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63
167화. 태풍을 부리는 남자 (11)
손이 후들후들 떨린다.
진이 다 빠진 느낌이다.
실수 한두 개쯤은 감안하고 있었는데 안 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나 자신이 참 대견하다.
“수고하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간이 대기실에 돌아오자, 익숙한 얼굴들이 나를 맞아주었다.
다들 뭔가 감-동 영화 한 편 때린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좀 부끄럽네.
나는 큼큼, 목을 가다듬고서 메고 있던 기타와 페달 보드를 내려놓았다.
“고맙습니다.”
“으아아… 수재씨 엄청 멋있어요… 폭죽이랑 … 불꽃이랑 …”
“맞아맞아!”
“그리고 또… 대한민국?”
“태극기 퍼포먼스 진짜 감동이에요!”
국뽕 퍼포먼스가 아주 잘 먹힌 모양이다.
송아린은 말을 더듬으며 손을 꽉 쥐었다.
주희 또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끝났지만, 다른 멤버들은 아직 아니다.
아이리즈의 순번까지 남은 시간은 약 1분.
원래 다 그렇다.
저지르기 직전이 가장 고비인 법이다.
나는 씨익, 썩소를 지으며 덜덜덜 떨고 있는 멤버들에게 캐리어를 열어 보였다.
“폭죽 좀 나눠 드릴까요?”
“정말요!?”
“물론이죠.”
“아, 안 돼요 수재씨! 너희들도!”
“왜요오~”
임현지 매니저가 손을 휘적거리며 말렸다.
아이돌이랑 폭죽이라니.
안 어울린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당장 쓰기는 어렵겠지.
“음 … 폭죽은 좀 그런가요?”
“애들한테 위험해요!”
“에이~”
“하긴 뭐, 이 정도 열기면 그냥 열심히만 하면 돼요. 폭죽을 안 써도 충분히 뜨거워요.”
“지, 진짜 그럴까요?”
여기서 막 엄청나게 감성적인 발라드를 부르지 않는다면야 텐션 유지는 쉬울 것이다.
아마도.
“글쎄요?”
“네!?”
“역시 우리도 폭죽 터뜨려야 하는 거 아니야!?”
“시, 시간 됐다아 ….”
“원래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는 거예요. 화이팅!”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는 것 같다.
멋지게 퇴장해 놓고 같이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화이팅!”
모든 준비를 마친 아이리즈 멤버들이 출격했다.
그리고 곧바로,
간이 대기실에서 바로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환호성이 밀려들어 왔다.
이제 아이리즈랑 포 데이지만 마치면 한국 쪽은 끝이다.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대기실을 살폈다.
“[후지와라를 찾나?]”
“[아, 네.]”
날 지켜보고 있던 일본 밴드맨 아저씨들이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아까 씩씩대면서 나가더라고. 오늘은 말 안 거는 게 좋을 거야~]”
“[그러게 좀 살살 하지 그랬어. 흐흐흐.]”
“하하하…”
반응이 참 궁금했었는데.
빤스런 했나 보다.
뭐, 어차피 이따 끝날 때 한 번 더 만나겠지만 서도.
“힘드셨죠.”
내 옆에 최주임이 앉았다.
그녀의 손에는 온통 일본어로 뒤덮인 캔 음료가 들려 있었다.
“드실래요?”
“고맙습니다.”
뭔진 모르겠지만 맛있네.
레몬 맛이 난다.
그리고, 익숙한 맛도 난다.
“아, 아아아 수재씨 잠깐만요! 잘못 드렸어요!”
“네?”
“그 … 그거….”
“….”
나는 캔을 확인했다.
Alc.5%
술이네.
술이다.
홀짝.
“왜, 왜 더 먹는 거예요!?”
나는 냅다 미미한 알콜음료를 들이켰다.
하지만 최주임이 달려들어서 캔을 빼앗아 갔다.
“안 돼요!”
“쩝.”
“그건 … 잘못 산 거고 … 이거 드세요!”
그리고서 받은 펩시.
“펩 … 크흡!”
“크흐흑.”
펩시 드립이 여기까지 들렸던 건가?
“펩시가 싸고 맛있긴 하죠.”
맛 차이도 별로 안 나는데 1+1도 자주 하고 가격도 싸고.
나는 음료수를 마시며 물배를 채웠다.
그리고 회사 사람들이랑 같이 무대를 감상했다.
최주임이 태블릿으로 인터넷 생중계되는 거 보여줬는데 방송 퀄리티가 꽤 괜찮더라.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채팅에는 일본인들이랑 한국인들이 대다수였지만, 영어도 가끔가다 보였다.
아무튼 세계인이 주시하고 있는 무대임은 확실했다.
“…뭐야 잘하네.”
모니터 너머로 보이는 것은, 마치 모든 아이돌 연습생의 ‘꿈’을 그림으로 그려놓은 듯한 광경이었다.
“으아아아앙 … 발 절었어어어.”
“괜찮아. 티 안 났어.”
“어땠어요? 어땠어요 수재씨?”
“예뻤어요.”
“네!?”
“꺄악! 수재씨가 아린이 꼬신다!”
“술 먹어서 그렇다!”
무대가 예뻤다는 건데요.
오랜만에 알콜이 들어가서 좀 알딸딸하긴 한데.
반 캔 먹고 실수할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아이리즈의 무대는 성대하게 마무리 지어졌다.
실수가 있기는 했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티가 나지 않을 수준이었다.
“역시 언니들이야….”
포 데이지의 무대는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다.
최전성기 아이돌의 무대에 실수 따윈 없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환호 섞인 탄성들.
회사에서 준비한 모든 무대가 끝났다.
일본 쪽 두 팀이 남아 있긴 했지만, 역시나.
보다 보니 짧게 느껴졌다.
중간에 후지와라랑 세션 밴드멤버들이 돌아오긴 했다.
안태식이가 계속 할 말이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라.
하지만 막상 말을 건 것은,
“[수재군.]”
후지와라였다.
“[위에서 할 말 있어. 기대해.]”
그녀는 내 귀에 끈적한 말투로 속삭인 후, 싱긋- 미소를 지었다.
… 위라니.
무대를 말하는 건가?
대체 뭔 말을 하려는 거지?
그냥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며 간단히 인사하는 자리인데.
“기대하죠.”
뭔진 몰라도, 질 수는 없었다.
아무튼 그랬다.
– 이동하시겠습니다!
마침내 오늘 참가했던 모든 뮤지션들이 다시 무대 위에 오를 시간이 찾아왔다.
콘서트의 엔딩이었다.
“….”
관객석은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듯했다.
수 시간 동안 이어진 콘서트에 지칠만함에도, 다들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다만 땀과 빗물이 증발하여 생긴 이 꿉꿉한 냄새가, 그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불타올랐는지를 여실히 증명해주는 듯했다.
“[설하~]”
“응.”
후지와라가 설하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두 사람이 이번 합동 콘서트의 대표자였다.
– 아아, !%!&%
설하가 먼저 마이크를 잡는다.
– 아아아아아아아.
동시에, 아쉬운 듯한 목소리가 관중석에서 터져나왔다.
일본어 귀가 갑작스레 트여서 그런지, 뭔 말인 줄은 모르겠는데 뭔 소릴 하는지는 대충 이해가 갔다.
아주 전형적인 엔딩 멘트였다.
“미사키.”
“응~”
그 다음은 후지와라.
-와아아아아아악!
후지와라가 짧은 말을 내뱉자마자, 곧바로 엄청난 환호성이 들이닥쳤다.
나는 아까부터 한마디도 안 하던 안태식이에게 눈짓했다.
“미리 회의 된 얘기다.”
“뭔 회의? 무슨 회의?”
“난 찬성이야. 네 연주는 … 솔직히 말해 감동적이었으니까.”
이제껏 말 한마디도 안 하다가 갑자기 인정을 하다니.
안태식이는 나와 시선을 맞추지 않았다.
뭔가, 부끄럼을 타는 듯한 표정이다.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래 뭐.
인정해서 좋네.
근데 …
-%!
%$#@$.
씨익,
후지와라가 다시금 내게 질척한 미소를 보냈다.
그리고서,
“[빨기좌~ 우리 밴드에 오지 않을래?]”
진짜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어 … 어? 밴드에 오지 않을래…? 냐는데요? 수재씨한테요!”
“뭐야!?”
“엥?”
“….”
알아들었다.
왜 저 말만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바로 알아들어 버렸다.
“수, 수재씨 ….”
“이, 이거 사전에 조율된 거예요?”
“아뇨?”
회의했다는 게 이거구나.
이런 거였구나.
나는 팡-!
괜히 안태식이의 등을 두들겼다.
“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나가서 대답할게요.”
그리고서 터벅, 터벅.
후지와라의 옆에 다가가, 스테프가 건네준 마이크를 잡아들었다.
무대를 쭉 둘러보니, 참가자들 모두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도 아마 비슷한 표정일 것이다.
“[사실 이전에 같은 제안을 한 적이 있거든요~ 근데 오늘 무대를 직접 보고 나서 더더욱 확신이 생겼어요! 저는 빨기좌가 필요한 것 같아요~]”
후지와라의 말에는 ‘자신감’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 사람 성격상 절대 이런 반응이 나올 수가 없는데.
왜 이러는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저는 여기서! 공개적으로! 빨기좌에게 1억 엔을 제안할 거예요! 계약기간은 1년!]”
– 오오오오오오오!
웅성 웅성.
웅성웅성웅성.
1만 수천 명의 관객들이 웅성인다.
동시에 내 가슴도 웅성인다.
아니, 뭐 후지와라의 반응이 기대되기는 했는데.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전혀 몰랐는데.
그냥 분해하고, 딴청 피우고, 부정하고.
이런 반응을 예상했었는데.
“….”
후지와라는 돈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싫기에,
호응에서 밀렸다는 사실을 잊고 싶었기에,
돈을 꺼내 들었다.
무려 10억 원을 말이다.
“狼は犬の手下にならない、だっけ。”
[늑대는 개 밑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라며?]안태식이랑은 아예 다른 인간이다.
진짜 대단한 인간이다.
뭔가, 추하면서도 추함을 감추는데 능한 여자다.
인성에 문제가 있음에도, 그게 오랫동안 발각되지 않은 이유를 아주 잘 알겠다.
“[아~ 혹시 1억 엔은 부족한가요?! 빨기좌 욕.심.쟁.이!]”
-아하하하하하하!
장난스러운 말투로 호응을 유도하는 센스까지.
나는 턱을 괴며,
아주 잠깐동안, 고민에 빠졌다.
“….”
10억이라.
10억으로 할 수 있는 건 많다.
5억으로 경기도권에 아파트 한 채를 산 다음 나머지 5억으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생활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 영화, 유튜브에서 100억 1000억 하니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긴 하는데.
절대 아니다.
매우 큰 돈이다.
연봉 5천만짜리 직장을 20년 동안 다니며 단 1원도 쓰지 않아야 벌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
나는 마이크를 잡아들었다.
“[통역 부탁드립니다.]”
그리고서, 직원을 불렀다.
간이 대기실에서 회사 직원이 후다닥 무대 위로 튀어 올라온다.
나는 곧바로 영어로 내 생각을 내뱉었다.
“I have money. I can stay at a hotel today, and a buy dinner for my friends.”
– 전 돈이 있습니다. 호텔에 묵을 수도 있고, 친구들에게 밥을 사줄 수도 있어요.
“That’s not all. I also have money to buy a guitar at the store today!”
– 뿐만 아니라 오늘 바로 악기점에서 기타를 살 돈도 있어요!
– 아하하하하하하!
관객들이 갑자기 빵 터졌다.
왜 터진 지는 모르겠다.
외국이라 감성이 다른 건가?
나는 말을 이었다.
“So, it’s happy to have money. If you didn’t have money, you wouldn’t have bought a ticket. wouldn’t be here. Are you all happy?”
– 그러니까 돈이 있으면 행복합니다. 돈이 없었더라면 여러분도 티켓을 못 샀을 것이고, 여기 없었겠죠. 여러분 행복하시죠?
– 예에에에에에에에에!
목청 좋네.
술을 먹어서 그런지, 영어가 술술 나왔다.
“수재씨 멋있다 ….”
“명언 같아.”
“역시 너는 … 그렇게 나오는구나.”
그리고 뭔가, 돈에 관련되어 교훈을 주려는 듯한 상황이 됐다.
“….”
교훈이라 …
좋긴 한데.
그렇게 말할 생각 없는데?
“But let’s think again. Is the bill correct?”
– 근데 다시 생각해 보세요. 그 계산이 그게 맞아요?
순간, 정적이 들이닥쳤다.
“[… 네?]”
“You’re saying that you’re going to buy my year’s worth of music for fucking 100 million yen?”
– 그러니까, 내 1년 치 음악을 씨발 1억 엔에 산다고?
“[… 네?]”
교훈 따윈 없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거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이번에도 돈으로 해결을 보려는.
이 병신새끼한테 말이다!
“Not a hundred million yen. I don’t want to lose.”
– 1억엔은 좀 아니야. 난 손해 보기 싫어.
“Fucking Give me fuck 10 billion yen!”
– 씨발 그러니까 100억엔 내놔!
….
….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8월 28일 요코하마 대합동 콘서트는,
1000억을 갖고 싶은 남자가 양팔로 v를 그리며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