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8
18
“팔은 괜찮으냐?”
“아버지가 무슨 상관이에요?”
“이 망나니 아들놈아!”
대화는 순식간에 욕으로 끝났다.
“아버지도, 신도 자신에게 상관하는 게 싫으면, 너도 남들에게 상관하지 말든가. 특히 성의 주민들에게.”
내가 말했다. 성주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내 농노들, 내가 어떻게 하건 내 마음이야!”
“신인 나도 사람을 마음대로 못 하는데, 한낱 사람이 같은 사람에게 마음대로 하겠다니, 겁도 없구나!”
내가 꾸짖자 갑자기 조용해졌다. 사람들이 당황한 눈길로 나를 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바라는 게 있은들 숨길 줄도 모르고, 결국 토설하지 않고는 못 배기지. 해방감마저 느끼면서.
지혜의 여신 발트라하 누나가 말했었다.
-그러니 그들이 입을 열면 가장 깊은 속내를 말할 때까지 침묵하렴. 그것만으로도 신의 지혜는 인간을 능가하는 법.
좋은 충고였지만, 너무 늦게 생각났다. 이미 마음껏 떠들어 버린 뒤니까.
그럼 신의 침묵을 지키지 못한 지금 어떻게 해야 하지?
“이놈아, 밥은 먹고 다니냐!”
때마침 옆에서 가슴만 치던 영주가 소리쳤다.
아, 저거다.
라프트레이 형이 공통의 관심사 언급은 원활한 대화의 시작이라고 했다.
-토론을 하기 전, 내 이해심이 얼마나 깊은지 상대에게 우아하게 과시하는 방식이지.
지금 평화는 나의 관심사일 뿐, 여기 사람들의 관심사는 아니다. 특히 영주 부자나 두 명의 용병대장들에겐.
하지만 밥이라면?
“내가 밥을 먹고 다니건 굶고 다니건, 아버지가 무슨 상관-”
모든 말에 도돌이표 어미를 붙이는 성주 대신 내가 말했다.
“우리도 밥을 안 먹었다.”
“뭐, 뭐라고?”
성주가 말을 더듬었다. 전쟁 가지고는 끝도 없이 온갖 소릴 다 해 놓고, 밥 이야기 나오니 말을 더듬다니. 수상한 건지 불쌍한 건지.
“왜, 너 혼자 벌써 밥 먹었나?”
“…상관없잖아!”
“하지만 네 부하들은 모두 배고픈 얼굴인데? 그것도 너와 상관없나?”
이번엔 또 얼굴만 붉으락푸르락해서 대답을 안 했다.
“여기 배부른 사람 있나?”
내가 사방을 돌아보며 물었다.
“배부른 사람은 손을 쳐들라!”
레오파라가 나보다 더 크게 소리쳤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당연하다. 신인 나조차 아침을 아직 못 먹었을 정도인데.
“그럼 배고픈 사람은?”
“배고픈 사람은 손을 쳐들라!”
이번엔 모두 손을 들었다. 영주 부자와 두 용병대장만 빼고.
“좋다! 다 같이 밥부터 먹자! 테오파노 신이 잔치를 열겠다! 비용은 내가 낼 테니, 잔치를 준비해라!”
나는 몰려나와 구경하던 음식 파는 상인들에게 외쳤다.
“주민들도 나와서 같이 즐겨라! 모두 싸우지 않는 동안은 공짜로 먹고 마실 수 있다! 나의 가호 아래 밥 먹는 동안은 싸우지 않아도 된다! 내 너희의 잔치를 수호하리라!”
“우와아아아!”
“신이시여! 믿습니다!”
“밥 사 주는 이가 신이고말고!”
병사들은 기뻐 날뛰었다.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전쟁 중입니다!”
아타울프가 고함쳤다. 영주와 성주는 아예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굶주림은 분노의 양식이다.”
내가 말했다.
아, 이 말은 다른 신들이 해 준 말이 아니었다.
내 마음 깊숙이에서 울려 나온 나만의 격언. 내 귀에도 감동이었다.
“밥도 안 먹고 하니, 평화건 대화건 될 리가 있나. 우리 교는 굶지 않는다.”
내가 말하자 레오파라가 근엄하게 덧붙였다.
“테오파노 교는 굶지 않는다!”
“테오파노 교는 굶지 않아!”
“와아아아! 끝내주는 종교네!”
“교리부터 마음에 쏙 든다!”
사람들도 열광했다.
레오파라가 상인들에게 재촉하는 신호를 했다. 이미 바삐 움직이던 그들은 더 분주해졌다. 전투가 끝나자마자 모닥불에 솥부터 내건 이들이었다. 그쪽을 보지 않아도 냄새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장사 한두 번 해 본 이들이 아니었다.
“조용히들 못 해? 아무리 신이시라도 우리는 우릴 고용한 영주님께 복종한다. 영주님의 명이 내리기 전엔 전장을 이탈하지 마라!”
아타울프가 매섭게 소리쳤다. 사람들이 움찔했다.
“그래, 꼼짝 말고 전선 유지해!”
저편의 용병대장도 소리쳤다. 영주 부자는 여전히 망설이면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희는 아직 배가 불렀구나?”
어제 많이 먹고 자면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요?”
아타울프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지만, 나는 대답 대신 다시 마법을 발동했다. 이번엔 아주 조용히.
스르르.
바람을 한 줄기 약하게 풀었더니, 안 그래도 습기 있는 대기에서 음식 냄새가 더 강하게 풍겼다. 성문 저편까지 금세 흘려보냈고.
꿀꺽, 영주가 침을 삼켰다.
꼬르륵, 성주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사람들이 그들을 어찌나 뚫어지게 바라보는지, 그들의 낯빛이 붉어졌다.
“너희 두 부자와 너희의 사람들을 모두 내 잔치에 초대하겠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말하자 두 부자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아아! 테오파노 님!”
“마법의 신 만세!”
두 사람의 허락이 떨어지자 병사들이 환호성을 올리며 기뻐했다.
“내가 베푸는 잔치에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테오파노 신 만세!”
“하지만 소란을 피우고 싸움을 일으키는 자가 있다면, 그는 내 손님이 아니다.”
-주인은 손을 대접하라. 그러지 않다면 한 가정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
내 어머니이자 가정의 수호신인 피오르델리케 여신이 말했듯.
-손은 주인에게 예를 다하라. 그러지 않다면 어느 곳에서건 쫓겨나리라.
내 아버지인 주신 헬라네스 신이 말했듯.
“내 부모신 헬라네스 신과 피오르델리케 여신은, 식사를 함께하는 이들을 식구라 칭하셨다. 적이라도 신뢰를 쌓을 가능성을 소중히 하라는 뜻이다.”
괜히 두 분이 식사에 초대한 주인 혹은 초대받은 손을 해치는 행위에 분노하는 게 아니다.
가정이라는 최소 단위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외부와의 관계. 그 시작을 망치면 그로부터 뻗어 가는 모든 관계가 위태롭다.
나는 상인들이 병사들 앞에 날라 놓은 음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끝내 전쟁이 끝나지 않더라도, 다시 시작할 때까지는 싸우지 말라. 그럼 지금 먹는 밥이 너희 평생 동안 마지막 따스한 한 끼가 되리라.”
고기도 식으면 맛이 없는 법.
“…아, 알겠습니다!”
“저, 절대로 테오파노 님의 명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다들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영주와 성주 부자 그리고 두 용병대장은 나와 내 사도와 함께 식사하자.”
두 고용주가 내 초대를 받아들이자 두 용병대장도 더 토 달지 않고 따라왔다.
우리는 외성의 성벽 위에서 아래의 병사들을 내려다보며 식사하기로 했다.
“정말 인상 깊은 말씀이었습니다.”
레오파라가 활짝 웃으며 칭찬했다.
“그렇지? 어느 부분이 특히 좋았어?”
앞으로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자주 말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물어보았다.
-요즘 세상에 웅변을 못하는 정치가는 전장에 나가 직접 구르는 수밖에.
발트라하 누님도 웅변을 매우 중시했으니까.
“다 좋았지만, 특히 마지막 죽음을 뜻하는 시적 비유가 좋았습니다.”
“응? 뭐라고?”
서로 싸우지 말라고 좋게 말했는데 죽음의 비유라니?
“그러니까, 따스한 식사를 못 하게 되면 차가운 밥을 먹게 되고, 그건 결국 망자의 밥, 차가운 흙이 아니겠습니까? 망자야 따스한 식사는커녕 차가운 흙이나 씹으니까요.”
…그걸 그렇게 해석하다니.
어쩌면 레오파라는 천재 시인이 아닐까. 라프트레이 형과 라스카라사 누나, 두 쌍둥이 남매 신의 총애를 동시에 받은, 흔치 않은 재능의 소유자.
역시 교리서는 레오파라가 써야 하지 않나……. 지금 말하면 그가 식사하기도 전에 두통을 일으켜서 밥맛이 떨어질까 봐 일단 참았다.
“병사들이 잔치를 즐기고 있구나.”
성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식사를 하니, 전망이 좋았다.
가까이서 봤을 때는 우락부락하던 병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밥 먹는 모습이 귀여워 보였고.
“테오파노 님은 잔치를 좋아하시는군요.”
그런 내게 아타울프가 불쑥 말했다.
“나는 춤과 노래도 좋아한다.”
내가 선뜻 대답했다.
“하하, 그렇군요. 잔치의 신이신 줄 알았습니다.”
아타울프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마법의 신이시라고 말했을 텐데? 네가 그새 잊었다고?”
레오파라가 싸늘하게 대꾸했다.
“나는 그저-”
아타울프가 씩 웃으며 대답하려 했지만 내가 더 빨랐다.
“괜찮다. 신이 능력이 되면 두 분야 모두 관장할 수 있지.”
본래 능력이 출중한 신일수록 여러 분야를 맡고 있다.
지혜의 여신은 정치의 신이기도 하고, 태양의 신은 학문의 신이기도 하다. 예술의 여신이 달의 여신이기도 하듯. 특히 최고위인 사계의 신들은 모두 그렇다.
처음 만난 사람이 내 분야를 착각할 정도면, 그만큼 내가 그 분야에도 능력이 있다는 뜻이지.
안 그래도 행복의 신도 되고 싶었다. 하지만 행복은 어려우니까, 잔치의 신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야겠다.
지금 그 방면에 영향력이 있는 신이라면 술의 신인 아민타스 형과 예술의 여신 라스카라사 누나다. 하지만 둘 다 크고 비용이 많이 드는 상류층의 향연을 주로 맡고 있다. 그럼 나는 둘 다 별로 관심 없는 동네잔치의 신을 해야지. 테오스 마을에서 했을 때도 무척 재미있었으니까.
“나를 잔치의 신으로 섬겨도 좋다. 네 생각이 마음에 드는구나.”
아타울프에게 말해 주자, 잠시 입을 다물었던 그가 곧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저는 테오파노 님께서 하도 밥을 찾으시고, 병사들도 먹이려 하시기에, 감동받아서 드린 말씀입니다.”
“그거야 당연하지. 병사들에게 밥부터 먹이면 살기가 한풀 꺾이니까.”
아까 그 화살들처럼 포물선의 정점에 오르기 전에 꺾어야지.
-사기에는 보급이 중요하지만 살기에는 허기가 더 낫다.
스카텔란 형은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일단 허기부터 고쳐 보자.
“그렇게 일단 아랫사람들의 분위기를 조성해 놓으면, 윗사람들의 대화도 영향을 받는다.”
내 말에, 성벽에 옮겨 놓은 식탁에 나란히 앉아서도 서로 말 한마디 없던 영주와 성주 부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아랫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건 그게 윗사람들에게 중요합니까?”
아타울프의 물음에 내가 대답했다.
“신들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는데, 사람이 사람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니, 오만하다. 나만 해도 네가 잔치의 신이 되라고 하니까, 기꺼이 되지 않았는가.”
아타울프로선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해도 좋은 일이었다.
“너희는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
아타울프가 얼른 대답을 못 하길래 이번엔 두 부자에게 물었다.
“우, 우리가 말입니까?”
“그래, 너희가 서로 대화하지 않겠다면, 나와 하면 된다.”
나는 인간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자상하게 대하고 싶었다.
상세한 이야기는 밥 먹고 나서 들을 생각이었지만, 이 정도 가벼운 물음은 슬쩍 던져도 체하지 않겠지.
“우리도… 대화할 겁니다. 대화하고말고요.”
영주가 말하자, 성주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보았느냐?”
내가 그들을 가리키며 씩 웃자, 아타울프는 잠시 입을 벌리고 바라보다 다시 입 꾹 다물고 고개만 끄덕였다.
레오파라도 활짝 웃으면서 아타울프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레오파라도 아타울프가 예전처럼 밉지 않은 모양이었다. 비록 아타울프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렸지만, 레오파라는 더 크게 미소 지었다.
내 신도도 나처럼 너그러운 우리 교.
“이 성은 그냥 개축한 게 아닙니다. 본성과 연계되는 방어망입니다. 어느 쪽으로 적군이 쳐들어오건, 적군의 등 뒤에 우리 성 중 하나가 위치하도록 치밀하게 위치를 선정했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시작한 영주가 열렬히 설명했다. 아들이 아니라 날 보고 말했지만.
“그리고 경제 공동체기도 합니다. 여기서 수확한 작물을 두 성을 잇는 도로를 통해 저곳의 시장에 내다 팔기도 좋고, 여기서 포도주를 생산하면 저곳에서는 밀을 수확하며, 그렇게 세분화한 경작법이 모두에게 이득이니까요.”
그렇게 말한 영주가 아들을 노려보았다.
“이건 죽은 제 아내와도 함께 논했던 일입니다. 둘이 같이 세운 계획인데, 저놈이 글쎄!”
“나도 알아요, 나도 알아!”
아들 성주가 소리쳤다.
“하지만 나로선 후작과 연계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이 성은 그의 영지에서도 가까우니까요.”
“그 후작은 우리 가문의 원수다! 그 후작 때문에 이렇게 부자지간에 전쟁이 나지 않았느냐! 그놈 때문에 너는 아비의 휴전 제의에도 응하지 않았지! 테오파노 님이 오시기 전에도 내가 했었는데!”
“후작이 아버지가 회유하려 들 거라고 미리 경고했었으니까요. 무엇보다 그 원수한테 어린 자식을 보낸 게 누군데요?”
영주가 노여워하자 성주가 받아쳤다.
“그때는 원수가 되기 전이지!”
“이 방어망이나 경제 계획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세운 계획이죠!”
“원수에게 어린 자식을 보냈다고?”
내가 물었다. 두 부자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