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44
144. 어퍼컷(1)
검게 변한 눈과 함께 이마에서 검은색 뿔이 났고, 손톱과 발톱도 검처럼 크고 날카로워졌다.
꼬리가 났고, 등에서 검은 연기 같은 날개도 돋았다.
폰테임은 온몸의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온몸에 형용할 수 없는 순수하고 거대한 힘이 가득 찼다.
방금까지 두려움과 우려에 위축되었던 감정이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정말 좋은 힘이다. 하지만 아직 저 노인네에게 맞서기엔 부족해. 안 그러냐, 프로스?
폰테임 후작의 찢어진 상의 사이에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언제까지 숨겨야 할까? 힘이 있음에도 언제까지 이런 멸시를 참아야 할까?
자세히 보니 심장 쪽에 사람의 눈알처럼 보이는 것이 박혀서 깜빡거리고 있었다.
―말해라, 프로스. 네놈을 배신하고 네놈의 영혼과 육신을 식인한, 이 아비가 미운 거냐?
폰테임은 죽었다고 전해지는 둘째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 광경을 창밖에서 새카만 까마귀 한 마리가 지켜보고 있었다.
“귀여운 짓을 하는군.”
까마귀를 통해 자신이 사라진 후의 폰테임을 지켜본 율카네스는 피식 웃었다.
“그런 힘을 숨기고 있었어?”
율카네스가 끝내 폰테임을 죽이지 않은 이유기도 했다.
“많이 고통스러웠나? 본래라면 전처럼 자연 치유되게 참았을 텐데.”
과거 마누스의 적통임을 검증하는 아티팩트를 빼앗을 때도 저주를 담아 때린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처럼 개 패듯 팬 것은 아니지만.
당시 폰테임은 높은 인내심으로 얼굴에 난 피멍을 그대로 두었다.
외부 활동도 거의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가 사라지자마자, 바로 그토록 숨겼던 힘을 드러냈다.
‘저 간사한 놈이 이렇게 허술하지는 않을 텐데?’
하지만 의문이 남아 있다.
“어쩌면 그만큼 자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 봤다.
“아니면 어디 죽여 보라는 도발인가?”
폰테임을 죽인다면 후작의 몸속에 있는 존재가 율카네스에게로 전이될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앞에 있을 땐 왜 참았지?”
피식 웃던 율카네스의 미소가 사라졌다.
“숨기려고 했다가 못 참고 드러낸 걸까?”
그리고 차갑고 인간미 없는 평소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율카네스는 까마귀의 시야 공유를 해제했다.
그리고 현재 머물고 있는 현자의 탑, 과거 그의 연구실 내부를 보았다.
“그렇다면, 그 존재의 힘은 현재 크게 삼등분되어 있다고 봐야 하나?”
황제, 폰테임 그리고 로지스트.
“정확히는 좀 더 많이 있겠지만 나머지들은 워낙 미미하니…….”
세피로스, 타르타트, 폰셔, 이카본, 데이지 등등…….
이들 또한 악황제에게서 배양한 피와 살을 먹었다고 했다.
‘생전에 하사하긴 개뿔. 애초에 믿지도 않았지만.’
말장난에 가깝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반정 직후, 제로니어드가 의식을 잃기 직전에 하사했었으니까.
‘당시 제로니어드는 무엇을 예상하고서 그랬던 것일까?’
사천왕에게 그 존재의 힘을 분산하기 위해?
아니면 그 존재에게 사천왕을 바치기 위해?
어쨌든 사천왕은 그가 직전에 하사한 피와 살을 받았다.
누구는 그의 힘을 최대한 분산시키기 위해 타인에게 먹였고, 또 누구는 그 힘을 이용해 강해지고 싶어서 스스로 식인했고, 또는 심연 속의 지식을 얻기 위해서 소중히 연구했다.
“환상 군단으로 심연의 군단을 상대한다. 그사이, 선악검을 가진 용의 적통이 대악마를 각개 격파해서 소멸시킨다라.”
그와 마리아가 아흐마흐 유적지에서 사천왕과 협의했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게 쉽게 될까?”
폰셔와 세피로스 그리고 폰테임이 하는 짓을 보면 의문이 들었다.
율카네스는 마리아를 떠올렸다.
“마리아, 이것도 너의 계획이냐? 아니면…….”
몹시 친숙하지만 그만큼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다른 차원의 인연.
“아니면 그 존재의 계획일까? 프로스 녀석은 얌전히 뒤질 것이지.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야?”
그의 시선이 커다란 마법진 안에 누워 있는 두 사람에게로 쏠린다.
그 마법진에는 로지스트와 데이지가 죽은 듯 누워 있었다.
“마누스의 적통, 저놈도 오염돼 버렸는데 도대체 누구에게 선악검을 줄 생각인 거지?”
지금 이 세계에 남은 오염되지 않은 유일한 드래고니안은 제인과 이소레타뿐이다.
악황제가 막판에 저지른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국에 있던 힌미르의 적통들이 이소레타 한 명을 제외하고 전부 죽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오염되지 않은 드래고니안은 둘뿐.”
하지만 제인은 전투에 능하지 못하다.
이소레타도 오염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율카네스의 시선이 로지에게 계속 머물렀다.
“저 녀석만 찾으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시작이었을 줄이야.”
마법진에 누워 있는 로지스트의 얼굴을 본 율카스는 문득 누군가가 떠올랐다.
처음 로지스트를 잡아 오겠다고 자신했던 녀석.
“로니아드…….”
과거도, 힘도, 전혀 설명되지 않은 녀석.
“왜 지금까지 그 녀석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지?”
어쩌면 해답은 남색 머리에 붉은 눈을 한 뺀질이 녀석에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로니아드 그놈이 모든 것의 열쇠라면, 생각보다 일이 쉬워질지도 모르겠어.”
로니아드와 관련된 생각을 마친 율카네스는 결심했다.
정말 뜬금없는 결심이었지만.
“이번 일이 다 끝나면 진짜로 은둔해야지.”
그 결심은 어느 때보다 진심이었다.
“복수가 사라지고 오직 책임만이 남았어. 허무하군, 허무해.”
복수를 위해서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 그 대상이 자신이 알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자신의 잘못이 더욱 컸다.
“이자벨…….”
유일하게 그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여인. 대마도사의 첫사랑.
과거 철없던 때, 알게 모르게 그녀와 동문들에게 했던 잘난 척과 무시들이 그런 비극을 만들었던 것이다.
사랑했던 여자는 율카네스에게 부끄럽지 않은 반려가 되고 싶어서, 다른 동문들은 율카네스를 이기고 싶어서.
당시 다른 신분으로 마탑주 행세를 하고 있던 타르타트의 엄중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율카네스로 인해 열등감에 젖어 있던 그들은 그 경고를 무시했다.
그리고 결국, 자신들의 그릇을 초과하는 엄청난 힘을 탐하다가 몸과 영혼이 터져 소멸됐다.
오히려 그때의 사고가 더 커지지 않기 위해, 타르타트와 악황제가 수습까지 해 줬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타르타트는 리치의 힘을 써야 했고, 정체를 잠시 드러냈다.
율카네스는 그 광경을 보고야 말았고, 멋대로 오해했다.
‘어쩌면 그 존재, 태초의 대악마가 그 사건을 통해 이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알고 보니 복수의 대상이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인 것이다.
한마디로 속죄를 해야 했다.
“지금은 세상을 지키는 수호자 놀이만 남았나?”
복수라는 것이 증발해 버리니,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하나.
‘과오에 대한 속죄…….’
만약 그 사건이 태초의 대악마의 시선을 끌었던 것이라면, 그 사건을 야기한 가장 큰 원흉인 자신은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대마도사이기 전에, 율카네스 개인의 자존심이니까.
* * *
“다~ 됐다아!”
루키엘이 환호성을 질렀다.
“우오오오오오!!”
“쿠아아아아!”
“우리의 거신갑이 드디어!!”
거인들의 함성에 루키엘의 환호성은 순식간에 묻혔다.
그들의 함성은 어찌나 큰지, 도시의 결계를 뚫고 요정의 숲 전체를 울렸다.
파드득, 나무에서 쉬던 새들이 놀라 솟아올랐고, 정령들도 놀라 반딧불처럼 나무 사이를 오갔다.
은은하게 조용하던 요정의 숲이 간만에 들썩였다.
“휴우.”
평소라면 소란스러움에 인상을 찌푸렸어야 할 엘프들도 지금만큼은 웃으며 기뻐했다.
거신갑이 드디어 완성된 것이다.
함성이 잦아들고, 타르타트가 제안했다.
“바로 가도록 하죠?”
“바로 말입니까?”
루키엘이 황당해했다.
“그렇습니다. 다크 스타는 1초라도 빨리 잡는 게 좋습니다.”
“아직 손발도 안 맞췄는데 가능한가?”
재촉하는 타르타트를 향해 로니아드가 물었다.
“가능합니다, 로니아드 님. 거신갑으로 손발 맞춘 지만 수십 년이 넘습니다.”
로니아드의 물음에 헌스터가 호탕하게 자신했다.
“수십 년을 해 온 건데, 고작 한 달 안 입었다고 손발 안 맞으면 나가 뒤져야죠!”
“맞습니다!”
“지금 당장 싸우고 싶습니다!”
다른 거인들도 아우성이다.
“하지만 군대를 움직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원정이라서 보급도 준비해야 하고…….”
아우레가 참으로 곤란하다는 기색이다.
“군대를 동원할 필요는 없습니다.”
엘프 여왕의 우려에 타르타트가 음흉하게 웃는다.
어쩌면 그냥 해맑게 웃는 것인데 음흉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공간 이동으로 가자는 건가?”
“예, 야만 군단은 과거 제가 크게 관여했던 곳입니다. 그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가 중심부 좌표인지는 훤히 알죠.”
“좌표를 안다고 해도 대규모 인원을 어떻게 이동시키려고?”
“전부 이동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거신갑을 입은 거인들과 정예 엘프 군대 그리고 여러분까지, 대략 500명 내외로 가도 됩니다.”
“상대는 10만이 넘는 군단이야. 그리고 500명도 대규모 이동인데 공간 이동으로 그게 가능하긴 해?”
생각해 보니, 과거 렌슬렛에서 율카네스가 200명 정도를 공간 이동 시킨 적은 있었다.
“500명을 한순간에 공간이동 시키는 것은 대마도사 율카네스도 불가능합니다.”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건가? 가만……?”
로니아드는 급히 뭔가가 떠올랐는지 눈이 커졌다.
“설마? 포털?!”
“빙고!”
타르타트는 씨익 웃으며(여전히 음흉하고 음침했다)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황금색 액자를 하나 꺼냈다.
“몇 년 전 아흐마흐 유적지에서 추가로 발굴한 1회용 포털입니다.”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건데!”
“서프라이즈라고 할까요?”
“크하하하하! 역시 황실 마법사야!”
헌스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는 듯 땅이 흔들릴 정도로 웃었다.
“그럼, 우리들도 급히 엘븐 나이트와 엘븐 라이더라도 소집하겠다.”
아우레가 급히 장로들에게 동원령을 지시했고, 숲 전체가 부산해졌다.
“한 시간 후에 바로 공격하겠습니다. 그 전에 화장실 다녀올 분들은 다녀오세요~!”
타르타트는 황금색 액자를 공터에 설치했다.
그리고 땅바닥에 마법진을 그리고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으음…….”
하지만 생각처럼 잘되지 않는 듯,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엘카란 그 아줌마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포털을 열었던 거지?”
아무 방해도 없는 상황에서 하려고 해도, 혼자 하려니 살짝 버겁게 느껴졌다.
그걸 과거 에르카네 여왕 엘카란은 심연의 존재의 정신 공격을 받으면서도 10여 분 만에 열었다.
‘잘 살고 있으려나?’
아직 대낮이라 달이 보이진 않았다. 그럼에도 유독 옛 인연이 떠오른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리치가 되어서 지금까지 살아 있지 못했을 거다.
“제가 도와주죠.”
타르타트가 황금 액자 포털을 여는 것을 보던 마리아가 그가 버거워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붙어서 도와주기 시작한다.
“루키엘, 와서 제가 알려 주는 수식대로 마법진을 펼쳐요.”
“알겠습니다, 마리아.”
“고맙습니다.”
재능있는 두 마법사가 추가로 붙자, 타르타트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그렇게 한 시간이 살짝 지나자.
“전군! 지이인겨어억!!”
“쿠오오오오!”
“파괴, 파괴, 파괴!”
거신갑을 소환해 입은 150명의 거인들이 제일 먼저 포털에 몸을 던졌다.
“엘프들이여!”
엘프들이 말로 애용하는 큰 수정 뿔 사슴을 탄 아우레가 선두에 서서 긴 창을 들었다.
“세계수의 수호를 위해!”
아우레의 뒤에는 수백 기의 엘븐 라이더들이 마찬가지로 경갑에 수정 뿔 사슴을 타고서 차징에 돌입했다.
“오늘부터 우리는 은의 시대에 맞춰 실버 엘프로 변모한다!”
“세계수의 은빛 가호가!”
“실버 엘프들이여! 진입하라!”
“창끝에 순수를.”
엘븐 라이더들이 창끝에 각종 정령의 힘을 담고는 포털로 진입했다.
“검 끝에 용기를.”
뒤이어 중갑을 입은 엘븐 나이트 또한 척척 빠른 걸음을 맞춰 포털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