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43
오케스트라의 난입자 (4)
뭐지? 날 보려고 찾아오신 건가?
아냐, 이건 너무 자기중심적 생각이다.
애초에 나는 나선생님께 오케스트라에 참가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없다.
문어발 작곡가 박현석.
재야의 기타리스트 나숙호 선생님.
그들은, 적당히 사람들 속에 묻힐 수 있는 a 구역 좌석에 앉았다.
“···.”
눈이 마주쳤다.
“수재학생 아니야? 저기서 뭐해?”
“저번에 슈퍼에 왔던 걔네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아마, 저 두 사람의 표정이랑 지금 내 표정이랑 같을 거다.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뚜벅뚜벅 무대 쪽으로 걸어왔다.
아직 홀 내에는 별로 사람이 없었다.
“반갑습니다 선생님!”
나는 꾸벅, 힘차게 인사를 박았다. 옆에 있던 소이도 고개를 숙였다.
“어~ 그래. 너도 공연 보러 온 거니?”
“아뇨··· 저는 보조 연주자로 왔습니다.”
나숙호 선생님은 스윽, 공연진을 둘러보셨다.
평소에 오케스트라도 들으러 다니시는 건가···
음악 장르를 가리진 않으시는 모양이다.
“이야 ··· 대단한데? 오케스트라에도 서고. ”
“그러게요. 그 본연 전에 이벤트 공연한다잖아요. 거기 보조 아니에요?”
“아~ 맞다 맞아. 이벤트로 두 사람을 불렀구나? 어쩌다 연이 닿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숙호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상황 파악이 안 된 단원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향했다.
“누구야?”
“저 사람 ··· 박현석 작곡가 아니야?”
“뭐?! 박현석?”
“옆에 있는 사람은?”
“··· 나숙호 기타리스트이신데요?”
단원들은 박 작곡가와 나선생님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암, 당연하지. 유명하니까.
나숙호 선생님은 기타리스트시지만, ‘가사 제외’ 음악차트에 항상 알박기를 하고 계실 정도로 작곡 면에서도 대단한 분이다.
··· 박현석 작곡가는 말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문어발 작곡가.
아이돌 작곡하다가, 발라드도 몇 개 뽑고, 해외 수주받아서 게임 오프닝도 만들고.
장르에 한계가 없는 미친 사람이다.
“아, 안녕하세요.”
그저께 나와 마찰이 있었던 ‘미소’ 라는 이름의 여자가 다가왔다.
그녀는 쑥쓰러운 듯한 얼굴로 두 사람과 악수를 나누었다.
박 작곡가 팬인가?
그녀는 머뭇머뭇 말을 이으려 했지만, 두 사람의 시선은 이미 나한테 고정된 상태였다.
“이야, 기타 잘 쓰고 있네. 어때, 맘에 좀 들어?”
“아주 맘에 들어요. 원래 주인도 한번 마주쳤고요.”
“저런 ···”
“··· 박교수랑 마주쳤어?”
나선생님이 걱정된다는 얼굴로 물으셨다.
“넵.”
“뭐라 안 하던?”
“별일은 없었어요. 깁슨 사라고만 하시고.”
아, 그게 뭐라 한 건가?
깁슨깁슨 노래를 불러서 좀 귀찮긴 했다.
“그 양반도 참 진상이야~”
“선생님은 펜더만 쓰세요?”
“펜더랑 뮤직맨, 샤벨. 다 쓰지.”
나선생님은 레스폴을 잘 안 쓰신다.
그의 곡은 대부분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로 녹음되었다.
“안녕하세요~ 부악장 권은정이예요.”
소이 어머니도 우리에게 다가왔다.
“작곡가 박현석입니다. 이쪽은 기타리스트 나숙호 선생님이십니다.”
“반갑습니다.”
소이 어머니는 나에게 의아하다는 시선을 보내셨다.
강사인 나숙호 선생님은 그렇다 쳐도, 박작곡가를 어떻게 알고 있냐는 것이다.
“··· 무대가 아주 기대 되네요. 우리 수재학생이랑 소이 학생 실력이 참 대단하지요?”
“그럼요~ 다 선생님께서 잘 가르쳐주신 덕이죠~”
“소이··· 학생 연주는 못 들어봤는데, 얘는 진짜 괴물입니다. 당장 세션으로 데려다 써도 돼요.”
박작곡가는 나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단원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위상이 대단하긴 하구나.’
대중음악 쪽이 아니더라도, 클래식 음악을 한다고 하더라도.
박작곡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매우 유명한 아이돌의 ‘그 노래’의 원작자니까.
“그렇죠~? 저도 실력 보고 놀랐다니까요.”
“그런데 둘은 어쩌다 이벤트공연에 ···”
“아, 우리 딸이에요 딸!”
“아하··· !”
박작곡가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납득했다.
소이 어머니는 소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소이 수재 준비 잘했어?”
“넵.”
“너무 긴장하지 말고.”
“넵···!”
지휘자가 등장하고, 악장이 일어나 서로 인사를 하고.
내가 아는 오케스트라의 시작은 그랬다.
“우선 전~ 부 무대에 올라가. 관객들이 다 차면 그냥 시작.”
“··· 어우야.”
“엄마 대단해.”
관습 파괴를 한다는 건가.
나는 소이 어머니에게서 훌륭한 락스피릿을 느꼈다.
“음 ··· 친구들은 무대가 잘 안 보이겠다. 남는 자리가 없어서 미안하네.”
혁오와 도현이, 윤수빈과 최유진은 1층 끝자락이었다.
애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고개를 숙였다.
“다른 애들도 왔구나~”
“기대하겠습니다!”
“그럼요~ 기대하셔야죠.”
나선생님과 박작곡가는 자리로 돌아가셨다.
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무대 준비를 마쳤다.
앰프 세팅 완료, 페달 보드 세팅 완료.
톤은 ··· 생각보다 훨씬 괜찮다.
역시 진공관이야.
“··· 수재 학생이 톤을 참 잘 만진단 말야.”
“맞아요. 저번에 우리슈퍼 왔을 때, 몇 곡 연주 했거든요? 앰프를 툭툭 치니까 헨드릭스 톤이 튀어나오더라고요.”
“헨드릭스? 지미 헨드릭스?”
“예. 놀랐어요 아주.”
나는 괜히 나선생님과 박작곡가의 대화를 엿들었다.
괜히 어깨가 으쓱거린다.
기분 좋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어서 에이트라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잘부탁드립니다~”
큼지막한 카메라를 들고온 그를 단원들은 웃는 얼굴로 맞아주었다.
“에이트라다.”
“··· 쟤네 둘 찍는다는데?”
“이야··· 참 열심히 돌아다니네. 나도 저 사람 채널 자주 둘러보거든.”
열심히 해야 먹고살지.
나도 먹고살고.
에이트라는 최대한 관람에 방해가 안 가도록 삼각대를 설치했다.
배터리로 동작하는 앰프 마이크를 우리 앞에 놓는 것은 덤.
나는 마이크 세팅을 도왔다.
“잘하면 토요일에 찍은 것도 급상승에 뜰 수도 있어요.”
“진짭니까?”
“예. 이거 찍어 올려서 밀어주기 해야 돼요. 오케스트라라 ···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에이트라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바쁘게 살고, 열심히 사는 사람.
난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시작 시간이 다가왔다.
휑 했던 자리에 사람들이 꽉 들어차니까 괜히 위축되는 느낌이다.
에이트라의 옆에는 콩쿠르 본선에서 봤던 ‘기자’가 있었다.
같이 온 것은 아닌지, 그들은 서로 격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신나게 가자.”
“응!”
나는 소이에게 바람을 넣으며 마지막으로 페달을 점검했다.
준비 완료.
음량도 문제없다.
키기기기깅-!
연주자들이 갑자기 마구잡이로 활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튜닝 확인을 하는 것이다.
소이어머니는 점잖은 양복 차림이셨다.
그녀는 바이올린을 어깨에 이고, 마이크를 붙이며 말했다.
“이벤트 공연 시작합니다~ 다들 자리에 앉아 주세요~”
에이트라는 곧바로 구도를 잡고 녹화를 시작했다.
무대의 좌우 끝에는 마이크가 각각 하나씩 설치됐다.
··· 스테레오를 이렇게 잡네.
대단한 사람이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지휘자 할아버지는 인사도 없이 바로 무대 앞에 섰다.
그리고 아주 살짝, 손을 흔들었다.
우우우웅-
첼로에서 묵직한 저음이 흘러나온다.
곡 소개도, 인사도 없었다.
그건 본연에 들어가기 전에 하는 거니까.
첼로 네 마디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모든 찰현악기들이 각자의 소리를 뿜어댔다.
··· 프로들이다.
직업의식을 갖고 악기를 다루는 프로들이다.
나는 고개를 들어 관객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평일. 그것도 한 주의 중간인 ‘수요일’.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고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피곤에 절어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저들이 ‘자신의 발’로 이곳에 왔다는 것은 확실하다.
음악을 들으려, 직접 걸음을 옮긴 것이다.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홀이 거의 꽉 찼다.
나는 이벤트 공연의 의미가 뭔지 알 것 같았다.
난 본연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아니니까.
다만, 관객들에게 감정을 전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있다.
피곤에 절은 사람들이,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캐논 락의 ‘신남’을 널리 알리는 것.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자, 이벤트 공연의 목적이었다.
시이이이잉-!
날카로운 바이올린의 고음이 들려왔다.
난 아주 옅게 피킹을 하면서, 화음을 만들었다.
요 며칠 새 같은 곡을 몇 번이나 치는 건지.
질릴만한데 안 질리네.
이게 또 캐논의 묘미지. 암.
즁- 쟉쟉!
나는 소이와 같이 파워코드 연주에 들어갔다.
두 사람의 손이 동기화라도 된 듯 딱딱 들어맞는다.
“···.”
이거야. 이 맛이야.
단원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하지만 소이 어머니의 감정이, 지휘자의 손짓이, 곡조를 만들어냈다.
‘신나는’ 곡조.
이것좀 들어봐~ 어때, 정말 좋지?
계속 듣고 싶지?
너도 한 번 쳐보고 싶지?
캐논 락은 마성(魔性)의 곡이다.
듣다 질려도 나중에 들으면 또 괜찮다.
계속해서 기억 속에 남는다.
나도 저렇게 연주하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오른다.
-킹키잉
-카아아앙!
나는 바이올린 솔로 멜로디에 하모닉스로 화음을 때려 넣었다.
집에서 치면 찌르는 듯한 소리만 나는데, 홀에서 하모닉스를 넣으니까 ‘찌르는 듯’ 하면서도 웅장한 소리가 난다.
소이 어머니는 나를 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셨다.
좋아, 이렇게 가자.
지이이잉-!
나의 머릿속에, 다시 한 번 퇴근길 밤이 그려졌다.
저번과는 조금 달랐다.
··· 사람이 있었다.
사람이 가득 들어찬 밤거리.
여전히 느껴지는 시원 쌀쌀한 냄새와, 네온사인에 젖은 직장인들.
내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들의 얼굴은 ···
“···.”
관객들의 얼굴과 같았다.
둥둥 둥 – 둥!
즁즁 즁 – 칵!
화음은 바이올린에만 맞추는 것이 아니다.
소이 어머니를 제외한 ‘백킹’ 사운드.
오케스트라의 사운드.
그중에서도 특히, 첼로.
첼로 연주자중 한 명은 손을 쉴 때 마다 나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 기타가 은근 괜찮은데?”
“그러게요.”
“되게 신선하다~”
이벤트 공연인 만큼, 관객들은 말소리에 신경쓰지 않고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의견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곧,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 잠에서 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는 계속해서 상상을 이어나갔다.
퇴근길.
카페에 들려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친구와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혼자 이어폰을 꼽고 편의점 앞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들이키거나.
가벼운 발걸음.
신나는 기분.
내일에 대한 기대감.
확실히 느껴졌다.
‘내 연주’가 만들어 낸 광경은 아니었다.
나와 소이, 소이엄마, 그리고 단원들.
모두가 그려낸 풍경이었다.
“···”
관객들은 옅은 미소를 얼굴에 띄우며 공연에 집중했다.
그래요. 기껏 음악 감상하러 오셨는데 꾸벅꾸벅 졸면 안 되죠.
자, 눈을 뜨세요.
드르르르르륵-!
나는 시원하게 속주를 한 번 후리고, 현을 뮤트했다.
곡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딴- 따단- 딴- 따단-
바이올린으로 일렉기타 곡을 완벽히 소화해 내시다니.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나는 괜스레 스승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캐논락의 스승 말이다.
쟉쟉쟉쟉-
나는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드럼과 같이 전체적인 박자를 이끌었다.
시이이이잉-!
현악기들의 잔음과 함께, 이벤트 공연이 끝났다.
겨우 한 곡 친 것뿐인데, 땀이 왕창 쏟아져 나왔다.
와이셔츠 안에 입고 있던 티가 축축해졌다.
짝짝짝짝 –
저 멀리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온다.
단 한 명이 시작한 갈채는, 이내 600에 달하는 사람들에게 번졌다.
짝짝짝짝짝짝-!
우레같은 박수 소리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관객들의 표정을 확인했다.
졸려보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임무 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