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69
173화. 슬기로운 임시밴드 (1)
기타를 치다 보면, 밴드를 하고 싶어질 때가 반드시 찾아온다.
갈고닦은 실력을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고, 같이 합도 맞춰보고 싶고.
솔로곡 몇 개 칠 수 있게 되었을 때가 밴드 욕구의 정점이다.
그리고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실행에 옮겨버리고 만다.
카톡 오픈 채팅이나 뮬 구인 글 뒤져서 연락하고, 합주하고.
‘이게 바로 합주의 맛이구나’라며 짜릿함도 느끼고.
공연 일정 같은 거 인싸 멤버가 물어오면 벌벌 떨면서 무대에 서고.
처음에는 다 그렇게 시작한다.
방구석 초인급 신입들이 우연찮게 뭉쳐서 완벽하게 공연을 소화하는 스토리 따윈 이 세상에 없다.
그러니 나는, 그냥 맘 편히 말을 꺼냈다.
“락페 고?”
“어?”
“뭐?”
다음 날 아침 등굣길.
나는 언덕을 오르다 우연히 만난 도현이와 혁오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둘 다 경이로운 경사에 거친 숨을 토하고 있었다.
“락페? 당연히 가야지.”
“뭘 당연한 걸 묻고 있음?”
락페에 간다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당연한 것.
“이번에 누구 온다냐?”
“그… 차트 잠깐 올랐던 인디 있잖아.”
“아 누구였더라.”
두 사람은 밴드 이름을 줄줄 외며 신나게 노가리를 까기 시작했다.
락페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기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나오면 더더욱 신이 난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도 저런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주자는,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
“락페 무대 위에서 기타 치면 대체 어떤 기분일까?”
“…?”
“뭔 소리임?”
만약.
락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타쟁이, 베이스쟁이.
실음쟁이한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어두고 싶다.
나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했다.
“너 설마 ….”
“김수재 설마!”
도현이와 혁오가 눈을 부릅뜨며 다가온다.
나는 저게 무슨 징조인지 예상이 갔다.
놈들의 행동 패턴은 이미 전부 파악을 마친 상태다!
“이 새끼!”
“너 락페 나가냐!?”
“흐흐흐흐 흫 케헥!”
도현이가 헤드락을 걸었다.
동시에 혁오가 겨드랑이를 겁탈하기 시작했다.
나는 평소대로, 친구들의 살가죽을 물어뜯었다.
“갸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그아아아앗!”
사람들의 시선이 전혀 두렵지 않은 등굣길.
우리는, 청명한 하늘 아래서 목청껏 소리를 내질렀다.
“허억… 허억….”
“진짜야? 구라 아냐?”
“진짜!?”
“진짜임.”
“와 씨….”
락 페스티벌에 나간다.
너무 좋다.
너무 기쁘다.
맨날 무대 발치 아래에서 손가락만 빨았었는데.
드디어 내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와 그 큰 무대에 김수재가 올라간다니….”
“큰 무대는 이미 올라간 적 있는데?”
“그렇네?”
“열받네?”
일본에서 경험했던 무대도 충분히 컸었다.
이번에 열리는 락 페스티벌이 완전 폭망하지 않는 이상에야 비등비등한 수준일 거다.
“근데 나만 올라가는 건 아님. 다른 사람도 같이 감.”
“다른 사람?”
“누구?”
“너희.”
턱-
앞서가던 두 사람이 발걸음을 멈췄다.
이미 교문이 코앞이었다.
“우리가?”
“오브 코스.”
“….”
“뭔 소리임 갑자기.”
사실 그렇잖아.
밴드의 앞길이란 게, 항상 꽃밭일 수는 없잖아.
결국은 ‘사람’이 모이는 거라 멤버들끼리 기분 상하면 밴드 통째로 곱창 나고 그런다.
아무리 프로 연주자라도 성향이 안 맞으면 고역인데, 잘 맞는 사람을 찾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밴드는 역시 마음 맞는 사람이랑 하는 게 최고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실력만 중요한 게 절대 아니다!
“같이 가자. 락 페스티벌.”
나는 혁오와 도현이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실력?
둘 다 좋다.
마음?
존나 잘 맞는다.
잘 모르는 사람 끼고서 기타 칠 바에는, 병신들끼리 치는 게 훨씬 낫다!
“… 나 지금 내가 뭘 들었는지를 모르겠음.”
“그… 락페스티벌에 같이 나가자고? 예고 때처럼?”
“너희 내 곡 칠 줄 앎?”
“….”
“부끄러워하기는.”
친구의 자작곡을 뒤에서 몰래 연습하면 좀 부끄럽긴 하겠지.
충분히 이해한다.
“아 개 부끄럽네.”
“그래 칠 줄 안다! 됐냐!?”
“콜?”
“뭔진 모르겠지만 콜.”
“나도 콜!”
두 사람은 단순했다.
락 페스티벌에 간다 – 알고 보니 김수재가 무대 선단다 – 나도 서고 싶다 – 나도 설 수 있다!
대략 이런 의식의 흐름이 아닐까 싶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부담을 느꼈을 테지만, 얘들은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냥 그런 놈들이다.
“뭔가 존나 어이없네.”
“그러게.”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냐. 이따 합주나 하자.”
“오케이.”
“근데 드럼은?”
“드럼은 이제부터 구해야지.”
“흠 ….”
“음 ….”
두 사람은 반쯤 눈이 풀린 상태로 턱을 괴었다.
“안 해줄 거 같은데 ….”
“맞아….”
“안 되는 게 세상에 어딨음?”
“설마 윤수빈을 돈으로 사려고 …?”
돈으로 친구를 부려 먹을 생각은 없다.
공짜로 부려 먹을 거다.
“아마 지금쯤 준비가 다 끝나 있을 거야.”
“대체… 대체 뭐가 일어나는 거임?”
“모름. 몬가… 몬가 일어나고 있음.”
우리는 반으로 향했다.
그리고, 몬가 일어났다.
“기, 김수재 너….”
“쉿.”
“아… 으….”
“다다음 주 같이 가면 서울예대 프리패스.”
“아… 억… 익….”
윤수빈이 고장 났다.
소이는 그런 윤수빈을 고치기 위해 옆에서 속닥속닥,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
이제 드럼은 다 됐고.
남은 건 최유진이다.
나는 최유진에게 카톡을 보내서 복도로 불러냈다.
그리고 다짜고짜,
“너, 내 단원이 돼라.”
“…?”
근엄한 얼굴로 말했다.
“뭐?”
“넌 내 단원이 되어야 해.”
“갑자기 뭔 소리야. 좀 있으면 종치는데.”
“나랑 밴드 같이 안 해줄 거야?”
“밴드 …? 너 뭐 잘못 먹었어? 어제 락 페스티벌 나간다더니… 너무 기쁜 나머지 정신이…!”
아니 뭐 음악 입시생들 모인 학굔데 밴드 같이 할 수도 있지.
“나, 혁오, 도현이, 소이, 윤수빈, 너.”
“….”
“이 멤버로 락 페스티벌에 나간다. 어때, 완벽하지?”
“…에, 엥?”
“이따 점심시간에 우리 반으로 와. 자세히 설명해 줄게.”
나는 내 할 말만 하고서 반으로 도망쳤다.
“야아아!”
최유진은 이제 수업시간 동안 고민을 하게 될 거다.
그리고 결국 수락할 거다.
언젠가 한 번쯤은 밴드를 해보고 싶었을 테니까.
원래 기타쟁이의 욕망이란 게 다 거기서 거기니까.
나는 반으로 돌아가서 인고의 시간을 버텨냈다.
다시금 찾아온 점심시간.
망연자실한 표정의 윤수빈과, 베실베실 미소를 짓는 소이.
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한 도현이.
저 멀리서 최유진이랑 같이 뛰어오는 혁오.
반 애들은 이미 점심을 먹으러 튀어 나가고 없었다.
우리만이, 이곳에 남았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잘 …”
나는 나를 둘러싼 다섯에게 정리해둔 생각을 말했다.
“자, 설명 들어갑니다.”
짧고 굵게.
용건만.
나는 내용을 축약하고 또 축약했다.
“나 이번에 락 페스티벌 참전하게 됐음. 이건 이미 알고 있을 거고.”
“….”
“근데 기껏 락페 나가는데 MR 쓰는 건 좀 그럴 거 같았거든? 그래서 소이를 꼬셨어.”
“열~”
“열~”
“소이 바로 수락한 거야!?”
“응!”
“수빈이는!?”
“락 페스티벌 … 내가 드럼치고 … 하하… 히히.”
윤수빈은 소이로 인해 세뇌가 끝나 있었다.
아무리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도, 락 페스티벌은 못 버틸 거다.
“너희 둘은 … 어, 음 됐고.”
“우리는 왜 된 거임?”
“뭐임?”
최유진은 눈치가 빨랐다.
그리고,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거야.”
“… 응?”
“너 방금 락 페스티벌에서 멋지게 기타 치는 상상한 거 다 보였어!”
“어, 어떻게?!”
“오 김수재 관심법.”
“본인 방금 무대 위에서 호응받는 상상함.”
“그, 그만해애애애애!”
척 보면 척이다.
원래 악기 다루는 사람은 이런 상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같이 가자. 우리 다 같이.”
“허….”
최유진은 붉어진 뺨을 양손으로 감싸며 고개를 숙였다.
“… 네가 부탁하니까 들어주는 거야.”
“본인 방금 어쩔 수 없이 수락하는 상상함.”
“아 이도현 개짜증나!”
“흐흐흐흐흫.”
“하는 거다?”
“그래! 한다!”
결국 이렇게 됐다.
모두의 수락을 받아냈다.
안심감이 들자, 머릿속에 풍경이 그려졌다.
어제저녁, 최주임의 말을 듣자마자 떠올랐던 풍경.
친구들과 같이 넓디넓은 무대 위에서,
이게 될까? 싶은 무대를 만들어 내는 상상.
진짜 말도 안 되는 광경이었다.
솔직히, 전혀 할 필요가 없는 짓이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될까? 싶은데.
될 거다.
되게 할 거다.
그렇게 만들 거다.
진짜 존나 재밌을 거 같다…!
“아, 우리가 밴드 하는 거 다른 사람들한테는 우선 비밀임.”
“왜?”
“바로 공개하면 좀 그렇잖아. 딱 며칠 전에 터뜨려 줘야지.”
괜히 초장부터 관심 받으면 피곤해질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야.
“배고프다.”
“밥이나 먹자아…”
우리는 될 대로 되겠지 싶은 기분으로 평소처럼 점심을 먹고서 오후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끝나자마자 단톡으로 협의해둔 곳으로 뛰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별관의 구석.
천장에 거미줄이 쩍쩍 처져있는 버려진 곳.
1학년 때만 바닥 공사한다고 막아뒀던 걸로 기억한다.
다른 연습실이랑은 바닥 재질도 다르고 뭔가 깨져 있기도 하고 어쨌든 좀 더럽다.
하지만,
“….”
“….”
“어? 여기 이런 게 있었나?”
그렇다고 합주를 못 하는 건 아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기에, 그 누구의 시선도 받지 않고 연습 할 수 있다.
“이게 대체 뭐야…?”
소이네 회사의 기부품들이다.
어제 소이랑 같이 어찌저찌 계획하다가 ‘그냥 지금 옮겨놓자’ 하고 옮겨 둔 것들이다.
“하… 드럼도 있네.”
“드럼은 레인악기뮤직.”
“그게 뭐야?”
“키보드도 있는데?”
“키보드도 레인악기뮤직.”
“레인 악기 뮤직이 대체 뭔데!”
“이름 개길어!”
“우리 아빠 회산데 ….”
갑자기 분위기가 탈룰라 됐다.
“….”
“이거… 신제품.”
소이는 부끄러운 듯 묵묵히 제품 소개를 했다.
“어제 옮겨 주셨어.”
“우와 ….”
“되, 되게 좋다! 다 새거야!”
장비는 있다.
사람도 있다.
일정도 완벽하다.
그럼 뭐다?
이제 연습만 남았다!
주섬주섬,
나는 어제 놓아뒀던 기타가방을 풀어헤쳤다.
“김수재 너 ….”
“눈치챘어?”
“아니 눈치채고 자시고 ….”
눈치가 빠른 놈들이구만.
어색한 동작으로 기타를 어깨에 걸어본다.
적응이 안 되는 자세였다.
자주 사용하기는 좀 힘들 거 같긴 하다.
“쌍기타가 삼기타로….”
“….”
“역시 삼기타는 레인악기뮤직.”
“뭐!?”
“빨리빨리 해보자!”
우리는 급하게 연주 준비에 들어갔다.
윤수빈은 반딱반딱한 드럼 앞에 가서 앉았다.
나를 포함한 다섯은 각자의 악기를 어깨에 메고서 앰프를 켰다.
“잠깐만 우리 ….”
“아니 근데 ….”
알겠어.
다 알겠어.
너희들이 하고 싶은 말, 전부 이해했어.
“우선은 그냥 해보자.”
“…어… 응.”
우리는 튜닝을 마친 후,
윤수빈의 막 드럼 소리에 맞춰서,
“C메이저 간다!”
연주를 시작했다.
킹-!
콰이이이잉!
캭-!
부웱-!
“아.”
“아….”
“아니 이게 말이 안 되잖아!”
“뭔 밴드가 기타를 네 대나 써!”
“6기탄데?”
“아니!”
4기타가 만들어 내는 하모니는,
“으 … 방구소리 같네.”
“리얼.”
똥방구 소리가 났다.
“… 역시 안 되네?”
“미친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