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183)
#183. 라이브 방송
재인은 해저 던전에서 가져온 펜던트와 팔찌에 신성력을 부여하고 있었다. 제작 스킬을 가진 각성자가 아니라서 단순하게 신성력을 때려 넣는 방법을 쓰고 있었다.
‘며칠만 더하면 될 것 같아.’
펜던트와 팔찌는 원래 신성력이 깃들었던 물건이라서 그런지 재인의 신성력을 잘 받아들였다. 며칠만 더 꾸준히 신성력을 넣어 주면 쓸 만한 물건이 될 것 같았다.
‘팔찌는 현서한테 선물로 주고 펜던트는 나중에 필요한 사람 줘야지.’
보호나 치료 같은 특정한 효과를 넣고 싶지만, 그런 재주는 없었다. 그래도 신성력이 가득한 물품은 착용하고 있는 것만으로 몸 상태를 좋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없는 거보다 훨씬 나았다.
“현서가 늦네. 올 때 된 것 같은데.”
평소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시간보다 삼십 분이 늦은 시각이었다. 아이를 마중 간 베이비 시터한테 연락하려다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태권도장에 가기 전에 간식을 먹고 쉬게끔 여유 있게 시간을 잡아 두었었다. 귀가가 조금 늦어도 괜찮았다.
“삼촌!”
“재인 씨!”
기다리던 아이의 귀가는 금방이었다. 대문을 넘는 순간부터 급하게 찾는 아이 목소리에 재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일이에요?”
“먕!”
“뺙!”
덩달아 일어난 하찬과 혁을 달고 거실 창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다급한 목소리에 신발이 있는 현관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삼촌 고양이요.”
“?”
“고양이 아파요.”
“재인 씨 고양이 좀 봐주세요.”
베이비 시터가 내미는 상자를 본 후에야 재인은 현서가 왜 그렇게 다급하게 자신을 찾았는지 알 수 있었다.
상자 안에는 꼬질꼬질한 고양이 한 마리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교통사고라도 당했는지 몸 한쪽이 심하게 뒤틀려 있었다.
“치유!”
당장에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피거품을 물며 헐떡이는 모습에 바로 치유를 시전했다. 상태가 위중해서 무슨 일을 당한 건지 물어볼 여유가 없었다.
“치유! 진정!”
작은 몸에 신성력을 퍼붓다시피 쏟아부은 뒤에 앞발을 살짝 잡고 진정까지 걸어 준 뒤에야 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삼촌…….”
“이제 괜찮아. 삼촌이 낫게 해 줬어. 상자 이리 주세요. 손 씻으셔야죠.”
“네. 현서야 손 씻으러 가자.”
“네, 이모.”
재인은 베이비 시터한테서 귀퉁이가 찌그러진 상자를 건네받았다. 다친 고양이를 옮기기 위해서 길에서 주웠는지 상자는 꽤 지저분했다. 고양이를 계속 안에 두기 꺼려졌다.
‘일단 집은 하찬이가 안 쓰는 걸 쓰면 될 것 같고. 현서 방에 둬야 하나?’
현서를 그의 침대에서 재우는 일은 익숙했다. 고양이를 격리하게 현서의 방을 비워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하찬이가 고양이한테 성질을 부리지 않아야 할 텐데…….’
하찬은 제가 다른 동물과 어울리는 걸 싫어하는 것 이상으로 재인이 다른 동물과 어울리는 걸 싫어했다.
얼마나 싫어하는지 같이 산 지 몇 년이나 된 혁과 사이좋게 놀고 있는 것도 봐주지 않았다. 같이 놀고 있으면 몰래 다가와 솜방망이로 혁을 한 대 때리고 도망가는 일도 잦았다.
그런 하찬이라 불쌍한 고양이를 해코지하지나 않을지 걱정이었다.
“재인 씨 고양이 어때요?”
“지금은 잠들었어요. 진정하는 스킬을 썼거든요.”
“다행이다.”
“삼촌. 고양이 봐도 돼요?”
“응. 만지지 않고 보는 건 괜찮아.”
고양이 집을 현서 방으로 옮기고 펫 목욕 시트를 챙기는 사이 베이비 시터와 현서가 욕실에서 나왔다. 손을 씻으러 간 김에 세수도 하고 왔는지 아이 앞머리가 젖어 있었다.
“유치원에서 오늘 길에 슈퍼 있잖아요.”
“네.”
“그 앞 골목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나 봐요. 현서랑 지나가는 데 사람들이 몰려 있더라고요.”
“…….”
“누구라도 병원에 데려가면 좋았을 텐데, 모르는 사람이 봐도 가망이 없어 보였어요. 그런데 현서가…….”
이어지는 설명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재인이 사람들을 치료하는 모습을 자주 봐 온 현서는 망설이지 않았다. 심각한 상황에 어른들이 발만 동동 구르며 나서지 못하는 것과 다르게 바로 고양이한테 다가갔다. 삼촌이 치료해 줄 거라는 기대를 품고.
“급한 대로 상자에 담아서 데려오긴 했는데 문제가 아직 더 있어요.”
“문제요?”
“그, 고양이한테 새끼가 있나 봐요. 새끼를 본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걸 들었어요.”
“아!”
펫 목욕 시트로 지저분한 몸을 닦아 주던 재인의 손이 멈췄다. 설명을 듣고 보니 고양이의 몸이 눈에 들어왔다. 새끼 고양이를 키우는 어미의 몸이었다.
“새끼 고양이를 찾아와야겠어요. 유치원 골목에서 봤다고 하셨죠?”
“네. 어미 고양이가 몇 달 전부터 그 근처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대요.”
“현서 잠시만 봐 주시겠어요. 동생이랑 다녀오려고요.”
“제가 보고 있을게요. 현서는 걱정하지 마시고 천천히 다녀오세요.”
“네.”
재인은 고양이 간식과 캐리어를 챙기면서 재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길드에서 훈련 중이라서 바로 올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새끼 고양이 포획에는 한 명이라도 거드는 사람이 있는 게 나았다.
* * *
“염력 진짜 좋다. 전류를 다루는 민규 씨도 그렇고 두 사람이 같이 와 줘서 다행이야.”
“팀장 색적 스킬이 활용도는 더 좋은데, 좁은 범위 안에서는 민규 형 초능력도 괜찮아. 민규 형이 생체 전류를 감지할 정도로 세심하게 초능력을 활용할 수 있어서 가능한 말이지만.”
“그렇구나.”
“그런데 얘네 어떡할 거야? 완전 아기들인데.”
“일단은 입양 보낼 수 있을 때까지는 돌봐야지.”
데이트하러 간다는 박민규와 줄리아한테 부탁해서 새끼 고양이를 찾은 것까지는 괜찮았다. 어미 고양이와 무사히 만난 새끼들이 고양이 집 안에서 한 덩어리로 뭉쳐 있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눈을 빛내며 호시탐탐 덮칠 기회를 노리는 하찬이만 없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
“방문도 그냥 통과하는 녀석이라 이대로 두면 안 될 거 같은데? 현서 방도 계속 고양이들이 쓰게 할 순 없잖아.”
“그래도 입양 갈 때까지는 돌봐 줘야지.”
“입양은 언제 갈 수 있는데?”
“한 살은 넘겨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일찍 어미랑 떨어진다고?”
“너무 이른가?”
재인 형제는 꼬물꼬물 움직이는 고양이를 앞에 두고 말을 잃었다. 질문하고 답하기에 두 사람 다 아는 게 없었다.
하찬이 절반은 고양이이긴 하지만, 절반은 늑대라서 그런지 새끼 고양이를 돌보는 것처럼 아주 섬세한 케어는 필요 없었다. 튼튼하고 환경 적응력도 좋아서 산책과 놀이로 운동량만 채워 주면 별 탈 없이 잘 지냈다.
평범한 고양이에 관한 지식을 쌓을 이유가 없었다.
“잘 아는 사람한테 물어봐야겠다.”
“우리 팀 중에 고양이 키우는 사람 없는데. 강아지는 있지만.”
“나 아는 사람 있어. 고양이 잘 키우는.”
“누군데 나도 아는 사람이야?”
“어, 너도 알걸. 디 키즈 여상이라고 가수인데, 고양이 두 마리 키우거든.”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되지만, 재인은 실제로 키우는 사람의 경험담을 듣고 싶었다. 유기 동물 후원 챌린지 이후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여상이라면 궁금한 걸 알려 줄 것이다.
-지금 통화 가능해?
거의 유일한 동갑내기 연예인 친구인 덕에 편하게 말도 놓은 여상은 워낙 바빴다. 월드 클래스임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정도로 바쁜 사람이라 메시지를 보내 놓고 연락을 기다려야 하는 건 기본이었다.
* * *
여름이 끝나 가는 시기 디 키즈의 막내 라인 멤버 여상은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작곡이나 작사 같은 음악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아니었고 저녁을 먹으면서 스타 라이브를 하기 위해서였다.
“오늘 저녁은 닭볶음탕이에요. 직접 만든 거냐고요? 아니요. 매니저 형이 주문해 준 걸 접시에 담은 거예요. 포장 용기도 괜찮은데, 이 접시가 좀 특별한 거거든요.”
접시의 무늬가 잘 보이도록 들어서 보여 준 여상이 씩 웃었다. 채팅창에 접시 정체를 아는 사람들의 글이 주르륵 올라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맞아요. 재범 형이 휴양지 갔을 때 기념품점에서 사 온 거예요. 먹방하려고 숙소에서 챙겨 왔어요. 형이 뭐라고 안 하냐고요? 안 해요. 숙소에서 밥을 먹는 일이 별로 없어서 접시를 쓸 일이 거의 없거든요. 먹방하면서 썼다고 하면 더 좋아할 거예요.”
여상은 접시에 관해 설명하고 닭고기 살점과 당면을 한입 가득 넣고 씹으면서 팬의 질문에 답했다.
휴식기, 실제로는 투어 준비에 바빠 방송 스케줄을 잡지 않는 시기라 팬과 소통하는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았다. 먹방 삼아 저녁 식사 시간에 스타 라이브를 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Brrr.
한 입 먹고 모니터 확인하고 다시 한 입 먹고 질문에 답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한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네? 무슨 메시지냐고요? 스팸? 아하하하. 아니에요. 재인이한테서 온 거예요.”
재인? 설마 배우 이재인? 진짜로 친구였어? 물음표와 더불어 비슷한 질문이 채팅창을 가득 채웠다. 재인과 아는 사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실제로 같이 있는 장면이 목격된 적이 한 번도 없어서였다.
“연락해 보라고요? 나중에요. 지금은 스타 라이브 해야죠.”
여상은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카메라로 고개를 돌렸다. 재인에게 연락해 보라는 말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지만, 같은 디 키즈 멤버도 아니고 협의한 게 아무것도 없는 재인과의 통화 내용을 들려줄 수는 없었다.
“어휴. 그러면 무슨 일인지만 물어볼게요. 재인이가 괜찮다고 하면 알려 드리고요.”
여상의 스타 라이브인데 다른 연예인을 화제로 삼는 게 못마땅한 팬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재인과 연락하는 걸 반겼다. 연예인의 연예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연예계 인맥이 적은 자기 가수가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게 보고 싶어서였다.
더욱이 그렇게 친한 상대가 같은 인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잘생기고 신비로운 재인이라니.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궁금한 건 당연지사였다.
“어? 고양이를…….”
고양이? 여상과 재인 모두 고양이를 키우는 걸 아는 팬들이 다시 한번 물음표로 채팅창을 채웠다.
“어, 저 오늘은 조금 일찍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아니, 아니. 무슨 큰일이 난 건 아니에요. 으음! 오늘 일찍 끝내는 대신 내일 또 올게요. 재인이랑 같이요? 재인이가 휴식기이긴 한데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재인이 만나러 가냐고요? 아하하. 네. 그럼 여러분 내일 봐요. 네, 꼭 올게요.”
미룰 수 있는 스케줄을 확인한 여상이 스타 라이브를 껐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통화하는 정도로 끝냈을 테지만, 상대가 재인이라선지 고양이와 관련된 일이라서인지 그냥 그렇게 끝내기 싫었다. 실물을 만나 보고 싶었다.
‘가는 길에 분유랑 키튼 사료를 사고, 숙소에서 안 쓰는 케이지랑 장난감도 좀 챙겨야지.’
하찬이 늑대로 변신할 수 있는 반려 몬스터라서 재인의 집에는 고양이 용품이 많지 않았다. 고양이용 대형 케이지도 없었고, 하찬이 사람처럼 변기에 일을 보는 통에 고양이 화장실과 모래도 없었다.
챙길 물건을 꼽아 보고 재인의 집까지 이동할 동선을 고민하다 여상은 자신이 각성자라는 점에 다시 한번 감사했다.
만약 그가 비각성자였다면 매니저와 경호 팀이 따라붙었을 텐데, 제법 능력이 괜찮은 각성자라서 그런지 이럴 때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라이브용 핸드폰도 챙길까?”
새끼 고양이 육아와 입양에 관해서 물어볼 게 있다고 했었다. 다섯 마리 새끼 고양이와 어미까지 전부 입양 보내려면 스타 라이브로 입양 홍보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여상은 재인이나 본인이나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유명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새끼 고양이들을 좋은 집에 입양 보내야 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이미 SNS와 포털에 여상, 이재인, 고양이라는 키워드가 실시간 화제가 됐다고는 짐작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