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4)
Chapter 153 – 153. 자유보다 더 바라는 것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라. 음, 약간 특별했으면 좋겠더라.”
“…….”
“우리의 마지막 정도는.”
핀덴아이가 내뱉은 말의 뜻도, 무게도 모르진 않았다. 다시 클락 공화국에 다녀온다고 말한 다음부터 상태가 이상하다는 건 알고 있었고.
“…….”
크게 놀라지 않은 건 그녀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을까 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도 있었다.
“별로 안 놀라네.”
술을 한 모금 마시곤 씨익 웃는 핀덴아이. 평소의 장난기 넘치는 미소가 아니라 어딘가 씁쓸한 감정이 담긴 미소였다.
“네 영혼의 반쪽은 내가 가지고 있다.”
“그래, 알고 있어.”
계약의 조건.
내가 그녀를 죽이려 든다면 언제든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핀덴아이는 어깨를 으쓱거린다.
“하지만 반은 나한테 있는 거잖아.”
“…….”
“그 정도면 충분해.”
영혼의 반이 파괴된 존재.
사실 나도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에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는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지만 하나 분명한 건 오래 살지는 못한다.
시한부 신세라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핀덴아이는 덤덤하니 답했다.
“뒤지기 전에 다 끝내면 되니까.”
그만큼 그녀의 각오는 단단했다.
내가 함부로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럼에도 나의 혀는 계속 말을 내뱉었다.
“아직도 내게 이유를 말할 수 없나.”
차라리 이유라도 내게 말한다면. 그녀가 이렇게까지 강압적으로 나오는 이유를 말해준다면 이해할 수 있겠으나.
여전히 핀덴아이의 입가에 걸려 있는 미소는 지워지지 않는다.
“미안.”
특별한 사과였다.
평소의 가볍게 툭 던지는 말이 아닌 진심으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음을 사죄해온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술잔을 입가로 가져오고 있었다.
학장의 고급술은 미주라 부를 법한 물건이었다. 혀를 감싸오는 감미로운 액체에는 여러 종류의 단맛이 담겨 있지만.
이상하게도 내 입에는 쓴맛만 느껴질 뿐이었다.
“사과 말고, 다른 말을 할 생각은 없나.”
“음, 무슨 말을 해볼까.”
술잔을 돌리며 찰랑거리는 술을 멍하니 바라보는 핀덴아이. 그러한 제스처에서 그녀가 나의 시선을 피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답지 않다.
전혀 핀덴아이스럽지 않다.
“뭐, 대화가 너무 긴 것도 이별에 있어서는 짐이 되지 않겠어?”
“내가 너를 보내지 않겠다고 말한다면?”
“뭐,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야.”
의자 옆에 기대어 둔 도끼를 턱으로 가리키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무력으로라도 나를 뚫고 도망치겠다는 뜻이었다.
그 단호한 태도가, 오히려 나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걸까.
그래, 솔직히 놀랐다.
핀덴아이가 떠나간다는 것에,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아쉬움을 넘어선 일종의 슬픔이 내 안에서 고요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최근 흑령사의 모습도 잘 보이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서, 하염없이 당연하리라 생각했던 인연들이 천천히 끊어져 가는 기분이 들었다.
“뭐, 리벤지 시켜줄 거면 하게 해주고. 산맥에서 싸웠을 때는 사실 산군이 다 했잖아.”
“그때랑 지금은 다르다.”
내 말에 실소를 흘리는 핀덴아이.
“그치, 솔직히 지금의 주인놈이면 아무리 나라도 이기기 힘들 거야.”
그러니까 하고 덧붙이는 핀덴아이.
“나는 지금부터, 주인놈한테 약을 먹일 생각이야.”
“…….”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었지만 벌떡 일어난 핀덴아이는 내 방 구석에 있던 찻주전자를 휙 들어 올리더니 찻잎이 담긴 통까지 가져온다.
“몸에 해롭진 않아. 오히려 지금까지 잠을 오래 못 자던 주인놈이 푹 잘 수 있게 해주는 수면제야.”
술잔을 내버려 두고는 이젠 차를 끓이기 시작한 그녀. 이런 중구난방인 태도는 핀덴아이답긴 했으나 전혀 반가운 상황은 아니었다.
“내게 그걸 마셔달라는 거냐.”
“응, 마시고 푹 자. 그사이에 나는 도망칠게.”
잠시 침묵이 감돈다.
보글보글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찻잎을 짓이기며 구겨 넣은 후.
차분하니 흐르는 물소리.
핀덴아이가 만들어내고 있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정적인 소리 끝에 그녀는 나를 향해 차를 내민다.
정말 보통의 하녀가 내어준 것과 똑같이 보였다. 내가 직접 눈앞에서 보지 않았다면 핀덴아이가 끓였다고 말해도 믿지 않았겠지.
하지만 이걸 마시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그렇게까지 해서 도망치고 싶나.”
나의 구속으로부터, 핀덴아이가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벗어나고 싶은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내 질문에 핀덴아이는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야.”
“…….”
“주인놈은 나를 무조건 막겠지.”
“그래.”
떠나가는 핀덴아이의 등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겠지. 저번에 클락 공화국으로 넘어갔던 것보다 이번이 훨씬 위험할 테니까.
“그리고 나는 그런 주인놈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무슨 수든 쓸 거야. 주인놈은 꽤나 강하지만, 막상 도망치는 상대를 추격하는 건 약하잖아.”
맞는 말이었다.
서로 전력으로 부딪치는 전투에서는 강하지만 막상 적을 쫓는 기동전에 있어서 나는 강점이 없었다.
예술가들의 도시, 클라렌에서 단테의 괴수술사 디나와의 싸움이 대표적인 예였다.
도망치는 그녀를 나는 제대로 쫓지도 못했으니까.
“나는 분명 도망칠 수 있어. 자신하지. 하지만 그 와중에 몸 성히 갈 수도 없고 주인놈한테 손속을 둘 수도 없을 거야. 그만큼 강하니까.”
차분히 내리 앉은 핀덴아이의 시선이 찻잔 끝에 닿았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 차의 의미는.
협박이나, 협상, 혹은 우스운 수작질 같은 게 아니었다.
이건…….
“내가 주인놈한테 도끼를 휘두르지 않게 해줘.”
애원이었다.
나를 향해, 자신의 무기를 휘두르고 싶지 않다는 핀덴아이의 애원.
서로의 의견이 충돌했으나 그럼에도 싸우고 싶지 않다고 돌려서 말하는 중이었다.
“내가.”
어이가 없었다.
설마 살면서 이런 날이 오게 될 거라고는 상상한 적도 없었으니까.
“너에게 설득 당하는 날이 올 줄이야.”
차를 받아 든 나는 조심스럽게 찻잔을 입가에 가져다댄다. 부드럽게 목을 넘기고 들어오는 따듯한 차.
술기운을 걷어갔으나 금방 피로함이 몰려 들어온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쁜 작위적인 피로감이 아니었다.
오히려 차를 마셔서 몸이 따듯해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밀어뒀던 피로가 밀려오는 기분이었다.
차를 다 마신 나는 천천히 찻잔을 핀덴아이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정말 하녀처럼 공손히 그것을 받아들었다.
“고마워.”
“감사를 받으려, 한 일은 아니다.”
“벌써 졸린가 보네. 뭐, 마지막으로 하실 말이 있으신가?”
그나마 마지막에 와서야 조금 가벼워진 분위기. 평소의 핀덴아이로 돌아가는 듯한 그 반응에 나도 모르게 실소를 내뱉으며 답했다.
“꽤나.”
“음?”
“실력이 늘었군.”
돼지오줌과 같던 차 끓이는 솜씨가 많이도 발전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꽤나 노력했겠지.
그녀가 다른 누구에게 차를 끓여줄 일은 없으니, 단순히 나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하.”
천천히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 넘기는 핀덴아이. 뭔가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걸까.
나는 못 본 척해주려 천천히 눈을 감아 밀려오는 수마에 자연히 몸을 맡기려 했으나.
그 순간.
부드럽지만 폭력적인 감촉이 입가를 덮쳐왔다. 느껴지는 뜨거운 숨결.
어느새 내 코앞까지 다가온 핀덴아이는 조심스럽지만 또한 격렬하니 나와 입을 맞추고 있었다.
미숙한 혀 놀림은 키스라기보다는 탐욕적으로 먹잇감을 먹어 치우는 포식자와 흡사했다.
약 기운 때문일까.
어떤 말도,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저 몸이 굳은 채로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천천히 눈을 감은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 *
“푸하.”
침대 위에 축 늘어진 데이우스 베르디를 내려 보며 핀덴아이는 키스를 멈췄다.
그러곤 저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입술을 훑으며 입맛을 다신다.
처음이었지만.
왜 연인들이 서로 물고 빨고 지랄하는지 굉장히 잘 알 수 있던 시간이었다.
“좀 더 일찍 해볼 걸 그랬네.”
자신을 위해 차를 마셔준 그의 입술이 너무나 달콤해 보였기에 핀덴아이는 저도 모르게 달려들었다.
생각해보면 방금 수면제가 담긴 차를 마신 후에 키스한 건데 자신에게도 약발이 돌지 않을까 했으나.
아마 소량 정도일 테니 핀덴아이는 큰 문제 삼진 않았다.
대강 데이우스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후, 멀뚱히 바라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으나 뭔가에 빨려 들어가듯 그를 보고 있었다는 걸 눈치챈다.
‘얼른 가야지.’
괜히 계속 보고 있다가는 그가 깰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것만 같았기에.
발걸음을 재촉하며 움직이려는 순간.
툭.
발치에 걸린 커다란 가방.
데이우스가 내일 떠나기 위해서 챙기던 짐들이 아직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널브러져 있었다.
방금 핀덴아이가 건드리면서 더 흐트러졌는데 그가 챙긴 짐에서 삐죽 튀어나온 사진 한 장.
“…….”
핀덴아이는 저도 모르게 천천히 그것을 들어 올렸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진과 똑같은 배경이지만 인물은 다르다.
날개가 그려진 벽 앞에서 조금 어색하니 서 있는 자신이 있었다.
“안 버렸구나.”
자신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핀덴아이는 그대로 그것을 꾸겨버렸다. 그리곤 찢어서 창밖으로 던져버린다.
잘게 잘린 사진 조각들이 바람에 흩날려 자연히 날아가게 되었고.
자신도 이제, 저것들처럼 사라질 시간이었다.
“그냥 잊어. 그게 속 편할 거야.”
이제 갈 준비를 마친 핀덴아이.
잠들어있는 데이우스를 마지막으로 바라보자 자신의 다리가 무겁게 짓눌려짐을 느낀다.
“하, 우습네.”
우스웠다.
그래, 우습다는 말 이외로는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저항군 수장이라는 년이 빠져가지고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데이우스 베르디가 자신에게 걸어뒀던 하녀라는 목줄은 실로 달콤했다.
너무나 달콤해서, 핀덴아이가 저도 모르게 이곳에 주저앉게 만들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핀덴아이라는 여인의 길의 끝은 이곳이 아니었다.
주저앉아 모든 걸 망각하고 행복 속에 살아가기에는, 그녀가 짊어진 것들이 너무 많았다.
짊어진 모든 걸 포기하는 건.
“전혀 나답지 않겠지.”
핀덴아이라고 할 수 없었다.
“늑대는 목줄로 묶어둘 수 없어. 그걸 알면서도 나를 거둔 거잖아.”
뚜벅뚜벅.
무거운 발걸음을 겨우 앞으로 내디딘다. 한 걸음씩 밖으로 나아갈 때마다 더욱 가슴이 아려오고, 도끼가 무겁다.
“설마, 자유를 위한 투쟁을 포기하고 싶어지는 날이 올 줄이야.”
마지막으로 문고리에 손을 얹은 후.
천천히 고개를 치켜든 핀덴아이.
그녀의 백발이 우수수 떨어지며 일그러진 적색 눈동자를 감싸준다.
“씨발.”
그리고 한탄하듯.
“자유보다.”
울먹임이 담긴 숨을 토해낸다.
“더 바라는 게 생길 줄이야.”
묵직하니 문이 닫히고 적막만이 방안을 감싸온다.
그렇게 산맥을 넘어왔던 늑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떠나갔다.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15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