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5)
Chapter 184 – 184. 달콤한 투쟁
“행동거지 문제겠지.”
나를 사이에 두고 얘기하는 두 영혼의 대화에 굳이 끼어들자 바로 흑령사가 앞으로 삐죽 튀어나온다.
[제 편을 들어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랑 오래 있었는데.]“애처럼 굴지 마라.”
[……짜증나.] [선배 이리 오세요. 저는 선배 편이에요.] [당신 때문이거든요! 왜 다시 잠들지 않고 깨있는 거예요?!]“하아.”
분명 영혼 하나.
거기에 스텔라는 조용한 성격인지라 깨어 있어도 딱히 달라지는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한 사람 늘어난 것만으로도 벌써 시끄러워서 귀가 아릴 지경.
특히나 흑령사 같은 경우는 자신의 위치에 위협이라도 느끼고 있는지 지난번부터 스텔라를 견제한다.
흑령사의 투덜거림을 받아주던 스텔라의 이마에 갑자기 뿔이 돋아난다.
“벨리카다.”
딱 한 마디 내뱉고는 쑥 사라지는 뿔. 스텔라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입가를 가린다.
[죄송해요.] [아…….]풋풋한 그 모습에서 패배감을 느꼈는지 흑령사의 어깨가 축 늘어진다.
[나 성녀 싫어요.]“참아라. 앞으로 스텔라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될 거다.”
굳이 잠들지 않고 나와 함께하겠다고 선언한 스텔라.
대악마만 하루에 네 명이 죽은지라 다른 대악마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려있을 것이고, 그들을 견제하기 위해선 스텔라가 함께한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성배의 존재가 밝혀졌고 스텔라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악마들의 행동에는 크게 제약이 걸릴 것이다.
“후우.”
나는 차분하니 한숨을 내쉬며 바깥을 바라본다.
마간이 죽은 시점에서 이미 공화국의 지휘체계는 무너졌고, 그들이 자랑하는 세 명의 초인들 역시 모두 사망했다.
하나는 공화국이 피해자로 위장하기 위해 첫 폭발에서 사망한 오스코프.
두 번째는 아리아와 핀덴아이 그리고 에리카가 외부에서 쓰러트렸으며.
마지막 세 번째는 마간과 함께 다니던 비서였다.
방호를 개발한 병기개발부 소장이면서 단테 소속이던 충술사 바크터스 니콜라이는 어느새 도망친 상황.
결국 머리가 다 쳐내진 공화국의 군인들은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지금은 연회에 참석했던 각국의 외교부가 한 테이블에 앉아서 치열하게도 클락 공화국을 나눠 먹는 중이었다.
모두가 살아남은 건 그리핀 왕국밖에 없었기에 다른 나라들에서 그리핀의 자작극이 아니냐는 말이 있었지만.
공화국의 대악마에 관한 증거를 보인 이후 오히려 그리핀 쪽이 협상의 주도권을 가지게 되었다고 엘레노아에게 얼핏 들었다.
원래 나는 벌써 노스웨든으로 돌아가도 이상할 게 없지만.
내가 굳이 클락 공화국의 수도인 클락워크에 남아있는 이유라 함은 딱 하나였다.
살포시 웃으며 옆으로 다가온 스텔라. 그 뒤에 흑령사는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팔짱을 끼고는 지켜보고 있다.
“부정하진 않지.”
핀덴아이의 앞에 펼쳐질 미래는 꽤나 치열한 사투가 될 것이다. 이곳저곳에서 클락 공화국을 잡아먹으려 할 테고 그런 와중 자신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벌이겠지.
독립은 했으나, 다시 다른 목줄을 차지 않기 위한 발버둥.
핀덴아이는 나를 떠나, 이 땅을 위해 싸워야 했다.
그런 그녀와의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는 내가 이 자리에 있었다.
[좀 도와드릴까요?]“…….”
슬며시 옆에 선 스텔라.
바깥으로 보이는 클락워크의 풍경을 눈에 담고 싶어 보였기에 창문에 서린 김을 닦아준다.
스텔라는 차분하니 양손을 앞으로 모으며 창밖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정확하다.
핀덴아이를 데려가고 싶지만 나와 함께하라는 말을 했다가는 그녀에게 미련만 남길 뿐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고민하는 건.
[어떻게 하면 그녀가 당신에게 미련을 갖지 않게 할 수 있을까?]“……정확하군.”
[나름 성녀였으니까요. 상담도 꽤 많이 해봤답니다?]거기에 단순히 악마만 때려잡은 게 아니라며 덧붙인다.
그녀와의 대화하다 보니 마음이 편해짐을 느낀다. 고민은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았지만 단순히 대화를 나누는 시간만으로도 그녀는 타인을 편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었다.
[혹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작별 인사를 생각해둔 게 있냐는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툭 털어놓는다.
“아예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퍽.
스텔라의 마나가 순간적으로 내 어깨를 툭 치고 들어온다.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단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는 그녀.
“하지만 이게 아니면 핀덴아이가 단기간에 미련 없이 나를 떨쳐낼 방법이 없다.”
[효율적인 결과를 생각한 방식이군요? 최악이네요.]“신랄하군.”
솔직히 나도 썩 좋은 방식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스텔라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말하니 생각을 다시 해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데이우스, 저는 성녀였어요. 사람들에게 좋은 말, 예쁜 말, 희망적인 말을 해주던 사람이죠.]“그래.”
[하지만요 언제나 그럴 수는 없어요. 때로는 칭찬이 독으로 작용하니까요.]맞는 말이다.
특히나 나는 저런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자신감과 자만심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널리고 널렸으니까.
[냉정하게 말하면요. 당신이 바라는 이별은 있을 수 없어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스텔라와 눈을 맞춘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그런 내 시선을 부드럽게 받아주었다.
[욕심 부리지 마세요. 이별은 언제나 애처롭고, 아쉬우며, 슬픈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재회가 기쁜 거랍니다.]천천히 내게 다가온 스텔라.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은 그녀는 기도하듯 양손으로 꼭 쥐며 본인의 가슴팍으로 가져간다.
영혼이기에 느껴질 리 없는 온기와 촉각이 그녀에게는 남아 있었다.
괜히 위대한 여인이 아니었던 걸까.
사령술사인 나와 연결되어 있더라도 영혼에 담긴 마나를 다루는 실력이 수준급이었다.
[제가 잠에서 깨어, 당신과의 재회를 기뻐하듯이.]“……그래.”
[이별은 슬프죠. 그러니까 이별을 입에 담지 마세요.]스텔라의 온기가 자연히 내 안으로 퍼져가기 시작했다. 지금의 대화로 해답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를 말하세요. 어느 날 모든 일이 끝나고 결국 함께하게 된 그 시간을 웃으며 나누세요.]천천히 내 손을 놓아준 스텔라.
이만 가보라고 등을 떠밀어주는 듯한 미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코트를 걸친다.
“잠시 다녀오지.”
[네, 다녀오세요.]손을 흔들며 배웅해주는 스텔라의 옆에 심통이 난 듯 팔짱을 끼고 있던 흑령사가 조급하게 입을 연다.
[피, 핀덴아이는 멍청해서 그런 거 잘 모르고 그냥 따라온다고 하지 않을까요?]“…….”
[……선배는 저랑 얘기나 해요.] [어? 어?]흑령사에게 궁금한 게 많은지 슬며시 그녀를 데리고 가는 스텔라.
스텔라에게 끌려가면서도 흑령사는 내 쪽을 힐끔힐끔 바라본다.
* * *
클락워크에 있는 공동묘지.
자유를 위해 죽어 나간 동포들을 위해 세워진 거대한 묘비 앞.
이제야 찾아온 자유에 대해 두런두런 얘기나 나누려 모인 레지스탕스.
더는 숨어있을 필요가 없어졌기에 고철상뿐만 아니라 수많은 레지스탕스가 이 자리에 모여서 눈물과 술을 쏟아내고 있었으나.
“이게 뭐냐 이 새끼들아.”
핀덴아이는 거대한 묘비 옆에 작게 세워진 장난 같은 묘비를 하나 내려다본다.
하녀 복장이 아닌 누런빛 코트와 하얀 와이셔츠, 캐쥬얼 한 검은 바지.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어떤 길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조금 섬뜩하긴 합니다.”
“저는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그래도 나름 기념비적인 거 아닙니까?”
고철상의 멤버들은 벌써 술을 몇 잔이나 마셨는지 흥이 올라온 상태다.
그래서 이런 장난을 친 건가 싶었다.
“내 묘비라고?”
핀덴아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 묘비. 나무판자에 대충 이름만 적어둔 후 땅에 박아놓은 거라곤 해도.
공동묘지에 살아있는 사람의 묘비를 박아두는 건 조금 선을 넘은 게 아닌가 싶었다.
“이것들이 요즘 너무 편했지?”
우드득.
새로운 투쟁을 이어가기 전, 제대로 기강을 한번 잡고 들어가려던 핀덴아이였으나.
고철상의 멤버들은 입가의 술을 닦으며 진지해진다. 고작 몇 잔 걸친 정도로 취할 정도로 호락호락한 삶을 살아온 이는 이 자리에 없었다.
“아뇨, 당신은 오늘 죽은 겁니다.”
“…….”
배신?
그런 건 생각해본 적도 없다.
애초에 배신하려면 최악인 상황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핀덴아이는 팔짱을 끼며 그들이 무슨 말을 하나 잠자코 듣는다.
“고철상의 리더 핀덴아이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되찾아주고 눈을 감은 겁니다.”
“그리핀 왕국, 위령사의 하녀인 핀덴아이만이 남겠지요.”
“……개소리하지 마.”
으득.
이빨을 깨문 핀덴아이는 진심으로 노기를 띄운 채 그들을 노려본다.
“지금 너희를 버리라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미친놈들아. 난 너희 안 버려.”
“대장은 충분히 싸웠습니다. 아니, 오히려 너무 많이 싸우셨습니다. 이제 그만 물러나시죠.”
“남은 건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뭐 억지스럽게 싸우는 것도 아니고 지원군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핀 왕국에서 최대한 저희의 편의를 봐줄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위령사 나으리가 말해주셨습니다.”
“…….”
설마 자신도 모르게 데이우스가 고철상에 개입했을 줄은 몰랐다.
조금씩 누그러지는 핀덴아이의 표정을 보며 단원들은 웃으며 술잔을 건넨다.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진 않았다.
아직 납득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떠날 이유는 없어.”
단호한 대답에도 단원들은 피식피식 웃음을 흘려댄다.
“사실 맞습니다. 떠나실 이유는 없죠.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고철상이라는 이름을 버리셔야 하는 겁니다.”
“이 멍청한 놈들은 못 하는, 오직 대장만 할 수 있는 임무를 해주셔야 하니까요.”
“가장 중요한 겁니다!”
“임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었다.
그때 다가오는 다른 레지스탕스의 대장들. 아마 앞으로는 이들과 함께 미래를 열어가겠거니 생각했으나.
그들은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핀덴아이에게 말했다.
“그리핀 왕국의 지원은 우리에게 큰 호재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
“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했다.
데이우스 베르디가 위령사로서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한 당연히 지속적으로 이어질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건 핀덴아이의 입장.
다른 레지스탕스의 대장들은 그렇게 보지 않고 있었다.
“사실상 위령사 데이우스 베르디의 입김에서 비롯된 협력이다. 그의 마음이 변심하면 끝이라는 소리지.”
“그럴 일 없어.”
“아니, 사람 마음은 모르는 거다. 우리는 그리핀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결정권은 우리에게 없다.”
데이우스가 갑작스런 변심으로 도와주기 싫다고 말하면 끝이다.
그 입에 얼마나 무거운 짐이 짊어져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위령사는 왕실과도 매우 친밀하며, 국왕이나 공주와도 사이가 깊다. 그런 사람의 최측근이 너였다.”
“……그 말은.”
나더러 스파이를 하라는 소리냐고 핀덴아이가 으르렁거리며 물어왔다.
죽어도 그 남자의 뒤통수를 치는 짓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갑자기 레지스탕스의 멤버들이 하나 같이 웃어대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상황을 설명하던 다른 그룹의 리더조차.
“아니! 어떤 정보도 전달할 필요 없다. 그냥 그의 곁에서, 그의 마음에 들면 되는 거다.”
“……어?”
이제야 핀덴아이는 이들이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가서, 데이우스 베르디의 마음에 들어라. 그렇게 해서 우리를 향한 지원이 끊기지 않게만 해주면 되는 거다.”
“이, 미……친 놈들이.”
구실이었다.
그것도 매우 허접한 구실.
임무라는 형식을 띤 채로 핀덴아이를 보내주려는 속셈을 이제야 알아차린다.
핀덴아이가 뭔가 말하려 했으나 막상 입이 떼어지지 않는다.
그런 그녀를 향해 주변에 있던 단원들이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는다.
경외의 표시.
지금까지 쥐고 있던 도끼를 단 한 순간도 놓지 않고.
오롯이 자유를 위해 싸워온 여인을 위해 이들이 마련된 쉼터.
‘저를 죽인다는 건, 언제 끝날지 모르는 투쟁 속으로 다시금 몸을 던진다는 소리예요.’
문득, 자신이 목을 쳤던 대악마 발키리아의 유언이 떠오른다.
지속적으로 이어질 투쟁.
그것을 알면서도 대악마의 목을 내리찍었고 책임을 지려 했다.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멈출 수 없는 굴레였다.
하지만.
“당신이 없었다면, 오늘 이렇게 죽어간 전우들을 향해 술을 뿌려줄 날은 오지 않았을 겁니다.”
발키리아가 예상하지 못한 게 하나 있다면.
“고귀한 희생과 포기하지 않는 투지를 가지고 투쟁을 이어간 당신에게 이제 마지막 임무를 드립니다.”
핀덴아이의 투쟁을 보고 있던 건, 발키리아 혼자가 아니었다는 점.
그녀가 구해왔던, 이끌었던, 희망을 줬던 수많은 목숨들이 이 자리에 모였고.
“가서, 사랑을 하세요. 그것이 이후 당신이 우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투쟁입니다.”
도망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운명과 같은 투쟁의 끝이, 어느새 발치에 닿아있었다.
“대장.”
천천히 다가온 고철상의 단원들.
그들은 다시금 핀덴아이에게 술잔을 건넨다.
“오랜만에 취해봅시다.”
* * *
공동묘지에 핀덴아이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그녀에게 재회를 입에 담는 걸로 이별을 말하려 했으나.
“키햐아! 대장! 서방님 오셨습니다아!”
“우오오오! 매형이시다!”
“우리 대장 자아알 부탁드립니다아아!”
“혼인 축가는 제가 부르겠습니다아아! 마른 땅! 저 너머! 우리가 떠나가는!”
“…….”
굳이 다른 말을 하진 않았다. 그토록 염원하던 자유를 찾았으니 이 정도는 마셔줘야겠지.
공동묘지 앞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는 레지스탕스들을 묵묵하니 바라보고 있던 나는 천천히 핀덴아이를 찾는다.
술판의 가장 중심에서 거대한 술병을 병나발처럼 불고 있는 핀덴아이가 나와 딱 눈을 맞추더니 비틀거리며 다가온다.
“주인노오옴아아아! 나 너 따라가면 된다더라아아! 네 애를 가지는 게 애국이라고오오?!”
“…….”
“핀덴아이느으은! 여기서 주거는데요오오! 깨고닥! 이제에 아이라고 불러주세요오오?!”
“후.”
다가오는 핀덴아이를 모른 척하며 나는 슬며시 몸을 틀어 자리를 피한다.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웬일로 흑령사가 맞았군.”
나는 혀를 차며, 핀덴아이를 내버려 둔 채 그 즉시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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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18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