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irman Kang the newcomer RAW novel - Chapter 198
제신입사원 강 회장 198화화
마지막 퍼즐(3)
“뭐, 중공업을 분리한다고?”
삼일 그룹 차 회장은 아들의 하소연을 듣자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우리 집 재산 절반을 떼어 줬는데 그걸 그룹 구석탱이에 갖다 붙여? 이것들이 진짜……!”
차 회장은 고개 숙인 아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넌 도대체 뭐 한 거냐? 되로 주고 말로 받으려고 널 그 집안에 들여보냈다. 그런데 쪽박 차고 쫓겨날 지경이냐? 그것도 다 깨진 쪽박을?”
“아버지, 쫓겨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상황을 보는 눈이 다르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그룹이지만 정점에 올라선 사람은 아들이 앞으로 어떤 대접을 받을지 충분히 짐작한다.
그의 눈에는 아들이 단단히 호구 잡혀 쫓겨나는 바보로 보일 뿐이다.
“그 집안에서 가정이나 꾸리고 자식새끼 키우면 잘사는 것이라 생각하는 거냐? 기업가 집안의 아들이 기업가 집으로 장가가서 경영에서 소외된다는 건 쫓겨난 서자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설마 그걸 모르는 거냐?”
“아니까…… 알면서도 어떻게 할 방법을 못 찾겠으니까 이렇게 온 거 아닙니까? 아버지까지 꼭 그렇게 제가 못났다는 걸 말씀하셔야 속이 시원하십니까!”
소리 지르는 아들을 보자 마음 한구석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도움을 청하러 온 아들이다. 그런 아들을 야단만 쳤다니.
부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서로의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럴수록 두 사람의 마음속 분노는 점점 더 커져 갔고, 원인 제공자인 손윗동서에 대한 적개심만 더 커졌다.
“그놈…… 누구냐? 네 윗사람?”
“황준현입니다.”
“그래, 그놈. 그놈이 이번 일을 꾸민 게 확실하냐?”
“ST와 최성의 결합입니다. 황준현은 그 결합을 먼저 제안할 수 있지만 장인은 그러지 못하죠. 황준현은 최성 그룹의 오너가 아니라 월급쟁이에 불과하니까요.”
“그렇겠지. 월급쟁이에게 계열사 가져오라는 말을 어떻게 해.”
차 회장은 애써 월급쟁이라며 격하하는 아들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그도 듣는 귀는 있다.
이상재의 뒤를 이어 차기 회장으로 아예 못 박은 놈이다. 최진혁 ST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맏사위. 지금껏 그놈의 성과를 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이미 황준현은 상사를 들고 갔습니다. 그런데 중공업 부문까지 들고 가 버리면…… 거기다 신재생 에너지도 들고 갈 거라고 합니다. 그럼 알짜는 대부분 다 빼 버리는 겁니다.”
“들고 가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두 그룹의 합병사는 이미 SC라는 이름을 씁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도대체 그놈은 무슨 재주를 부리기에 최성 그룹을 쥐고 흔드는지 모르겠어.”
차종만은 손뼉을 짝, 쳤다.
“바로 그겁니다. 도대체 그놈의 정체가 뭔지…… 지방 흙수저 출신이 여기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룹 내부에서는 맏사위가 차기 회장이 확실하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런데 아버지, 단기간에 출세하는 놈치고 구린 데 없는 놈 보신 적 있습니까?”
차 회장은 아들의 뜻을 어렴풋이 짐작했다.
“싸워서 이길 수 없으면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지.”
“네. 그놈 출생한 날부터 어제까지 싹 뒤져 보면 어떻겠습니까? 수상한 점이나 문제 될 만한 거 하나라도 나오면 게임 탈락 아닙니까?”
그럴듯한 방법이긴 한데 문제가 있다.
“네 장인이 맏사위 자빠뜨린 놈이 너라는 걸 알면? 널 곱게 보겠냐?”
“제가 그렇게 안일한 생각만 하다가 이 지경까지 몰렸습니다. 두 번째 스텝은 그때 가서 해결하겠습니다. 지금은 당장 눈앞의 일만 생각해야죠. 중공업 단일 그룹이 출범해 버리면 전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됩니다.”
“흠…….”
차 회장은 한참을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그놈이 수상쩍은 구석이 많기는 하지.”
“아무것도 없던 놈입니다. 그러니 자금 조달을 위해 분명 손대지 않아야 할 돈에 손댔을 겁니다.”
“횡령 말이냐?”
“네. 그거 하나면 끝입니다. 장인이 힘을 써서 집행 유예로 끝난다 해도 그룹 내에서는 힘을 잃죠. 왜냐하면…….”
“최씨가 아니니까. 아들이 아닌 사위의 한계지. 하지만 너도 사위다. 가족을 다치게 한 널 네 장인이 곱게 볼 리가 없어.”
“하지만 대안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조카에게 그룹을 넘기겠습니까?”
“장녀가 있지 않으냐?”
차종만이 씩 웃었다.
“그럼 자매들의 싸움으로 넘어가죠. 사위들이야 능력으로 판단하겠지만 딸은 그렇지 않습니다. 못 건져도 1/3 이상은 건집니다.”
차 회장이 얼굴을 찌푸렸다.
“방금 넌 그 근본도 모르는 놈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걸 스스로 인정했다.”
차종만은 입술을 깨물었다.
“분하지만 인정합니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니 자꾸 정당한 방법만 찾은 겁니다. 능력 뒤떨어지는 제가 이길 방법은 게임 규칙을 바꾸거나 편법을 쓰는 것뿐입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아버지?”
차 회장은 아들의 등을 툭, 쳤다.
“나보다 잘난 놈이 있다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괜한 자존심 때문에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게 부끄러운 거지. 기다려 봐라. 내가 좀 알아보고 여기저기 힘을 써 보마. 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
차종만은 아버지의 따뜻한 손길에 역시 가족뿐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 * *
최진혁은 사위가 들고 온 중공업 그룹의 지배 구조 조직도를 한참 들여다보다 의외라는 듯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주 회사 지분의 18.6퍼센트가 우리 가족인가?”
“네. 주요 주주는 금융권이 10퍼센트 그리고 SDS 재단이 12퍼센트. 국민연금이 11퍼센트입니다.”
“비상장 회사인데 국민연금이 찬성했어?”
“우선주 배당으로 추가 수익률 3퍼센트 이상은 무조건 보장한다고 하니 찬성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어쨌든 정부는 국민연금을 굴려 돈을 불리는 게 목적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 가족 지분 중에 자네 지분을 3퍼센트만 해도 되겠어? 가져오는 거에 비해 너무 낮은 거 아닌가?”
“제 지분이 많으면 지금껏 찬성했던 사람들의 눈초리가 달라집니다. 제가 가진 최성 그룹 계열사 지분은 가능하면 최성 그룹에 남겨 둬야 괜한 의심을 피합니다.”
이번 중공업 그룹의 출범에는 또 하나의 목적이 있다.
“그리고 SDS 재단의 지분은 중공업 그룹에서 자사주 목적으로 사들일 생각입니다.”
“그 지분을 산다고?”
“네. 재단은 지분 매각한 돈을 다시 재단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겁니다. 그 돈은 제가 설립한 남미 재단으로 다시 들어옵니다.”
최진혁은 낮은 휘파람 소리까지 냈다.
“그것만 해도 3조는 될 텐데…… 괜찮을까? 자금 흐름이 너무 눈에 띄지 않아?”
“한 번에 다 사들일 돈은 중공업도 없습니다. 차근차근 진행하면 됩니다.”
“결국 최성 재단 지분을 현금으로 바꾸는 일도 하는구만.”
“그렇습니다. 그 돈으로 그룹 지배력 향상을 위해 쓸지, 아니면 신규 사업에 투자할지는 장인어른께서도 고민 좀 해 주십시오.”
“됐어. 그 자금은 최성 그룹 돈이야. 자네 뜻대로 하게.”
고마운 말이지만 최진혁은 손을 내저었다. 그는 다시 숫자를 가리켰다.
“그럼 15퍼센트의 지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만 남았군.”
최진혁은 맏사위를 보며 씩 웃었다.
“전부 자네 마누라로 해 버릴까?”
“천천히 하시죠. 지주 회사는 비상장이라 증여가 조금 쉽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다가는 중공업 분리를 경영 승계의 꼼수로 볼 겁니다.”
“뭐야? 어차피 물적 분할 자체가 엄청난 무리수를 두는 건데 경영 승계라는 무리수를 조금 더 얹는다고 해서 달라지나?”
강 회장은 자신감 넘치는 장인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역시 회장 자리에 앉으니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럼 편법 증여니, 승계니, 하는 군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하시죠.”
최진혁은 이런 사위의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어렵다, 힘들다, 안 된다. 이런 말은 아예 담지도 않는다.
목표를 정하면 무조건 받아들이고 그걸 또 잘해 낸다. 이러니 자꾸 둘째 사위와 비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중공업은 지주 회사 바로 아래가 아니라 사업 회사인 우진해양 자회사가 되네? 신재생 에너지 부문만 지주 회사 바로 아래에 붙고?”
“형식은 인수 합병이니까요. 인수의 주체가 다릅니다.”
“다르게 한 이유는 뭘까?”
“폭탄 처리반 하나 만들 생각이라서요. 이번 기회에 성장 가능성 없는 사업 부문은 전부 모아서 없애 버릴 생각입니다.”
“부도?”
최진혁의 굳은 표정에 강 회장이 말했다.
“없애는 방법까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전부 다 모은 다음 현황을 봐야겠죠. 부도도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또는 사업장 폐쇄도 가능하고요.”
최진혁은 꼭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으나 차마 묻지 못했다.
삼일중공업도 그 폭탄에 들어가는가, 하는 것이었지만 담담한 사위의 표정을 보며 짐작할 수 있었다.
냉정하게 숫자로 판단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말이다.
* * *
삼일 그룹 차 회장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맥과 돈으로 매수하거나 고용한 전문가들이 가져온 한 사람의 일생을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자료를 보면 볼수록 도저히 믿기 어려운 내용이 계속 나왔다.
지독히 운이 따른 놈 같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소설 같은 내용이 가득했다.
우연이 반복되거나 일어나기 어려운 확률의 운이 계속되면 그건 우연이 아니라 계획이며 운이 아니라 실력이다.
하지만 황준현의 과거를 보고 있자면 단순히 실력 좋은 놈의 계획이라고 보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들이 꽤 있다.
몇 번이나 감탄하던 차 회장은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은 이놈의 과거 공적을 보며 감탄할 때가 아니다. 황준현이라는 인간 자체를 침몰시킬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행적과 약점을 찾아내야 한다.
현행법상 불법인 부분을 찾아 터뜨려야 아들이 우뚝 선다.
함께 자리한 변호사들도 차 회장과 다를 바 없는 반응만 보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어떻게 이런 운 좋은 인간이 있을 수 있냐며 연신 감탄하는 중이었다.
“자, 놀라는 건 그만하고. 딱 집어내 봐. 걸리면 끝나는 결정적인 한 방 말이야.”
변호사 한 명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추가적인 조사는 해야겠지만, 현재 이 자료상으로만 본다면 두 가지가 걸립니다. 하나는 벨기에에 있는 투자 회사입니다. 아무래도 여기가 비자금 창구 같습니다. 이 투자 회사가 ST 그룹 지분을 쥐고 있는데, 여기로 흘러들어 간 자금이 페루의 자원 회사 겁니다.”
다른 변호사도 의견을 냈다.
“페루의 자원 회사는 사모 펀드로 시작했는데 그 대표가 바로 과거 최성물산 임원입니다. 지금은 자원 회사의 대표로 앉아 있죠.”
차 회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왜 그 친구의 문제가 되지?”
“벨기에 투자 회사는 황준현의 비자금 창구 같은데 페루 자원 회사는 아무래도 최성 그룹 자산 같습니다. 그러니까 돌아가신 강 회장의 회사 같은데, 그걸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 이상재 회장과 황준현이라는 친구가 꿀꺽한 게 아닌가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건 이상재가 배후에 있다고 봐도 되나?”
“그래야 설명이 가능합니다. 강 회장은 갑자기 쓰러져서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돌아가셨죠. 강 회장만 아는 회사는 이상재도 알 겁니다.”
세간의 평판은 사실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도저히 믿기 힘든 사실도 있다. 재계에서 이상재만 한 충신은 보기 어렵다는 평판만큼은 진실일 줄 알았는데…….
큰 도둑놈은 이렇게 자신의 진면목을 잘 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