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
Chapter 11 – 11. 주인놈
“후.”
데이아는 팔짱을 낀 채로 입구 앞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걷고 있었다.
누군가 보면 노스웨든의 추운 기온 탓에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안에서 운동한다고 착각할 정도.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게 아니었다.
“얼마나 지났지?”
“이, 이제 10분 남았습니다.”
“아오!”
벌써부터 주먹을 쥐며 부르르 떨고 있는 데이아. 데이우스가 나간지 이제 50분이 지났다.
한 시간만 기다려달라던 그 녀석은 역시나 빌어먹을 무능아였다.
“딱 10분. 10분만 더 기다렸다가 바로 지원요청 한다. 수정구는 준비해뒀지?”
“예, 말씀하시면 바로 연락을 드릴 수 있게 준비해뒀습니다.”
“빌어먹을 베르디의 남정네 새끼들. 하나 같이 마음에 안 들어서는.”
“아, 아가씨.”
집사가 다급하게 그녀의 입버릇에 주의를 줬으나 데이아는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틀린 말했어? 능선 초소에서 평소랑 다르게 이민족들이 단체로 밀고 들어온다고 보고할 때부터 내가 경고했잖아!”
평소처럼 드문드문 넘어오는 게 아니라 아예 군대를 일구어 찾아오는 이민족들이라는 보고를 들은 다리우스와 데이아.
데이아는 뭔가 이상하다고 최대한 병력을 모아서 전력으로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마법사인 자신도 함께하겠다고 했으나, 다리우스는 인상을 팍 찌푸리며 거절했다.
어딜 여인이 함부로 전장에 나서냐면서.
“빌어먹을 가주가 아직까지 틀에 박힌 노친네 사상에 찌들어서는!”
능력만 있으면 써야지 남녀의 구분이 뭐가 중요하냔 말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하고 몇 번을 나눠서 보낸 병력이 전멸하고, 마지막에 다리우스가 직접 출격해서 남은 병사들로 맞서 싸웠으나 좀스럽게 패배했다.
그냥 처음부터 전력으로 들이부었으면 이런 사단은 일어나지 않았다.
“둘째 병신은 오랜만에 돌아와서 가만히 좀 있나 싶었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한 시간만 달라고 하는 거 아닌가. 본인이 다 해결할 수 있다면서.
“지가 해결하긴 뭘 해결한다고.”
한 시간이면 톨킨과 헤라메우스 백작의 병력들이 진즉에 출발했을 시간이다.
그 한 시간 때문에 이민족이 노스웨든 시민 수백을 죽일 수도 있단 말이다.
“집사, 얼마나 남았지!”
“이, 이제 5분 남았습니다.”
“됐어! 그냥 지원 요청해!”
역시 그깟 차남의 말을 듣는 게 아니었다. 몇 달 전부터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무게를 잡고 행동하는 게 좀 묘하긴 해도.
‘야, 가슴이 좀 큰 것 같다? 만져보자.’
‘오빠랑 함 할까? 한 번 하면 너 매일 하자고 조를 텐데?’
‘밤에 시끄럽다고? 왜? 너도 밑에서 앙앙거리고 싶어?’
‘넌 창녀가 아니라고? 새꺄, 다를 게 뭐야.’
“씨발 새끼.”
결국 욕지거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예전처럼 입이랑 아랫도리가 같이 가벼운 모습보다는 낫긴 하지만.
옛날의 자신은 잊어달라는 듯 굴고 있는 지금 모습도 데이아에겐 역겨웠다.
“그런다고 옛날 일이 다 사라지냐? 네가 남한테 만든 상처들은 어떻게 할 건데.”
차남의 과거 행동들은 데이아에게 남성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고 여성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그랬다면 데이아도 사랑에 대해서 경험해봤겠으나, 그녀는 지독할 정도로 이성애자였다.
사랑을 버렸다.
그녀에게는 노스웨든의 시민들뿐이었다. 시찰을 나가면 늘 밝게 웃으면서 인사하고, 감사하다면서 빵과 꽃을 나눠주는.
노스웨든이 좋았다.
‘매일 5분만, 내게 다오.’
“그래놓고 뭐? 5분?”
분명 5분 가지고 또 이상한 짓거리 하려던 거겠지.
진짜로 5분을 내어주면 분명히 혀를 삐죽 내밀면서 이상한 성희롱을 하려고 했을 게 분명하다.
“네가 그럼 그렇지.”
데이아가 그대로 몸을 틀어서 저택 안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끼이익.
대문이 열리며, 찬바람과 함께 눈보라가 치고 들어온다. 그 탓에 근처에 켜두었던 촛불들이 격한 춤을 추듯 일렁인다.
뚜벅 뚜벅.
나갈 때와 똑같은 묵직하고 규칙적인 발걸음.
혼자만 눈보라를 맞지 않은 것처럼 깔끔한 옷차림과 매끈한 지팡이.
데이우스 베르디의 귀환.
그리고 그 뒤에 늘여진 수많은 이민족들.
“너……!”
데이아는 당황스러움에 눈이 파르르 떨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이해가 되지 않아 뇌가 얼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2분 정도 남았군.”
정확하게 데이우스 베르디가 나간 지 58분.
“5분을 일찍 와 시간을 보내려 했으나, 오늘은 2분으로 만족토록하지.”
현 상황을 전혀 따라갈 수 없었던 데이아는 멍하니 자신의 앞에 선 데이우스를 눈에 담는다.
너무 얼이 빠져서 바라본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냥 그가 자신의 시야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툭.
머리 위에 얹어지는 데이우스의 손은 방금까지 눈보라를 뚫고 온 사람답지 않게 따듯했고.
“머리에 눈이 묻었구나.”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고는 데이아를 지나치며 말했다.
“집사, 저들을 응접실로.”
“……예?”
집사조차 상황 파악이 더뎠기에, 데이우스는 한 마디 쉬고 다음 말을 내뱉었다.
“우리 가문의 새로운 하인들이다.”
그는 수많은 이민족들을 막아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포로로 잡아온 것이었다.
* * *
고철상의 멤버들을 베르디 가문의 새로운 인력으로 고용하겠다는 말을 반기는 사람은 당연히 없었다.
당장에 다리우스만 해도 핀덴아이를 보는 순간 벌떡 일어나서는 쳐 죽이겠다고 노발대발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저택에서 가장 힘이 강해진 건 나였다.
다리우스도, 데이아도 해내지 못한 이민족들을 오히려 우리의 전력으로 만들어왔다.
게다가 고용하면서도 다른 사용인들에 비하면 반값에 불과한 금액을 지불하기에 비용에 관한 부분도 말이 쏙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철상의 인원 전부가 베르디 가문의 사용인으로 일할 수는 없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노스웨든에 따로 거처를 마련해서 시민들의 도우미가 되게 만들었다.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농사를 시작하거나, 눈길을 치우는 등의 단순 노동을 하게 될 것이다.
데이아는 당연히 거절했다.
너무 위험하다고.
하지만 나는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말한 후, 믿으라고 밀어붙였다.
핀덴아이와 고철상이 내가 게임에서 봤던 것과 같다면, 저들이 심성부터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노스웨든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러한 삶을 꿈꾸는 자들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자유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거니까.
당연히 그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할 수 있었기에 핀덴아이와는 따로 계약을 맺었다.
“흠.”
내 방 의자에 앉아있던 나는 손을 뻗었다. 하얀 불꽃의 결정이 둥실 떠오른다.
이것은 사령술로 빼낸 핀덴아이 영혼의 일부. 내 실력으로는 강제로 뺄 수 없어 계약에 의거하여 동의 후 얻은 것.
내 밑에서 일하는 5년 동안.
핀덴아이와 고철상이 나를 배신하는 순간, 가차 없이 영혼을 부숴버릴 생각이었다.
전체가 아닌 일부였으나, 그것만으로도 핀덴아이라는 존재는 반쯤 망가진 인형으로 전락한다.
“만족스럽군.”
천천히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깍지를 끼며 눈을 감는다.
꽤나 번잡한 상황이 여럿 벌어졌었으나, 훌륭한 성과를 얻어냈다.
저택을 나도는 영혼을 가지고 마법을 구사하는 게 실전에서 꽤나 훌륭하게 먹혀들어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핀덴아이라는 대륙 내에서도 인간 중에는 최정상에 가까운 전력을 손에 넣었다.
지금 당장에 핀덴아이는 게임 속 그 수준은 아니었다.
주인공이 3학년이 되었을 때 악역으로 나오니까 아직 게임에 등장하기 3년 전이다.
게다가 당시 사용하던 장비들도 없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하다.’
이미 떡잎을 얻은 것이지 않은가. 내가 물을 주고, 햇빛을 쬐여주며 성장시키면 된다.
쿵쿵.
그때, 문 밖에서 거친 노크소리가 울려왔다. 하녀 교육에 들어간다고 데이아가 핀덴아이를 데려갔는데 오늘부터 업무에 들어간다고 보고 받았다.
노크부터 거친 걸 보니 핀덴아이가 온 듯 했기에.
“들어와라.”
무덤덤하니 말해주니 문이 열리고 하얀 머리의 여인이 들어온다.
얼굴에서부터 짜증을 팍팍 담겨 있는 표정. 수치스러움을 참고 있는 꽉 쥔 주먹과 씩씩거리는 숨소리.
불만을 전신으로 뿜고 있는 이유가 다름 아닌 복장 때문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검은 원피스 위에 덧입은 화려한 하얀 프릴이 달린 앞치마.
치마가 생각보다 짧아서 검은 스타킹을 신고 있으며, 머리에는 하얀 프릴 달린 헤어밴드를 달고 있다.
그래, 우리식으로 말하면 메이드 복장이었다.
그것도 아주 노출이 심한.
“……무슨 장난이지?”
이건 나도 좀 놀랐다.
아니, 좀 심하게 놀랐다.
설마 그 짐승 같은 핀덴아이가 저런 복장을 입을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내 질문에 핀덴아이는 답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확 짜증을 낸다.
“네 전속 하녀들은 무조건 이거 입힌다며! 개새끼야!”
“…….”
금시초문인데.
하지만 데이아가 장난치듯 억지로 입혔을 것 같지는 않으니 아마 원래의 데이우스 취향인 듯하다.
“하아.”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 새끼가 자기 하녀들한테 무슨 짓을 했을지 생각하자니 벌써부터 현기증이 치솟는다.
“일단 말투부터. 존댓말을 해라. 배웠을 텐데?”
“주, 주인….”
“…….”
입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는지 핀덴아이는 팍 인상을 쓰며 고함을 지르듯 외친다.
“주인놈아! 일 시킬 거면 얼른 시키시죠!”
“…그래, 그 정도만 해도 훌륭하다.”
들개한테 누가 손 같은 명령을 하겠는가. 그냥 밥 쏟으면 와서 먹기만 해도 잘한다고 칭찬해준다.
핀덴아이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일하는데 지장은 없을 테니까.
“그 반응은 뭔가 기분이 나쁜데.”
본인이 무시당한 건 아는지 핀덴아이는 투덜거리면서도 품에서 연초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나는 손을 뻗어 그것을 아예 태워버렸다.
“왓 씨! 깜짝이야! 불 붙여줄 거면 살살해라!”
“내 앞에서는 금연이다.”
“……그건 고용조건에 없었는데요, 주인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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