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obsessed tyrant and a sleeping cat every night RAW novel - Chapter (147)
의 모든 생각을 간파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기운 빠진 모습에 약하다.
시무룩한 기색을 띠고 이야기를 꺼내면 레네트는 금세 눈이 커진다.
상처 받으라고 한 말은 아닌데! 라는 빛이 역력해져 자신이 했던 말이 그렇게 심했나 곱씹는 것이다.
“…….”
그의 품에 안긴 채 재킷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굴리는 그녀의 볼을 당장이라도 깨물고 싶지만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이후에 이어질 더 큰 포상을 위해 성급하게 굴어선 안 된다.
침착하게 다음 말을 꺼내며 눈치를 살피는 표정을 지어야 했다.
“……응?”
초를 센 후 그가 덧붙인 나지막한 애원에 레네트의 동공이 정처 없이 흔들렸다.
자칫 올라갈 뻔한 입가에 지그시 힘을 주며 애써 처량한 눈빛을 유지했다.
“……일 다 한 거예요?”
복잡해진 얼굴로 그를 한참이나 올려다보던 레네트가 물었다.
킬리언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일이라는 건 우선순위가 중요한 거니까.
중요도로 따지자면 지금 이 사랑스러운 아내와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더 긴박한 일이랄 게 뭐가 있겠는가.
허락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킬리언은 얌전히 숨을 죽였다.
엘리제에게 황후 교육을 받고 난 후 레네트는 그가 그날의 업무는 반드시 다 끝내고 와야 한다고 누누이 말해 왔다.
물론 킬리언 역시 자신의 책무를 소홀히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오늘 같은 날은 예외여야 하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황제의 임무엔 황후와 잘 지내는 것도 포함일 테니까.
그가 정한 덕목엔 아무튼,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었다.
“레네트?”
“음…….”
킬리언은 품에서 바르작거리던 레네트가 결심을 했는지 그를 빤히 올려다봤다.
“그럼 갈래요.”
목에 천천히 두 팔을 둘러 오는 감촉에 그의 눈빛이 낮게 번뜩였다.
***
불공평하다.
신이 몰두하여 빚어낸 듯한, 지극히 비현실적인 미모를 가진 남자가 상처 받은 표정을 지을 때면, 방금 내가 뭔가를 크게 잘못 말했나 싶어진다.
무얼 부탁하든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게 되는 거다.
이러면 안 되는데.
“무슨 생각해?”
킬리언이 목덜미를 지그시 깨무는 바람에 어깨가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동시에 잠시나마 빠져 있던 상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뜨거운 물에 머릿속까지 눅진해져 생각이랄 것도 오래 할 수 없었을 테지만, 킬리언은 내가 다른 생각을 잠겨 있다는 느낌이 들 때면 어김없이 상념을 무너뜨리려 들었다.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싫다고 했다.
그래 봐야 나쁜 생각이라곤 추호도 해 본 적이 없는데?
“그냥요.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
“어떤 점에서?”
내가 욕조 옆 사이드 테이블에 손을 뻗으려 하자, 킬리언이 한발 먼저 팔을 내밀어 컵을 쥐었다.
“내가 지나치게 킬리언에게 약하다는 거?”
내 대답에 그가 기가 차다는 듯 내뱉은 실소가 커다란 욕실을 울렸다.
“후……. 그 반대일 텐데?”
킬리언이 나른한 한숨을 내쉬며 대꾸하자 그에게 안겨 있던 등에 부푼 흉곽의 단단한 근육부터 모든 게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아까까지 느꼈던 짜릿한 전율과 오소소한 소름이 동시에 일었다.
“물 마시려고?”
“음, 네.”
그가 내 입술에 차가운 유리잔을 대주자 나는 잠시 망설이다 순순히 입을 벌렸다.
이런 것쯤은 혼자 하게 내버려 두면 좋겠는데, 킬리언은 끝내 고집대로 할 거다.
내가 한다고 했다간 더한 방법으로 짓궂게 먹여 줄 거라는 걸 근 1년 반 가까이의 신혼생활 동안 몸소 겪어 왔으니 처음부터 들어주는 편이 나았다.
“아, 시원해라…….”
사실 이젠 손 하나 까닥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지기도 했고.
뜨거운 물에 잠겨 얼음을 띄운 시원한 물을 마시니 상쾌한 기분이 손끝까지 쭉쭉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내가 남긴 물을 모조리 마신 그가 컵을 제자리에 내려놓고는 굵직한 팔로 나를 넝쿨처럼 옭아매듯 끌어안았다.
“하아…….”
노곤노곤해진 몸은 이렇다 할 반항도 없이 그가 이끄는 대로 품에 기대게 된다.
안온한 품과 따뜻한 물이 선사하는 달콤함은 이대로 나를 흐물흐물 녹일 것만 같았다.
어쩐지 게으른 탕아가 된 게 이런 기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잠 와?”
“음, 네에.”
보통의 사람이면 이쯤에서 졸릴 법도 한 게 당연하다.
“벌써……?”
더이상 입을 맞출 데가 있나 싶은데 킬리언은 이번엔 내 귓불을 입술로 지분거리며 물었다.
물론 그 보통의 사람이란 단어는 어디까지나 나에게만 해당될 뿐이란 게 문제였다.
내 손가락 사이사이에 굵은 손가락을 끼워 넣고 배에 교차해 끌어안는 그의 팔에 힘이 실린다.
“아마 대부분은 지금이 자야 할 시간이라는 걸 알 거예요.”
“난 아니야.”
“흐음, 전 잠 오는데요……?”
“싫은데.”
온몸 이곳저곳에 입을 맞추고 낙인을 찍는 그는 욕망을 내비치는 데에 거리낌이랄 게 없다.
이런 그를 보면 대체 지난 시간들을 어떻게 참았나 싶어진다.
‘싫으면 안 해도 돼. 난 짐승이 아니니까, 참을 수 있어.’
그 말을 하던 킬리언의 표정이 어땠었지?
성년식 겸 생일 연회를 마치고 침실에 돌아왔을 때 그는 마치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하며 금욕적이면서도 우아한 미소를 유지했다.
내가 지나치게 긴장한 탓이었다.
내 손을 따스하게 감싸 쥐며 계속해서 밤새 안고만 잘 수도 있다고 하던 그였는데.
원한다면 대화만 해도 충분하다던 그런 남자였는데.
‘치, 누가 싫다고 했어요?’
내 긴장감을 달리 해석한 그의 양 볼을 잡고 정정해 준 게 화근이었을까?
그날 이후로 킬리언은 틈만 나면 솜털이 오소소 일어나게 만들고 정신을 혼미하게 유도하며 나를 이리저리 뒤흔들었다.
남부 순방을 앞둔 걸 몹시 아쉬워하면서 말이다.
“아, 거긴…….”
간지럽기도 하고 야릇한 기분에 휩싸여 목을 감추는데, 그가 집요하게 아프지 않을 만큼 목선을 깨물며 고개를 숙여 움츠러든 어깨에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까 분명 쉬게 해 줄 거라고 했으면서…….”
“응. 그대는 쉬어.”
목덜미에 입술을 묻은 채 대답하는 그의 음성이 동굴처럼 습하게 울렸다.
얄미운 마음이 드는 것과 별개로 그의 뜨거운 숨결이 오싹한 전율을 일게 해 등줄기를 타고 내려와 온몸을 확 달아오르게 했다.
슬금슬금 내려온 그의 한 손이 그렇지 않아도 붉은 흔적으로 가득한 몸을 자유로이 유영하기 시작했다.
“하, 이렇게 하면 어떻게 쉬어요?”
“움직이지 않으면 되잖아.”
“……어떻게?”
“가만히 있으면 쉬는 거야. 움직이지 마.”
하,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겠어서 억지로 고개를 비틀어 그를 애원하듯 올려다보자, 킬리언의 만족스러워하는 눈빛이 보였다.
“왜?”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여 나를 비딱하게 보는 킬리언의 적안이 부당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 이건 정말 불공평해.
“왜냐는…….”
……말이 나와요, 지금? 라는 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그 말은 입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가 곧바로 다정함이 담뿍 담긴 눈빛을 띤 채 연거푸 볼에 쪽쪽 입을 맞춰 왔기 때문이었다.
“아으…….”
손끝조차 바르작거릴 힘이 남아 있지 않아 내 몸이 종잇장처럼 팔랑팔랑 흔들렸다.
출렁대며 넘실대는 물살이 욕조 밖으로 흘러넘쳐 찰박찰박한 소리를 냈다.
이제 머릿속엔 침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잠시 쉬어야 한다는 핑계로, 한참 후에는 나를 씻긴다는 이유로 나를 정신없이 몰아붙였던 그의 행동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제 그만…… 꺅!”
희미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가까스로 말을 꺼내는 찰나 몸이 순식간에 붕 떠오르는가 싶더니 그가 자신의 무릎에 앉아 마주 보게 했다.
“아…….”
이러면…… 아주 곤란하다.
다른 데를 보면 킬리언이 집요하게 자신을 보게 만들 테고, 그가 원하는 대로 계속 킬리언만 보고 있으면 그의 조각 같은 몸에 눈이 홀린 듯 앉아 있는 내가 조금 변태 같기도 해서.
“나 좀 봐 줘, 레네트.”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부탁에 나는 퍼뜩 그를 쳐다봤다. 그사이 내가 애꿎은 장식품들을 쳐다봤다는 것도 깨달았다.
눈을 마주치기만을 바라 온 덩치 큰 대형견 같기도 하고, 저 차분한 낯을 뒤로한 채 언제 갑자기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달려들지도 모를 악마 같은 남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많이 졸려?”
그의 갈증을 해소하기엔 아까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듯 허리를 매만지는 그의 커다란 손에 미련이 그득했다.
킬리언을 따라가려면 내 체력부터 키워야겠다는 결심이 또 한 번 선다.
“음……. 이제 진짜 그만…….”
킬리언의 손길은 의도가 어떻든 간에 이미 곤죽이 된 내 뇌를 더욱 뜨거운 물에 푹 잠기게 하는 마력을 가진 건 분명하다.
나는 이대로 또 그에게 휘둘리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스르륵 몸을 숙여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겨우 힘을 쥐어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진짜진짜 그만요.”
“조금 자고 나면.”
“으응……?”
“그땐 괜찮다고 해 줄 거야?”
내 등을 토닥이며 묻는 그의 말뜻을 이해하는 데엔 시간이 조금 걸렸다.
무거워지는 눈꺼풀이 사고를 더디게 만든 탓이다.
“응? 레네트?”
“뭘……요?”
“방금 한 말.”
대답을 채근하는 그의 손길에 나는 눈을 끔뻑거리다 아무렇게나 고개를 끄덕거렸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근사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 주는 그를 보게 되는 건 언제나 반가운 일이니까.
“음…… 아마도요.”
“알았어.”
한 손으로 허리를 받친 채 다른 손으로 머리칼을 넘겨 주고 얼굴을 어루만져 주는 손길이 무척이나 다정하다.
“침대에 가서 편하게 자야지.”
그가 나를 천천히 안아 올리자 미지근한 욕조의 공기를 만난 몸이 본능적으로 킬리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눈을 감고 있어도 그가 만족스럽게 미소 지을 게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그는 어떤 이유가 되었든 내가 이런 식으로 그에게 파고드는 걸 눈이 번뜩일 만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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