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obsessed tyrant and a sleeping cat every night RAW novel - Chapter (90)
Chapter 90
“빨리 가 보셔야 합니다.”
킬리언이 사냥을 마치고 말에서 내리려는 찰나 가스파르가 허겁지겁 달려와 말했다.
심각한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가야 할 곳이 2층이라는 걸 알아차리자마자 몸이 차갑게 식었다.
기젤라 부인의 티룸 앞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모두를 통제하려는 시종들이 여럿 있었다.
“전하!”
킬리언을 발견한 누군가가 머리를 조아리자 황급히 다른 이들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가 그들을 지나쳐 티룸을 통해 드레스룸 앞에 다가섰을 때였다.
“…….”
찢어진 드레스 자락이 보이고, 숨을 겨우 내쉬며 한 걸음 더 깊숙이 다가섰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참상이 무엇이든 견딜 수 없으리란 확신이 뇌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하…….”
뺨이 붉게 부푼 채 입가에 핏방울이 맺힌 레네트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옷을 잡고 흔든 것인지, 네크라인이 형편없이 흐트러져 여린 살결이 드러나 있고, 손이 가늘게 떨고 있었다.
“…….”
온몸의 피가 역류하듯 들끓어 오르고, 맹렬한 분노가 매섭게 일어났다.
그녀가 겁먹을까 전전긍긍하며 주변을 맴도는 것인데, 감히 누가…….
레네트의 흐트러진 드레스 위로 재킷을 덮은 킬리언이 몸을 일으켰다.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 * *
나와 마찬가지로 미처 킬리언을 발견하지 못한 채 달려들었던 기젤라 부인이 그의 손에 저지당해 튕겨져 나가듯 멀어졌다.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가 서 있어야 할 곳에 보이지 않던 건 그 때문이었다.
그녀가 콘솔에 부딪히는 바람에 오르골이 우르르 쏟아졌고,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파편이 사방에 흩어지고 말았다.
당황한 기젤라 부인이 콘솔을 짚으며 간신히 상체를 일으켰다.
“전……하. 손으로 하늘을 가리면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 줄 아셨습니까? 저깟 하녀를 데려와 브륀힐트의 공녀라니요?”
“나 봐.”
기젤라 부인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고 내 얼굴을 감싸 확인하는 킬리언의 눈빛이 낯설도록 침착했다.
어둡게 침전된 눈동자가 나를 꼼꼼히 뜯어보며 서서히 그의 입 언저리가 꽉 잠기는 게 보였다.
그의 엄지가 천천히 내 젖은 눈가를 훑더니 몸을 일으켜 기젤라 부인에게 저벅저벅 다가갔다.
“더군다나 지금 제게 폭력을 행사하신 걸 알고 계십…….”
말을 잇던 기젤라 부인의 얼굴이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고요히 뻗어 있는 서슬 퍼런 검이 그녀의 목을 금방이라도 벨 듯 지척에 닿아 있었다.
킬리언이 검을 빼 든 것이었다.
“네까짓 게. 감히.”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살벌한 음성이 그르렁거리듯 움직이는 목울대에서 흘러나왔다.
“하나 전하, 저년은…… 학!”
기젤라 부인이 말을 꺼내기 무섭게 그가 검을 좀 더 목 안쪽에 대자 그녀의 목에 자그마한 핏방울이 서서히 맺혔다.
끔찍한 촉감에 놀란 기젤라 부인이 기절할 것 같은 얼굴로 자칫 움직였다간 정말 목이 베일 것 같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그녀는 눈만 움직여 킬리언을 두려움에 떨며 올려다봤다.
그가 정말로 자신의 목에 칼을 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얼굴이었다.
킬리언은 마치 스테이크용 나이프를 든 듯, 차분하고 우아한 시선으로 눈길을 내리깐 채 지그시 기젤라 부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네트에게 달려들 때는 죽을 각오를 하고 달려들어야지.”
“…….”
“설마, 그런 배포도 없이 내 사람을 건드렸으려고. 그렇지?”
느긋한 어조와 달리 검이 더욱 그녀의 턱 아래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파들파들 떨리는 기젤라 부인이 검이 더욱 목 안에 들어오게 될까 질겁하며 하얗게 질린 채 뒤로 물러서려 하지만, 그녀가 달아날 곳이란 없었다.
“!”
이윽고 기젤라 부인의 목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검을 타고 툭툭 떨어졌다.
카펫 위로 떨어지는 핏방울을 발견한 그녀가 혼비백산한 나머지 파들파들 떨며 입을 벌리는 게 보였다.
자신의 목에서 흘러나온 핏물을 경악에 찬 얼굴로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나는 달려가 그를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섣불리 다가가서 그를 더 자극하게 될 것만 같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킬리언!”
그 순간 아돌프 황제의 고함 소리가 드레스룸을 쩌렁쩌렁 울렸다.
뒤늦게 상황을 보고 받은 것인지, 사냥복을 갈아입은 아돌프가 이 처참한 광경에 말문이 막힌 얼굴로 이곳을 빠르게 눈으로 훑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
“폐하! 사, 살려 주시옵소서! 저, 전하께서 저를……!”
기젤라 부인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아돌프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걸어오는 도중 내 얼굴을 보고는 흠칫 놀라며 킬리언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게 어찌된 일이야! 당장 그 검은 거두거라!”
아돌프 황제의 명에도 불구하고 킬리언의 검이 여전히 기젤라 부인의 목에 닿아 있었다.
“킬리언!”
“캐서린 하먼 기젤라의 죄를 물을 것이라 약속하신다면 그렇게 해 드리죠.”
“죄? 캐서린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이냐!”
“…….”
킬리언이 침묵하며 아돌프 황제를 빤히 바라보자, 멈칫한 아돌프가 나를 돌아봤다.
나는 하젤의 부축을 받으며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죄가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 그러니 검을 거두거라, 킬리언.”
엉거주춤 일어서는 나를 바라보던 아돌프가 킬리언에게 말했다.
킬리언이 검을 거두자 기젤라 부인이 슬금슬금 도망쳐 아돌프 황제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흐느끼는 얼굴로 아돌프에게 매달리며 말했다.
“폐하! 저 계집은 진짜 공녀가 아니에요. 궁전에서 일하던 일개 하녀였던 계집이랍니다. 제가 그 사실을 알게 돼 저 계집을 훈계하던 참이었는데, 전하께서 저를 이리 흉포하게……! 저 계집의 얼굴이 익숙한 게 의심스러워 알아봤더니 제 예상이 맞았다구요!”
“그게 무슨 소리지?”
“이리나 스콧! 저 계집의 진짜 이름입니다! 하녀일 때 썼던 이름이죠!”
“……이리나 스콧?”
아돌프 황제가 이리나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나와 눈을 마주치는 찰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눈시울이 붉게 물든 채 나를 확 노려보는 기젤라 부인이 말을 이었다.
“제가 이 두 눈으로 이리나 스콧을 똑똑히 마주했던 기억이 있어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깜빡 속을 뻔했지 뭐예요? 저 계집이 이리나 스콧이 아니라면 똑같이 생긴 사람이 두 명이란 말인데, 그게 어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어요. 설령 쌍둥이래도 한 배에서 나와 한 명은 하녀, 한 명은 공녀라니!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요?”
아돌프 황제가 사실이냐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리나 스콧이 분명 아니지만, 이리나를 데려와 내 결백을 증명할 순 없었다.
이리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없으며, 더군다나 내가 이리나면 사람을 이렇게 때려도 된다는 소리인가?
나는 온몸에 느껴지는 아릿한 고통을 상기하며 킬리언을 바라봤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도 당황하여 모든 걸 포기해 버렸으면 어쩌지?
그를 학대했던 아돌프 황제의 잔인한 행패가 무섭도록 빠르게 머릿속을 잠식하면서 킬리언이 여기서 물러나면 어쩌나 막막함이 밀려왔다
“…….”
그러나 그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나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기젤라 부인이 자신의 목에 상처를 낸 킬리언을 원망하듯 바라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모두 아시다시피 브륀힐트 공작이 데인버그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이라, 확인할 길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공녀로 신분을 위장한 겁니다. 아마 거기엔 황태자 전하의 도움이 있었을 테죠. 그게 어디 감히 저깟 계집 혼자 할 수 있는 일이겠어요?”
“……신분을 거짓으로 만들었다고?”
“네, 그렇다니까요, 폐하! 제가 브륀힐트 공작에게 공녀에 대한 증명을 해 달라고 요청을 넣었더니 그런 공녀란 존재하지 않아서인지 답신이 오랫동안 오지 않았다구요.”
“…….”
아돌프 황제의 의뭉스러운 시선이 자연스레 내게 닿자 그나마 잡고 있던 일말의 평정심마저 떠밀려가 손끝이 사시나무처럼 떨려 왔다.
동시에 나에게 다가와 감싸듯 붙잡는 킬리언의 커다란 손이 느껴졌다.
“괜찮아.”
그가 나를 안심시키려 차분하게 말한 후 휘청거리는 나를 감싸 일으켰다.
전혀 괜찮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나는 되묻고 싶었지만 그럴 때가 아니었다.
몸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나를 의자에 앉힌 킬리언이 기젤라 부인을 향해 느긋하게 말을 건넸다.
“계속해. 기젤라 부인.”
뭐? 킬리언의 태도에 기막힌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기젤라 부인이 코웃음을 치며 제 목에 난 상처를 손수건으로 누른 채 빠른 속도로 말을 이었다.
“또 제가 따로 데인버그의 무역상인들에게 조사해 본 바, 브륀힐트 가엔 후사가 없다고 합니다. 이게 무얼 뜻하는 것이겠어요? 저년이 가짜 공녀로……!”
“휴, 캐서린…….”
그 순간 아돌프가 미간을 좁히며 이마를 짚고 기젤라 부인의 이름을 가만히 불렀다.
“어쩌다 그런 망상을 하게 된 거지?”
“마, 망상이라니요! 폐하!”
“방금 전서를 받았다. 브륀힐트 공작이 성에 오겠다는 뜻을 밝힌 편지였어.”
“……네?”
브륀힐트 공작의 편지라고?
아돌프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폐하…….”
기젤라 부인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말을 더듬으며 아돌프의 팔을 더 꽉 붙잡았다.
근심 어린 얼굴로 내 모습을 주욱 훑어본 아돌프가 말을 이었다.
“레네트 공녀가 오랫동안 성에 머물게 되어 실수를 하지 않을지 하는 염려에 온다고 하더구나. 뭐, 뜻이야 여기에서 잘 대접받는지 걱정돼 오겠다는 거겠지. 사냥을 마치고 오는 길에 받은 것이다. 하필 공녀가 다리를 다쳐 그 점이 걸리던 참이었는데, 문제가 더 커져 있을 줄이야…….”
“……그, 그럴 리 없습니다. 데인버그 상인들은 분명!”
“공작이 자신의 딸을 딸이라 칭하는데, 상인들의 말이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그것들이 공작가에 대해 뭘 알겠어.”
“하나 후사가 없다고 했어요! 누구도 본 적이 없었답니다!”
“편지에 브륀힐트 공작이 딸을 지나치게 아껴 어디에도 내놓은 적 없다고 했다. 이곳에서 한동안 지내겠다는 공녀의 편지를 받고 고심하여 이곳에 오겠다고 했어. 그만큼 레네트 공녀를 공작저에서만 지내게 했다는 소리겠지.”
기젤라 부인이 황망한 얼굴로 선 채 저도 모르게 쥐고 있던 손수건을 주춤 떨어뜨렸다.
착잡한 표정으로 기젤라 부인을 보던 아돌프가 내게 눈길을 돌렸다.
“공녀. 공작이 자네에게도 편지를 보냈나?”
“아, 아……니요. 제겐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나는 얼결에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딸을 놀라게 해 주고 싶었나 보군. 다치게 된 건 유감이야.”
나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킬리언을 바라봤다.
“성에 돌아오는 길에 알게 된 내용이야. 전할 틈도 없이 그대가 다친 걸 보게 된 거고.”
킬리언이 내 의아한 표정을 읽었는지 조용히 알려 주며 재킷을 더욱 끌어 올려 나를 덮었다.
나를 돌아보고 있던 아돌프가 혀를 쯧 차며 기젤라 부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현명한 그대가 어쩌다 그런 오해를 품게 된 건지. 아무리 그래도 공녀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이를 어째야 할지 모르겠군. 공작이 보면 딸의 얼굴을 보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나.”
저 지경?
나는 지금 내 몰골이 어느 정도인지가 문득 궁금해 재킷을 살짝 떼어 내 몸을 내려다봤다.
“허어…….”
드레스는 언제 이렇게 된 것인지 레이스와 리본들이 너덜너덜 찢겨 있었고, 가슴께가 훤히 드러날 뻔할 만큼 네크라인이 흐트러져 있었다.
와, 역시 저 여자 아귀힘 장난 아니었어…….
그건 그렇고 킬리언이 왜 나에게 재킷을 덮어 줬는지 알 만했다.
아슬아슬한 게 나조차 당황스러웠다.
“벗지 마.”
내 행동을 발견한 킬리언이 재킷으로 나를 꽉 두르며 경고하듯 말했다.
재킷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겠는데……?
나는 단박에 얼굴이 홧홧해져 그의 말처럼 재킷을 꽉 여몄다.
이게 민망함 때문인지, 맞은 볼이 부어서인지 분간이 되진 않았지만, 열이 확 오른 것만은 분명했다.
“……그럴 거예요.”
그에게 불쑥 대답하는데, 입을 벌려 움직이는 순간 볼이 얼얼한 게 확 느껴졌다.
볼이 얼마나 부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슬쩍 손을 대 보니, 쓰라리다 못해 따끔하기까지 해 절로 몸이 움찔 움츠러들었다.
내가 괜히 눈물이 펑펑 쏟아진 게 아니었구나. 진짜 아파서 울음이 터진 거였어…….
“만지지 마.”
신경이 곤두서 있는지 그가 이번에는 상처도 만지지 못하게 저지했다.
나는 그의 날 선 태도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살며시 소매를 잡아당겼다.
내가 당기는 대로 스르륵 자연스레 몸을 숙인 그가 나를 응시했다.
“왜.”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아서요.”
“……안 났으면 거짓말이겠지. 재킷 벗으려고 하지 마. 절대.”
재킷으로 더욱 나를 꽉 동여맨 킬리언이 몸을 일으켰다.
“공녀가 많이 다쳐 이만 올라가 치료를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해.”
“죄를 묻겠다 하신 약속은 어떻게 된 겁니까, 아버지.”
킬리언의 여상한 어조에 아돌프가 더더욱 두통이 밀려든 사람처럼 기젤라 부인을 바라봤다.
사용인들이 다 보는 데에서 이미 뱉은 말이 있으니 쉽게 되돌릴 수는 없는 표정이었다.
“……알겠다. 그렇게 할 테니 그만 올라가 봐.”
“사과도 없이 말입니까?”
킬리언의 비딱한 반문에 아돌프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사과하거라, 캐서린.”
아돌프의 명령을 들은 기젤라 부인이 눈을 부릅뜨고 붉은 입술을 열었다.
“하나 폐하. 제게만 죄를 묻는 건 너무한 처사입니다. 설령 저 계집이, 아니 저 여자가 공녀라고 하더라도 죄가 없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긴장이 풀려 기진맥진한 몸으로 기젤라 부인을 보는데, 그녀가 서둘러 나를 가리키는 게 보였다.
“제 반지가 없어졌습니다. 정말이에요!”
하아, 그 반지 문제를 여기서 꺼내다니.
“캐서린.”
아돌프가 그만하라는 듯 기젤라 부인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는 더욱 애원하듯 아돌프에게 매달렸다.
“폐하께서 제게 선물해 주신 반지 중 핑크 다이아가 박혀 있는 그 반지 기억하시죠? 제가 그 반지를 얼마나 아끼는 건지 폐하께서도 잘 아시잖아요!”
“……공녀, 캐서린의 말이 사실인가?”
아돌프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내게 묻자 나는 남아 있는 힘을 짜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폐하.”
“헛소리! 제가 공녀에게 차를 마시자 하고, 잠시 볼일이 있어 자리를 비운 사이 제 반지를 훔쳐 갔어요. 사실이에요. 확인해 보시면 모두가 알 수 있다구요! 당장 공녀의 몸을 수색해 보세요! 지금 당장!”
기젤라 부인이 울먹거리며 소리치자 나를 데리고 나가려던 킬리언이 문득 어디론가 눈길을 던졌다.
그는 잠시 한 곳을 바라보다 하젤에게 나를 기대게 한 뒤, 뚜벅뚜벅 걸어가 한쪽 무릎을 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