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3)
Chapter 132 – 132. 계시
학장실로 들어가자 학장이 흐르는 진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공손하니 서 있었다.
지금 나는 학장의 밑에 있는 교수의 입장이 아니라, 그리핀 왕국의 유일무이한 흑마법사.
위령사 데이우스 베르디로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었다.
– 왔는가.
책상 위에 놓인 수정구 속 폐하의 표정은 썩 어두웠다. 귀족들을 확실하게 제압하고, 절대왕정이나 다름없는 강고한 왕권 위에 서게 된 남자의 얼굴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위령사 데이우스 베르디, 전하를 뵙습니다.”
바로 한쪽 무릎을 꿇고 격식으로라도 인사하려 했으나, 오르페우스는 손을 내젓는다.
– 우리 사이지 않은가. 내가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그 말에 나도 굳이 억지로 하지는 않고 천천히 일어났다.
학장이나 에리카 쪽은 이런 폐하의 반응에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오면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동쪽의 마리아스 대삼림의 부족민들이 공습을 시작했다고.”
– 학살이네. 그것도 대학살. 그들이 지나가는 길에 살아남은 건 존재하지 않아.
사람은 죽이고, 짐승은 먹는다.
딱 두 가지만을 생각하며 움직이고 있는 저들은 재앙의 메뚜기 떼와 다름없었다.
“대족장 카톨레르와 세티마 주민들의 원한을 갚기 위함이라고 들었습니다.”
– 대족장이 죽은 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버님 시절이네.
대족장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왜냐면 마도심판관 타이른과 처형장에서 싸울 때 레메게톤에 의해 강제로 일어났던 영혼 중 그도 껴있었으니까.
낙뢰를 쏟아내는 그의 힘은 상당했던 걸로 기억한다.
– 세티마 주민들의 원한도…… 내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자네가 이미 해결했다고 들었네. 제로니아 가문에서 책임지고 위령비까지 세웠고.
“단언하건대 그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학살을 절대 반기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제로니아 가문과 그리핀 왕국조차 용서하려 들었던 순수한 이들이다.
마리아스족이 세티마의 이름을 내걸고 학살하고 있는 건 굉장히, 아주 굉장히 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 그래. 뭔가 이상해서 조사를 좀 해봤네. 그랬더니 꽤나 거슬리는 가문이 튀어나오더군.
이를 으득 무는 오르페우스 국왕.
– 로메르잔, 해로인, 보만. 내게 아직도 반기를 들고 있던 가문의 가주들이 대거 마리아스 대삼림으로 넘어갔다는 첩보가 있다.
“…….”
– 그놈들은 제르만 왕국과 내통하고 있던 건 물론이고, 자칫 잘못하면 반역행위까지 저지를 준비를 하고 있더군. 아주 미친놈들이야.
그런데 들킬 위기에 처했으니 도망쳐서 마리아스족을 끌어들였다?
단순히 악의만이 느껴지는 공작이었으나, 그렇다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마리아스족이 고작 몇 마디 했다고 따르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넘어간 귀족들이 뭔가를 하긴 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마리아스 대삼림의 부족이 그리핀이라는 강국을 침략하기엔 쉽지 않았을 것이다.
– 그래서 일단 병사들을 보냈네. 이런 일을 왕실에서 자국민을 철저하게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근위기사단을 일부 차출해서 보냈네.
상당히 과격한 대응이었으나, 그만큼 신민의 안위를 생각한다는 게 느껴졌다.
왕실을 지키는 최강의 검을 적을 베어 넘기기 위해 전장에 들고 간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특히나 기사단장인 글로리아 그레이스는 마도심판장인 타이른과 호각을 이루는 강자.
금방 승전보를 가져왔을 거라 생각이 들면서도.
“졌군요.”
그렇다면 국왕인 오르페우스가 이렇게까지 근심하고 있진 않겠지.
– ……그래, 기사단장까지 패퇴했네. 최대한 숨기곤 있으나 완전히 숨길 수는 없겠지.
동쪽의 부족민들에게 왕의 기사가 패배했다.
그것만으로도 왕국 전체에 다시금 큰 혼란이 찾아옴과 겨우 쌓아둔 굳건한 왕권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놈은 마나가 아닌 독특한 힘을 다룬다고 들었어. 또 수수께끼의 사건하면 자네가 전문이잖아.
“…….”
– 성녀 루치아도 이미 그쪽으로 향했네. 기사단장 글로리아와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친구였거든.
알고 있는 정보였다.
나는 잠시 심호흡한 후, 고개를 숙인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 부탁하네.
수정구가 꺼지고, 나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학장을 바라봤다.
“들으신 대로,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학장은 목이 빠져라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답을 대신했다.
* * *
출발 준비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위험한 전장이니 당연히 임산부인 일루아니아는 남겨둔 채.
나와 핀덴아이 그리고 오웬이 출발했다.
다시금 쓸쓸해진 연구실을 보며 페르 페트라 교수가 아쉬워했고, 에리카는 함께 가지 못함에 미안해했다.
아리아와 엘레노아 같은 학생들은 지금 실습 중이었기에 따로 인사도 못하고 떠나게 됐다.
“키야, 쓸 곳이 없다고 했더니 바로 쓸 곳이 생겼네.”
마차를 몰면서 핀덴아이는 내가 선물한 혈조의 손을 보면서 히죽 웃는다.
아무래도 피를 봐야 작동되는 물건이다 보니 실전에서 성능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오웬, 너는 최대한 안전한 곳에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예, 위령사님의 활약을 두 눈으로 지켜볼게요!”
“야, 누님이 쌔빠지게 싸우는데 구경만 해?”
바로 한마디 쿡 찌르면서 들어가는 핀덴아이. 그냥 무시하라고 오웬에게 일러주며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노스웨든 산맥의 산군이 이번에 갔을 때 내게 해줬던 말이 계속 뇌리에 남아있었다.
‘마리아스 삼림의 수호신이 삼림을 버렸다고 들었다.’
수호신은 자신의 보금자리를 버린다면 영원에 가까운 생명을 잃고, 강대한 힘도 급속도로 약해진다.
이번 사건에 아무래도 호루아가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싶었으며.
‘대전사 발크자르.’
그가 마나가 아닌 독특한 힘을 사용하면서 왕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 근위기사단장 글로리아를 패주시켰다.
중요한 건.
‘게임에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다.’
완전히 처음 듣는 이름.
게임에서는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던 존재.
애초에 게임에서는 이맘때 이런 대규모 사건도 없고, 마리아스족이 쳐 들어오거나 하는 시나리오도 없다.
아마 내가 만들어낸 변화가, 나비효과가 되어 이러한 돌풍을 만들어낸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도 거슬리는 군.’
세티마 주민들의 이름을 걸고 학살을 자행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대전사라는 남자가 괴력을 뿜어내고 있는 것까지.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 투성이였으며, 거슬리는 문제들뿐이었기에.
숨을 푹 내쉬며 머리를 환기시킬 겸 창밖으로 시선을 두었다.
* * *
동쪽의 산길 마을.
마리아스족이 거점으로 두고 있는 초토화 된 마을에 거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대규모로 고기를 구워 먹다보니 커다란 불꽃을 피울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그것을 둘러싼 채로 춤까지 추고 있는 상황.
둥! 둥! 둥! 둥!
거센 북소리가 들려오는 거대한 텐트 안에서.
대전사 발크자르는 고기를 뜯어먹으며 주술사이자 예언가인 숑을 바라본다.
숑은 커다란 그리핀 왕국의 지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방울 달린 지팡이를 흔들며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도 위에 있는 말판 하나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걸 본 숑이 퍼뜩 일어나며 지팡이로 말판을 가리킨다.
“저것. 저것이 선조들께서 말씀하신 죽음과 가장 가까운 자요.”
“흠!”
“그가 오고 있소! 아직 거리가 있으나 속도를 보니 마차를 탔군! 그가 오고 있소!”
“흠!”
“저 남자만 피하시요! 그것이 선조님께서 내게 말씀하신 계시였소!”
두꺼운 입술을 꾸득 물며 발크자르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숑은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듯 다시금 방울소리를 낸다.
하지만 발크자르는 옆에 놓인 술잔을 거칠게 비우더니 크게 외쳤다.
“내 어깨에는 선조님들의 영혼이 있다! 그분들께서 내 길을 밝히시고! 나를 이끄시는 중이다!”
자신을 얕잡아 보지 말라며. 대전사는 이름에 걸맞는 투기를 지니고 있었다.
“내 등에는 호루아 님의 불꽃의 날개가 함께한다! 수호신인 그분이 친히 나를 선택하사, 마리아스 대삼림의 구원을 이룩하라 하셨다!”
“…….”
“이 내가 진다고? 왕의 가장 거대한 검이라던 붉은 여기사조차 나와 제대로 겨루지 못하고 패배했는데?”
“……진다는 게 아니요.”
숑은 낮은 목소리로 경고하듯 답했다.
“결투를 한다면 지금의 당신을 이길 자가 어디 있겠소! 하지만 그는 망자의 심판관.”
척 하고 발크자르의 가슴을 가리키는 숑.
“그를 보는 순간, 선조들께선 도망치실 것이고. 그가 손짓하는 순간, 호루아께서는 땅에 떨어지실 것이오. 그것이 계시였소.”
“…….”
“부디, 그가 우리의 공포가 되지 않게 하시오.”
숑의 간언에 발크자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요구해온 적은 처음이었으며, 과할 정도로 두려워한 적 역시 처음이었다.
선조들의 힘과 수호신 호루아가 함께하는 자신을 무력화시킬 존재?
솔직히 발크자르는 흥미로웠다.
가서 한번 싸워보고 싶었다.
어디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피부로 느껴보고 싶었으나.
옆에 공손하니 서 있던 그리핀 왕국의 전직 귀족 셋이 입을 열었다.
“그는 위령사라는 자입니다.”
“북부나 지키던 개일 뿐입니다.”
“제 똥오줌도 가리지 못하는 남자입니다.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애초에 귀족들이 이렇게 도망치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것도 위령사 데이우스 베르디였다.
세 사람은 전의를 불태우며 위령사를 향한 복수를 다짐했고.
“킁, 마음대로.”
발크자르는 조금 아쉬워하면서도 고작 이런 귀족들한테 당할 정도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다시금 차오른 술잔을 들이킨다.
솔직히.
허수아비 같은 귀족들이 움직여봤자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엔 그 남자를 만나게 될 거라고 확신하는 대전사는 밥의 뜸을 들이듯 위령사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만찬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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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13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