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irman Kang the newcomer RAW novel - Chapter 199
제신입사원 강 회장 199화화
마지막 퍼즐(4)
“이상재 이 친구…… 앞으로는 충신이었으면서 뒤로는 최성 그룹을 삼킨 날강도였구만.”
“네. 이걸 터뜨리면 최성 그룹은 다시 유산 싸움으로 번집니다. 대법원에서 강 회장의 기부는 정당하다고 했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재산이었고요. 강 회장의 숨겨 둔 재산은 그 대상이 아니죠. 그 자원 회사는 무려 10조 이상의 가치를 지녔었고 ST 그룹과 거래했습니다. 그 돈을 고스란히 돌려 달라는 소송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차 회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건드리면 이상재 회장으로 화살이 쏠려. 그리고 추측이지? 그럴싸하긴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진실인 경우가 많죠. 이건 이상재와 황준현의 합작품입니다. 왜 이상재 회장이 황준현을 신임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공범이니까요.”
차 회장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표적은 단순해야 한다. 이상재를 건드리고 다시 유산 다툼이 시작되면 어디가 표적인지 알 수가 없게 되고 주연은 이상재로 귀결된다.
표적은 오로지 ST 그룹의 맏사위여야 한다.
“페루 자원 회사 빼고 벨기에 투자 회사에 초점을 맞춰 봐. 그럼 어떻게 되지?”
“간단합니다. 벨기에 투자 회사의 자금 출처를 따져야죠. 보통 이런 건 회사 자금 빼돌린 게 확실합니다.”
변호사가 자신 있게 말했다.
“세세하게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외국으로 돈을 빼돌렸다면 돈세탁이라는 단어 하나로 끝이죠.”
차 회장은 굉장히 만족한 표정이었다.
돈세탁.
경영자에게 이보다 더 확실한 낙인은 없으니 말이다.
“다른 건?”
변호사들이 이번엔 좀 더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최성 그룹 재단입니다.”
“재단?”
“네. 현행법상 재단은 설립 목적에 맞게 돈을 써야 합니다. 지금 최성 그룹을 지배하는 건 실질적으로 SDS 학술 재단입니다. 그런데 이 재단은 돈과 주식을 한곳에 집중적으로 지원합니다.”
차 회장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돈이라면 몰라도 주식을 넘겨?
“주식을 팔아서 지원하는 게 아니라 주식을 그냥 넘겨?”
“네.”
“그게 합법이야?”
“가능합니다. 꼭 돈이 아니라도 땅을 기부하는 일도 있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주식을 주는 건 괜찮습니다. 그럼 주식 배당금을 기부받는 곳에서 활용하거나 주식을 매각하면 되니까요.”
“그 집중적인 지원을 받는 곳이 황준현이다?”
“이 재단 역시 남미에 있습니다. 남미에 학술 재단이라니요?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내게 묻지 말고 대답이나 해. 그 남미 재단이 황준현 그놈 거야?”
“서류상에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만, 추가로 조사하면 나올 겁니다. 지역이 남미이고 설립일이 최성 그룹 강 회장의 기부 사실을 밝힌 시점과 겹치니까요.”
“이상재일 수도 있지 않겠어?”
“마찬가지로 혼자는 아닐 겁니다. 두 사람은 강 회장이 쓰러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로 한몸이었으니까요.”
차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미 재단은 내가 더 알아보지. 대신 벨기에 투자 회사는 그림 잘 그려 봐. 외환 관리법, 횡령, 페이퍼 컴퍼니 등등. 악재가 될 만한 건 섞어서 그럴싸한 시나리오 하나 써.”
투자 회사를 먼저 터뜨리고 대응하는 거 봐서 남미 재단도 터뜨린다. 황준현뿐만 아니라 최성 그룹이 휘청하게 만들면 중공업 그룹 발족도 물 건너갈 테고 황준현도 ST에서 꼬리 자르기에 들어갈 것이다.
사위는 구설수에 오르면 쳐내기 가장 쉬운, 껍데기만 가족이니 말이다.
* * *
“확실해?”
강 회장의 딱딱한 음성에 그룹 홍보실장은 더욱 긴장했다.
“죄송합니다. 확실하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단지 친한 사회부 기자가 떠도는 루머라며 알려 줬으니까요.”
더는 묻지 않았다. 루머가 확실한지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더 알아봐. 특종 내용이 정확히 뭔지, 그리고 그거 기획한 놈이 누군지도 말이야.”
“알겠습니다.”
홍보실장이 물러나자 강 회장은 생각에 잠겼다.
별안간 벨기에 투자 회사를 건드려? 누가? 왜?
주변을 떠올려도 그 누군가가 없다. 강 회장을 최성 그룹에서 쫓아내려는 사람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강동성은 건설 사업이 성공해서 충분히 만족하며 지내고, 조선희 여사는 미술계의 큰손으로 그녀가 그렇게 원하던 유명인이 됐다.
둘째인 강동훈은 돈 많은 처가 눈치나 보며 지낼 뿐 다시 역성혁명을 일으킬 만한 기반이 없다.
설마 계열사 사장 중에서 헛된 꿈을 꾸는 놈이 있던가?
전문 경영인 체제의 그룹이니 이상재와 자신을 쳐내고 그룹 회장이 되겠다는 꿈을 꾸는 놈이 나타난 건가?
이건 너무 무리한 추측이다. 재단은 손에 넣지 못하면 불가능한 꿈 아닌가?
도대체 누가 벨기에의 투자 회사를 조사했고 언론에 터뜨린다는 말인가?
강 회장은 수화기를 들었다.
금융 정보를 추적하려면, 특히 해외 투자까지 조사하려면 거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곳이 있다. 바로 금융정보분석원이다.
한때 이곳의 부원장이었던 배정철은 최성 그룹의 후원으로 부원장 자리에서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위원장에 올랐다. 금융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경제 권력 기관 중 하나다.
“위원장님, 최성 그룹 황준현입니다.”
-아이고, 오랜만에 연락 주셨네요. 잘 지내십니까, 본부장님?
“불편한 일이 생겨서 잘 지낸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네? 무슨 일이시길래……?
“위원장님 회사에 쥐새끼가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최성 그룹을…… 특히 저를 조사하는 놈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쪽으로 정보를 흘린 것 같습니다. 제가 관리하는 유럽 투자 회사의 정보를 말입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숨소리만 들릴 뿐 아무런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부탁 하나 드리겠습니다. 전 정보 흘린 쥐새끼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어디에 흘렸는지만 좀 알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조사해서 알려 드리죠. 내부 쥐새끼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괜찮으시죠?
“물론입니다. 이렇게 선뜻 협조해 주시니 뭐라고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모르지 않는다. 잘 안다. 감사의 인사는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성의를 보여야 한다. 바로 돈이라는 성의로 말이다.
* * *
강 회장은 금융위원장인 배정철의 아주 짧은 문자 하나를 받았다.
「삼일 그룹이 본부장님 뒤를 조사 중입니다.」
문자를 보는 순간은 어이가 없었지만, 너무 무시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
그쪽도 눈치가 빤한데…… 중공업 부문을 독립해 신생 그룹으로 출범한다면 삼일중공업이 가장 천대받을 것이라 예상했을 것이다.
강 회장이 놀란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이번 작업은 중공업 부문의 독립을 막는 게 아니다. 목표는 바로 자신이었다. 자신만 꼬꾸라뜨리면 중공업 독립은 당연히 무산되고 ST 그룹 후계 구도에서도 우위에 선다는 확신으로 이런 짓을 시작한 것이다.
「감사합니다. 이번 일은 모른 척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강 회장은 답 문자를 보냐고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삼일 그룹이라는 문자를 봤을 때 조금 뜨끔하기는 했다. 이번 중공업 독립으로 차종만을 한직으로 보낼 계획은 했었으니 말이다.
너무 노골적이었나?
위기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컨트롤 가능한 상황이라면 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역이용할 수도 있다. 그게 바로 컨트롤이니까.
강 회장은 홍보실장을 불렀다.
“특종 준비한다는 언론사가 어딘지는 파악했어?”
“네. 하지만 담당 기자는 아직입니다. 죄송합니다.”
“내가 자료 몇 가지 준비할 테니까, 담당 기자 꼭 파악해서 전달하도록 해. 물론 익명의 제보자가 전달하는 거다. 최성 그룹 측이 소스라는 거 들키면 안 돼.”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홍보실장에게 강 회장은 좀 더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놈들 특종이 뭔지 파악하지 못하는 건 괜찮아. 하지만 우리가 전달하는 자료는 철저히 익명이어야 한다고. 홍보실은 여기에 전부를 걸어. 알아들었어?”
“네, 본부장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특종 한다는 언론사 말이야.”
“네.”
“날 공격하면 최성 그룹과 ST 그룹의 광고나 협찬은 영원히 물 건너간다는 걸 알면서도 기사 준비하는 거야?”
“그게 메이저가 아니라 마이너 인터넷 언론사라서 말입니다.”
“명예 훼손이나 무고 등등을 걸면 큰일 난다는 걸 알 텐데도?”
“사실 주목적은 그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입니다.”
두 그룹이 고소라도 하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특종이다. 모든 언론 방송이 해당 마이너 인터넷 언론사를 거론할 테니, 단 한 번으로 이름을 날리며 중견 언론사로 우뚝 선다.
홍보실장은 괜한 소란을 더 크게 키울 필요가 없다는 뜻을 슬쩍 내비친 거다.
차라리 메이저 언론사가 더 다루기 쉽다. 그들은 돈 많이 드는 사업체를 운영한다. 광고와 협찬이라는 대기업의 돈이 없다면 사업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런 마이너한 언론은 길들이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
“좋아. 그럼 이번 일 다 끝나면 그 인터넷 언론사는 아예 폐업하도록 만들어. 필요한 건 내가 전부 지원해 줄 테니까.”
“네, 본부장님.”
최성 또는 ST를 건드려서 성공한다는 그 어떤 사례도 만들면 안 된다. 아무리 정확한 기사를 썼다 하더라고 그 대가는 혹독하다는 걸 모든 마이너 언론사들은 알아야 한다.
기껏해야 클릭 장사질 하는 놈들에게 주제를 정확히 알도록 해야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 * *
최진혁 회장은 비서진의 긴급 보고서에 찍힌, 읽기도 힘든 단어를 보자 식은땀이 흘렀다.
[Compagnie Luxembourgeoise de Investeieren]기사의 내용은 더 가관이었다.
맏사위가 그룹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모아 놓은 곳이 바로 C.L.I.라는 것이다.
절대 나오지 않아야 하는 회사와 사람의 이름이 나온 기사다.
“아빠, 기사 봤어요?”
최석경도 달려왔다.
“그래, 빨리 네 서방 불러라.”
최석경은 급히 핸드폰을 꺼냈다.
* * *
차종만은 흐뭇한 미소로 기사 제목을 확인하고는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기사를 읽을수록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졌고 결국 하얗게 질려 버렸다.
고 최기석 회장, 손녀 최석경 그리고 손녀사위 황준현.
단 하나의 이름만 나와야 하는데 셋이나 나왔다. 그리고 특히 최기석이라는 이름은 절대 나오면 안 된다.
차종만은 급히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지금 당장 기사 내려야 합니다. 빨리요!”
* * *
강 회장이 ST 그룹 회장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기사가 사라져 버렸다.
“뭐야, 왜 갑자기 사라졌지? 자네도 봤어?”
“아뇨, 못 봤습니다.”
보지는 못했지만 내용은 안다. 언론사는 강 회장이 던져 준 최기석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을 수는 없었을 거다. 황준현보다야 훨씬 더 크고 강력한 키워드니까 말이다.
기사는 지워졌지만 온라인은 하얀 종이와 같다. 꼭 지운 흔적이 남는다.
최진혁 회장은 비서진을 불렀다.
“사라진 기사 찾아내고 누가 그따위 기사 제공했는지 꼭 확인해. 1년 치 광고 물량 다 채워 준다고 하면 술술 불 거다.”
장인이 당근을 손에 들었을 때 사위가 급히 그 당근을 뺏어 들었다.
“아닙니다. 우리가 당근 뿌린다는 걸 알면 다른 군소 인터넷 언론사들이 전부 그 기사의 후속 보도를 낼 겁니다.”
“그럼?”
“채찍을 휘둘러야죠. 죽을 때까지 말입니다. 우리에게 덤빌 힘이 없다면 절대 덤비지 말아야 한다는 걸 그 바닥 인간들에게 다 보여 줘야 합니다. 가장 효과 확실한 루트로 때리는 게 어떨까요?”
세무 조사 그리고 뒤를 잇는 검찰의 압수 수색.
단돈 만 원이라도 회사 장부가 구멍 나 있으면 대표를 구속하고 기사를 쓴 기자 놈은 사생활까지 탈탈 털릴 것이다.
최진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비서진은 전부 총알처럼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