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34
34
“어떤 식으로 기도합니까?”
“마음대로 해라. 아침에 일어났을 때나 자기 전에 해도 좋고, 밥 먹을 때 해도 좋다.”
꼬치꼬치 캐묻기는.
신이 기도를 해 봤겠니?
게다가 난 사랑받는 막내라, 부모 신을 조를 필요도 없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하루 세 끼, 자기 직전, 모두 다섯 번씩 테오파노 님께 짧게 기도하는 것으로 합시다.”
그때 레오파라가 말했다.
하루에 다섯 번이나? 너무 많지 않아? 놀 새도 없는 하루살이 일 시키는 기분이다.
“굳이 신전을 방문해서 제물을 바치지 않아도 되니,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레오파라 말이 옳았다.
신전과 의식은 믿음을 퍼뜨리기 좋지만, 신성 자체에는 기도가 더 좋았다. 이번만 해도, 사람들은 제물을 바칠 새도 없었지만, 나를 믿었기에 충분한 힘을 주었었다.
“첫 번째 사도여, 어떻게 기도하면 됩니까?”
루카가 평민인 레오파라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레오파라가 나의 첫 번째 신도이자 사도기도 하지만, 나의 대전사로서 전쟁의 신과 싸운 일이 그 젊은 기사의 존경과 부러움을 샀던지라.
“그렇군요. 사도로서 기도하는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타울프도 흥미진진해하며 물었다.
하지만 레오파라와 둘이서 함께 다닐 때도, 그가 나한테 기도한 적은 없었다. 여행하고 수련하다 보면 끼니 챙겨 먹기만도 바빴으니까.
솔직히 좀 머쓱했다.
그가 기도하는 동안, 난 뭐 하란 말인가? 앞에서 지켜봐야 하나? 서로 어색하지 않을까?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테오파노 신은 내가 행복하길 바라신다, 이렇게 기도하십시오.”
레오파라가 첫 번째 사도다운 위엄을 풍기며 말했다. 하지만 루카는 당황한 얼굴로 되물었다.
“네, 그렇게만 말입니까? …좀 짧군요.”
“짧아야, 평민들도 혼자서 쉽게 하니까요.”
“그래, 그편이 좋다. 신관의 기도문이 너무 길어지면, 꼭 조는 사람들이 나온다.”
어머니 아버지의 신전에서 많이 봤었다. 가장 위대한 주신과 모신의 신전에서 신관들이 낭송하는 기도문은 엄청나게 길었다.
라프트레이 형이 수사학의 극치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명문이 많았지만, 어머니의 자애나 아버지의 위대성을 온 누리에 빗댄 은유며 형용사가 끝도 없이 이어지면 나도 졸렸다.
신관들이 누가 더 긴 기도문을 바치는지 경쟁이라도 하나 싶고.
우리 교는 무조건 짧게 간다.
“아, 네, 물론 졸면 안 되지요.”
“어찌 감히 졸겠습니까.”
페렌타와 루카 부자가 허겁지겁 말해서, 자애롭게 웃어 주었다.
“괜찮다. 살다 보면 졸 수도 있지. 그러니 기왕이면 안 졸게끔 쉽고 간단하게 기도하라.”
“하하하하! 과연 테오파노 님은 자비로우십니다.”
아타울프가 웃으며 나를 칭송했다.
“그래, 나는 자비롭다. 그러니 내 사람들인 너희도 서로 자비롭게 대해라.”
“네, 알겠습니다.”
아타울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레오파라가 더없이 근엄하게 말했다.
“…그리고 매 끼니마다, 테오파노 교는 굶지 않는다고 기도하십시오.”
침묵이 일었다. 다들 레오파라의 말에 감동한 나머지.
“그래, 그 말을 깜박하면 안 되지.”
사실은 내가 깜박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근엄하게 말했다.
“…테오파노 교는 굶지 않는다… 라고요?”
페렌타가 그 말을 음미하듯 따라 읊었다.
“그래, 치료 목적으로 금식할 때만 제한다.”
“그럼 가난해서 굶는 사람은 신도가 되지 못합니까? 그래서는 부자만 신도가 되겠군요.”
그때, 아타울프가 불쑥 물었다.
“무례한 소리 마라. 네 감히 또 다시 테오파노 님을 모욕하려 드는가?”
레오파라가 눈을 부라렸다. 아타울프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니야! 굶었던 경험이 있으니까, 말했을 뿐이야. 너도 굶고 자랐으니 알 거 아니야!”
“테오파노 님은 내 굶주림을 염려하셔서 저런 가르침을 내리셨다!”
나는 레오파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가 진정하자, 이번에는 아타울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아타울프의 말에 일리가 있다. 과연 그렇게 생각될 여지도 있는데, 내 미처 깨닫지 못했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역시 신도의 수가 늘어나니까 미처 놓친 점을 서로 봐 주게 되어 좋다. 다들 기특하다.”
칭찬해 주자 다들 쑥스러운지 얼굴을 돌리고 웃었다.
그때, 아타울프가 조심스레 다시 말했다.
“우리가 굶으면 테오파노 신이 슬퍼하신다, 이건 어떻습니까? 레오파라의 제안보다는 훨씬 낫지 않습니까?”
“레오파라의 제안은 내가 한 말이다.”
“…아, 네…….”
“신도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놈이 알지도 못하면서 설치는구나.”
레오파라가 아타울프를 준열하게 꾸짖었다. 첫 번째 사도의 위엄을 발산하면서.
“아타울프의 말도 괜찮다. 둘 다 하자. 식사 때마다 기도문 두 개 중 아무거나 골라서 하라. 저녁에는 테오파노 신은 우리가 행복하길 바라신다, 로 해도 좋겠구나. 그리고 식사 기도를 하며 가난한 사람에게 음식을 내주는 일은, 내게 제물을 바치는 것과 동등하다.”
“네? 하지만 신전에 제물을 바치는 일은 큰 의식입니다.”
페렌타가 난색을 표했다. 그걸 내가 모르겠나?
산짐승이건, 금은으로 만들어 보석으로 치장한 신상이건, 신전에 제물을 바치면 신관들이 그 제물에 걸맞은 절차로 신에게 올리는 의식을 치른다.
그때 사람들이 같이 기도하면 제물을 바친 자의 명성이 높아진다. 신전 역시 위세를 과시하기 좋다.
“페렌타 영주님 말이 맞습니다. 그래서는 신전이 제대로 발전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레오파라가 걱정스레 말했다.
옳은 말이었다. 특히 아민타스 형이나 나처럼 술이나 마법 같은 새로운 것의 신들은 처음부터 구상을 잘해야 한다.
아민타스 형은 충격적인 첫 등장과 소름 끼치는 사건, 무시무시한 결말을 하도 잘 해내서 예술의 여신 라스카라사 누나조차 감탄스러워했다.
-내 예술가들에게도 그 술이란 것을 먹여야겠구나.
그렇게 말했을 정도로.
하지만 내 가장 중요한 목적은 세상의 멸망을 막는 일이다.
어차피 우리 교엔 아무것도 없다. 신전도 신관도 교리서도 없다. 일단 나부터가 아무 생각이 없다. 마법을 만들고 괴물과 싸우기만도 바쁘니까.
그렇다고 신이면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순박한 믿음을 깨뜨리면 안 된다.
이 기회에 사람들을 시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내가 없고 신전이 없어도 날 계속 믿을지.
이왕이면 운명도 같이 시험해 보자.
언젠가 전쟁의 신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럼 그때 가서 신전을 다 뜯어고치나? 난 내가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을 할 테니까, 그 결과로 내 종교가 흥하면 흥하는 거고 망하면 망하는 거지. 망했다고 내가 기죽으면 세상은 무슨 수로 구하나?
결심을 마친 나는 입을 열었다.
“모두의 걱정도 잘 알겠다. 하지만 나는 내 뜻을 세웠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면, 곧 내게 제물을 바치는 의식이다.”
“테오파노 님의 이익보다, 빈민을 먼저 돌보신다니, 실로 놀랍습니다. 자선은 다른 신들도 많이 하지만, 그렇게 신께 바치는 제사를 대치하는 일은 전무후무합니다. 그럼 많은 이들이 동참하겠지요. 테오파노 님은 실로 자선마저 과감하시군요!”
페렌타가 감격해서 칭송했다. 말이 적어진 군터도 고개를 끄덕였다.
“테오파노 님은 참으로 자비로우십니다. 하지만 그 좋은 제도는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의외로 레오파라가 반대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우리 교의 신자가 아니어도, 다시 말해 거지들이 테오파노 님의 기도만 읊으면서 동냥질을 하러 다닐 겁니다. 그럼 테오파노 님의 위상에 좋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첫 번째 사도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다른 교에는 왕족이며 귀족들이 드나드니, 비교가 되겠지요.”
루카도 동의했다.
“…우리 첫 번째 사도는 항상 테오파노 님의 이익을 제일 먼저 도모하는군요. 자기도 그 거지새끼였으면서.”
“알면 본받아라.”
아타울프가 레오파라를 칭찬하자, 그도 무뚝뚝한 표정이나마 화답했다.
“레오파라의 말이 맞다. 하지만 그래서 더 해야 한다.”
“네?”
“물론 부자들이 큰돈을 내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며 거창한 의식을 통해 내 명성을 드높인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세상에 부자가 많은가, 거지가 많은가?”
“…후자입니다.”
“그렇지. 게다가 거지는 어디에나 있다. 그렇다면 이제 곧, 온 세상 거지들이 내 이름을 부르며 동냥질을 하고 다니겠지.”
“제가 바로 그걸 걱정해서…….”
“모르겠느냐, 레오파라? 나는 온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유명해진 신이 되리라.”
심오한 발상의 전환. 이거다, 이 느낌이다. 내가 나를 믿어야, 사람들도 나를 믿지.
“아!”
군터가 단음절을 내뱉으며, 주먹 쥔 손으로 제 손바닥을 탁 하고 내리쳤다.
“그리고 그 많은 거지가 처음에는 가짜로 나를 믿었다가도, 내 이름으로 굶주리지 않게 되면 진실로 나를 믿게 되리라.”
새로운 신이 더 오래된 신들을 물리치고 권력자며 부자들을 포섭하기 얼마나 힘들까.
그러느니 아무도 노리지 않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자.
“어떤 이들은 끝까지 믿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본디 의심이 많고 믿음이 부족한 자들이 있지요.”
아타울프가 조용히 지적했다.
너만 하겠냐?
천상에서는 끼니를 꼬박꼬박 챙기지 않았었다. 어머니 아버지의 신전에서 뒹굴다가 연회에 참석했다. 깨어 있을 때는 사흘이고 나흘이고 놀고, 한번 잠들면 일주일도 잤다.
하지만 지상에 내려와, 여행에 마법 수련에 괴물과 싸우다 보니, 끼니때만 조금 넘겨도 힘들었다.
레오파라가 시중을 살뜰하게 들어주지 않았으면 적응하지 못했을 터였다. 형제자매들만 해도 볼 일이 있을 때만 지상에 내려오는데, 나는 지금 아예 지상에 살고 있으니까.
매일 아침 일어나서 밥 먹고 일하고, 또 밥 먹고 일하고, 또 밥 먹고 자고, 쳇바퀴 돌 듯 지루하고 멋없는 삶. 천상에서 내려다볼 때는 사람들이 불쌍했었다.
하지만 겪어 보니, 사람이 짧은 시간을 가장 열심히, 가장 성실하게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그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루나 보다.
전쟁을 막을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주어진 시간 내 최선을 다하려면, 경험자이자 숙련자인 사람의 지혜를 빌려야 했다.
그 대가를 조금이나마 돌려 주면서.
“나도 끼니가 조금 늦어지면 배고팠는데, 아예 굶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그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나는 모른다.”
평생 모르고 싶다.
그건 너무… 인간다워지는 느낌이니까. 나는 신이다.
“그러니까 그들 역시 그 고통을 잠시라도 모르게 되길 바란다.”
모두 서서히 미소 지었다.
“테오파노 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테오파노 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레오파라가 깊게 울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모두 따라했다. 그 자체로 훌륭한 기도였다.
* * *
“테오파노 님, 저도 함께 가고 싶습니다.”
신전 문제도 일단락됐으니, 다음 갈 곳으로 떠나야 했다.
레오파라 다음으로 급했던 아타울프도 포섭했지만, 그들 다음으로 활약했던 세 번째 놈을 잡으러.
그런데 아타울프가 그렇게 청해 왔다.
“너는 용병대장이 아니냐? 나를 따라와도 되는가?”
아타울프에게도 브로치를 주어 감시할 생각이었는데.
“용병대는 군터의 용병대와 합치기로 했고, 군터가 용병대장을 맡기로 했습니다.”
“저도 물론 테오파노 신을 믿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처자식이 있고, 아타울프와 제가 한꺼번에 떠나 버리면, 두 용병대 모두 혼란에 휩싸일 테니까요.”
군터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 용병대가 가는 곳마다 테오파노 교를 널리 퍼뜨리겠습니다. 나쁜 짓도 하지 않고, 테오파노 님께 제물도 열심히 바치겠습니다.”
“그래, 장하다, 군터. 너를 믿는 내 마음이 든든하다.”
두 용병대 모두 돈을 각출해서 내 신전 설립에 기부했다.
본래는 두 대장만 내려고 했지만, 다른 용병들도 내고 싶어 했다. 용병인 이상 전쟁의 신을 제일 열심히 믿겠지만, 나도 열심히 믿겠다는 용병들이 많았다.
모두가 주신과 모신을 믿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계의 신들께 경배하지만, 그 외는 사람마다 가장 믿는 신이 다르다.
보통 직업을 따라 가장 믿는 신을 정하고, 무관한 신이면 신전도 축제 때나 간다.
역시 용병들 앞에서 마법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 효과가 컸다.
하지만 내가 신전은 빚을 갚고 난 후에야 지으라고 명했기 때문에, 그들의 기부금은 일단 빚을 갚는 데 쓰고, 신전을 지을 때 동일 금액을 기부금으로 처리하도록 페렌타 영주 부자와 협의했다.
“그렇다면 나를 따라와도 되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괴물들과 싸운다. 용병 일보다 더 위험할 테지. 그래도 같이 가겠는가?”
“네, 그러겠습니다. 다시 괴물과 싸우게 된다면, 이번에는 저도 힘을 보태고자, 테오파노 님과 계약을 맺고 싶습니다.”
내 물음에 아타울프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계약하면, 테오파노 님께 절대 복종해야 한다. 테오파노 님의 명을 어길 시, 네 목숨은 없다. 그때는 테오파노 님께서 나설 필요도 없으리라.”
그때, 레오파라가 옆에서 설명했다.
다 맞진 않았다. 아타울프가 불복하면 내가 나설 테니까.
하지만 두 번째 사도가 될 이에게 세심하게 설명하는 첫 번째 사도를 방해하진 않았다. 안 한다고 극구 사양하던 그가 구두로 교리서를 써 나가는 듯하니까.
“각오하고 있다.”
“또 하나 알아 둘 것은 테오파노 님과 계약한들 마법은 바로 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응?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