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4)
Chapter 63 – 63. 베르디 삼남매
“하암.”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
사람들은 한창 바쁘게 돌아다니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식탁에 앉았을 시간에 침대 위에 웅크리고 있던 데이아가 기지개를 켠다.
꽤나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인지 몸이 가볍고 상쾌하다.
절로 지어지는 부드러운 미소, 파자마차림으로 끓이기 시작한 커피, 사용인들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영지 업무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며 일어나 뭔가에 쫓기듯 일을 시작할 필요도 없다.
“그레이폰드에 들어올 때만 해도 잔뜩 긴장했었는데.”
데이우스가 자수했다고 들었을 때만 해도 또 하나 거한 사건이 터지겠구나 싶었으나.
막상 와서 확인해보니 오히려 국왕의 총애를 받는 게 아닌가.
게다가 엘레노아 공주가 앓고 있던 지병을 해결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데이아의 마음이 편해졌다.
“시련인가 뭔가 하는 걸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어련히 잘하겠지.”
후릅.
커피로 목을 축인 데이아는 슬며시 창밖으로 시선을 둔다.
왕실에 있는 손님용 방을 받은 그녀는 더없이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식사도 따로 내어준다고 들었는데 뭐가 올까.
기대감에 차올라서 힐긋 미소가 지어진다.
“휴가란 좋은 거야.”
장남인 다리우스한테 영지 업무를 맡기고 왔지만 어련히 잘하고 있겠지.
다시금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맛이 좋은 게 어디 콩을 쓰는 건가 싶어서 총총걸음으로 커피콩이 담긴 포장지를 확인하려던 순간.
덜컹!
문이 열리며 우르르 몰려 들어오는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들. 깜짝 놀란 데이아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몸을 쭉 뒤로 빼지만.
스릉!
검이 뽑혀 나오는 서늘한 소리와 함께 그대로 목에 겨누어진다. 기사들의 행동은 깔끔했고, 군더더기 없었으며, 잘 훈련된 그것이었다.
그중 머리 장식이 혼자서 붉은색이 달린 단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데이아 베르디! 국가반역죄로 체포한다!”
“무, 뭐요?”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국왕한테 무릎 꿇고 좋은 이미지를 쌓아뒀는데.
‘데이우스?’
하지만 데이아의 머리는 빠릿하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데이우스가 받고 있는 시련이라는 게 뭔가 잘못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데이아는 순간적으로 욱해서 외쳤다.
“데, 데이우스는! 그 사람은?!”
“닥쳐라! 죄인!”
“그거 정도는 말해줄 수 있잖아! 내 오빠라고! 데이우스 어떻게 됐냐고!”
일종의 떼를 쓰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물러날 수 없었다.
불안함이 가슴을 둔탁하니 치고 가서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뒤로 돌아간 기사 중 하나가 데이아의 후두부를 정확히 가격했고.
그녀는 불이 꺼지듯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데이아의 휴가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 * *
“끄응.”
데이아의 신음소리를 들은 나는 슬며시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녀가 정신을 잃은 채로 감옥으로 던져졌을 때는 조금 당황했으나, 일단은 내 옆에 앉혀두고 어깨를 빌려주고 있었다.
누가 본다면 그냥 자는 걸로 착각할 수도 있는 모양새.
“어우, 머리야.”
깨어난 데이아는 미간을 팍 찌푸리며 고개를 휙휙 돌린다.
나와 눈이 딱 마주치고, 동시에 내게 기대있었다는 걸 확인하더니 닭처럼 푸드덕거리며 멀어진다.
“와, 씨! 뭐야?!”
그래놓고 갑자기 격하게 움직여서 두통이 찾아왔는지 머리를 감싸 쥐며 인상을 팍 쓰는 데이아.
그녀가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의 어깨에 걸려 있는 내 재킷을 발견한다.
한기가 흐르는 감옥 안에서, 단순 파자마만으로는 추울 것 같아서 걸쳐뒀었다.
“어우, 추워.”
힐끔 나를 보더니 자연스럽게 내 재킷을 입은 데이아는 헛기침하며 내게 묻는다.
“대충 상황 자체는 알겠거든? 그 시련인지 뭔가 하는 것 때문에 이렇게 된 거지?”
역시 데이아.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자 그녀는 “하아.” 하고 짙은 한숨을 내쉰다.
“도대체 뭐였는데? 국왕께서 꽤나 너를 좋게 보셨던 것 같은데 어떻게 하루 만에 이렇게 대우가 변하냐고.”
“……답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데이아도 함부로 알아서는 안 되는 부분이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그리핀이라는 왕족 자체의 뿌리가 뽑힐 수도 있으니까.
“나도 같이 휘말렸는데, 답할 수 없다고?”
슬쩍 손을 뻗으며 이 상황을 보라고 따지고 드는 데이아였으나 그래도 답할 순 없었다.
“하아, 그래. 말 안 하겠다는 사람 잡고 흔들어서 뭐 하냐.”
삐죽이면서도 슬쩍 내 옆자리로 와서는 방금 전처럼 어깨에 기대는 데이아.
“추워서 그래.”
심통 맞게 한 마디 툭 뱉고는 철창 밖으로 시선을 둔다.
마도심판관들이 사용하던 감옥이 아닌, 왕실에서 직접 관리하는 지하감옥.
수감된 죄인도 많을뿐더러, 죽어서 나도는 악령들의 숫자도 상당했다.
저들을 이용하면 충분히 탈출이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대마법사의 제자들이군.’
그들은 나를 흉흉하니 노려보며 조금이라도 마나를 사용하려는 기미가 보이는 순간, 바로 잿더미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팔목에는 마나의 일부를 차단하는 일종의 족쇄가 걸려 있었기에 속도 싸움으로 가도 무조건 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 이제 같이 처형당하는 건가?”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럴 수도 있다? 다른 미래도 있는 거야?”
나는 침묵으로 긍정하며 다시 머리로 오르페우스 국왕의 마지막 반응을 떠올린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사죄와 탄식을 담아 체포를 명령했다.
‘내가 봤던 오르페우스 국왕이 망가지는 모습과는 다르다.’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 완전히 정신병자가 되어 현실도피 하는 국왕 파멸 루트와는 다르다.
그는 분명하게 자신의 책임을 떠안고 있었으며, 그렇기에 진실을 덮으려고 나를 체포한 거였다.
‘이런 경우는 게임 속 루트에는 없었다.’
진실을 알게 되고, 주인공인 아리아에게 왕국을 위해 침묵을 요구하거나 혹은 정신이 나가서 국왕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며 끝나는 찝찝한 엔딩뿐이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체포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기에.
나는 여기서 희망을 보고 있었다.
책임을 짊어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나를 죽여서 완전히 덮지도 못하고 있다. 내가 체포된 의미는 그것이었다.
아마 지금쯤 오르페우스 국왕은 홀로 고뇌에 빠진 채로 머리를 쥐어짜 내고 있을 거다.
술을 퍼마시거나, 머리를 벽에 박아댈 수도 있다. 혹은 비밀 통로에 틀어박혀서 관련 일지를 정독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
그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처형까지 간다면, 무리해서라도 돌파할 필요가 있다.’
이미 왕을 알현하러 가기 전, 레메게톤은 따로 숨겨두었고. 그 장소는 흑령사와 나만이 알고 있다.
또한 흑령사는 지금 국왕의 근처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감옥 안에서도 평온하니 기다릴 수 있었다. 만약 국왕이 나를 처형하는 걸로 결정을 내린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다.’
이쪽에서 목줄을 쥘 수밖에 없다.
레메게톤과 사령술을 이용해서 탈출한 뒤, 왕가의 비밀을 가지고 오르페우스의 목줄을 찰 생각이었다.
‘썩, 원하던 방향은 아니군.’
결론적으로는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이야기는 흘러가게 된다.
왕은 공식적으로 나를 인정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것이 추잡스런 진흙탕 싸움 속에서 벌어지는 게 아닌.
진정한 축복과 왕의 미소 속에서 행해졌다면 좀 더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야.”
생각을 정리하던 내게 어깨로 툭 치면서 부르는 데이아. 왜 그러냐고 눈을 맞추자 데이아는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머리 정리 좀 해라. 너무 길어.”
“……이런 상황에서 참 침착하군.”
“이미 우리 머리는 목에서 떠났잖아. 결과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니까. 아니, 그것보다 진짜 너무 길어.”
확실히.
머리카락이 금방이라도 눈을 찌르고 들어올 기세였다. 뒷머리도 길어져서 목덜미에 닿는 상황.
“나중에 내가 잘라줄게. 아주 대머리가 되면 시원할 거야.”
내 머리카락을 자기 멋대로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는 데이아.
스치는 머리카락에 얼굴이 간지러웠기에 주의를 준다.
“장난도 적당히 해라.”
“……심심하잖아.”
투덜거리는 데이아의 목소리에 파묻혀서 들려오는 발걸음과 땅을 두드리는 지팡이 소리.
대마법사의 제자들이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인사하는 걸 보니 누군지 딱 느낌이 왔다.
대마법사 록펠리칸 라이너스.
그가 철창 밖에 서서 나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나는 굳이 일어나지도 않고 데이아와 함께 앉은 채로 그를 바라봤고.
록펠리칸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네.”
그건 여러 의미가 담긴 사죄였다.
* * *
베르디의 장남.
북쪽산맥의 수호자.
북부의 거인 등.
꽤나 호들갑스럽게 불리는 다리우스 베르디는 그레이폰드에 있는 작은 호텔 방에서 팔짱을 끼고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의 덩치를 생각할 때, 방의 크기가 작은 듯했으나 그는 묵묵하니 입을 다문 채로 기다릴 뿐이었다.
덜컹.
때마침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일행들. 그들은 클락 공화국의 레지스탕스 고철상의 삼총사였다.
노크도 없이 들어오는 게 딱 예의 없는 반군스럽다. 하지만 다리우스는 그런 걸 거슬려하지 않았다.
함께 훈련하다 보니 생각보다 고철상의 멤버들과 마음이 잘 맞았으니까.
의외로 저들이 훨씬 호탕하고, 뒤끝도 없으며 시원하게 승복하는 게 다리우스는 마음에 들었다.
그들의 수장인 핀덴아이는 여전히 싫지만.
어쨌든.
고철상의 멤버가 다급하니 들어와 호들갑을 떤다.
“체, 체포된 거 맞습니다! 지금 왕실에서 베르디 가문의 마차도 압류해갔습니다!”
“크흐음.”
다리우스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그레이폰드로 출발하던 데이아의 뒤를 따라, 그 역시 미행하듯 그레이폰드로 온 것.
데이아의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반역자로 데이우스와 함께 싸잡혀서 처형당할지도 모르니 다리우스는 영지에 있으라고 배려이자 충고를 했으나.
가문의 일원이 흑마법사라는 게 알려졌다.
그야말로 가문의 위기상황.
장남으로서 가만히 영지에서 기다리기만 할 수 없었던 다리우스였기에 몰래 따라붙었다.
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꽤나 괜찮아 보였다.
흉흉한 체포나, 왕국군의 포위 같은 건 없이 데이우스와 데이아가 시내에서 포근한 시간을 보냈으니까.
그건 고철상 멤버들의 보고를 받은 다리우스도 깜짝 놀라면서도 흐뭇함이 느껴지는 정보였다.
하지만 오늘.
데이아의 진상품이 모조리 불태워지며, 마차가 압류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다리우스는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저것의 의미는 딱 하나였다.
데이우스와 데이아가 체포당했다.
흑마법사라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후우.”
다리우스는 자신의 검을 꾸욱 움켜쥔다.
“장남 역할을 해야겠군.”
지금 여기서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단순 두 사람의 목숨뿐만 아니라 베르디 가문 자체가 무너져 내릴 것이다.
아니, 사실상 시간 문제일 뿐인가?
이미 길고 긴 가문의 역사에 종지부가 찍힌 걸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세세한 건 접어두고 각오를 다잡은 다리우스가 후 하고 숨을 내쉬며 선언했다.
“두 사람을 탈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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