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1)
Chapter 40 – 40. 추모객 없는 장례식
“뭐?”
데이우스는 자신이 잘못 들었다 생각했는지 다시금 되물어왔다.
다시 듣고 싶다면 말해주겠다며 입을 열었으나, 데이우스는 다급하게 내 멱살을 낚아챈다.
“미련? 미련이라고 했냐? 이 새끼야! 왜? 나도 끝내려고? 잠들게 하려고? 어?! 이 개새끼야!”
“…….”
“미친놈아! 네가 악령이야! 내가 진짜 데이우스고! 어딜 주객전도를 하고 있어 시발 놈아!”
쾅!
그가 허리를 비틀며 거세게 휘두른 주먹이 정확하게 얼굴을 두드린다.
주춤거리며 뒤로 밀려났으나, 나는 숨을 고르며 차분히 그를 바라본다.
“그래서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야?”
“그래! 내가 나로서 있지 못한다면 너를 죽여야지! 어딜 함부로 남의 몸을 차지하고 있어!”
열불이 뻗친다며 당장이라도 다시 달려들 것처럼 굴고 있는 데이우스를 보고 있자니 왜 사람들이 그를 망나니라고 불렀는지 대강 알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내가 이걸 물은 이유는 하나였다.
“그러면 왜 베르디 가문에서는 나를 죽이려 하지 않은 거지?”
“…….”
뭔가를 외치려다 머뭇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데이우스. 하고 싶은 말은 바로 떠오른 듯 했으나 자존심 때문에라도 입을 다물었다.
“네가 나를 죽이려 했던 건 아카데미에서만이야. 베르디 가문에서는 함부로 나서지 못했잖아.”
천천히 고개를 숙이는 데이우스. 자신의 약점이라 생각되는 부분에서는 입을 다물어버리는 모습이 애처롭지만 꼴사납다.
“이유를 모르니까 묻는 게 아니야. 다물고 있어 봤자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너……!”
“첫 번째로는 다른 악령들이 무서웠겠지. 베르디 가문에는 너를 가지고 놀던 악령들이 넘치고 있으니까.”
원래의 데이우스도 몸 안에서 나와 같은 걸 봐왔을 것이다. 수많은 악령들이 저택을 헤집고 다니며 자신을 비웃는 걸.
데이우스는 그런 환경 자체를 버틸 수 없었다.
적어도 노스웨든에서는 베르디라는 가문의 이름이 자신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시키고, 대놓고 손가락질하지 못하게 만들지만.
죽은 이후에는 그런 건 하등 쓸모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망자였으니까.
그러니까 그는 오히려 더 깊게 내 안에 숨어있었던 것뿐이다.
악령들에게 휩쓸려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잃고 싶지 않았기에.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어. 내가 악령들을 정리했음에도 너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지.”
“…….”
“그리고는 아카데미로 복귀하고 밤이 되니 바로 이렇게 나와서 나를 죽이려 했어.”
“닥, 쳐.”
다시금 주먹을 쥐고 휘두르려는 데이우스였으나, 이번에는 맞아주지 않고 뒤로 슬며시 몸을 빼서 피한다.
유령을 보고 허공에 대화하던 내가 어렸을 적 얼마나 많이 맞고 다녔는지 아는가.
사실 약쟁이 한량의 주먹 정도는 피하려면 언제나 피할 수 있었다.
철푸덕!
주먹으로 허공을 휘젓다가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꼴사납게 넘어진 데이우스.
나는 그를 내려 보며 그가 절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들이민다.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그만!”
“내가 너의 몸으로 했던 것처럼, 너에게도 실은 모든 걸 다시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아챘으니까.”
“닥쳐! 닥쳐! 닥치라고오!”
분에 겨워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데이우스는 다시금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더 이상 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 이미 인생의 전환점은 지나버렸다고 생각해버렸어.”
“말하지 말라고오오!”
“그러니까 후회됐던 거야. 이렇게도 흘러갈 수 있구나 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겠지.”
흐느끼며 축 늘어진 데이우스를 바라보며 나는 한 쪽 무릎을 꿇으며 그의 등에 손을 얹었다.
“내가 망가지는 걸 바랐겠지. 그러니까 아카데미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는 늘 나를 죽이려 했으나, 파면 당한 이후에는 굳이 나를 죽일 필요가 없어졌어.”
왜냐면 자신과 마찬가지로 내가 망가져가는 절차를 밟는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다시 아카데미로 복귀했다. 그것도 훨씬 좋은 조건을 달고 다시 교수로 복직했다.
이대로 가면 자신에게 다른 가능성이 있었다는 걸 두 눈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데이우스는 다시 움직여서 나를 죽이려 했고, 이번에는 성공한 줄 알았다.
“너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한 번은 이럴 필요가 있었어. 마침 밑에는 유능한 교수들과 부상자를 치료하는 경비대가 대거 있었으니까 믿고 몸을 날렸지.”
그들이 바로 앞에 있으니 응급처치를 바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몸을 던졌다.
결과적으로는 성공했다고 나는 보고 있었다.
“데이우스, 너의 미련이 뭔지 내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했어.”
진심으로.
나는 데이우스라는 남자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 수도 없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왔다.
“나를 죽이고 싶다. 그것도 분명 미련 중 하나였겠지.”
“…….”
그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웅크린다. 나와의 대화를 통해 전신이 발가벗겨진 듯 덜덜 떨며 흐느낄 뿐이었다.
“또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다. 이것 정도이지 않을까 싶었어.”
뚝.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린다. 엉망진창이 된 얼굴에서는 당황이라는 감정이 떠오른다.
“일루아니아. 수많은 여인과 함께했던 네가, 유일하게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인.”
“아, 아니. 나는……!”
“처음이었어. 나의 감정이 아닌 다른 사람의 감정이 마음 깊숙하게 느껴진 건.”
그렇기에 당시 일루아니아를 노스웨든 거리에서 처음 봤을 때는 깜짝 놀랐었다.
그녀를 보는 순간, 데이우스가 진정으로 사랑한 여인이 바로 이 사람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데이우스는 진심으로 일루아니아와 함께하고 싶어 했다.
“함께 밤을 지새우고, 약에 취한 서로를 위로하고, 그렇게 다음 날이 되어 다시금 사랑을 나누며.”
둘은 계급적으로는 창녀와 백작가라는 완전히 동떨어진 관계였다. 하지만 침대에서만큼은 대등한 연인이었고 서로의 이해자였다.
“그렇게 점점 그녀를 향한 마음을 키워갔으나, 입에 담지는 못했겠지.”
창녀의 따듯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데이우스에게는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쥐어줬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루아니아는 임신했다.”
“크흡!”
데이우스 역시 알고 있었다. 내 안에서 일루아니아에 대해서 보고 있었을 테니 당연히 알고 있겠지.
“그녀에게 필요한 건, 절대적이고 불변할 사랑을 퍼부어줄 누군가였고. 그건 네가 아니었어. 너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될 수 없었지.”
그녀는 자신의 핏줄인 아이를 원했다. 데이우스와 함께하던 그 시간 동안은 그를 사랑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끝나면 모든 감정을 차곡차곡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일루아니아는 프로였으며 또한 남을 쉽게 사랑할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개 같은 년! 나와 그렇게 사랑을 약속했으면서! 함께하자고 했으면서! 시발 년이 딴 놈의 아이를……!”
쾅! 쾅! 쾅!
바닥을 후려칠 때마다 데이우스의 절망감이 느껴졌다.
“왜! 왜! 나한테는 이런 일만 벌어지는 거야! 어째서 나한테는! 모든 게 끝나버린 뒤에야 이런 걸 알게 하는 거냐고!”
절규하고 절망하며 가슴이 부서져라 두들기는 데이우스를 바라보며, 나는 차갑게 선언했다.
“너는 여전히 이기적이구나.”
“……뭐?”
“너만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며, 아직도 타인을 원망하고 있어.”
“나, 나는!”
“당장에 데이아가 있어. 너에게 희롱당한 수많은 하녀들도 있지. 파면 팔수록 너에 대한 악행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나라서 할 수 있는 말이야.”
“…….”
입을 떡 벌린 채로 나를 보고 있는 데이우스에게 나는 혀를 차며 답해주었다.
“너는 최악의 쓰레기야, 데이우스.”
“아.”
“그리고 너에게 두 번의 기회는 없어. 너도 알고 있잖아.”
데이우스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라며 급하게 몸을 틀어 도망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몇 발자국 뛰기도 전에 그대로 미끄러져서는 애처롭게 바닥을 긴다.
“이미 너는 죽었어.”
사인은 무엇이었을까.
치사량 이상의 약에 취해서?
아니면 뇌가 술에 절어서?
심판이라는 이름으로 갑작스런 심정지라도 왔던 걸까?
모른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그는, 해왔던 악행과 비교해서 너무도 편안하게 잠에 빠진 채로 눈을 감았고 내가 깨어났다.
그러니까 데이우스도 나를 죽이려 했던 거다.
자신은 더 이상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거리낌 없이 자신의 몸을 던질 수 있던 거다.
“나는 선악을 심판하지 않아, 그저 영혼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합당하다 생각하면 그들의 바람을 도와주는 것뿐이야.”
나는 꼴사납게 넘어진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내게 다가오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다가도 제풀에 지쳐 대자로 뻗어서는 눈물을 흘린다.
“너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합당하다 생각하지 않지만 도와주려는 유일한 영혼이야.”
왜냐면 내가 네 몸을 사용하고 있으니까.
그것에 대한 값을 치룰 생각이었다.
“네가 상처를 줬던 데이아와 다리우스. 다른 수많은 이들에게 나는 새로운 데이우스를 보여줄 거야. 옛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
“네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일루아니아는 앞으로 더러운 사창가를 전전하는 일 없이, 안정적인 직장에서 아이를 키울 거야. 그녀가 아이와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물론, 약도 끊게 만들 거고.”
“…….”
“데이우스 베르디, 이게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야.”
그는 내게로 시선을 주지 않았다.
“빌어먹을.”
그저 울면서 자신의 평생을 돌아보는 듯 했기에.
“약속, 지켜라 개새끼야.”
그가 툭하고 던진 한 마디.
그걸 들은 나는 망자를 위한 추도문을 읊는다.
“너는 지독하게도 이기적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어. 그건 어떤 말로도 변명하지 못하겠지.”
눈물도 흐르지 않고, 곡소리도 들리지 않으며.
아무도 참석할 수 없는 데이우스 베르디의 고요한 장례식.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빛 무리가 되어가는 데이우스였으나, 그는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누구도 너의 죽음을 아쉬워하지 않고, 그리워하지도 않아. 이것은 너의 업보이며 쌓아온 죄악이 결과로 드러난 것뿐이야.”
여전히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수많은 후회가, 착잡한 슬픔이 한껏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끝에서야.”
나는 차분하게 눈을 감고, 양손을 곱게 포개어 내린다.
“단 한 순간도 타인을 생각한 적 없던 네가, 마지막에서야 딱 한 사람에게 기회를 베풀었어.”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의 처절한 마지막을 보지 못한 척한다.
“그 기회를 받은 사람으로서, 너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건네자면.”
이것이, 떠나가는 그에게 약간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을까?
그건 중요치 않았다.
“마지막의 마지막. 지금이라도 타인을 위한 선택을 했고, 후회하며 눈물 흘리는 너는 분명 바뀔 수 있는 인간이었다.”
너에게 새로운 삶을 받은 나라서, 그나마 할 수 있는 위로.
“그것에 만족하며, 안식 속에서 눈을 감아라.”
내가 눈을 다시 떴을 때, 이미 데이우스 베르디는 사라진 상태였다.
그가 죽는 순간까지 울고 있었을지, 아니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았을지 그건 잘 모른다.
하지만.
어느새 내 스스로가 데이우스 베르디가 되어있는 걸 확인한 나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그저 스스로를 잊을 수 있을만큼 깊은 잠에 빠지길.”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4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