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230
238화. 우상을 올려다보는 사람들 (10)
무대에 돌아가니 소이랑 듬직한 아저씨 두 명이서 한창 세팅을 하고 있었다.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녹슨 베이스와 방진 처리가 잔뜩 되어 있는 드럼.
모니터 스피커는 당연하게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스테레오로 한 대씩 자리 잡고 있긴 한데, 의미가 없다.
마이킹이 안 되어 있으니까.
아마 음악 틀어놓는 용이지 아닐까 싶은데.
원래는 여기에 핸드폰을 연결해서 곡 틀어놓고 연주를 하려 했지만,
둥~
이제 그럴 필요는 없었다.
디잉 – 띵!
이름 모를 곰상 아재는 흡족한 표정으로 열심히 슬랩을 뜯어댔다.
“[상태 괜찮네요!]”
“[괜찮은 건가요?]”
“[그럼요! 소리도 잘 나고, 줄도 안 끊어지고!]”
베이스 줄이란 게 원래 끊어질 수가 있나 …?
잘 모르겠다.
베이스 치는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 끊어질 때도 있는 거겠지.
“[드럼은 어때요?]”
“[어우~ 아주 좋아요.]”
청량함 따위 눈을 씻고 찾아봐도 느껴지지 않지만 우선 소리는 난다.
우리는 그 정도에 만족했다.
“[사운드 체크 가겠습니다!]”
무대와 무대는 바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불만을 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궁금하다는 표정이 대다수였다.
‘해 봐야 알겠지.’
합주라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그냥 외워 온 거 같이 치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이상하게 한 번에 잘 안 된다.
나와 소이는 거의 찰떡처럼 붙어 다녀서 그림자 분신처럼 서로에게 맞춰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그게 어려울 거다.
… 그렇게 생각했었다.
챡챡챡-!
둥둥-!
간단하게 코드를 연주해 나가는 두 사람.
티잉~
그 위에 살포시 올라타는 소이.
“어 …?”
순간 놀랐다.
잘 … 맞는다.
생각보다 훨씬.
“[맞춰 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몇 마디 안 되는 코다 합주.
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저들을 모르지만, 동시에 저들에게 이해받고 있다는 것을.
이유야 사실 뻔하다.
내 팬이니까.
내 연주와 곡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니까.
“… 소이야 제대로 가자.”
“응!”
두두두두두둥-!
좌아앙-!
나는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고, 코드를 긁었다.
내 나름대로의, 알아듣기 힘든 시작 사인이었지만,
둥! 둥-!
두웅-! 두웅-!
드럼과 베이스가 귀에 익은 연주를 시작하니,
두두두두둥-!
일순간 머리에, 뜨거운 피가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티딩-! 디딩-!
나와 소이는 리프를 짚어 나갔다.
락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폭발 직전의 리프를.
메인 리프가 나오기 전의 그 리프를.
그리고 마침내,
타다다다당-!
잠자는 사자를 깨우려는 듯, 강렬히 스내어가 후려쳐짐과 동시에,
메인 리프가,
티잉-!
앰프에서 뿜어져 나왔다.
– 와아아아아아아!
다시금 거대한 함성이 귀를 덮는다.
그리고 나는 그 엄청난 음량에 지지 않을 정도로 목청껏,
“[2007 런던!]”
우리가 지금부터 연주할 ‘can’t stop’의 버전을, 소이와 아재들에게, 관객들에게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딩- 팅, 딩! 디딩, 딩-!
나는 톤노브를 팔꿈치로 힘껏 돌려가며, 줄을 튕겼다.
보컬이 나올 타이밍이 되자,
쥬와앙-!
잡고있던 상단 기타를 놓음과 동시에 아래쪽으로,
리프용과 달리, 뭉툭하면서도 걸걸한 세팅을 해둔 놈으로,
손을 옮겼다.
“…!”
“…!”
모두가,
정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특별한 짓을 한 건 딱히 아니고.
그저 주법을 바꾼 것뿐이다.
예전에 대회에서 ‘레일라’를 연주했을 때처럼.
음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마치 기타가 노래하듯,
가사 없이, 가사를 전달하듯.
표현해 내려갔을 뿐이다.
***
테이블의 구석, 벽에 기대고 있는 갈색 머리 청년의 이름은 레이븐이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이지만, 이곳에서 그의 이름은 별 의미가 없다.
사람들은 그가 레이븐이란 것을 모르니까.
오히려 밴드명 ‘블랙 버킷’의 리드기타라고 말하는 편이 얼굴을 떠올리기 훨씬 쉬울 것이다.
아니,
주관을 지우고 객관을 덧붙여보자면.
‘블랙 버킷의 리드기타’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 아닐까?
하꼬 중의 하꼬.
‘개인’이 아닌, ‘무리’의 일부.
그뿐이었다.
“[이게 카피곡이라고 …?]”
그리고 그는,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당황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지이잉-!
한 소년 … 아니, 청년이 괴상한 모양의 기타를 들고서 ‘보컬’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타로 보컬을 대신한다니, 커버용 영상이라면 모를까 라이브에서는 말도 안 되는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
“[이게 되네.]”
된다.
순간 저게 ‘연주’가 아니라 ‘노래’라고 착각이 들 만큼, 빈자리를 완벽히 기타로 대체하고 있다.
“[어이가 없어.]”
“[아니 뭔….]”
“[저 앰프에서 저 소리가 날 수 있는 거예요?]”
레이븐은 이곳을 찾는 밴드들의 실력이 상당히 괜찮다고 자부했다.
자신이 속한 밴드는 아직 이지만, 나름 중견급 무대에 서본 이들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비교가 불가능하다.
원곡을 가져다가 치고, 때리고, 부르고.
조금 변형하고.
그 수준에 머무르는 자신… 아니, ‘우리들’과는, 급이 다른 연주.
프로페셔널 기타리스트.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이 정도로 컸던가?
“[어이 데이브.]”
잠자코 숨을 죽이고 있던, 독사 같은 눈빛의 칼리가 입을 열었다.
“[왜?]”
“[괜찮은 거냐?]”
레이븐은 데이브의 얼굴을 살폈다.
아무리 봐도 괜찮지는 않은 기색이었다.
“[해봐야 알겠지.]”
“[망신이나 시키지 말라고.]”
“[내가 너한테 그런 말을 듣다니.]”
찌릿,
아까 전까지만 해도 다 같이 뜨겁게 투지를 달아 올리고 있었는데.
데이브 정도면 여기 있는 이들 중에서 최상위권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데.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랭해졌다.
“[뭐?]”
“[자신 있으면 네가 먼저 나가던지.]”
“….”
그들의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레이븐 역시, 가슴 속에 ‘체념’ 비스무리한 감정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빨기좌가 섰던 무대에 자신이 올라, 꽤 괜찮은 연주를 한다면,
아니,
‘빨기좌보다 더욱 뛰어난 연주’를 한다면, 인지도를 순식간에 쌓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안 되겠네….]”
저걸 듣고 있자니, 자연스레 힘이 빠져버린다.
애초에 이 곡은 ‘노래’긴 한데 ‘랩’ 성향이 짙다.
그래서 보컬파트에 같은 음이 반복되는 게 많을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
그가 왼손의 미묘한 누름 정도, 피킹의 각도와 강도, 볼륨노브와 톤 노브를 컨트롤 하며 뉘앙스를 하나하나 잡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페달보드도 없이.
… 괴물이다.
그저 애매한 감상으로, 할 말이 없어서 붙이는 명칭이 아니라, 진짜.
진또배기 괴물.
‘난 … 뭘 이기려고 했던 거지?’
“[가사가 들리는 것 같아….]”
“[… 그러게.]”
“[목이 쓰려.]”
환청이었다.
하지만 ‘혼자’ 듣는 게 아니라 ‘여럿’이서 듣는다면 환청이란 표현 자체가 잘못됐을지도 모른다.
현상.
그것은, 현상이라 칭할 만했다.
-그는 내게 최고가 될 거라 말했지.
모방하는 삶은 선택하면 안 된다고.
…네가 돈 주고 산 권총은 고물이 됐네,
이딴 쓸모없는 게 네 안식처였네.
…나가떨어지겠지,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죽지는 마.
…길 위에 네 메시지를 써 봐.
-이 곡은 원채 가사의 뜻을 알아먹기가 힘들다.
랩처럼 라임 맞추기를 위해 비슷한 억양의 단어를 끌어와 문장 후미에 배치했을 뿐이니까.
다만 지금은 …
“[혼나는 것 같아.]”
그렇게 느껴졌다.
말이 아닌 기타로, 연주로.
이름 모를 청년에게 꾸중을 듣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왜 다들 그렇게 열광하는지, 알겠어요. 잘… 알겠어요.]”
레이븐의 계속된 중얼거림은 아무에게도 반박받지 않았다.
그저 밴드맨들은 멍하니, 꾸중을 듣는 것을 자처할 뿐이었다.
“[그래 ….]”
데이브 또한 그리 말했다.
***
기타쟁이, 베이스쟁이, 드럼쟁이면서 이 곡을 못 치는 사람이 있나?
아니 뭐 찾아보면 있긴 하겠지.
근데 ‘3년 이상’의 경력자 이 곡을 못 치는 사람은 천연기념물에 준한다고 본다.
그 정도로, 한 번이라도 귀에 들어온 이상 칠 수밖에 없는 매력을 내포하고 있으니까.
나도 그 매력에 빠졌었다.
하루 종일 이 곡만 친 적도 있다.
기타 파트는 기본으로 마스터하고, 슬랩까지 흉내 내며 넘보다가 결국,
보컬멜로디를 기타로 카피해버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두웅-!
베이스 라인이 고막을 때린다.
원래라면 전체적인 진행에 베이스가 강렬히 존재감을 뿜어내야 할 테지만, 오늘 여기서는 아니다.
아주 살짝, 뒤로 빠져 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소이가 힘을 내서 메워주고 있다.
나는 그 위에 올라탔을 뿐.
보컬의 본분을, 기타로 다했을 뿐.
“….”
관객들은 그저 집중했다.
피쉬앤 칩스를 집어 먹던 사람도, 맥주를 들이켜려는 사람도.
손을 멈춘 채 우리의 무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수재야.”
“가즈아!”
좌앙-!
리프 연주에서 코드 연주로 변환하는 소이.
그리고 그 사이를,
키이잉-!
이 곡의 하이라이트, 기타 솔로로 비집고 들어가는 나.
‘좀 미안하네 ….’
어쩌다 보니 맛있는 부분만 내가 다 가져가게 됐다.
뭐랄까, 치킨을 시켰는데 닭 다리랑 날개를 혼자 다 먹어 치워 버린 느낌이랄까.
‘나는 퍽퍽살이 좋아’라며 모든 것을 양보해주는 천사가, 옆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는 것 같다.
‘고마워.’
나중에 크게 한턱 쏴야겠다.
턱-!
나는 상단의 넥으로 포지션을 옮기며, 픽업 셀렉트를 리어로 변경했다.
그리고, 최대한 강렬하게,
-카아앙!
기타 솔로를 짚어 나갔다.
– 오오오오오오오오!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함성과,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니터 너머로 보았던 런던 스타디움의 풍경.
수많은 사람들이 눈을 까뒤집고, 인간 파도에 올라타 헤엄치는 광경.
그리고 그들이 열광하던, ‘최고’를 쟁취하겠다는 의미를 가득 담은 비장하기 그지없는 멜로디!
실수는 없었다.
‘완벽’을 표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 이 이상 좋을 수 없다는 확신이 들 정도다.
카아앙-!
이내, 곡이 끝이 났다.
카피 밴드의 본진이자 안식처인 이곳에서, RHCP 카피 곡을 막힘 없이 소화해냈다.
후우 …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와아아아아아아아악-!
함성이,
-빨기좌!
-빨기좌!
어제와 같이 찢어지라 터지게 지르는 목소리가,
우리를 감싸 안았다!
“[다들 수고하셨습…!]”
숨을 고르고 말을 내뱉으려는 순간,
“흑… 흑흑.”
헐떡임이 들려왔다.
“어 … 응?”
“…응?”
호흡곤란이라도 온 듯이 목을 부여잡는 두 아재.
“왜… 그러세요?”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냥 감격스러워서 ….]”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울고 있었다.
뭐랄까, 어떤 감정이든 한계 이상의 자극을 받으면, 눈물부터 나온다고 하던데.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
“[저도 감격스럽습니다. 훌륭하신 팬분들이랑 같이 무대를 만들게 돼서요.]”
“[흑… 흐어어어엉!]”
“[영광… 영광입니다! 정말로!]”
뜬금없는 눈물바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들려오는 환호성.
나와 소이는 두 아재와 같이 어깨동무를 한 뒤, 최주임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엄지를 척- 내밀었다.
“[최고다아아아아아악!]”
기타테스트, 우선 완료.
나를 얕봤던 놈에게 갚아주기 완료.
짧지만 나름 알찬 시간이었다.
… 알찬 시간이었다.
정말로.
“[우리 차례구나.]”
어느덧 데이브는 코앞까지 와 있었다.
비장하면서도, 아까와는 달리 걱정 섞인 표정을 지으며.
“[좋은 연주 부탁한다.]”
“[네가 말 안 해도 그렇게 할 거야.]”
우리와 달리 데이브의 밴드는 풀 밴드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모두 갖추어져 있다.
그리고 그들의 실력은…, 아까 들었던 대로라면 별 볼 일 없을 것이다.
괜히 나를 혼동시키기 위해 다 같이 실력을 억눌렀던 게 아니라면 말이다.
“… 소이 배 안 고파?”
“배고프다아….”
“돌아가기 전에 뭐 좀 먹자.”
“응.”
그렇기에,
기대가 없었기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떠들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 그런데.
지잉-!
“….”
이어서 들려온 소리에,
단순한 카피 곡의 벌스 한 마디에.
나는 아스팔트에 머리라도 찧은 듯,
“어…?”
제자리에 서서 굳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