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97)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097
26. 입원(2)
하늘꽃요람을 수호하는 최정예부대 천령 기사단의 활약으로 스텔라의 1 학년 생도들은 성공적으로 구출되었 다.
……라고는 했으나.
사실 저】1계층, 제2계층에서 활동하 던 생도들은 무슨 일이 발생한 줄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으며, 제3계 층 역시 흑마력이 감지된 즉시 몸을 내빼서 피해를 입은 학생은 드물었 다.
그나마 흑마에 오염된 괴수를 상대 하다가 부상을 입은 몇몇 학생이 있 었으나, 다행스럽게도 생명에 지장 이 없는 정도였다.
스텔라 아카데미 본부에는 곧바로 연락이 닿았는지, 스텔라 이사회 3 인이 즉시 전용선을 탑승하고서 하 늘꽃요람에 도착하여 학생들을 인솔 하였다.
스텔라 이사회는 한 나라의 공작가 와 비슷한 취급을 받으며 몇몇은 심
지어 왕과도 독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권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 들이 3명이나 움직일 정도로 신입생 들 전체가 위험에 빠진 일은 중대한 문제라는 것이었다.
“……생각보단, 생도들이 멀쩡해서 다행이군요.”
물론, 그들이 직접 찾아오기가 부 끄럽게도 정작 전투를 치렀던 생도 들은 구조되기 직전엔 팔팔해져서 신수 계약이나 더 하면 안 되냐고 물어보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 결과, 홍비연과 에이젤은 기어 이 5등급의 신수와 계약을 해내는 데에 성공하여 엘프들과 이사회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고작 열일곱 먹은 학생들이 계약하 기에는 너무나도 높은 등급의 신수 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백유설과 마유성.
모든 학생들이 입을 모아, 흑마인 을 살해한 당사자라고 하는 그 둘은 하루가 지나도록 깨어나지 못해, 스 텔라의 의료실로 응급 후송되어 입 원하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마유성은 외상이 꽤 심했으나, 특유의 재생능력으로 곧 바로 회복되고 있었으며 백유설은
체력을 지나치게 소모하여 탈진했을 뿐이라고 하여, 걱정하던 사람들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진료 과정에서……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가장 먼저 마유성이라는 학생의 신 체를 마법으로 제대로 검사하는 게 불가능했다는 것.
간혹 그런 경우가 있다. 특별한 체 질을 대대로 계승해오는 가문들은 강력한 마법으로 신체를 보호하여, 다른 마법사들이 체질의 비밀을 알 아낼 수 없도록 만들고는 했다. 마
유성 또한 비슷한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별로 당황할 문제도 아니었다. 오히려 스텔라에서는 굉 장히 흔한 일이었다.
다만.
“……백유설 학생의 체질이, 뭐라 고 했는가?”
담당의사 레이번이 묻자, 간호사가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력누설지체입니다.”
“허… 참…….”
레이번은 안경을 벗으며 자신의 이 마를 감싸쥐었다.
“마력누설지체라니……
의학계에도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기에 이 단어 자체가 생소한 마 법사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마력 누설지 체.
선천적으로 마력을 담을 수 없는 신체로 태어난 이들은, 마법을 배우 는 게 거의 불가능하며 또한 20세 가 넘기 전에 단명하고 만다.
의사 경력 40년.
그간 정말 숱한 환자를 진료해왔던 레이번조차도, 직접 마주하는 건 처
음일 정도로 걸리는 사람이 극히 드 문 체질.
그런 학생이, 하필이면 스텔라에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체질로, 스텔라 에 입학할 수 있었던 거죠……r
마법을 배우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고, 학계에는 그렇게 알려져 있다.
다만, 바꿔 말하면 일반인보다 마 법을 배우는 게 굉장히 어려울 뿐 어찌 됐든 노력을 하면 배우긴 배울 수는 있다는 말인데…… 그건 상당 히 무의미한 짓이다.
그런데 백유설은 자신의 체질을 극
복하여, 무려 세계 최고의 마법 전 사 육성 아카데미에 입학까지 하였 다.
그러기 위해, 대체 얼마나 많은 피 와 땀을 흘렸을까.
마나가 없는 신체로 마법을 사용하 려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왔을까.
도저히 상상조차 가지 않을 정도로 아득하다.
“……이 사실은 루나 간호사, 자네 와 나의 비밀이다. 환자의 체질을 노출시키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는 않겠지?”
루나 간호사 또한 경력 27년 차로
서, 최고의 의사 중 한 명이라 불리 는 레이번의 밑에서 일해온 시간이 길었기에 입은 상당히 무거웠다. 아 마 이 비밀은 어지간해서 새어 나가 지 않으리라.
다만, 진료 기록이 남는 바람에 극 히 일부의 몇몇 관계자들이 이미 알 게 되었을 수도 있는 노릇.
소문이 쫙 퍼지지는 않겠지만, 그 의 비밀을 원하는 소수의 권력자들 이 이에 대해 알게 되는 건 금방일 것이다.
‘대체…… 이 아이는 무슨 생각으 로 학교에 입학한 것이지?’
자신의 수명이 2년 남짓 남았다면, 레이번으로서는 모든 업을 내려놓고 여행이나 떠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 기어이 학교에 입학 하여 배움의 길을 택하다니.
스텔라에서 마력누설지체의 치료법 을 찾고 싶었을까? 안타깝게도, 불 가능하다.
이 세상 누구도 마력누설지체를 치 료할 수는 없다.
설령, 신이 존재한다고 해도 불가 능하다.
마나로 세상을 창조한 신이 마력누
설지체에 간섭할 여지는 없을 테니 까.
“…이런 무력감은 처음이로군.”
레이번 의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무 거운 목소리를 내었고, 루나 간호사 는 그저 고개를 숙였다.
죽어가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 의사 가 되었건만, 여전히 살릴 수 없는 환자는 많다.
그런 죽어가는 환자 앞에서, 의사 로서의 사명감은 무기력해질 뿐이었 다.
* * *
마유성과 백유설은 2인실에 입원하 였다. 그들의 병실은 2인실치고도 꽤 큰 편이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스텔라의 병실은 원래 큼직큼직했다.
덕분에, 둘의 병실에는 상당히 많 은 병문안객이 출입하였고 꽤 많은 선물이 쌓이게 되었다.
대부분은 1학년 생도들의 선물이었 다. 제1계층과 제2계층에 머물던 생 도들이야 잘은 모르겠지만, 저13계층 에서 직접 신수의 흑마 폭주를 경험 했던 생도들은 정말로 생명의 위협
을 느낀 것이다.
이 사실은 자연스레 세간에 알려지 게 되었고, 백유설과 마유성의 이름 은 전 세계 모든 신문에 대문짝만하 게 실리게 되었다.
I하늘꽃요람, ‘신수의 공간’에 잠입 한 흑마인…….] [스텔라의 생도 두 명이 해치우 다?] [과연 흑마인의 정체는?] [그들이 흑마인을 물리칠 수 있었 던 이유는, 오로지 모두를 지키겠다 는 사명감으로…….]
등등. 팩트를 기반으로 써진 기사 부터, 망상을 덧붙인 기사까지.
그 무수히 쏟아지는 백유설과 마유 성의 기사를 읽어 내리며, 에이젤은 병실에 가만히 앉아서 창문을 바라 보았다.
한동안 북적였던 방문객들도 이제 는 뜸해져서 고요해진 병실에서 에 이젤은 조용히 과일을 깎았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맛집 동 아리’가 활동하는 날.
안타깝게도 단 세 명뿐인 부원 중 두 명이 이렇게 앓아 누워 버린 탓 에, 활동을 진행할 수 있을 리는 없 었다.
아삭!
그럭저럭, 풀레임이 직접 준비해 온 사과는 맛있었지만.
뭐라고 했던가.
병실에 가만히 앉아서 사과를 깎으 며 기다리면 환자들이 깨어나는 게 클리 셰라던가.
하지만 아무리 사과를 깎아도 둘은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의사의 말로는 분명히 둘 다 충분 히 깨어날 정도로 회복되었다고 하 는데, 왜 일어나지 않는지는 도저히 모르겠단다.
아마도 전투 도중 과하게 마력을 폭주시킨 게 원인이 아닐까 하고 추 측만 할 뿐.
그래도 곧 깨어날 테니, 너무 걱정 하지는 말라며 간호사가 격려해 주 긴 했으나 그래도 걱정을 어떻게 하 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에휴…….”
멍하니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시 간을 떼우고 있는데.
드르륵!
노크도 없이 병실의 문이 열리며.
*……어라?’
또각, 그녀가 들어왔다.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등골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고,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녀가, 이쪽을 돌아보며.
눈을 마주친다.
“응? 어머나〜”
그러더니, 빙그레 눈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녀.
두근.
두근.
심장이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하였 다. 동공이 흔들리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으며, 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혔 다.
에이젤 모르프라는 한 명의 어린 아이가 나락 끝으로 떨어진 이유.
에이젤 모르프라는 한 명의 소녀가 아직까지 살아 있는 이유.
에이젤 모르프라는 마법사가…… 그 영혼에 증오를 새긴 인물.
‘홍시화 아돌레비트.’
에이젤의 아버ス], 아이작 모르프를 배신자로 몰아가 살해한 바로 그 장 본인이
지금 이 자리에 나타나, 그녀와 똑 바로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심장이 충동질을 하였다.
‘당장 저 여자를 죽여.’
아버지가 당했던 것처럼, 심장을 뽑아내 그 얼굴에 들이밀란 말이야.
하지만…….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마치 거대한 바위로 짓누르는 듯한
압력이 에이젤의 전신을 마비시켰 다. 눈의 실핏줄이 터져라 노려보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단 말이다.
“그때 그 아이구나〜? 후후, 예쁘 게 잘 컸네? 나중에 나한테 시집오 지 않을래?”
“……여기는, 무슨 낯짝으로 오셨 죠?”
짐승처럼 이를 갈며 에이젤이 꾸역 꾸역 입을 열자, 홍시화는 그게 무 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천연덕스 럽게 검지로 자신의 턱을 짚었다.
“으음~ 병문안에 조건이 있던가?
난 모르겠는데~ 내 동생을 구해준 은인들에게 찾아오는 것도 잘못인 걸까? 그것도 아니면……
홍시화는 싱그럽게 웃으며 에이젤 에게 다가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내가 여기에 오는데, 배신자의 자 식 따위에게 허락을 맡아야 하는 걸 까?”
“이……!”
사아아아!!
순식간에 냉기가 퍼지며, 병실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그러나 홍시화 는 동요조차 하지 않은 채 또각또각
걸어서 백유설에게 다가갔다.
“애틋하게도, 계속 간호했나 봐? 그런다고 네게 주어지는 보상이라도 있니?”
“……그딴 보상을 바라고 하는 건 아니거든요? 제가 당신처럼 속물적 인 줄 아십니까?”
“어머, 인간은 모두 똑같이 속물이 야. 아닌 척 부정하는 인간이 존재 할 뿐 スト, 지금도 봐.”
홍시화는 마유성과 백유설을 번갈 아 가리켰다.
“이 아이들은 범상치 않은 과거와 힘을 가지고 있어. 배신자의 자식일
뿐인 너 따위와는 다르게. 너도, 알 고 있지 않니?”
“그건……
“하긴〜 그래! 붙어먹으면 뭐라도 나오겠지. 내가 너 같은 거지새끼라 면 그렇게 하겠어! 응, 비루하고 비 굴하지만 좋은 판단이야. 칭찬해 줘 야겠네.”
으득, 에이젤이 이를 갈자 홍시화 는 그 모습마저도 비웃었다.
“그런데…… 너는 이 아이들이 무 슨 비밀을 가지고 있는진 알고서, 들러붙는 거니?”
“…뭐요?”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는가. 에이 젤이 무어라 반박하려 흐卜자, 홍시화 가 그녀에게 차트를 던졌다. 그러면 서 무심하게 툭 내던지는 말.
“얘, 얼마 안 가서 죽어.”
«.ジ
방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에이젤은 멍하니 홍시화를 바라보 았지만, 이쪽으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서 그녀는 잠든 백유설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순간, 감정이란 게 단 티끌만큼 도 없는 홍시화에게 아주 약간의 감 정이 느껴진 것만 같다는…… 그런
착각이 들고 말았다.
“마력누설지체. 선천적으로 체내에 마나를 쌓을 수 없어서,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고 하지. 백유설이 앓고 있는 체질이야. 친하다면서, 설 마 몰랐니〜?”
“아니, 그건,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다.
왜냐하면, 백유설은 ‘점멸’이라는 역사상 가장 극악무도한 난이도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수 있 는 천재 중의 천재였으니까.
그런데, 체내에 마나를 담을 수 없 는 체질이라고? 마법을 배우기가 극
악으로 어려운 체질이라고?
“뭐~ 그 점이 재미있는 거 아니겠 어? 천재 마법사조차 하지 못한 걸, 마법을 받아들이기 힘든 신체로 해 냈다는 거ス】. 흥미롭지 않아? 나는 이거 듣고 되게 흥분됐는데.”
에이젤은 허겁지겁 홍시화가 던진 차트를 읽어 내려갔다.
거짓이 아니다.
아니, 애초에 굳이 여기까지 와서 거짓을 말할 이유가 있을까.
‘정말… 이잖아……?,
그녀가 가만히 차트를 읽고 있자, 흥시화가 다가와 미소 띤 얼굴을 가
까이하며 말했다.
“그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 니?”
“가까이에서 지내면서, 그의 모든 것을 함께하고, 그의 모든 것을 공 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전혀 아니란다〜 저 아이는 너에게 비밀을 공유하지 않아. 이 외에도…… 무수히 많은 비밀들이 있는데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아는 것처 럼 말하고 행동하고 도와주었으며
또 이끌어줬는데.
정작 자신은, 그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던가.
백유설의 고향도.
백유설의 부모님도.
백유설의 사연도.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하였고 알려 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개수작질은 그만두는 게 어떻겠니? 솔직흐], 너 같은 낙오자가 설치고 다니는 거… 나한테는 좀 거슬리거든.”
홍시화가 그리 말하며, 에이젤에게
다가가 마지막 한마디를 하려는데.
“……거기까지 하시죠. 굉장히 추 하니까.”
흠칫,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에이젤은 어깨를 떨며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홍시화는 에이젤을 몰아세우던 그 표정을 그대로 굳힌 채, 고개를 들 었다.
“어머나, 이게 누구야〜 예쁜 내 동 생 아냐?”
병실의 입구에는, 홍비연이 착 가 라앉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장질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 주시죠. 어디 가서 아돌레비트의 공 주라고 말하기도 창피한 꼴입니다.”
그 말은 조금의 자극이 된 걸까, 홍시화의 표정이 아주 살짝이지만 굳었다.
“어머… 그러니? 그런데 말야….”
그녀는 홍비연에게 살그머니 다가 가, 말했다.
“너 따위가, 내게 공주의 품격을 운운할 자격이 될까?”
움찔. 그건 여태 흥비연의 가슴을 억누르던 하나의 약점이나 트라우마 였기에 예전 같았으면 그대로 고개
를 숙였겠으나, 이제는 그러지 않는 다.
“……예. 저 또한 공주로서, 왕의 자격을 가진 적법자니까요.”
“이제는 당당하구나? 아니, 뻔뻔하 다고 해야 할까? 남이 죽고 남은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주제에?”
홍시화의 공격에 홍비연이 살짝 입 술을 깨물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에이젤 은 이를 잘근잘근 씹었다.
더 이상은, 무기력하게 당하고만 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홍비연처 럼.
눈앞에 맹수가 이빨을 드러내는 와 중에도, 당당히 하고 싶은 말을 내 뱉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신음이 새어 나오 려는 입을 억지로 비집어 열어, 내 뱉었다.
”……당신이야말로, 뻔뻔하지 않나 요?”
“뭐?,,
“몰래 뒷조사를 해서 정보나 캐낸 주제에, 그걸 당당하게 자랑하는 건 대체 무슨 심보인가요?”
“하, 무슨 소린가 했더니-”
“맞는 말이죠? 본인이 비밀을 밝히 기를 원하지도 않았는데, 억지로 알 아내 놓고서는 기세등등한 꼴이라 니.”
그 말에는 홍비연도 살짝 찔렸는 지, 시선을 회피했다.
“네, 맞아요. 저는 당신보다 백유설 에 대해 아는 게 적어요. 하지 만……. 최소한, 저는 직접 마음을 터놓고 들을 수 있겠죠. 누구처럼 추잡하게 캐내지 않아도.”
에이젤이 따박따박 말대답을 흐卜자, 홍시화는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
라보았다.
그건 화가 난 표정도 아니었고, 그 렇다고 기쁜 표정도 아닌…… 정말 로 애매모호함의 경계선에 있는 얼 굴이었기에 도저히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저런 여자에게 감정 이 존재하기나 할까.
있는 힘껏 대꾸를 하긴 했는데, 저 여자가 또 어떤 미친 소리를 내뱉을 지 몰라서 에이젤이 주먹을 있는 힘 껏 움켜쥐는데.
“뭐〜 그럴 수도 있겠네〜”
“……예?”
예상 외로 홍시화는 빠르게 수긍하 고서 빙그레 웃더니, 마치 춤추듯이 거닐며 병실을 순식간에 빠져나갔 다.
“요즘 젊은 것들은 아주 에너지가 넘친다니까? 다음에도 그런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 참 좋겠어〜!”
그러고선, 종종걸음으로 사라져 버 렸다.
“…뭐, 뭐야?”
마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한 느낌에, 에이젤은 멍하니 병실 바깥 을 바라보았다.
복도에는 난데없는 소란을 말리기
위해 찾아온 간호사와 스텔라 경호 원들이 안절부절 못하며 서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돌레비트의 공주 두 명을 쫓아낼 정도의 깡은 없던 탓이었다.
‘갔나…? 진짜로?’
에이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진짜 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복도 바깥 을 슬금슬금 살피고 있을 무렵, 흥 비연은 말없이 소박한 과일 상자 하 나를 백유설의 책상 틈새에 끼워 넣 었다.
하도 선물이 많아서 둘 자리도 없 었다.
그러고선 잠시 백유설의 잠든 얼굴 을 바라보다, 몸을 돌려 병실을 걸 어 나갔다.
그렇게 30분 전과 마찬가지로 병 실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고, 다시금 고요해진 그곳에 에이젤은 털썩 주 저 앉았다.
“하아…….”
정말, 너무나도 정신이 없는 일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