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70
174화. 슬기로운 임시밴드 (2)
솔직히 이렇게 되리라 예상이 가긴 했다.
다른 현악기는 1대든 10대든 모이면 모일수록 소리가 풍성해지는데,
더티톤 일렉기타는 모이면 모일수록 소리가 드러워진다.
“하아 ….”
“역시 이렇게 되네 ….”
윤수빈이랑 최유진은 골이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만지작거렸다.
“흠 ….”
“음….”
도현이랑 혁오 또한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
나는 내 앞에 놓인 인조 가죽 재질의 앰프를 쓰다듬었다.
프리부에 2개, 파워부에 3개가 박힌 진공관 회로 구성에 12인치 셀레스쳔 스피커 한 방.
레인악기뮤직의 신제품이다.
어제 잠깐 만져보고서 느꼈는데, 이건 지금까지 나왔던 국산 앰프와는 궤를 달리하는 놈이다.
연습실이나 학원, 기타 공공기관에 납품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란 소리다.
이 앰프는, ‘본격적인’ 사용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소리 또한 …
– 쥬우우웅-!
꽤나 좋았다.
뭘 타겟팅 하고 만들었는지가 딱 눈에 그려진다.
노멀 모드에서는 jcm800의 질감이 거의 유사하게 나온다.
하드 모드에서는 메사부기 더블레코드의 기름짐이 살며시 느껴진다.
원래 카피는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았는가.
마샬이 펜더 베이스맨 카피로부터 시작했듯이, 이 앰프 또한 여러 앰프의 카피로부터 시작됐다.
“앰프 소리는 되게 좋은데…”
“사람 수가 문제지.”
“꼭 기타 네 대 써야 돼?”
“물론.”
“4기타에 1베이스에 1드럼?”
“리얼 완벽한 조합.”
“미치겠다야.”
나는 내 의견을 굽힐 생각이 없었다.
“기타앰프만 네 개네….”
그리고, 머릿속에 그려둔 광경을 타협할 생각 또한 없었다.
“아니.”
“뭐?”
“응?”
“기타앰프를 왜 네 대 써?”
“아….”
사람이 이만큼인데 기타앰프를 네 대 쓴다?
말이 안 된다.
“역시 그렇지? 네 대씩 쓰면 세팅 같은 거 엄청 복잡할 거니까….”
“맞아 맞아.”
“그럼 우리끼리 돌아가면서 써?”
“아니?”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서, 설마 우리는 앰프 쓰지 말라는 거야!?”
“빨기좌 인성논란 ….”
“아니 그게 아니지. 소이네 회사에서 앰프 얼마든지 대여해준다고 하는데, 크게 가야지 크게.”
“그럼 ….”
“한 사람당 20대는 써야지.”
난 그렇게 말했다.
눈 깜짝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20… 대?”
“…응?”
그리고 내 말을 듣자마자 애들은 전부 눈을 땡그랗게 떠버렸다.
“너희는 20대.”
“….”
“난 한 30대?”
공연하는데 무조건 앰프 한 대만 쓰란 법은 없잖아.
스테레오를 잡기 위해 앰프 2대를 쓰는 경우는 많다.
설비만 잘 갖춰져 있다면, 귀찮음을 감수할 수 있다면 다중 앰프도 충분히 사용할만하다.
그리고,
“김수재 대체 … 뭘 하려는 거임?”
한 사람당 20대를 쓰는 것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
“….”
“허.”
“하.”
“너무 기뻐서 말문이 막힌 건가?”
“아니 대체 뭔….”
또다시 아니시에이팅이 날아오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의 말을 곧장 끊어버렸다.
“앰프의 탑. 그게 내 계획이야.”
“…!”
사실 그렇다.
기타 소리는 앰프에서 나온 걸 바로 들었을 때가 가장 좋다.
하지만 소규모 공연장을 제외한다면, 관객이 ‘앰프’의 소리를 직접 들을 일은 별로 없다.
중규모 이상으로 가면 아무래도 앰프만으로는 음량, 음압이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까.
관객들이 최종적으로 듣는 소리는 결국 모니터 스피커의 소리였다.
“생각해 봐. 커다란 스테이지 위에, 앰프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광경을 말이야.”
그렇기에 욕심을 부리기로 했다.
굳이 모니터 스피커를 쓰지 않고 ‘앰프’만으로 음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관객들에게 최고의 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아닐까?
모니터 스피커는 그냥 보조용으로만 쓰고.
앰프로 사운드의 중심을 잡는다.
그리고 그것을 위하여 …
‘앰프의 탑’을 만든다.
“앰프 100개를 쌓은 다음, 꼭대기에 올라가는 거지.”
“오.”
“무슨 ‘오’야!”
소이를 제외한 여자애들은 여전히 표정이 미묘했다.
다만, 도현이와 혁오는 …
“김수재 너….”
“넌 천재야 역시 ….”
감명을 받은 듯했다.
“대체 왜…?”
“왜냐니?”
“아니 그냥… 락페 나가는 것만으로도 좋은 거 아니야? 왜 그렇게까지 해?”
윤수빈은 계속해서 의문을 표했다.
나는 그 의문을 일축했다.
“그곳에 간지가 있으니까.”
“…!”
“일렉기타의 소리는 앰프에서 나온다. 마이킹해서 모니터 스피커로 빼는 건 어디까지나 대체재일 뿐이야!”
“… 맞아.”
“그런 거야!”
도현이와 혁오가 내 어깨를 끌어안는다.
앰프 100대를 쓰고 싶은 뮤지션의 마음과 우정이 손을 타고 전해져 왔다.
“병신들….”
최유진, 윤수빈의 어이없는 비난에도 우리는 굴하지 않았다.
“우선 톤이나 잘 맞춰보자. 내가 노멀모드, 소이는 클린모드, 너희 둘은 하드 모드.”
“기타에 맞춰서 나눈 거임?”
“맞음.”
“이큐는?”
“너희 둘은 중, 저음 중심으로, 나랑 소이는 고음 중심으로. 도현이는 소리 안 묻히게 미들 좀 높이고.”
“오케이.”
“베이스특 : 안 들림.”
“죽여버릴 거야.”
도현의 얼굴이 다시 울긋불긋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곧바로 가방에서 악보를 꺼내어 멤버들에게 나눠줬다.
“5분 드립니다.”
“미쳤어?!”
애들이 코드를 익히기까지는 30분 정도가 걸렸다.
“너희 코드 빨리 못 보면 나중에 큰일 나.”
“왜?”
“혼남.”
“진짜?”
“누구한테?”
“작곡가.”
“우와 ….”
성격 더러운 작곡가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코드리딩이 느리면 히스테리 받기 딱 좋다.
세션맨은 빨리 읽고 많이 쳐야 한다.
“그럼 고?”
“고.”
나는 애들에게 ‘틀’만 잡아 주었다.
최유진은 레스폴, 혁오는 sg.
나와 소이는 둘 다 펜더 스트랫.
기타가 갈렸다.
그러므로, 역할 또한 갈렸다.
혁오와 최유진은 파워코드로 베이스와 같이 리듬을 주도하고,
소이는 옥타브 주법으로 고음을 리드한다.
그리고 내가 멜로디 연주.
탓 탓 탓-!
거치대에 악보를 펼쳐놓은 윤수빈이 하이햇을 두들긴다.
우리는 그 소리에 맞춰서,
‘겨울 숲의 노래’에 들어갔다.
치이이잉-!
원래 이 곡에는 피아노 라인이 들어간다.
고음 위주로 일정 마디마다 기타랑 같이 화음을 맞추는 게 피아노의 역할이었다.
이번에 그 역할은 소이가 맡았다.
두웅-!
맨 밑에 깔리는 베이스라인.
나는 베이스를 잘은 못 치는데, 일단 칠 줄은 안다.
그러므로 근음뿐만 아니라 리프도 기타와 똑같이 구성해 놓을 수 있었다.
베이스가 심심할 일은 없을 거다.
그리고,
쥬우웅-!
옥타브 주법의 고음과 베이스 라인을 이어주는 파워코드 디스토션 기타.
육중한 중음이 더블링되어 딱 버티고 있으니, 듣기에 훨씬 알찼다.
최유진은 원래 재즈파라서 팜뮤트 맥아리가 좀 없긴 한데, 반대로 혁오의 팜뮤트가 상당히 센 편이라서 오히려 이게 또 조화롭다.
“….”
오늘도 어김없이, 머릿속에 풍경이 그려졌다.
하지만 이전에 그려졌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차가움보다는 묘한 따뜻함이 서려 있는 겨울 숲이었다.
“…!”
열심히 스트로크를 치던 최유진이 해맑게 미소를 짓는다.
되게 신나 보이는 표정이다.
나도 신난다.
풀 밴드라니, 이게 대체 얼마 만이야.
사실 윤수빈이 빼지만 않았어도 풀밴드를 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긴 있었는데.
이제까지 서로 아다리가 잘 안 맞았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금드럼을 위한 골드러시는 결국 성공했다.
윤수빈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도 백밴드의 역할을 확실히 수행해 주고 있다.
이거, 될 거다.
앞으로 조금만 연습하면 완벽해질 거 같다!
지이잉-!
두웅-!
탕-!
첫 번째 합주가 끝났다.
우리는 동시에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원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진짜 시작이 반일 리는 없지만, 어쨌든 ‘시작’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이지 않는가.
근데 … .
“너희 실력 왜 이렇게 좋냐?”
“흐흐흐.”
“히히히.”
오늘은 정말로, 시작하자마자 절반만큼 도달한 느낌이다.
분명 1학기 초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우리도 열심히 했지~”
“맞아맞아.”
“김수재만 잘나가는 거 못 봄.”
“리얼.”
되게 감동적이다.
이게 바로 선한 경쟁이라고 하는 건가?
“이대로 가면 서울예대 … 아니, 버클리 각일 듯.”
“진짜?!”
“그 정도야?!”
“리얼?”
“아니 나도 잘 몰라.”
“야!”
외국 나가본 적이라곤 일본밖에 없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근데 진짜 이게 되긴 하네.”
“그러게.”
“보통 밴드 할 때 최대 3기타잖아. 그마저도 한 명은 보컬이고.”
“기타 한 대만 쓰는 데도 많음.”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4대를 쓸 거다.
역할을 나눠서,
소리가 더러워지지 않도록 잘 조정을 해서 말이다.
“김수재 노래는 안 해?”
“나?”
“응.”
“난 기타리스트지 싱어송라이터가 아니야.”
“올.”
“뭔가 방금 간지 났음.”
“…?”
노래 욕심은 별로 없다.
예전에는 약간 있었는데, 보컬 입시생들 연습하는 거 보고서 관뒀다.
딱히 노래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은 욕망도 없고.
나는 역시 기타다.
기타로, 사람들을 감동시킬 거다.
우리는 계속해서 연습을 이어나갔다.
우선은 연주가 ‘확정’된 내 두 자작곡 위주로, 해가 거의 저물 때까지 말이다.
“잘 가!”
“바이~”
“가!”
“어 그래 간다!”
연습이 끝났다.
뭔가 일이 술술 잘 풀리는 느낌이다.
이대로만 가면 된다.
앰프로 탑을 쌓으면 자연스럽게 앰프 홍보가 될 거고,
스트랫이랑 레스폴 돌려가면서 쓰면 펜더 깁슨 홍보도 될 거고.
근데 뭔가 …
잊어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잘 되고 있는데.
뭔가 잊었다.
“소이야.”
“응?”
“오늘 나 뭐 빠뜨린 거 있었나?”
“음 ….”
소이는 탁-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서,
“수재 그 …”
“응?”
“아까부터 기타 세 개 메고 있었어.”
“… 어?”
어?
어어?
어어어!?
“… 통기타 곡은 안 할 거야?”
“….”
그렇네.
그게 문제네.
“… 아, 해, 해야지.”
“….”
“할 거야. 물론이야.”
소이 아버지가 딸을 위해 만든 일렉트릭 어쿠스틱.
‘공연’에 특화된 편안한 어쿠스틱.
메긴 멨었는데, 오늘 종일 만지지를 않았다.
홍보해 달라고 돈까지 받아서 안 쓸 수가 없는데도 말이다.
근데 문제는 …
“… 뭘 쳐야 할까?”
“그, 그러게 …?”
이번 무대가, ‘락 페스티벌’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채로 학원에 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원생들이랑 강사들한테 물어보기도 했었는데,
– 글쎄?
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의문은 다음날로 이전되었다.
“와 이걸 틀린다고?”
“베이스 뭐하는 거야악!”
“역시 베이스가 문제였어.”
“베이스가 틀리니까 박자가 어긋나는 거지!”
“나, 나 아니야아아아아아악!”
수업 중에도, 학교 끝나고 합주 중에도 내 의문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정신을 딴 데 두느라 실수까지 냈다.
유탄은 도현이가 맞았다.
미안해 …!
그게 베이스의 숙명이야….
드르륵-!
누가 실수를 냈느냐 진범을 가리고 있던 도중, 갑작스레 연습실의 문이 열렸다.
“누구임?
“뭐임?”
“무슨 일임?”
“우리를 본 이상 살려둘 수는 없겠어.”
그리고 마침내,
내 물음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해줄 만한 사람이 나타났다.
“…어?”
“야 하민서.”
“왜, 왜?”
“너라면 락 페스티벌에서 통기타로 뭐 칠래?”
“… 엥?”
하민서는 나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흠칫, 몸을 떨었다.
그리고서,
“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하민서다운 대답을 내놓았다.
“너도 모른다고 …? 통기타 장인이잖아?”
“아니 장인까지는 ….”
장인까지는 아니더라도 경력이 꽤 길 텐데.
나의 고민은, 다시금 미궁으로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
“어쿠스틱 기타는 나보다 설하 언니가 훨씬 더 잘 알아.”
“어?”
“아 맞다! 김수재 너 설하랑 같이 일본도 갔다 왔잖아!”
“전화 걸어줘?”
“부탁해.”
설하라면.
설하라면 나의 의문을 풀어줄지도 모른다.
싱어송 라이터 경력 십수 년의 설하라면 말이다 …!
하지만,
“안녕하세요. 설하씨 질문할 게…”
– 수재씨 소식 빠르시네요!
“네?”
– 어!? 알고 전화 거신 거 아니에요? 이번에 락 페스티벌 나가시는 거 …
아니었다.
설하는 내 의문을 풀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충격적인 소식을 들뜬 목소리로 전할 뿐이었다.
– 회사 지금 완전 난리 났어요! 저도 아까 지나가다가 들은 건데, 그 빨간피크…
….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동시에 온몸을 부르르 떨고 말았다.
“얘들아 나….”
“왜?”
“나 기타빵 걸렸는데?”
“뭐?!”
“누구한테?”
“잉베이 말름스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