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
Chapter 12 – 12. 애인
“여기요.”
반말 같은 존댓말과 함께 핀덴아이가 내민 홍차. 한 모금 마신 나는 그대로 잔을 밀어낸다.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핀덴아이 쪽에서 먼저 투덜거림이 튀어나왔다.
“편식까지 해요, 주인놈아?”
“핀덴아이, 첫 명령이다.”
뻔뻔하게 나오는 핀덴아이. 나는 읽고 있는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했다.
“다시는 차를 끓이지 말도록. 노스웨든에선 차가 귀하나, 너는 그걸 돼지 소변 정도로 타는 구나.”
“이 새……!”
바로 욕을 내뱉으려는 핀덴아이였으나, 나는 무시하며 계속해서 책을 정독했다.
내가 책을 좋아하냐 묻는다면 그건 좀 애매하다. 킬링타임용으로 소설 같은 경우는 자주 읽긴 했으나.
게임이나 영상매체를 더 좋아했다.
21세기를 살아가던 사람이라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으나 나는 조금 이유가 달랐다.
핸드폰이나 컴퓨터는 한이 많아 힘이 강한 귀신이 아니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해서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취미를 옮겼었다.
책방에서 좋아하는 책을 빌려도 귀신들이 방해하고, 책을 찢어서 변상해주는 일이 잦았으니까.
얘기가 조금 새어버렸으나.
어쨌든 지금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함이었다.
갑자기 이 세상에 떨어져 버렸다보니 기본적인 지식은 아무리 얻어도 부족했다.
원해서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책을 읽게 되었고, 특히나 마법에 관해서는 교수직을 위해서 지식을 편향적으로 쌓은 감이 없잖아 있었으니까.
하지만 묘한 냄새가 방에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독서를 이어가고 싶었음에도 코를 찌르는 묘한 냄새에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하아. 스크알.”
[예, 주인님.]내 부름에 텅 비어 있던 장소에서 모습을 드러낸 스크알. 핀덴아이는 뭔 소리냐며 힐긋힐긋 주변을 둘러보지만 당연히 스크알을 볼 수는 없다.
“이게 무슨 냄새지?”
“냄새? 뭔 소리야?”
끼어드는 핀덴아이. 입을 다물고 있으라고 명령하자 바로 팔짱을 끼며 입술을 삐죽 내민다.
[수요일만 되면 저택 지하에서 냄새가 새어 나옵니다.]“수요일?”
[예, 맞습니다. 저도 확인해보려 했으나 워낙 거센 악령이 지하를 막고 있는지라 확인해보진 못했습니다.]“…….”
손으로 턱 끝을 만지작거린 나는 슬쩍 핀덴아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핀덴아이, 너는 어떤 냄새도 안 나는 게 맞는 거겠지?”
“예에, 저는 보통 사람보다 감각이 뛰어나서 놓칠 리 없어요.”
“알겠다.”
지하를 확인해야겠다 생각하는 순간, 밖에서 들려온 노크소리.
내가 턱짓하자 핀덴아이는 하녀답지 않은 걸음으로 성큼성큼 가서는 확하고 문을 열어젖힌다.
“으음, 데이아 아가씨네?”
“내가 분명히 존댓말을 가르쳤을 텐데?”
“기억은 해. 하지 않을 뿐이야.”
“그게 더 질이 나쁜데.”
서로 기 싸움하는 데이아와 핀덴아이. 하녀인 핀덴아이 쪽에서 수그리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녀의 목은 오히려 더욱 뻣뻣하게 굳는다.
상대해봤자 자신의 손해라는 걸 알았는지 데이아는 핀덴아이를 지나치며 말했다.
“5분.”
한동안 안 와서 자연스럽게 묻힌 건가 했는데 오늘에서야 찾아와주었다.
아무래도 고철상 멤버들 때문에 한동안 바쁘던 게 오늘에서야 얼추 정리가 되었나보다.
“핀덴아이는 나가 있어라.”
“예에.”
말꼬리를 늘이며 나가는 핀덴아이. 스크알은 내가 말하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있었다.
단화 특유의 발소리를 내며 방안으로 들어온 데이아.
그녀는 손에 회중시계를 들고 있었다.
찰칵.
“시작.”
무뚝뚝하니 목각인형처럼 시간을 재기 시작한 데이아. 나는 그저 묵묵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째깍째깍.
째깍째깍.
시간은 계속 움직인다.
처음엔 팔짱을 낀 채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데이아도 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나며.
결국 5분이 전부 지날 동안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데이아를 바라보고만 있자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묻고 싶은 듯 입이 움찔거렸으나, 그녀는 획 하고 몸을 틀어 밖으로 나가버렸다.
자연스럽게 다시 들어온 핀덴아이는 재미없다면서 어깨를 으쓱거린다.
“무슨 대화를 하나 싶었는데 조용하던데? 필담이라도 나누셨나?”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데이아와의 시간을 엿듣지 말도록.”
“하, 요구사항도 많으셔라. 저는 코랑 마찬가지로 귀도 좋아서 듣기 싫어도 들리는 건데요.”
자기 귀를 톡톡 두드리며 빈정대는 핀덴아이. 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 생각하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데이아와 시간을 보낼 때는 저택 밖으로 나가있어라.”
“……고작 5분인데 밖에 나갔다 오라고요?”
“연초라도 한 대 태우고 오면 되겠지.”
“아하.”
바로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핀덴아이. 내 눈 앞에서는 흡연이 금지였기에 그녀는 꽤나 고달파 하고 있었다.
“그럼 가지.”
“……어디요?”
스크알과의 대화를 듣지 못한 핀덴아이였으나, 굳이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말하지 않아도 그녀는 내 뒤를 졸졸 따라올 수밖에 없었으니까.
묵묵하니 밖으로 나가니 뒤에서 투덜거리는 핀덴아이의 발걸음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
로베른 아카데미의 괴이 사건 조사에 한창인 양호교수 케런은 페릴 교수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아카데미에 온지 전임 온지 첫날부터 기절해서는 쓰러진 페릴 교수.
신체관련 마법에 있어 독보적인 권위자인 그녀는 첫날 이후로는 연구실에 발도 들이지 않고 있었다.
“이 거울이란 말이지?”
페릴의 증언을 토대로 연구실에 놓인 전신거울 앞에 선다.
하얀 가운을 입은 미인.
얼굴에는 코를 타고 가로지르는 검상이 인상적이었다.
투박한 회색 머리칼을 포니테일로 묶고 있는 탁한 눈동자는 세상 모든 걸 회의적인 잣대로 판단하고 있는 듯 했다.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데.”
몸을 돌려도 거울 속 자신은 그대로라고 했던가. 케런이 빙글 한 번 돌아보지만 거울 속 케런 역시 똑같이 돌 뿐이었다.
“이야.”
케런은 턱을 쓰다듬으며 허리춤에 매어둔 검을 뽑아들어 그대로 휘두른다.
“나랑 같은 방향으로 돌았어, 너.”
쨍그랑!
산산조각 나버린 거울.
좌우반대가 되어야 할 거울이,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돌았다.
깨진 거울의 조각들 사이에서 깔깔거리며 웃어대고 있는 케런 본인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가 확실히 뭔가 있긴 한 거 같네.”
현 페릴 교수의 연구실.
하지만 원래는 파면교수, 데이우스 베르디의 연구실이었던 이 장소.
“이 장소가 첫 시작이었단 말이지.”
시간상으로 봤을 때, 가장 먼저 이상현상이 발생된 장소가 바로 이 연구실이었다.
페릴 교수는 수많은 비명과 원망소리와 더불어, 머리가 긴 소녀를 봤다고 했으나.
“나오진 않네.”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소녀는 나오지 않는다.
고작 거울 하나로 끝나는 건 좀 아쉽다 생각하며 연구실을 뒤져보기 시작한다.
데이우스 전 교수는 로베른 아카데미의 비품을 많이 사용해서 물건들을 대부분 남기고 갔기에 뒤져볼 꺼리들은 꽤 되었다.
“일단은…….”
교수 책상부터 한 번 따볼까 싶어 움직이자, 벌컥 열리는 문.
또 이상현상인가 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여기서 뭐하시죠?”
금발의 머리를 땋아 묶어 어깨에 축 늘여놓은 미인이자 데이우스 베르디의 약혼녀.
에리카 브라이트였다.
“오, 에리카 교수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약혼자 분께서 혹시 이번 사건 관련해서 말씀해주신 건 없나요?”
바로 찌르고 들어오는 케런에게 에리카는 대놓고 얼굴을 찌푸린다.
“그 사람이 파면 당한 이후, 한 번도 연락한 적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해서 그는 전혀 관련이 없고요.”
“……관련이 없다고요?”
“예, 없습니다.”
너무나 단호하게 답하는 에리카였기에 오히려 케런은 그녀가 수상해지기 시작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죠?”
취조하듯 물어오는 케런이 불쾌한 에리카.
“케런 교수님은 이걸 테러의 일종으로 보고 계시죠? 그런데 그에겐 그 정도 능력이 없습니다. 사실상 교수라는 직함을 얻을 수도 없는 범인. 제 악혼자라서 초빙교수라는 이름도 겨우 붙일 수 있던 거죠.”
“흐음.”
확실히 데이우스 교수가 남겨둔 자료들을 보면 지극히 기본적인 마법 서적들 밖에 없었다.
뭐, 이런 걸 보나 싶을 정도로 기초적인 것들.
“그러니 괜히 무능한 사람 들쑤시지 마시고 제대로 된 범인을 찾으시지요.”
“뭐, 제 나름대로 해보겠습니다. 아시겠지만 학장님께서 저한테 요번 사건 조사의 전권을 이임하셨으니까요.”
“…….”
그것에 관해서는 이미 보고를 받았기에 에리카도 꾹 입을 다물었다.
쿵쿵쿵.
복도에서 울려오는 묵직한 발걸음. 두 사람 다 이번 것도 이상징후는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왜냐면 땅을 울리는 걸음걸이는 로베른 아카데미에서 상당히 유명했으니까.
“허어? 우리 아카데미 미인 교수님들이 여기 다 모여 계시군요.”
훤칠한 키와 조각상처럼 아름답고 조화로운 근육. 미남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호쾌한 외모와 정열적인 적발.
기드온 제로니아.
본연의 실력이 뛰어난 검술의 달인에 더불어, 제로니아라는 왕국에서도 힘 있는 가문의 차남.
여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교수.
그는 상쾌한 미소를 지었고 케런은 심드렁하니 답했다.
“기드온 교수님도 이번 사건에 대해서 조사하고 계십니까?”
“예? 아뇨, 저는 에리카 교수님 데리러 왔습니다. 잠깐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에리카 교수는 알겠다며 바로 연구실 밖으로 나선다.
“괜히 쓸데없는 장소 뒤적이며 시간 낭비하지 마시죠.”
케런에게 한 마디 툭 쏘아주며.
덜컹.
두 사람이 나가며 문이 닫힌다. 하지만 순간 케런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려왔다.
“으음?”
마지막 문이 닫히기 전,
기드온의 손이 에리카의 허리춤에 둘러진 것 같은데?
데이우스와의 약혼을 파기했어도 새로운 애인을 만들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
케런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고개만 빼꼼 내밀어 두 사람을 쫓는다.
“그만, 거기까지는 아닙니다.”
에리카는 자신의 허리를 감싸던 기드온의 손을 밀어냈고.
“에이. 너무 보수적이다. 사귀는 사람끼리.”
기드온이 능글맞게 웃으며 다시금 손을 뻗어도 에리카는 손을 툭 쳐낸다.
‘둘이 사귀는 건가?’
그렇다고 보기에는 에리카 쪽은 기드온에게 애정이란 감정을 딱히 가지고 있어 보이진 않았다.
‘뭐,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
다시 슬며시 문을 닫은 케런은 에리카의 조언을 무시하며 연구실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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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1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