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191)
#191. 재현의 기억
“팀장. 이 길이 맞아요?”
“맞아. 이대로 한 시간 정도 더 올라가야 해.”
“그냥 줄 언니가 우리 데려가면 안 돼요?”
“줄리아도 초행이라 위치 모르잖아.”
“선발대로 가서 확인한 뒤에요.”
박연화는 칭얼대는 김나은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숀, 재현을 보다 고개를 저었다.
줄리아와 데이트하는 분위기로 뒤따라오던 박민규가 인상을 찌푸려서는 아니었다. 팀원이 가는 장소가 오랜 시간 인적이 끊긴 장소라도 사이비 종교 단체의 시설이 있던 곳이었다. 비밀스러운 단체였던 만큼 어떤 방어 장치가 되어 있을지 몰랐다.
“십수 년 전에 폐쇄된 곳이라면서요. 뭐가 남아 있겠어요. 있어도 다 망가졌겠네. 안 그래?”
“어? 어, 어. 그렇겠네.”
“뭐야? 반응이 왜 이렇게 느려. 뭐 잘못 먹었어?”
“아니.”
“그런 거 아니면 왜 그래?”
편히 가고 싶다는 의견에 동의하길 바란 동갑내기의 떨떠름한 반응에 김나은의 눈이 가늘어졌다.
산 초입에서는 괜찮더니 중간 정도 올라온 뒤부터 이재현의 상태가 이상했다. 아무도 없는 장소를 노려보거나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무슨 일 있니?”
“아니요.”
“아닌 게 아닌 거 같아서 하는 소리야. 나은이도 그렇지만 내 눈에도 이상해 보여. 왜 그래?”
“그게…….”
재현이 동료들의 걱정에 마지못해 꺼낸 말은 지금 오르는 산길이 왠지 기억에 있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특이하게 생긴 바위나 넝쿨에 뒤덮인 표식을 언젠가 본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여긴 꽤 오래전부터 사유지였는데…….”
“흐음.”
“이쪽으로 던전 공략을 왔었던가?”
“길드 담당 구역하고 겹치지 않아서 그건 아닐 거야.”
“아니. 최근이 아니고, 오래전에 아주 어렸을 때 온 것 같아.”
팀원들의 추측에 재현이 고개를 저었다. 같이 던전을 공략했던 곳이라면 기억하지 못할 리 없었다. 같이 왔었다면 기록도 남았을 테니 팀원들도 기억해야 정상이었다.
‘이곳에 팀원과 같이 왔었다면 이런 불편한 느낌이 들진 않겠지.’
산길을 따라 올라갈수록 껄끄러움과 불편한 느낌이 늘고 있었다. 다 때려 부수고 싶은 파괴적인 기분도 들다가 원인 모를 미안한 기분도 들었다.
‘저 나무! 기억났다!’
좁은 산길이 따라 올라가다 나온 공터, 그곳에 터줏대감처럼 자리한 굵은 나무를 본 재현이 다시 걸음을 멈췄다.
-뿌드득!
임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동료들을 걱정하게 할까 봐 불편한 감정을 꾹 눌러 참았다. 그러나 오랜 기억 속 나무를 보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이가 갈릴 정도의 분노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뭐야, 이재현. 뭐 기억났어?”
“괜찮아?”
“…….”
부리부리한 눈으로 나무를 노려보는 그의 곁으로 팀원들이 다가왔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를 향해 주먹을 휘두를 것처럼 들어 올린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여기. 어렸을 적에 왔었어.”
“진짜? 예전에 여길 왔었다고?”
“어, 맞아. 이제 기억나네. 형이랑 왔었어.”
“사이비 시설에 왜…….”
한참 전에 폐쇄된 사이비 종교 단체 시설에 재인 형제가 올 이유가 뭘까. 이해할 수 없는 얘기에 동료들이 의문을 느끼는 건 당연했다.
재현도 그런 사실을 잘 알았지만, 설명할 정신이 없었다. 머릿속으로 잊고 있던 기억과 최근 밝혀진 사실들을 대조하며 과거 사건을 재조명하느라 바빠서였다.
* * *
재인, 재현 형제의 부모님은 주말이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바다로 다니기 바빴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이곳저곳 다니길 좋아하는 두 사람이었는데,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켜 준다는 이유가 생기자 그 정도가 더했다. 거의 매주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놀러 다녔다.
재현이 나무를 보고 떠올린 그 날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산 아래 캠프장에 텐트를 치고 사이트 앞 작은 개울에서 아이들은 노는.
“아! 고속 도로에서 빠질 때 캠프장 표지판 봤었는데. 낡은 거.”
“아마 그 캠프장이 맞을 거야.”
“그래서?”
“캠프장 사장님이 키우는 강아지가 있었거든. 형이랑 그 강아지랑 같이 돌아다니면서 놀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텐트를 설치하는 동안 재인 형제는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여러 번 왔던 캠프장이라 지리도 익숙하고 사장님과도 안면이 있어서 안심하고 있었던 게 화근이었다.
안전에 관한 주의를 많이 들었어도 형제의 나이는 겨우 6살, 4살이었다. 어른의 교활함과 완력을 이길 수 없었다.
“그때 형은 되게 예민했거든. 워낙 예쁘장하게 생겨서 어른들이 틈만 나면 물고 빨고 해서 남이 자기 건드리는 거 진짜 싫어했어.”
“그랬을 거 같아.”
“그 사람이 먹을 걸 줬는데 형이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거 안 받는다고 거절했었어. 중간은 잘 기억 안 나는데 한참 얘기하다 강아지 간식을 받으러 갔다가 약 같은 거에 당한 거 같아.”
“약?”
“어, 기절했다가 깨어나니까 옮겨지고 있었어.”
납치범들은 시골로 귀촌한 부부로 위장하고 있었다. 먹을 거로 회유하지 못하자 약을 사용했었다. 중간에 깬 것은 재인 형제가 너무 어려서 약을 과하게 사용했다가 큰일을 내지 않을까 걱정해서였다.
“이 나무 아래 여기서 쉬어 갈 때였어. 형이 납치범의 거기를 발로 찼어. 퍽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찼거든.”
“둘이 안 묶여 있었어?”
“어린애들이기도 했고 인적이 드문 곳이라서 잠든 아이를 업고 가는 정도로 위장하려고 했었던 거 같아.”
“아아.”
어린아이를 업고 산길을 오른 납치범이 쉬어 가려고 멈췄을 때 기회를 노리던 재인이 나섰다. 나무 아래에 아이를 잘 기대 놓으려고 자세를 잡던 남자에게 치명적인 한 방을 먹였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한 방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몇 번 더 발로 찬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재인을 업었던 남자를 잠시 무력화시켰지만, 상대는 한 명이 아니었다. 재현을 업고 가던 여자가 남아 있었다.
남자와 비슷하게 재현을 나무에 기대 놓던 여자는 방심하지 않았다. 동생을 되찾으려고 달려드는 아이한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
“나는 그때 나무에 기대앉아 있는 게 고작이었거든. 이 자리에서 형이 여자한테 맞는 걸 고스란히 보고만 있어야 했어.”
“미친!”
“그러다가 남자가 정신을 차렸는지 여자를 불렀어. 그만하라고 했는지 자기를 부축하라고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 안 나. 여자가 남자 쪽으로 움직인 것만 기억나. 그리고 형이 일어나서 나를 붙들고 뛰었어.”
남자의 상태를 살피러 여자가 움직였을 때였다. 우악스러운 여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재인이 재현을 일으켜 세웠다.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난 건지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았다.
“약 기운도 남아 있었고, 형은 심하게 맞아서 몸도 안 좋았거든.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였지. 그때 형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비탈로 방향을 틀었어. 아마 납치범들한테 잡히는 것보다는 다치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
재인은 당시 본인도 어린아이였으면서 동생인 재현을 보호하려고 애썼다. 납치범들을 피해 비탈을 구르는 동안에도 내내 재현을 품에 안고 놓지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어. 부모님이 실종 신고를 해서 경찰들이 동원됐거든.”
텐트를 치는 동안 캠프장 사장의 강아지를 보러 간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자 부부는 아이들을 찾기 시작했다.
캠프장 근처를 돌아보고 이전에 같이 갔던 계곡 쪽도 가 봤지만, 같이 나간 강아지만 찾았을 뿐 아이들은 찾지 못했다.
부부는 그길로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색이 시작됐다. 이틀에 걸친 수색 후 산비탈 아래에서 만신창이가 된 아이들이 발견되었다.
“그때 그 납치범들도 사이비 신도였던 것 같아.”
“맞을 거야. 자료 보니까 어린 애들을 납치한 기록도 많더라.”
“어른도.”
“미친놈들이야 진짜.”
자기 일처럼 분노하는 김나은과 동료들의 모습에 재현의 분노가 조금 사그라들었다.
“그래서 네가 재인 오라버님을 그렇게 보호하는 거구나.”
“어, 그건 좀 다른데.”
“그거 말고 다른 일도 있었어?”
“있긴 했는데, 얘기하기는 좀…….”
“무슨 일인데?”
김나은이 바짝 몸을 붙이고 캐물었지만, 재현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외모로 사람들의 시선을 끈 재인은 어려서부터 따라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연예인처럼 그를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도 많았다.
재현은 가끔 사람들에게 재인의 동선을 알려 주거나 선물을 전달해 주면서 심부름값을 챙겼었다. 그런 사람 사이에 악질적인 스토커가 섞일 수도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었다.
스토커에게 형의 약속 장소를 알려 줬다가 사고를 당하게 할 뻔한 일로 다신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형이 다칠 뻔한 그때라도 정신을 차렸으니 다행이지.’
지나치게 뛰어난 외모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재인이 사람을 피하는 성격이 된 데에는 그의 탓도 분명히 있었다.
“불편한 얘기 같은데 그만 캐물어.”
“네.”
“자, 그만 쉬고 다시 올라가자.”
“네, 팀장.”
재현이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는 바람에 쉬었을 뿐 원래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쉬지 않고 올라갈 계획이었다. 박연화 팀이 맡은 장소가 많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재인의 곁을 비워 둔 게 걱정되어서였다.
“난 솔직히 이번 임무 별로 안 내켰거든.”
“왜?”
“LC나 JW 그룹에서 지원해 준 거는 고맙지만, 길드 인원이 자기네 부하도 아닌데 사이비 흔적을 지워라, 마라 하는 게 고까워서.”
“고깝다고 거절하기에는 지원금이 너무 크지.”
“뭐 그게 진짜 피해자들을 위한 건가. 재인 오라버님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거지.”
김나은과 재현의 대화를 듣던 박연화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지원금 액수를 생각하면 이 정도 부탁은 약과였다. 게다가 사이비 박멸은 이미 길드 지휘부에서 실행하겠다고 결정한 일이었다. LC나 JW에서 거론한 조건은 어차피 길드원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건 아니지. 서로 이익이 되는 일이고 형도 원한 거니까. 전속 모델이 되는 일이나, 요청받고 치유해 주는 일이나. 형한테 이득이면 이득이지 손해는 아니야.”
“그건 재현이 말이 맞아. 대기업 전속 광고 모델이 되는 건데 나쁘게 볼 일은 아니야. 그리고 사이비 흔적을 지우는 일은 길드에서도 바라는 일이고.”
“나도 알아. 그냥 재인 오라버님이 원래는 하기 싫은데 지원금 받는 것 때문에 하는 게 아닌가 해서 그런 거지.”
“JW 쪽은 하성주 월드패션 대표랑 친해서 지원금 없어도 해 줬을걸. 이미 전속 모델이기도 하고. LC 쪽은 과하긴 한데 의도를 의심할 필욘 없어. 전에 형이랑 LC 회장님 한 번 뵌 적 있거든.”
“그래?”
“어, 그러니까 네 팬심은 넣어 둬.”
대가성 지원금이라고 해도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었다. 재벌들은 좋은 이미지를 챙기고 재인은 전속 모델이 되는. 나아가 피해자들에게 더 많은 위로금과 보상을 챙겨 줄 수 있는.
재인이 광고를 찍느라 휴가를 반납해야 하는 일이나 한동안 LC 그룹과 JW 그룹에서 하는 기업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건 얻을 이익에 비하면 손해라고 볼 수 없었다.
“도착했다.”
“이렇게 숨겨 뒀으니 지금까지 못 찾았지. 입구가 어디야?”
“여기 같은데. 오래전 폐쇄했다더니 아주 오래전은 아닌가 봐. 던전 사태 이전부터 있던 건물인데 은폐는 초능력자가 했어.”
“그러게. 이 바위는 사람이 옮겨 둔 거네. 줄리아. 여기 바위들 좀 치워 줄래?”
“응.”
자료에 나온 곳에 도착한 박연화 팀이 발견한 것은 작은 산장이었다. 낙석에 의해 건물 반이 무너진 것처럼 보이는 산장이었는데, 미리 자료를 보지 않았다면 깜빡 속았을 것이다.
“자, 팀을 반으로 나누자. 나랑 민규, 줄리아는 쓸 만한 거 있나 찾아볼게. 재현이랑 나은이, 숀은 주변 확인하고 폭발에 대비해 줘.”
“알았어요, 팀장.”
“빨리 해치우고 경호 팀으로 복귀하자.”
“다른 팀한테 자리 뺏기기 전에 말이죠?”
“응. 재인 씨 경호를 다른 사람한테 맡길 순 없잖아.”
박연화의 말에 팀원들이 한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눈도 즐겁고 마음도 풍요로워지는 재인의 경호를 다른 팀한테 넘긴다니, 안 될 말이었다.
사이비 종교 시설을 탐색하는 팀원들의 동작에 속도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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