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8)
Chapter 137 – 137. 그가 오기 전
이곳은 센트앙트 호텔.
로베른에 있는 가장 고층의 건물로서 왕국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호텔로, 탁월한 서비스와 다채로운 부대시설, 매일 같이 차려지는 퀼리티 높은 뷔페.
북부의 사창가를 전전하며 몸을 굴릴 대로 굴려온 자신과 같은 여인이 묵어도 되는 장소일까 하고 일루아니아는 늘 죄송스런 마음뿐이었다.
배가 부풀어 오르고 안에 있는 자신의 아이를 쓰다듬으며 눈을 감는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생활.
자신은 이런 대우를 받기에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오롯이 부모의 마음으로 일루아니아는 아이를 위해 뻔뻔해지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아이를 위해서라는 일념으로 약도 끊고, 좋은 것만 입에 대고 있다.
이전까지 자신이 몸을 험하게 굴러온 게 부디 아이에게 큰 영향이 가지 않기만을 바랄 뿐.
“괜찮으시겠지.”
그러면서도 자신의 주인이 된 데이우스 베르디를 향한 걱정을 이어간다.
이번엔 무슨 전장에 간다고 하셨는데 가능하면 몸 성히 일찍 돌아오시길.
노스웨든을 떠나있던 시간상 그는 아이의 아버지가 될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데이우스만큼은 곁을 지켜주길 바랐고 또한 아이의 이름도 그가 지어주길 바랐다.
볼록 솟아오른 배를 쓰다듬으며 일루아니아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 아이를 위해, 자신은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똑똑.
그때 방 밖에서 들려온 노크 소리.
“룸서비스입니다.”
룸서비스?
따로 시킨 게 없었기에 굳이 뭐가 왔나 싶었던 일루아니아가 문으로 향했는데.
“어?”
순간, 뜨거운 열기가 방 전체에 둘러지는 게 느껴졌다. 어색하거나 두렵진 않았다.
자신의 곁에 누가 있는지, 그녀도 알고 있었으니까.
“무슨 문제 있나요?”
일루아니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허공으로 시선을 돌린다. 한이 깊게 서려 있는 여인의 형상이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낸다.
[위험해요.]데이우스 베르디가 말해준 적이 있었다. 결국 자신이 가지고 있는 원한이 깊으면 깊을수록 악령들의 모습이 강하게 구현된다고.
평범한 인간인 자신조차 볼 수 있는 정도라면 얼굴에 화상을 입은 이 여인의 한은 어느 정도일지 당시에는 상상도 되지 않았지만.
일루아니아는 자신의 배를 꼭 감싸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 역시, 이 아이가 어떻게 된다면 그대로 절망에 빠져 분노로 눈이 돌아갈 테니까.
다급하게 프런트에 연락하려던 일루아니아였으나.
콰득!
문고리 자체가 박살나며 문이 열렸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건달패들.
어제 옆방에 손님들이 들어왔으니 방을 옮겨드릴 수도 있다고 했던 직원의 말이 떠오른다.
그들이었다.
손님으로 위장해서 자신을 습격하러 온 건달들은 웃으며 숨기고 있던 단검을 꺼내 들었다.
“조용히 갑시다.”
“우리도 임산부 몸 건들고 싶지 않아.”
“그래도 억지로 해야 하면 할 거야.”
도대체 왜 이러시냐고 일루아니아는 말하려 했으나.
형상만 일렁이던 일루아니아의 수호령이 비명을 토해내며 자신의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타오르는 반신.
화재경보기가 작동하며 화재제압을 위해 마나가 담긴 물이 천장에 쏟아져 내려오며 바닥을 적신다.
물 관련 마법사가 마법을 다루기 쉽게 해주기 위한 장치였지만.
그 모든 것을 증발시키는 뜨거운 열기.
“끄아아아악!”
“뭐야아아!”
“괴물이다! 괴물이야!”
수호령의 증오어린 불꽃이 건달패들의 전신을 태워버리기 시작한다.
함부로 아이에게 손대지 못하게 하겠다는 집념과 집착이 담긴 한의 불꽃.
순식간에 위기를 태워버린 수호령을 보며 조금 과한 게 아닌가 싶다가도 막상 아이가 위험했다 생각하면 모자랐으면 모자랐지 넘치진 않았다고 생각하는 일루아니아.
복도에서 직원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찾아온 위기 속에서 최대한 안정을 찾아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으나.
[…….]수호령은 사라지지 않고 주먹을 꽉 쥔다. 당장이라도 날뛰기 위한 준비를 하듯.
그리고 그에 맞춰 쿵 하고 울려오는 건물.
가장 꼭대기 층이었기에 옥상에 무언가 내려앉았다는 걸 알아챈다.
“괜찮으십니까!”
“이, 이게 무슨!”
“일단 몸부터 챙기시죠!”
위령사가 직접 지시한 귀빈이었기에 일루아니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려는 호텔 직원들이었으나.
콰아아아앙!
천장이 무너져 내리고 그 밑에 있던 직원들이 그대로 깔리며 비명을 지른다.
수호령이 바로 불꽃을 일으켜 다시금 일루아니아를 위협하는 적을 태우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불꽃은 수호신의 날개에 흡수되어 사라질 뿐이었다.
[도망치세요!]어떻게든 일루아니아를 도망치게 만들려던 여인이었으나, 오히려.
콰득!
피어오른 연기 속에서 휘둘러진 창이 정확하게 여인을 꿰뚫는다.
보통의 창이라면 당연히 아무런 피해도 없었겠으나 수호신 호루아의 힘이 담겨 있는 날붙이.
수호령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듯 자신의 가슴을 꿰뚫은 창을 손으로 쓸어내리더니 축 늘어진다.
“안 돼요!”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일루아니아는 그녀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콱!
목을 조여오는 굵고 거대한 손바닥. 구릿빛 피부와 붉은 날개를 가진 대전사가 연기 너머로 일루아니아를 노려보며 물었다.
“위령사의 역린.”
아.
그 한마디로 일루아니아는 알 수 있었다.
내가, 그 사람의 걸림돌이 되었구나.
‘미안해요.’
* * *
마리아스 대삼림에서의 전투는 생각 이상으로 손쉽게 진행되고 있었다.
왕국의 영토가 아닌 저들의 땅에서 싸우는 것이기도 했고 밀림에 적응하는 건 상당히 까다로웠지만.
늦은 밤, 대전사가 외부로 나갔다는 걸 알게 된 글로리아는 쫓을 수 없는 별을 향해 손을 뻗기보다는 그 보금자리를 치기로 했다.
이미 대전사의 추격을 위해 왕실 측에 연락을 해두었기에 글로리아는 계속 밀어붙이는 전략을 구사했고.
확실히 마리아스족을 궁지에 몰아넣는 중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빨랐던 대전사의 복귀에 왕국군도 잠시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확실하게 재정비하고 기다렸다가 들어가면 이길 수 있다고 글로리아 기사단장은 확신했으나.
대전사는 왕국군이 보는 앞에서 임산부 하나를 데려와서는 선언했다.
“앞으로 이 전장에 위령사가 나타나는 순간, 이 여인의 목을 치겠다.”
황당하다 못해 어이없는 선언.
도대체 저 임산부가 누구인가부터 시작해서, 수백의 목숨이 나도는 전장에서 인질 하나로 시도하는 협박이 말이 되는 건가 싶었다.
물론, 임산부의 목숨은 소중하지만 이곳은 수백 명이 죽어가는 전장이다.
그렇기에 병사들은 저 도발이 오히려 마리아스족의 다급한 심정을 보여주는 것이라 판단했으나.
“저 미친 새끼가.”
일루아니아를 아는 사람들은 반응이 달랐다. 특히나 핀덴아이.
그녀는 당장이라도 도끼를 치켜들고 홀로 쳐들어갈 기세로 대전사를 노려봤다.
일루아니아에 대해서 모르는 기사단장 글로리아와 성녀 루치아는 핀덴아이에게 설명을 들었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위령사가 정말 무섭긴 했구나.”
“하아, 신이시여.”
이게 상황 자체가 애매했다.
만약 임산부의 목숨을 인질로 전쟁을 멈추자고 한다면 콧방귀를 뀌며 개소리하지 말라고 무시하겠지만.
단순히 전장에 위령사가 나타나지 않는 걸로 제한을 두었다.
잠깐의 고민이 이어졌지만 답은 금방 나왔다.
“어차피 위령사는 이 이상 전장에 합류시킬 생각이 없었어.”
아직도 그는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을 위한 위령제를 진행 중이었다.
가끔 피아노 연주가 멈춘다는 보고가 들어오지만 위령제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벌써 며칠이나 지났음에도 말이다.
“우리끼리 해결한다.”
글로리아는 그리 선언했고, 다른 부관들도 큰 이견은 없었다. 어차피 궁지에 몰린 부족민일 뿐이다.
마리아스 대삼림에서도 몇 번이나 승리를 거머쥐었기에 앞으로의 전투는 사실상 승기를 굳히는 마무리 일격 정도였다.
아무리 대전사라도 그 상황에서 뭔가를 할 수 있진 않겠지.
“…….”
출전 준비를 하고 있는 핀덴아이는 자신의 도끼날을 갈고 있었다.
평소답지 않게 차분했으며, 입에는 연초를 하나 물고 있었는데 데이우스가 줬던 고급품이었다.
첫 개봉.
연초향이 꽤나 그윽하니 마음에 들었다. 평소 사용하던 접이식 도끼는 물론이고 예비용으로 가져온 두툼한 도끼들까지 손질 중인 핀덴아이에게 성녀 루치아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핀덴아이의 기세가 워낙 흉흉했기에 성녀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나.
일단 전해야 할 말이 있었다.
“핀덴아이…… 맞으시죠? 혹시 위령사와 함께 다니는 망자에 대해 아시나요?”
“음?”
당연히 알고 있었다.
얼굴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데이우스가 혼잣말하고 있는 걸 몇 번이나 봤으니까.
“그 사람이 전해주라는 말이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성녀도 망자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구나 싶어 핀덴아이는 연기를 후 뿜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뭔데.”
“위령사가 저 안에서 언제 나올지는 모르지만, 그가 나오기 전에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요. 아니면 최소한 인질이 된 임산부라도 구해야 돼요.”
“…….”
“그게 아니면. 그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게 될 수도 있어요.”
일루아니아에게 얼마나 데이우스가 공을 들이고 배려해줬는지 가장 잘 아는 건 핀덴아이였다.
그 차별을 피부로 느껴왔던 여인이니까.
그렇기에 그런 일루아니아가 이런 피가 낭자한 전장에, 그것도 가장 중요한 시기에 적의 손아귀에 떨어졌다는 걸 데이우스가 알게 된다면.
“후.”
핀덴아이는 꽁초를 바닥에 툭 던지고 불을 끄며 도끼를 챙겨 들었다.
“걱정 마, 주인놈은 절대 모를 거야.”
양손에 쥔 도끼에 힘을 주며 망설임 없이 앞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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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13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