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60
본선에 부는 바람 (1)
나흘간의 연휴가 4초처럼 지나갔다.
작업도 완벽히 끝났고, 편곡 버전 레일라의 저작권 사용 승인도 나오고.
토요일에는 오랜만에 가족끼리 놀이공원에 갔다.
잔뜩 들뜬 표정을 짓던 세연이의 얼굴이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대체 어떻게 츄러스를 일곱 개나 쳐먹을 수 있는 거지?
난 2개 먹으면 니글거리고 속 쓰리던데.
일해서 번 돈으로 부모님께 선물도 사드렸다.
어버이날 선물 말이다.
정말 기뻐하시더라.
회귀 전에는 못 해드렸었는데 ···.
마음속의 응어리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어제 저녁에는 도현이랑 혁오랑 신나게 노래방과 피시방을 돌아다녔다.
하도 소리를 질러서 지금도 목이 칼칼하다.
돌아보니 꽤 알차게 연휴를 보낸 거 같다.
물론 순도 100%로 놀기만 한 건 아니다.
당연히 연습도 빼먹지 않았다.
5월 9일 오전 8시.
또다시, 일상이 찾아왔다.
나는 손에 든 핸드폰을 바라보며 등굣길을 걸었다.
디디딩-!
핸드폰에서 경쾌한 음악과 함께 영상이 비쳤다.
에이트라 채널이었다.
뭘까.
대체 어떻게 이렇게 빨리 편집을 하는 거지?
음원 금요일 밤에 보냈는데 ···?
[유료광고포함]근본 리듬게임 레브소닉 6 대규모 업데이트! + 빨간기타소년
전형적인 광고영상 제목이었다.
그래도 썸네일 어그로가 지려서 조회수가 낮지는 않았다.
11만.
13시간 전에 올라온 영상의 조회수가, 벌써 11만이나 찍혔다.
– 자! 정말 오랜만에 저희 채널에 광고가···
에이트라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인게임 플레이 영상과 게임 일러스트들이 스타일리쉬하게 교차되는, 나름 퀄리티 높은 광고였다.
빨간 기타 소년은 나 말하는 건가?
광고용 영상소스가 파파팍 지나가며, 순간 배경이 흐진다.
내 실루엣이, 어렴풋이 화면에 비쳤다.
영상효과때문에 개멋있어보인다.
내가 보내준 음원을 그대로 썼는지, 사운드도 아주 깔끔하기 그지없었다.
역시 재능 있는 사람은 다르구만 그래.
나는 댓글창으로 스크롤을 내렸다.
댓글창은 정말,
한 치의 과장 없이.
어마무시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 머리 떡졌네.
ㄴ ㄹㅇ
– 아니 저게 어떻게 떡진머리야 패알못들 ㅉㅉ
ㄴ 안 감은 거 같은데?
ㄴ 보기엔 그럴 수 있었도 아마 유광 왁스 바른 걸거임. 빈티지 스타일 옷이랑 매칭이 존나 잘되잖아. 코디 붙었거나 본인이 옷을 잘입거나.
ㄴ ㄹㅇ 내가 패션업계 종사자인데 저거 100% 코디 붙은 거다. 70년대 곡을 치니까 그때의 복장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
ㄴ 지금까지 의견 : 그냥 머리 안 감고, 대충 걸치고 나왔다. 반대파 의견 : 스타일리스트가 붙어 ‘빈티지 락’ 스타일로 세심하게 설계한 룩이다.
대체 ··· 대체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거지?
내 머리와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관 최강자들의 댓글이다.
떡이 제대로 진 게 아니라 애매하게 져서 갈피를 못 잡는 모양이다.
떡졌다 vs 고도의 스타일링이다로 의견이 갈라져 난장판이 벌어졌다.
서로에 대한 비난과 비방도 아끼지 않는다.
이게 유튜브 댓글창이지.
– 근데 곡 진짜 좋네. 편곡실력 ㅇㅈ
– 걍 프로아님?
– 이번에 업데이트 진짜 칼 갈고 하는 거 같음. 광고 삽입곡도 그렇고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독주도…
– 아 케이온 넣어달라고~~
물론, 싸우는 댓글뿐만이 아니라 순수 감상 댓글도 있었다.
“야!”
고음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최유진이구만.
나는 걸음을 멈췄다.
“오랜만이네! 연휴 잘 보냈어?”
“잘 보냈지 고럼.”
“··· 좀 화나네? 난 연습하느라 맨날 밤새웠는데?”
“아이고 ···미안해~”
“하나도 안 미안해 보이는데?
응 맞아. 안 미안해.
난 뭐, 준비를 끝마쳐 놓은 상태라 마음이 편했다.
혁오는 대회에 안 나가고, 도현이는 두 번째 곡 꽁꽁 숨겨놓고 있고.
“어디 안 갔어?”
나는 예의상 물었다.
“음 ··· 동생이랑 쇼핑? 영화도 보고 그리고 또 ···”
“졸라 잘 놀았구만?”
“아니야 ~ 아, 내 말좀 들어봐, 내가 어제 사촌이랑 만났는데 ···”
최유진은 길을 걸으며 연휴에 있었던 썰을 풀기 시작했다.
잘 논 건 잘 알겠다.
근데 밤은 왜 샌 거야.
“너 본선곡은?”
“응? 예전에 쳤던 거 쓰려고.”
“짐 홀?”
“웨스 몽고메리.”
“재즈 진짜 좋아하네.”
“마음이 편해지잖아. 난 막 엄청 빠른 속주 같은 건 못하겠더라. 어떻게 하는 거야?”
나는 교실을 향해 걸었다.
입에서는 기초적이면서도 심오한 크로매틱 강좌가 쏟아져 나왔다.
격렬하게 지루한 표정 짓네.
크로매틱 안 하면 아무것도 못 해 임마.
“톤은 만들었어?”
“아, 응. 학원에 있던 앰프랑 이펙터로 만들어 봤는데 ···”
“이따 연습실 와. 연주랑 같이 봐 줄게.”
“고마워!”
최유진은 싱글벙글 웃었다.
톤 메이킹 도전도 다하고.
아주 다 컸구만.
앞으로도 시행착오를 엄청나게 겪을 거다.
옆에서 잘 도와줘야지 뭐.
힐끗,
최유진의 시선이 내 기타 가방에 향했다.
동시에, 원체 큰 눈이 더 크게 떠졌다.
“기, 기··· 깁슨!?”
최유진은 내 기타 가방을 더듬었다.
피식.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교실로 향했다.
드르륵-
연휴가 끝난 월요일의 교실 분위기는 처지다 못해 암울했다.
전공생이라고 온종일 악기만 쥐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나게 놀고서 맞이한 월요일.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당연했다.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반 애들의 시선이 전부 내게 쏠렸다.
“레브소닉!”
윤수빈이 내게 다가와 척! 핸드폰을 내밀었다.
화면 너머에는 또다른 내가 있었다.
“괜찮게 생겼네. 누구냐?”
“으 ··· 극혐.”
윤수빈은 핸드폰을 끌어안으며 나에게서 세 걸음 물러났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이거 뭐야? 머리 안 감은 거 맞지?”
“뭐 …?”
“ ··· 코디 한 게 아닐까?”
소이가 머뭇머뭇 윤수빈의 의견에 반박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영상을 찍게 됐는지, 왜 광고를 맡게 되었는지.
보통 그런 걸 먼저 묻지 않나?
이제 에이트라 채널에 내 영상이 올라오는 게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건가.
“아냐아냐, 절대 그럴 리 없어.”
“수재는 내가 잘 아는데 ···”
“응?”
소이는 오해하기 딱 좋은 말을 내뱉었다.
윤수빈의 시선이 나와 소이 사이에서 요동친다.
또 뭔 오해가 생길지 엄청나게 기대가 되는구만.
“그래서 결론은? 코디야? 아니면 머리 안 감은 거야?”
“비밀.”
“아 뭔데에~”
직접 입으로 밝히면 재미가 없잖아.
윤수빈은 궁금해 미치겠는지, 이마를 벅벅 긁어댔다.
언제봐도 되게 넓다.
나는 평범히 오전 일과를 보냈다.
수학시간에는 자고, 다른 수업은 나름 집중해서 듣고.
중간고사가 개망했으니 기말고사 때 성적을 좀 올려놔야겠다.
도현이, 김태현, 소이는 쉬는 시간에도 연습하느라 바빠 보였다.
하민서는 웬일로 교실에서 기타를 잡았다.
본선에 붙은 모양이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본선 진출자 다섯 모두 이번 주 ‘토요일’에 대회를 치른다.
쩝쩝쩝.
나는 질척한 밥을 퍼먹으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소이가 보내준 ··· 화목한 가족사진.
부잣집이니까 별장이라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라며 멋대로 망상했었는데.
왜, 만화 같은 거 보면 그런 거 많이 나오잖아.
부잣집 아들, 딸내미들이 방학 때 어디 한적한 바닷가에 놀러 가는 거.
“이야 시설 진짜 좋네···.”
“뭐임? 누구임?”
“백소이네. 김수재여친임.”
“개소리좀 하지마 제발.”
뭐, 아무리 소이네라도 별장 같은 건 없었다.
대신에, 친척이 운영하는 대형 리조트에서 쉬다 온 모양이다.
여기 1박에 100만 원은 넘을 텐데.
부럽다 ···
그으으으으윽!
“아주 서로 사진도 교환하고 아주 그냥 열정적이야 아주.”
“아주를 대체 몇 번 말하는 거냐?”
“한 두 번?”
세 번이야 병신아.
“와 대화 목록 봐. 우리톡방보다 긴듯.”
그냥 내가 먼저 기타 샀다고 자랑하고,
그러다가 대화가 이어지고.
이른바 꼬리물기다.
소이는 내가 톡을 보내자마자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답장을 한다.
꼬리물기를 끊을 수가 없었다.
“카레 개꿀”
“리얼.”
“꺼어어어억!”
“악! 씨발!”
“키키킥.”
나와 도현이, 혁오는 서로에게 입 냄새를 발사하며 점심시간을 때웠다.
또다시 전공 지원 수업 시간이 찾아왔다.
나는 마침내, 새로 산 기타를 모두에게 오픈했다.
“···!”
“뭐야? 왜 가방에서 저게 나와?”
소이는 나의 뉴 기타에 대해 알고 있었다.
연휴 종일 카톡을 했으니까.
하지만 반 애들은 몰랐다.
교실 뒤에 기타를 세울 때도, 가방마크가 안 보이게 했다.
이 순간을 위해서 말이다 ···!
“깁슨 ···”
“한 번에 비싼 걸로 샀네?”
“에이트라 채널 광고에 너 나왔던데? 광고비 받은 거야?”
“엣헴.”
“쩐다···”
같은반 남자애가 교실 밖으로 나가더니, 이내 다른 전공생들도 우리 교실로 끌고 왔다.
“오오오~ 기타 예쁘다~”
“저거 300 넘지 않아?”
120주고 사왔는데.
프랑켄슈타인 기타다.
평생 비밀로 해야겠다.
나는 300만 원을 쓴 척하며 당당하게 어깨를 폈다.
“나 좀 쳐봐도 돼?”
“넥 엄청 두껍다···. 난 못 칠 듯.”
“색깔 진짜 죽이네 ···”
우리반에 레스폴 쓰는 애는 없다.
즉, 내가 반에선 첫번째다.
“너 본선에서 그거 쓰려고?”
내 뉴 기타를 유심히 쳐다보던 김태현이 물었다.
“당연히 써야지.”
“··· ‘두 번째 곡’ 때문이야?”
“물론.”
김태현은 아리까리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쟨 대체 어떤 곡을 준비한 걸까?
아까 물어봤는데 절대 대답 안 해주더라.
나는 언제나와 같이 전공 지원 수업을 받았다.
나선생님도 내 기타에 관심을 보이셨는데, 갑자기 ‘서울예대 갈 거니?’라고 물으셔서 되게 당황스러웠다.
아마, 깁슨빠돌이 교수에게 잘 보이기 위해 구입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신 것 같다.
당연히 아니다.
깁슨을 쓰면서 펜더를 배척한다라 ···
꼭 그럴 필요가 있나?
월요일 일과가 끝나자, 해가 거의 저물어갔다.
나는 학원에 가기 전, 소이와 최유진을 연습실에 불러서 대회 준비를 시작했다.
디이잉- 디이잉-
까랑한 기타 소리, 묵직한 기타소리.
서로 대비되는 소리가, 넓적한 연습실에 울려 퍼진다.
“레스폴···. 혹시 나 따라 산 거야?”
“그럴 리가.”
“으으 ···. 스탠다드··· 거기에 플러스탑 ··· .”
최유진의 얼굴에 질투심이 그득 물들었다.
이래서 국밥 100그릇 덜먹고 스탠다드를 사야 한다니까.
나는 조용히 두 사람연주를 감상했다.
실력에는 딱히 문제가 없었다.
조금만 더 교정해 주면 될 것 같다.
“좋아. 오늘부터 방과 후에 매일 모이자.”
“그래!”
“응···.”
창 너머의 하늘을 멍하니 바라본다.
붉은 노을이 기타소리에 섞여 나름 감성적이었다.
* * *
김태현은 천재다.
그 누구도 재능을 부정하지 않는, 천재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시작하여, 자신의 의지로 기타를 잡았다.
현재를 기점으로, ‘기타를 잡고 있던’ 기간이 그렇지 않은 기간보다 더 길 정도다.
그에게 있어서 기타는, 인생의 절반이었다.
터벅 터벅-
왼손에 들린 하드케이스.
오른손에 들린 이펙터 페달 가방.
팔이 아팠지만, 괴롭지는 않았다.
오히려, 들뜬 가슴을 진정시키는 게 더욱 힘들었다.
김태현은 ‘천재’ 이면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재능만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니. 그런 사람이 왜 있는 걸까.
왜 그런 사람들에게 재능이 주어지는 걸까.
그런 이야기를 간간히 들을때마다, 김태현은 알 수 없는 아쉬움을 느꼈다.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스스로 자만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나는 놈’은 언제나 김태현에게 따라다니는 칭호였다.
김태현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에게 위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왔다.
위가 있어야, 위를 봐야.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
자신이 걸어가야 할 방향을 볼 수 있으니까.
추상적이기만 하던 그 바람은, 고등학교에 올라오자마자 바로 이루어졌다.
엄청난 재능을 지닌 천재.
범접이 불가능한 천재.
같은 나이라고는 ··· 도저히 믿기 힘든 연주력을 뽐내는,
[진짜]김태현은 ‘그’야말로 진짜 천재라고 생각했다.
중학생 때까지 자신에게 붙어 다니던 낯간지러운 칭호가, 그에게 옮겨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볼 때의 느낌을, 이제는 잘 알 것 같았다.
그를 보고 나서 몇 주 동안 절망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절망과 감탄이, 동시에 머릿속에 휘몰아쳤다.
하지만, 밉지는 않았다.
눈부셨으니까.
빛났으니까.
질투심 보다는 다른 감정이 끓어올랐다.
향상심.
김태현은 그를 분석했다.
물론 그럼에도 ··· 이해를 할 수는 없었다.
하기야 자신의 스승조차도 그를 보며 말을 아끼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겠지.
그와의 ‘대결’ 에서는 언제나 패배했다.
사실 직접 대결한 적은 없었다.
제멋대로 정한 자신만의 ‘대결’ 이었다.
대회, 무대.
모두 졌다.
자신이, 완벽하게 패배했다.
“레스폴을 살 줄이야.”
하지만,
김태현은 처음으로,
이번 본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평생에 걸쳐 도전했던 곡을 완성했다.
잠들어 있던 소중한 기타에, 새 생명을 불어 넣었다.
그리고 ··· 가장 중요한.
‘김수재’ 라는 천재의 변화.
그가 쓰던, ‘기타’의 변화.
예선에서 들었던, 편곡 버전 레일라는 정말 완벽했다.
집에 돌아와 연신 감탄을 토하느라 입이 아플 정도로 말이다.
김수재는 이미 완벽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근데 ···
갑자기 레스폴이라니.
스트라토캐스터로 연주된 레일라.
완벽한 레일라.
이미 ‘완성’ 시켜놓은 곡의 악기를 바꾼다 ···
명백한 실수였다.
김태현은 그리 확신했다.
레스폴의 소리를 얼마나 잘 활용할지는 모르겠지만, 레일라는 레스폴에 어울리는 곡이 아니었다.
그가 곡 하나를 망친다면,
아니, 망친다는 표현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어찌 되었건 ‘평소보다’ 연주력이 떨어지게 된다면.
자신에게도 승산이 있다.
김태현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버스에서 내렸다.
구로구 대로변에 솟아있는 커다란 건물에는,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전국 음악 장학 경연대회 본선장-
5월 14일 석가탄신일.
드디어 본선이었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하던가.
김태현은 익숙한 인영에 손을 흔들었다.
“어 …?”
순간 입에서, 바보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