
그녀는 멍한 눈으로 어딘가를 바라 보다가, 고개를 돌려 풀레임을 내려 다보았다.
“…일어났나.”
“뭐야, 어떻게 된, 크읍…….”
입을 열자마자 피를 토할 것 같은 두통이 몰려왔다. 전생의 일이긴 하
다만, 밤새도록 위스키와 와인을 퍼 마셨을 때도 이 정도의 고통은 아니 었는데.
애써 고통을 꾹 눌러 참고서 홍비 연이 바라보고 있던 장소를 향해 눈 을 돌리니 그곳에는 백유설이 바위 에 기댄 채 잠들어 있었으며, 바닥 에는 마유성이 상처를 가득 입은 채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의 전방에서 빛나는 흑마력의 코어.
그건…… 강력한 흑마인이 죽었을 때 터져 나오는 기운으로서, 일종의 흑마인의 시체와 비슷한 물질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설마……
본능적으로 홍비연을 바라보니, 그 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흑마인, 메이젠 티렌은 죽었다.
아마도 백유설과 마유성에 의해서.
‘세상에…… 아무리 그래도 이럴 수가 있는 거야?’
마유성이 세상의 축복을 받은 개사 기급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백 유설이 회귀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 는 풀레임이라지만, 그래도 이건 꽤 충격적인 일이었다.
설마 추정 위험도 6리스크의 흑마
인마저 해치울 줄은 몰랐으니까.
“하, 참나……「
정말 어처구니없는 놈들이었다.
‘저 아저씨는…… 맨날 꾀병이나 부리더니, 정작 뭐가 닥치면 꼭 끼 어들어서 해결해 버리네.’
그건 그가 강해서일까.
아니.
그가 회귀자였기에, 사명감을 가지 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불가능마저도 가능하게 만들기 위 한 노력이 있었으니, 이런 기적이 벌어질 수 있었겠지.
기적은 다가오는 게 아니라 다가가 서 쥐는 것이었으니까.
—ロ •
“뭐야…?”
“나, 나 안 죽었어……T
하나둘, 학생들이 깨어나기 시작하 였다. 어째서인지 근방의 흑마력은 말끔히 사라져 있었고, 오염된 신수 들 역시 정화되었다.
물론 모든 흑마력이 정화되지는 않 았으며, 여전히 흑색으로 변해 폭주하 는 신수가 저 멀리 보이기는 했으나.
……파아앗!!
사방에서 녹색의 빛줄기가 터지며, 신수들이 자연으로 다시금 동화되기 시작하였다.
저것이 바로, 진정한 요정들이 사 용하는 자연 마법. 자신의 자연 마 법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청아 하고 청량하며 청미한 기운의 마법.
세계수에서 구조대를 보내온 것이 다.
백유설이 무슨 기행을 벌였든 어쨌 든, 결국 메이젠 티렌은 죽었으며, 구조대가 제때 도착하였다.
모두가 안전하고.
미래가 뒤틀리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간신히 마음이 놓였는지, 풀레임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살았다아아……
그제야, 정말로 살아남았다는 사실 을 실감할 수 있었기에.
* * *
천령나무의 요람, 하늘꽃요람.
그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엘프왕의 거처, ‘백색의 성,은 모든 건축물과 가구가 식물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엘프들의 거처 역시 식물로 이루어 진 건 똑같았으나, 엘프왕의 성답게 이곳은 희귀한 식물들의 향연이었 다.
벼락을 열일곱 번이나 맞은 모과나 무로 만든 테이블, 오천 년 묵은 소 나무의 솔방울을 엮어 만든 태피스 트리, 정력의 기운이 깃든 활령초를 수놓아서 만든 드림캐쳐, 스스로 발 광하는 초령목 무드등과 샹들리에, 하원닥나무로 만든 파티션 등.
보석이나 예술품이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사치스러울 수 있다는 것도 참 대단하긴 대단하다.
꽃서린은 그런 궁전을 둘러볼 여유
가 없었다. 애초에, 궁전 내부를 거 니는 단순한 행위조차 주변인들에게 민폐가 될 테니까.
-폐하, 구조대가 성공적으로 스텔 라의 생도들을 구출해 내고 있습니 다. 또한 제1 천령 기사단이 직접 폭주한 신수를 제압하여, 정화대대 를 투입해 원래의 위치로 되돌려 보 내고 있습니다.
“……빠르게 잘 처리되었구나.”
아무도 없는 집무실에서 꽃서린은 원거리 교신을 통해 상황을 전달받 았다.
-네. 스텔라의 생도들이 자발적으
로 흑마인을 제압하였다고 하더군 요. 흑마인의 시체는 소멸되어 그 정체를 알아낼 수는 없었습니다. 나 중에 흑마인과 교전을 치른 생도들 에게 따로 물어서 조사해야 할 듯싶 습니다.
”그러한가.”
꽃서린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어찌어찌 잘 해결돼서 다행이다.
신수들이 오염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기도 했지만, 두 번째로는 외 교적인 문제가 걱정되었기 때문이 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중립 기관인
스텔라 아카데미와 평화적으로 교류 하는 와중, 천령나무의 요람에서 그 들을 보호하지 못하여 모조리 잃게 된다면 분명히 세계적으로 질타를 받게 될 테니까.
호시탐탐 ‘요정의 왕’의 직위를 노 리는 하늘꽃요람의 장로들이나 혹은 다른 세계수의 왕들이 그 점을 파고 들어 정치적으로 귀찮게 굴 수도 있 었겠지.
“……학생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무사한가?”
-예. 교전을 벌인 생도는 스무 명 도 채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 후 에도 어찌나 팔팔한지, 아직 계약하
지 못한 신수가 있다며 찾아 나서는 생도들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어찌 나 곤란하던지…….
“후후, 스텔라답게 제멋대로인 학 생들이 많구나.”
-예. 그래도 저희 신수들을 지켜준 은인들이니 막지는 않았습니다.
“잘했다. 전투에 직접 참여한 생도 들을 따로 불러서 치하하고 싶은 데…… 스텔라의 교장에게는 연락이 닿았는가?”
-빠른 시일 내에 직접 통화하고 싶다더군요.
“후우…… 알겠다.”
교장에게는 과연 뭐라고 말해야 할 까. 애초에 엘프와의 인연을 좋아하 는 엘트먼 엘트윈이기에 이번 일을 괜히 트집 잡지는 않을 것이다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꽤나 컸던지 라 사죄의 의미로 선물이라도 준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꽃서린은 일전에 읽었던 ‘기억’에 대해 떠올렸다.
자신의 오랜 친우, 신수 잎하넬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어떤 존재….
비록 얼굴이 가려져서 자세히 볼 수는 없었으나, 그는 틀림없이 스텔
라의 복장을 입고 있었다.
아마도, 이번 패밀리어 계약식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을 터.
‘직접 두 눈으로 그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면 알아낼 수는 있겠지 만…….’
그렇게 되면, 자신의 저주가 천 명 이 넘어가는 학생들에게 퍼질 우려 가 있었다.
원한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으나, 그렇다고 해서 또 다른 피해자를 만 들어서는 안 된다.
‘다음에, 기회가 오면. 그때 잡으면 될 것이다.’
꽃서린은 그 증오스러운 범인에 대 한 원한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으나, 애써 감정을 꾹 눌러 참았다.
언젠가, 직접 마주할 날이 오기를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