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175)
#175. 김태오의 복귀
‘전용 무기가 맞네.’
하드 케이스에서 꺼내지도 않고 그저 손잡이 부분을 잡았을 뿐인데, 세트 아이템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시스템의 판정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팡이랑 세트 맞아?”
“어, 맞아.”
“그럼 그것도 스킬 있어? 왕관이랑 지팡이 착용했을 때 스킬이 최선의 해결 방법을 제시해 주는 그런 거였지? 세 개는 뭐야?”
“다 착용해 봐야 알 것 같아. 지금은 보검만 착용해서 초능력 강화 효과밖에 없어.”
“세 개 다 착용해 봐. 다른 조합으로 들었을 때 스킬이 바뀌는지도 확인하고.”
“그래.”
LC 그룹 회장님의 뜻밖의 선물로 왕관, 홀, 보주와 도검 네 가지 전용 무기 중 세 가지를 손에 넣었다. 전용 무기가 하나 더 늘었지만, 전적이 있어서 그런지 전력이 늘어나리라는 기대는 없었다.
그래도 전용 무기 세 가지를 얻었을 때 쓸 수 있는 스킬이 무엇인지 미리 알아 두어야 했다. 왕관과 홀이 아닌 왕관과 도검, 홀과 도검을 착용했을 때는 어떤 스킬을 쓸 수 있는지도.
“혁이 아직 정원에 있지?”
“어.”
“좋아. 지금 써 봐야겠다.”
“쓰고 있어. 난 점심 사 온 거 현서 먼저 덜어 줄게.”
“응.”
혁의 위치를 확인한 재인이 왕관을 집어 들었다. 왕관의 소유권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황금 병아리가 정원에 있는 동안 빠르게 스킬을 확인할 요량이었다.
[전용 무기 스킬 >신성한 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전용 무기 세 가지를 착용했을 때 쓸 수 있는 스킬을 확인한 재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완벽하게 예상 밖의 스킬이 등장해서였다.
‘공격 스킬이라니! 이거 진짠가?’
하나라도 좋으니 있었으면 싶어서 공헌도 상점을 몇 번이나 뒤져 봐도 찾지 못했던 공격 스킬이었다. 급할 때는 지팡이로 후려쳐야 하나 고민하게 했던 그런 공격 스킬을 전용 무기 스킬로 얻다니. 진짜로 공격 스킬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이런 스킬은 패시브 스킬로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스킬 설명을 읽는 재인이 입을 삐쭉거렸다. 나와 준 건 고마웠으나, 무기를 착용한 상태에서만 쓸 수 있는 스킬이라 필요할 때 제때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신성한 불. 스킬 설명란에는 악을 불태우는 불이라는 간단한 설명만 적혀 있었으나 재인은 어떤 스킬인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신성한 불은 악의를 가진 상대를 징벌하는, 신성력이 사라질 때까지 어떤 방법으로도 끌 수 없는 불을 붙이는 스킬이었다. 까다로운 사용 조건이 붙어 있긴 해도 신성력이라는 초능력보다 한 단계 높은 능력으로 사용하는 강력한 공격 스킬이었다.
“스킬 나왔어?”
“어.”
“무슨 스킬인데?”
“성화? 부정한 걸 태우는 불을 붙일 수 있는 스킬이야.”
“그것도 무기 착용 상태에서만 쓸 수 있는 거야?”
포장 음식 통을 하나 열어 먹으면서 다가오는 재현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떡여 준 재인이 홀을 한쪽에 기대 놓았다. 왕관과 도검을 착용했을 때 어떤 스킬을 쓸 수 있는지 확인할 차례였다.
“같은 스킬이네.”
“선택 도와주는 거?”
“어. 지팡이랑 검 들어도 마찬가지야. 그냥 무기 개수로 정해지는 건가 봐.”
“아쉽네. 혁이 온다. 왕관 치운다?”
“어.”
왕관이 제 방석이 위가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걸 발견한 혁이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냥 두면 들어와서 난리 칠 것 같아서 재현이 잽싸게 왕관을 집어 방석 쪽으로 던졌다.
“나이스!”
“……잘했어. 기왕 도와준 거 거실 창도 좀 열어 줘. 혁이랑 하찬이 들어오게.”
“어. 형, 내가 옷 한 벌 사 줄까?”
“무슨 옷?”
거실 창을 연 재현이 형을 돌아봤다. 재인은 공원에서 반려 몬스터를 산책시키고, 현서랑 캐치볼을 하느라 편한 트레이닝 하의에 면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양손에 든 보석과 귀금속으로 치장된 지팡이와 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림이었다.
“무기에 어울리는 옷으로 한 벌 뽑아 줄게. 보기만 해도 신성하게 느껴지는 거로.”
“씁! 놀릴래?”
“놀리는 거 아니고. 진짜로 무기랑 옷이 너무 안 어울리잖아. 예전에 입었던 그 옷이 차라리 잘 어울린다니까. 그러고 보니까 그 옷은 어떻게 됐어?”
“그때 네가 경찰서로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고 거기 두고 왔다고 했잖아.”
“맞다, 그랬지. 그럼 아직 그 경찰서에 있나?”
재인이 납치당했을 때 사이비들이 입혀 놓았던 흰색에 금실로 자수를 놓은 로브는 분실물이나 증거로 분류되어 아직 경찰서에 있을지도 몰랐다. 불에도 타지 않고 때도 타지 않는 그 옷을 찾아오면 옷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다.
“그때 내가 영신교 창고에서 가져온 증거 물품 중에 금지 약물인 강제 각성 물약도 있었는데.”
“그랬지.”
“그거하고 이번 각성제하고 다른 건가?”
“효과는 크게 다르지 않아.”
재인이 납치당한 사건이라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진 뒤에도 재현은 꾸준히 조사 결과를 받았었다. 당시 입수한 금지 약물을 조사한 성분표도 가지고 있었다.
“형이 창고에서 챙겨 온 약물은 던전에서 채집한 재료로 만든 거고, 이번에 뿌려진 레시피는 던전 밖 재료로 조합하는 거야.”
“으음.”
“그 약물의 각성 성공률이 반반이라면, 이번 사태의 각성제 성공률은 5%도 안 돼. 5%가 높은 수치로 보일지 몰라도 먹고 각성한 사람이 다섯일 때 사고 치는 사람이 아흔다섯이라고 생각하면 절대로 높아 보이지 않을걸.”
“안 높아. 5%가 아니라 95% 성공률이라도 별로야.”
“그 말이 맞지.”
“JX 부스터는? 각성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재현은 바짓단을 물고 타고 오르는 혁이 떨어지지 않게 한쪽 다리를 들어 주면서 고개를 저었다.
공식적으로 JX 부스터의 성공률이 확인된 것은 없었다. 중국 정부에서 공인하고 나섰으니 아주 낮진 않을 테지만, 믿을 수 없었다. 충분한 임상 실험을 거쳤다는 말도 부작용이 없다는 말도.
“어쩌다 각성제 얘기로 빠졌는지 모르겠네. 각성제는 됐고. 형 시간 내서 길드에 한번 가자.”
“그래.”
“길드 창고에 괜찮은 재료 많으니까, 그걸로 의상 만들자.”
“필요 없다니까.”
“아니, 필요해. 트레이닝복이랑 진짜 안 어울려.”
“그렇게 안 어울려?”
제기차기하듯 다리로 혁을 튕겼다 받으면서 재현이 안 어울린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나마 재인이라서 안 어울리는 정도였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주 보기 흉했을 것이다.
“알았어. 다음 쉬는 날에 들르자.”
“어.”
전용 무기 세 개를 착용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의상이 어떤 의상인지는 몰라도 예전에 뉴스 사회면을 장식했던 그런 의상은 아니길 바랐다.
* * *
“이건 30짜리. 이건 20짜리.”
해성은 문서를 보면서 다른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숫자를 말하고 있었다. 눈을 반짝이면서 숫자를 읊는 모습에 흥분이 엿보였다.
“보스, 이제 꺼내 주세요.”
“아아.”
해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 앞으로 검은색 구멍이 열렸다. 김태오의 차원 감옥 입구였다.
“억!”
“크억!”
“우악!”
“…….”
“컥!”
공중에 열린 차원 감옥을 입구를 통해 창고 바닥으로 다섯 명이 떨어졌다. 배려 없이 높은 위치에 입구를 연 덕에 사람들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그대로 부딪혔다.
“이, 이놈들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크억! 비켜!”
“으악! 내 눈!”
“비키라고! 내려와!”
해성은 볼썽사납게 뒤엉켜 뒹구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환풍기를 가동했다. 차원 감옥에서 나온 사람들은 몇 달간 갇혀 있느라 씻지 못해서 냄새가 지독했다.
“감옥 안이 편했나 봐요. 아직도 기가 살았네요.”
“…….”
“급한 것도 없는데 한 반년 정도 더 넣어 놨다가 꺼낼까요? 어때요, 보스?”
“그만. 어서 정리해.”
“알았어요. 시끄러우니까 한 대씩만 때리고요.”
자기들을 납치한 상대를 앞에 두고 무섭지도 않은지 빽빽거리는 사람들한테서 눈길을 거둔 해성이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어떤 차원 감옥에 가둬 뒀던 것인지 나오는 사람마다 기가 살아서 시끄럽게 굴었다. 배달 전에 손을 봐 둬야 했다.
“으아악!”
“아악!”
“아아악! 사람 살려!”
“커어억!”
김태오는 배달 전 얌전하게 만든다는 핑계로 해성이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팔짱을 끼고 지켜봤다.
그가 가진 차원 감옥 중 제일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에 가둬 두었더니 해성의 말대로 기가 살아 있었다. 지은 죗값에 비해 가벼운 처벌이었으나 상관없었다. 그가 손대지 않아도 나설 사람은 많았다.
“이제 조용해졌네요.”
몇 분 이어지지 않은 매타작이었지만, 사람들의 입을 닫게 만들기 충분했다. 쏟아지는 차가운 물을 고스란히 맞으면서도 작은 신음 하나 흘리지 않았다.
앓는 소리도 내지 않는 사람들 모습에 해성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렇게 가격표가 잘 보이게 붙여서 배달하면 수수료를 잊는 일은 없겠죠?”
철썩! 철썩! 찰진 마찰음이 난 자리에 종이가 붙었다. 붉은색으로 크게 써진 숫자는 사람들의 몸값이었다. 정확히는 다른 빌런 조직에 배달한 뒤에 받을 수수료였다. 해성이 조사하고 책정한 죄의 크기로 정한 가격이었다.
“다 붙였다. 얼마나 지은 죄가 큰지 수수료만 받아도 부자 되겠네. 보스, 다 됐어요. 배달할까요?”
“아아. 보내지.”
이클립스에서 납치한 화신교 관계자들의 직업은 다양했다. 견실한 중견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도 있었고, 의전 서열이 아주 높은 공직자도 있었다. 박사 학위를 여러 개 가진 대학 교수나 TV에서 강연도 하는 유명한 박사도 있었다.
성별, 나이, 직업도 다양한 사람들은 화신교라는 사이비 종교 관계자라는 것 외에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었다. 불법적인 방식으로 모은 재산이 많다는 점이었다.
“이쪽은 까마귀들한테 보내고, 저쪽 둘은 하겐 패거리 쪽으로 보내. 그 자리에서 수수료 입금하는 거 확인하고 넘겨줘.”
“알았어.”
해성은 동료들한테 다른 빌런 조직의 이름을 알려 주며 배달하라고 말했다. 각 조직의 보스들이 제일 싫어하는 범죄 유형에 맞게 나눈 사람들이었다.
이제 저들은 배달받는 빌런 조직이 먼지 한 톨 안 남기고 탈탈 털어먹을 것이다.
‘그 이후의 일은 뭐, 우리랑은 상관없지. 우린 수수료만 받으면 되니까.’
미취학 아동 납치 사건을 덮은 경찰 간부, 비밀 연구소에서 납치당한 실험체에 말 못 할 짓을 한 연구원 등. 각양각색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들의 손이 아닌 다른 범죄 조직의 손에 의해서지만.
“지금 배달한 게 마지막이에요. 이걸로 화신교의 수입원은 EL 그룹 쪽만 빼고 다 끊었어요.”
“수고했다.”
“이렇게 숨통을 조였어도 바로는 나타나지 않겠죠? 숨겨 둔 게 있을 테니까요.”
“그렇겠지.”
“그럼 오랜만에 변호사 사무실로 복귀할까요?”
변호사 사무실로 돌아가고 싶다는 해성의 말에도 김태오는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지트에서 보낸 시간에 예언가를 잡을 함정 설치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벌써 몇 달이나 변호사 사무실을 비우고 있었다. 슬슬 돌아가서 사무실을 다시 열어야 했지만, 복귀 결정을 미루고 있었다.
이미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얻어야 할 것을 전부 얻었기 때문이었다. 예언자와 사이비 교단의 꼬리를 잡고 자금원을 끊었다. 그들이 다시 나타나길 기다리는 것은 변호사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도 할 수 있었다.
변호사 사무실로 돌아가서 할 일이 없었다.
“언제 갈까요? 올 연말 전에는 재인 씨 전속 계약서도 다시 써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휴가 끝나기 전에 재인 씨랑 미팅도 해야 하는데…….”
“…….”
“독립영화 촬영 끝나기 전에 서포트도 해야 하고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서포트하겠다고 팬 카페 회원들이 벼르고 있더라고요. 회원들도 원하고 재인 씨 생일도 돌아오는데 이번 서포트는 전보다 규모를 키워서 할까요?”
“서포트 대신 기부를 늘리지. 재인 씨라면 그쪽을 더 좋아할 테니.”
“그렇게 할게요.”
김태오가 줄곧 기대고 있던 창고 벽에서 몸을 뗐다. 재인의 촬영이 끝나기 전에 변호사 사무실로 복귀하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