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3)
Chapter 172 – 172. 인사
마간이 이미 죽은 데이우스 베르디와 노스웨든에게 연회의 초대장을 따로 보낸 이유는 일종의 경고이자 유흥이었다.
자신의 것인 전 성녀 스텔라의 왼손을 다시 가져오라는 경고임과 동시에 데이우스 베르디의 죽음을 모르쇠 하는.
악마들이나 웃을만한 기괴한 농담의 일환이었으나.
“내가 지금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나?”
발코니에 기댄 마간은 마차에서 내리는 데이우스를 눈에 담고 있었다.
거리 자체가 워낙 멀리 떨어져 있는지라 보통 사람이라면 보지 못함에도 마간은 당연하다는 듯 물어왔다.
그의 옆에 있는, 에메랄드빛 머리카락의 비서는 입을 꾹 다문 채로 어떤 말도 하지 못한다.
그녀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니기에 데이우스의 모습이 눈에 보였지만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살아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최대한 마간을 보좌하고, 그가 원하는 미식과 답을 내놓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지만 이번만큼은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하, 위령사쯤 되면 인간은 목숨도 두 개가 있는 건가?”
“…….”
“어? 말해봐. 내가 인간이 아니라 잘 몰라서 그래. 너희는 어느 정도 업을 쌓으면 목숨이 하나 더 생기나? 원 코인?”
“아닙니다.”
“그치? 아니지?”
턱살이 흔들릴 정도로 너털웃음을 터트린 마간. 아직도 뱃속에서 터져나갔던 레메게톤으로 입은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데이우스를 보는 순간 복부가 아려오는 것이 얼마나 먹어치우더라도 이 통증은 자연히 회복되는 게 아님을 알아차린다.
“그래, 데이우스 베르디.”
할짝.
마간의 혀가 두툼한 입술을 훑고 지나간다. 이런 기분은 성녀 스텔라를 보았을 때 이후로는 또 처음이었다.
먹고 싶지만 먹지 못하는 존재.
자신의 식탁이나 다름없는 공화국 땅 위에 서 있으면서도 손을 뻗지 못하는 남자.
충동적으로 당장 발코니 난간을 밟고 데이우스를 향해 달려들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참는다.
“결국 마간 님 앞에 음식으로 차려질 것입니다.”
“그래, 그렇겠지. 기존의 계획에서 조금은 수정이 필요하겠어.”
그나마 비서의 말에 애써 진정한 마간은 심호흡하면서도 데이우스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아직도 저 남자의 오른손이 내 뱃속에 남아있는 기분이다.”
실로 진미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업과 한을 짊어지고 여러 고난을 헤쳐오며 완성된 인간이란 달콤하다 못해 혀가 기뻐할 지경이었으니까.
“아아.”
낮게 깔리는 마간의 목소리에서는 진실로 안타깝다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실로 먹음직스럽구나.”
* * *
데이우스가 워프 마커를 바닥에 내리찍는 순간, 하늘에서 거대한 빛의 기둥이 내리 앉기 시작한다.
이미 한번 봤던 광경인지라 핀덴아이와 아리아는 심드렁했으나 다른 일행들과 더불어 공화국의 군인들 중 몇몇은 입을 헤 벌린 채로 올려다본다.
황금의 기둥이 곧이어 사람의 형상이 되었고 그 가장 앞에 서 있는 건 금발의 소녀.
엘레노아 루덴 그리핀.
당시 핀덴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찾아왔던 인원보다 많은 숫자. 마도심판장인 타이른 올 벨로쿠스도 함께하고 있었고, 심판장뿐만 아니라 기사들도 대거 합류해있다.
아무리 그래도 오르페우스 국왕이 직접 오는 건 위험하기도 했고, 왕이 직접 행차하는 건 왕국민들이 보기에도 썩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왕이란 늘 진중하고 묵직해야 했으니까. 당장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공화국에서 부른다고 엉덩이 가볍게 쫄래쫄래 가버리는 꼴을 보일 순 없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최소한의 예우를 차리기 위해서 왕족인 엘레노아가 오게 된 것이었고 이건 그녀가 적극적으로 원해서 성사된 일이었다.
“공주님.”
데이우스가 천천히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손바닥에 키스하려 했으나 엘레노아는 괜찮다며 배려 섞인 웃음을 지어줬다.
“이야기는 다 들었습니다.”
김신우라면 몰라도 굳이 지금의 데이우스에게 받고 싶지 않았다.
“고생하셨고, 고생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전에 다리우스도 성직자들을 상대로 굴지의 연기를 보였던 것처럼.
데이우스도 꽤나 배우로서의 재능이 있어 보였으나 정작 김신우와 함께했던 이들이 보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손을 보여주시겠어요.”
그때 워프한 무리들 가운데서 나타난 하얀 사제복을 입고 있는 여인.
성녀 루치아 세인트.
공화국이 마간이라는 대악마가 통치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기에 그것을 견제하기 위해 직접 성녀가 동행한 것이었다.
이제는 비어있는 데이우스의 오른손을 확인한 루치아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아, 유스티아이시여.”
자신이 섬기는 여신을 향해 탄식을 터트리며 데이우스를 위한 기도의 시간을 잠시 갖는 루치아.
기도가 끝나고 천천히 눈을 뜨자 데이우스는 꿀꺽 침을 삼키며 감사를 표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위대한 그리핀의 혈육이시여.”
엘레노아를 마중 나온 남성.
최대한 공손하게 대하고는 있지만 남자 역시 꽤나 직급이 된다는 게 몸짓과 말투에서 티가 난다.
엘레노아가 슬쩍 눈짓하자 데이우스는 데이아에게 들은 대로 엘레노아의 왼편에 선다.
오른편은 성녀인 루치아가 그리고 바로 뒤에는 마도심판장 타이른이 서서는 그리핀의 위용을 자아냈다.
“어깨 펴.”
어느새 뒤로 따라붙은 데이아가 주의를 주자 데이우스는 자연스럽게 어깨를 피며 주변을 둘러본다.
나열된 공화국의 군인들이 보여주는 환대는 데이우스가 생전에 본 적 없을 정도의 웅장함을 자아내고 있었다.
“너무 주변 둘러보지 말고.”
“…….”
구경도 안 되는 건가.
어쨌든 데이우스는 귀를 찔러오는 행진가에도, 터져 나오는 시민들의 환호성 소리와 군인들의 각진 호위도 전부 무시하고 앞에 놓인 딱딱한 타일 길만 바라본다.
길게 이어진 행진의 끝.
커다란 발과 두꺼운 허벅지가 눈에 들어온다. 멀리 있음에도 과시되는 존재감.
오히려 일직선으로 이어진 길이기 때문일까. 그가 뿜어내는 압박이 아무런 방해 없이 전신을 때리고 들어온다.
투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건 마도심판장 타이른 올 벨로쿠스였다.
수많은 투지와 살기를 직접적으로 맞아왔던 그였기에 저 멀리서 대악마 마간이 뿜어내고 있는 감정은 호전적인 것들과는 다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는 걸 알 뿐 그 이상의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타이른 대신 엘레노아가 그것의 정체를 밝혀준다.
“식욕.”
원초적이면서도 지극히 보편적인 욕망. 3대 욕망이라 하여 모두가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식욕을 지금 저 남자는 데이우스를 보며 느끼고 있었다.
하나의 먹거리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하니 엘레노아는 인상을 확 찌푸리면서도 왼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자연스럽게 데이우스를 뒤로 보내며 그에게 쏟아지는 탐욕스러운 시선을 대신 받아준다.
“후, 우읍.”
대악마의 압박만으로도 숨을 쉬지 못하고 있던 데이우스가 엘레노아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숨을 고른다.
그러면서도 표정은 계속 관리하고 있어야 했기에 꽤나 고된 시간이 계속되었다.
“이거 이거, 공주님께서 직접 와주시다니 정말 감격스럽군요.”
손을 뻗는 마간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누군가는 본다면 푸근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정도로 선한 인상.
살이 좀 많이 찐 옆집 아저씨와 같은 분위기로 변모한 그와 눈을 맞추며 엘레노아 역시 미소로 응수한다.
“이렇게 양국의 평화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대륙의 대의를 위한 일에 먼저 뛰어들 수 있음에 참으로 기쁠 뿐입니다!”
입에 발린 말들이 오가며 엘레노아 다음으로는 성녀에게 인사를 건네는 마간.
“대륙의 태양이신 성녀님. 덕분에 대륙이 이리도 밝습니다.”
“……과찬이십니다.”
루치아는 설마 대악마와 이런 식의 대화를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찜찜한 기분을 숨기지 못했다.
악마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기운을 숨기고 있는 모습.
아마 미리 전해 듣지 않았다면 그가 대악마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테지.
아직 전대 성녀에 비해 스스로가 많이 부족하다 생각한 루치아였다.
그리고 다음.
위령사 데이우스에게 다가온 마간.
그의 커다란 살집과 덩치 때문일까 당장이라도 짓눌릴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 데이우스.
“위령사님도 오랜만입니다.”
슬며시 오른손을 내미는 마간. 그러더니 자신의 이마를 툭 치며 깔깔 웃는다.
“아참! 손이 없으셨지!”
“…….”
“제가 배려가 없었습니다. 자, 여기 왼손입니다.”
슬며시 왼손을 내미는 마간의 눈빛이 섬뜩하니 빛난다.
자신이 봤던 데이우스 베르디는 죽었다. 네가 정말로 내가 아는 데이우스인지 혹은 가짜인지.
지금 마간은 시험하는 중이었다.
그걸 알아챈 데이아의 등 뒤에 식은땀이 흐르며 데이우스가 다음에 할 행동을 긴장되어 지켜본다.
만약 여기서 괜찮다고 웃거나 아무렇지 않게 악수하면 마간은 데이우스가 가짜라고 확신할 것이다.
짧지만 위협적인 심리전에서 데이우스가 선택한 건.
푹.
주머니에 손을 넣는 행위였다.
명백하게 당신과는 악수하지 않겠다는 의지. 주변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무례하게 보일 수 있으나.
이미 마간 측에서 오른손을 가지고 모욕적인 언사를 취했기에 이상한 대응은 아니었다.
“흐…….”
마간은 입술을 혀로 핥으며 식욕을 가까스로 억제한다.
‘진짜인가? 그 상태에서 살아 돌아왔다고?’
애매한 표정을 짓는 마간은 속으로는 고민하면서도 별말 없이 그대로 몸을 틀었고, 데이우스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로 천천히 다시 손을 주머니에서 뺀다.
“잘했어.”
조심스럽게 데이아가 속삭이자 데이우스가 고개를 슬며시 돌린다.
엉망진창이 되어서는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
“그, 그냥 무서워서 악수하기 싫었어.”
“그래그래. 뒷걸음질 치다가 돼지 잡았네.”
데이우스의 입장에서는 손에 잡히는 순간 당장이라도 잡아먹힐 것만 같은 두려움에 도망쳤을 뿐이었다.
긴장으로 얼굴 근육이 굳은지라 표정 유지는 확실하게 해낸 덕분에 대악마를 속일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의심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겠지만.
“하아, 갈 길이 멀어.”
연회는 이제 시작되었다는 걸 알기에 데이아는 긴장을 풀지 않은 채로 마간의 등을 노려봤다.
하지만 반대로.
데이우스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있던 그 찰나.
마간의 눈동자가 데이우스 너머의 데이아에게 닿았다는 건 알지 못한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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