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55
55
아타울프의 고함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너는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낄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본 진실을 말해 줄 테니까! 그때 네가 그에게 저질렀던 죄처럼 내가 목격했던 진실을!”
-안 돼!!!!!
악령이 고함쳤다.
“네게 죽는 대신 너를 죽이는 것이 얼마나 정당한 방어였는지 말해 주겠다! 지금 다시 네 사악한 음모를 파괴하는 일처럼 올바르다는 진실을!”
-으아아아아악!
악령이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그가 죽기 전에 질렀을 소리 같다는 생각이 든 순간, 그는 사라졌다.
그 순간, 우리는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희푸른 연기가 씻은 듯이 사라지고, 죽음의 신이 말하는 온화한 목소리가 고요 속에 퍼져 나갔다.
“끝이다.”
수면에서 떨어진 단 한 방울의 물이 소리 없이 커다란 파문을 그려 내듯.
꼼짝도 하지 못했던 내내, 이곳이 아니라 명계로 넘어간 듯했었다. 끝나자, 다시 죽음의 신이 이끄는 대로 넘어왔고.
과연 우리가 망령을 불러낸 게 맞을까. 우리가 망령에게 간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 옆에서 격한 숨소리가 났다.
아타울프가 가슴을 크게 들썩이며 숨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물에 빠졌다가 겨우 물 밖으로 나온 사람처럼.
나는 그를 끌어안았다. 화들짝 놀라 움찔하는 그를 더 강하게 안았다.
“잘했다, 아타울프.”
내 목소리야말로 떨렸다.
“네가 그를 구했다. 네가 그의 악령을 무찔렀다.”
-떠돌이 용병에게 가족이 있겠습니까? 다들 일찍 죽었죠. 부모님도 동생도, 저만 남겨 두고서.
계약식에 그의 가족이 오느냐고 물어봤을 때, 태연하게 대답하던 그였다.
-뭐, 저는 그래도 어린 시절은 가족과 보냈으니까요. 제 주변에서 그 정도면 고아라고 할 수도 없어요.
내가 위로하자, 그렇게 대답했던 아타울프.
지금, 죽은 가족을 만날 기회를 친구를 위해 포기한 나의 사도가 한없이 자랑스러우면서도, 그만큼 슬펐다.
“잘했다, 아타울프.”
“…테오파노 님 덕분이었습니다. 테오파노 님이… 유령들을 구하시는 것을 보지 않았다면… 영영 해내지 못했을 겁니다… 생각조차 못 했을 겁니다…….”
목멘 소리로 조곤조곤 말하는 아타울프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때였다. 나를 마주 끌어안은 아타울프의 눈물이 내 옷 위로 떨어지고, 그 눈물이 이상할 정도로 뜨겁다고 느끼는 순간… 어떤 희미한 장면이 눈앞을 스쳐 갔다.
피처럼 붉은 노을이 내리깔리는 가운데, 세 사람이 있었다. 쓰러져 있는 남자, 그리고 남자라기엔 아직 너무도 어려 보이는 아타울프와 그의 친구.
쨍그랑.
아타울프의 손에서 쥐고 있던 단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피를 흘리고 있는 그의 친구가 그 단검을 줍더니, 제 가슴을 찌르려고 했다.
있는 힘을 다해 친구를 말린 아타울프는 그를 끌어안았다. 지금 내가 아타울프를 끌어안았듯.
아타울프의 친구는 그의 품에서 눈물을 흘렸다. 지금 아타울프가 내 품에서 눈물 흘렸듯.
장면이 사라지자마자, 피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사도들에게 중요한 순간이었다. 나는 아타울프를 강하게 끌어안고, 나도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그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품에 넣어 둔 스태프로 피눈물이 떨어질 때마다, 독처럼 흡수해 버리면서.
레오파라의 눈길이 와 닿았지만 나와 아타울프를 둘러싼 어둠이 짙어졌다.
브론테제 숙부가, 내 사도들 앞에서 내 금기의 발현을 감추어 주고 있었다…….
다행히 아주 짧은 장면이었고, 내가 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과거라서 그런지, 피눈물은 곧 멈추었다. 바로 치료하니 처음처럼 아프지도 않았고. 이렇게 익숙해지겠지. 생각보다 견딜 만했다.
아타울프도 얼마 안 있어 진정했다.
그가 내 품에서 고개를 들고, 주먹으로 눈물을 닦아 내자, 브론테제 숙부가 허공에 한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 섬세하게 세공한 유리잔이 쥐어지더니, 주르륵, 하고 은빛 물줄기가 떨어지며 유리잔을 채웠다. 감미로운 향기가 어두운 대기 속에 퍼져 나갔다.
-가을의 무르익은 곡식으로 담근 술만이 낼 수 있는 향기지.
아민타스 형의 말이 떠오르는 가운데, 브론테제 숙부는 술잔을 아타울프에게 먼저 내밀었고, 이어서 나와 레오파라에게 주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잔을 채운 숙부가 잔을 들어 올리자, 우리 모두 따라 했다.
숙부는 그 잔을 그대로 아타울프를 향해 들어 올렸고, 이번엔 나와 레오파라가 따라 했다.
아타울프는 붉어진 얼굴로 숙부와 내게 번갈아 절한 후, 단숨에 잔을 비웠다. 나도 잔을 비우자, 투명한 은빛만큼이나 상쾌한 맛이 목구멍을 부드럽게 흘러 넘어가며, 그동안 느낄 새도 없었던 갈증을 풀어 주었다.
죽음의 신이 직접 따라 주는 제주라니,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아민타스 형인들 맛보았을까.
“내 조카 테오파노 신이 왜 그대를 사도로 삼았는지 알 만하다.”
유일하게 한 모금만 마신 브론테제 숙부가 아타울프를 칭찬했다.
나도 뿌듯했지만, 이왕이면 참으로 좋은 사도라든가, 그렇게 단순하게 칭찬해 주었으면.
“모든 것이 브론테제 신과 테오파노 신의 덕분입니다.”
아타울프는 고맙다고 절하며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한데 그자는 그대가 친애하는 죽은 사람은 아니더군.”
브론테제 숙부의 지적에 아타울프는 열심히 말했다.
“아닙니다, 죽은 사람인 그는 친애합니다. 산 사람인 그를 싫어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그가 죽어서도 알아야 할 일을 일부러 알려 주지 않았습니까?”
“과연 그대의 말이 옳다.”
죽음의 신이 빙그레 웃었다. 아타울프는 파리한 얼굴로도 희미하게나마 따라 웃었다.
이제 레오파라의 차례였다.
그때, 지금까지 조용하기 짝이 없던 레오파라가 입을 열었다.
“죽음의 신이시여, 부족한 제게 이토록 크나큰 은총을 베풀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영예입니다.”
흐뭇했다. 전직 용병 사도다 보니, 다른 신들의 사도보다 혈통이고 신분이고 다 낮다. 하지만 저렇게 진심을 담아 말하는 모습이 얼마나 기품 있는가. 열 왕자 안 부럽다.
“그래. 레오파라, 그대의 죽은 사람들 중 누구와 말하고 싶은가? 가장 먼저 죽은 자? 가장 최근에 죽은 자?”
…레오파라의 가장 먼저 죽은 자와 최근에 죽은 자는 대체 누굴까.
내가 내 사도에 대해 모르는 사실을 브론테제 숙부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빨리 레오파라가 결정을 내렸으면.
조바심이 나서 레오파라를 보는데, 얼굴이 새파랬다. 호수 아래 있었을 때나, 유령들을 불러냈을 때보다도. 아타울프와는 달리 결심이 서지 못한 게 분명했다.
한 명만 고르기 힘든가.
하긴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이 사람보다 저 사람을 더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안 그래도 죽은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정으로만 고를 일도 아니었다.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난들, 도로 헤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아예 실리를 취해서, 자신이 몰랐던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
예를 들면 보물을 묻어 놓은 위치라든가, 출생의 비밀이라든가.
조언을 해 주려는데, 그때 나를 향하는 레오파라의 눈과 마주쳤다.
그러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만일 그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가족이 있다면, 정보를 따질 때가 아니니까.
내가 말을 못 잇는 가운데, 레오파라는 결정을 내린 듯, 내게서 눈길을 돌려 죽음의 신을 향했다.
“브론테제 신이시여, 부디 이렇게 말하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잘못을 빌 뿐입니다.”
…지금 대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죽음의 신께서 내리신 영예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내 사도가 내 숙부에게 방금 뭐라고 한 거지? 그것도 죽음의 신에게?
브론테제 숙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죽음의 신이 너를 향해 웃어 준다고 해서, 그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진 말았어야지.
레오파라는 동요의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반대로 내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숙부를 볼 낯이 없었다. 레오파라가 괘씸했다. 솔직히 아타울프가 하도 잘 해내서, 나를 더 오래 섬겼던 레오파라는 얼마나 잘할지 기대했었는데.
하지만 그 첫 번째 사도가 다른 신 앞에서 나를 부끄럽게 하다니. 그것도 나를 제일 아껴서, 내 사도에게도 이토록 엄청난 은총을 베풀어 준 숙부에게.
내 분노를 감지했는지, 레오파라가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얼른 사죄하고 말을 번복하긴커녕, 다시 눈 뜨는 얼굴은 결연한 의지마저 서려 있었다.
그때, 브론테제 숙부가 물었다.
“그대의 뜻이 확고하구나.”
“…그렇습니다, 죽음의 신이시여.”
“이유를 고하라.”
죽음의 신은 여전히 특유의 우아하고 온화한 말투였다. 하지만 내 사도는 방심해선 안 될 터였다. 여기서 더 일을 쳐선 안 된다.
“저는… 저의… 죽은 사람들의 안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원수를 불러냈던 아타울프만큼이나 이해할 만하긴 하였다…….
브론테제 숙부는 레오파라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내가 죽음의 신이 된 이래, 이 은총을 내린 적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이 은총을 거절한 자는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그 정도인가? …당연히 그렇겠지. 레오파라는 대체 무슨 바보짓을… 내가 다 아깝다. 저 혼자 안 하면 이 얼마나 큰 손해냐.
“그대는 죽음과, 죽은 사람을 존중하는 산 사람이다.”
숙부의 눈길이 다시 자애로워졌다. 그러면서도 엄숙해졌고.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숙부가 다시 말했다.
“그대는 죽음의 사자가 될 자질이 풍부하다.”
그렇게 말한 숙부의 희고 우아한 손이 레오파라의 어깨에 닿았다.
죽음의 신이 산 사람을 만지다니.
죽은 사람이 아니면, 아니 신들을 제하면 죽어 있지 않은 생명은 건드리기도 싫어하는 숙부가.
…안 돼. 불안감이 들었다. 죽음의 신이 내 사도를 마음에 들어 할 줄이야.
나는 레오파라의 운명을 뜻대로 정할 수 있다. 그러려고 계약했으니까.
즉, 레오파라가 바라건 바라지 않건, 내 계약자를 다른 신에게 빌려줄 수도 있다.
계약자들의 믿음이 아무리 강해도, 그들의 성향이나 재능은 또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스카텔란 형의 계약자가 몸이 약해서 싸움을 못 하는데 그렇다고 전술을 잘 짜는 것도 아니라면 전쟁의 신을 무슨 수로 섬기겠는가.
하지만 그가 예술의 재능이 있다면, 그는 라스카라사 여신의 신관이 되어 전쟁의 신과 전쟁 영웅들을 찬양하면 된다. 예술의 여신은 여신대로 전쟁의 의식을 예술성 있게 주관할 수 있게 되고.
예술의 여신과 전쟁의 신, 서로에게 이득이다.
이는 계약자도 없는 발트라하 누나가 고안해 낸 방식인데, 어느 신들이나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만에 하나, 지금 브론테제 숙부가 레오파라를 바란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숙부는 당연히 내게 훨씬 크게 보답해 줄 테니까. 레오파라보다 더 지위 높고 유명한 계약자들이라든가.
그렇게 늘 내게 참으로 너그러웠던 숙부의 호의를, 내 사도에 이어 나까지 거절할 수 있을까.
…레오파라로서도, 사계의 신들 중에서도 가장 부유한 죽음의 신이자 명계의 군주를 섬기는 편이 더 이롭다…….
그때, 브론테제 숙부의 손길이 닿자 얼음처럼 굳어버린, 아니, 숙부의 눈길이 닿았을 때 이미 그랬던 레오파라가 입을 열었다.
“저는 테오파노 신의 첫 번째 사도입니다.”
“다시 말해, 그대에게는 테오파노 신이 첫째가는 신이라는 뜻이지. 그렇다면 다른 신들은 믿지 않는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